발길 따라, 추억 따라/성남 등

모란시장

정준극 2009. 2. 5. 07:46

모란시장(牡丹市場)

 

경기도 성남에는 성남시장이 있고 모란시장도 있다. 2009년 현재의 성남시장은 왕년의 배우였던 이대엽(李大燁)씨이며 모란시장은 지하철 분당선 모란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가면 나온다. 모란시장은 5일장이라서 매달 끝자리수가 4와 9가 들어간 날에만 열린다. 그러므로 한달에 보통 6번 장이 선다. 윤달이 없는 2월에는 다섯번 밖에 장이 서지 않는다. 장장소는 보통 날에는 공영주차장이지만 장이 서는 날에는 난리도 아니게 인파로 북적인다. 주차장 장소라서 시장은 노천이다. 근데 비가 오면 어떻게 되나? 궁금하니 비오는 날에도 한번 가보아야 겠다.시장구경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다. 시장에 대한 어릴 때의 추억을 되살려보면 그렇다. 지금은? 그래도 무척 재미 있다. 옛날에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장터에 따라 갔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고 재미났지만 모두 다 경험했던 다 아는 내용들이므로 생략! (후기: 2012년 이대엽 시장은 부정부패로 4년 징역형과 벌금 약간을 물도록 하는 판결을 받았으나 아프다고 하여 병보석되었다고 한다. 그 튼튼하던 사람이 아프긴 왜 갑자기 아픈지 모르겠다.)

 

모란시장 골목의 인파. 다 어디서 온 사람들일까?

                      

모란장이 열리는 장터는 구역별로 파는 물건들이 구분되어 있다. 시장의 초입에는 화훼부가 있다. 별별 선인장에서부터 양란까지 다양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서부터는 잡곡부이며 이어 약초부, 의류부, 신발부, 잡화부, 생선부, 야채부가 있다. 고추부는 별도로 있으며 주로 가을철 태양초가 나올 때 한 몫 한다. 재래시장 상가들 쪽으로는 모란장의 특색인 애견부와 가금부가 있다. 상당히 생각하고 배치를 한 모양이다. 왜냐하면 저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욕심부릴테니까 말이다.

 

지하철 내려가는 계단에 고추와 당근 좌판을 벌인 어느 상인


모란장에서는 전국 개고기(狗肉)의 거의 30%가 유통된다. 국내 최대의 개고기 시장이다. 개고기를 파는 가게만 해도 약 50군데나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개고기를 파는 구역을 애견부라고 부른다. 철망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여러 종류의 개들은 대개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다. 멍멍거리며 소리 질러보았자 입만 아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모란장에 나온 개들은 대개 순한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삶을 체념해서일까? 살아 있는 개들이 바로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개고기를 썩썩 베어서 저울에 달아 파는 것을 보면 조금은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바비큐 한 것인지 또는 삶은 것인지 아무튼 개 한 마리를 통째로 올려놓고 파는 모습을 보면 ‘와, 저거 맛있겠다!’라는 생각보다는 괴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모란시장은 간혹 동물애호가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건 그렇고, 아파트에서 금이야 옥이야 하며 개를 신주 모시듯이 데리고 사는 사람들은 개를 데리고 모란시장의 개고기 가게들을 한번 둘러보아야 할 것이다. 자기가 데리고 사는 귀여운 애완용 개가 자기의 친척 및 친구들의 변한 모습을 직접 목격하게 되면 아파트에서 배부른 타령으로 깽깽거리며 안하무인격으로 짖어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도 자기의 개가 언젠가는 다른 개들처럼 보신탕 또는 개 바비큐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는 일을 하지 않을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신문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신탕집에서는 애완견 고기까지 탕과 찜으로 팔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개고기로 유명한 모란시장이어서 그런지 시장의 한구석에는 보신탕을 파는 식당들이 여러 군데 있다. 애견부 구역에서는 개뿐만 아니라 흑염소도 많이 팔고 있다. 토끼도 보인다.

 

개고기 파는 집들

 

가금부에서는 주로 닭을 판다. 여러 모양의 닭이 모두 모여 있다. 까만 닭을 보니 오골계인 모양이다. 통닭들을 넣어둔 냉장고에는 토종닭이라는 안내장이 친절하게 붙어 있다. 산 닭을 사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아마 모처럼 처가집에 온 사위에게 잡아 주려고 사는 모양이다. 오리도 많다. 가끔은 꿩도 보인다. 얼마 전에는 모란장에서 구입했다고 생각되는 닭과 오리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된 일이 있다. 그래서 모란장의 가금류가 한때 유통 중지가 된 일이 있다. 위생이 가장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큰 걱정은 없다. 업소마다 청결위생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안내문을 써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닭과 오리


장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단골손님들도 있다. 약장수들이다. 햄스터나 뱀을 보여주며 오십견에 좋다는 약을 판다. 약장수의 주위에는 그런줄 알면서도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약장수들은 관중들의 호기심을 끌기위해 커다란 자루 속에 들어 있다는 그 무엇을 꺼내 보일듯 하면서 자꾸 늦춘다. 뒤에 있는 봉고 안의 아가씨가 나와서 허리에 둘러 감고 보여줄 것이니 기다리라고 한다. 약장수는 자루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네발 달린 이무기라고 했다. 배에는 백원짜리 동전만한 비늘이 쫙 깔려 있다고도 했다. 사람들은 기왕 호기심이 발동한 입장에 참고 기다린다. 하지만 봉고 차안에 있는 아가씨는 핸드폰을 들고 재잘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밖으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말솜씨가 워낙 좋은 약장사들은 사람들이 이무기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치약처럼 생긴 물건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거저 준다고 한다. 자기들의 행사를 구경해준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거저 드리는 것이니 걱정 말고 받으라고 한다. 자기들은 약을 파는 약장수가 아니라는 주장도 곁들인다. 다만, 여러분들의 건강을 걱정해서 잠시 좋은 약을 소개하는 것이니 부담일랑 절대로 갖지 말라고 강조한다. 물론 신경통 및 근육통에 좋다는 약을 거저 줄 리가 없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약장수 둘카마라의 아리아가 생각났다. 다른 천막에서는 여장남자 가수의 뽕짝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알록달록한 천 조각으로 누덕누덕 기워 붙인 치마저고리를 입은 장대한 여장남자가 몸을 배배 꼬면서 민요도 부르고 다른 노래도 부른다. 간혹은 관중들의 박수소리가 적다고 야단도 친다. 사람들은 우스워 죽겠다는 듯 갈갈대며 박수를 친다. 무슨 물건을 파는지는 잘 모르겠다. 모란시장의 단골 명물이다. 어쩌다가 여장남자가수라는 직업을 택하였는지 모르지만 재미는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장터에 모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지 않는가?

 

족발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시장의 한쪽은 식당촌이다. 오후쯤 되면 소주를 찾는 사람들이 식당으로 몰린다. 별별 안주가 다 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커다란 문어다리에서부터 소라, 고동, 꽁치 구이, 닭똥집, 순대, 족발, 간, 천엽 등 없는 것이 없다. 참새구이 같이 생긴 것도 있는데 무언지 확인은 하지 못했다. 오리 바비큐는 인기 품목이다. 내장을 뺀 통오리를 숯불에 바비큐해주는 것이다.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한잔하는 것은 시장사람만의 즐거움이리라. 좁은 시장바닥을 두루 헤매며 ‘예수를 믿으시오. 그리하면 너와 네 가정이 구원을 받고 영생을 얻을 것이요!’라는 사명감 있는 선교자들도 반드시 있다. 고무줄 파는 사람도 있다. 고무줄을 누가 살까? 옛날에는 팬티(사루마다)를 묶은 줄이나 치마를 묶은 고무줄이 자주 끊어지는 바람에 고무줄을 사서 상비약처럼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한쪽 구석에는 뱀술을 파는 좌판도 있다. 좌판 위에는 아마 샘플인듯 뱀으로 담근 술이 몇 병 놓여 있다. 팔리지도 않을 것 같은 골동품 또는 민예품들을 벌려 놓은 곳도 있다. 돌을 다듬어 만든 커다란 거북이 등등이다. 가지고 다니느라고 무겁기만 할텐데 그래도 살 사람이 있다고 믿어서인지 그 무거운 것을 이장 저장으로 옮기며 다닌다. 각설이로 분장한 행상도 모란시장의 명물이다. 무슨 포스터와 같은 것을 밀차에 붙여 놓았는데 잘 모르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일 잘한다’는 내용 같았다. 별사람이 다 있다.

 

각종 뱀술. 샘플만 우선 늘어 놓았다.


대개의 시장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모란시장의 상인들도 끈끈한 정으로 뭉쳐져 있는 것 같다. 간혹 단체행동을 하는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좋게 말하여 대외활동이 활발한 모란시장의 상인들이다. 모란시장 멤버들은서울에 나가서 일본교과서의 역사왜곡을 항의하는 집회를 가지기도 했다. 장날의 특별행사도 심심치 않게 열린다. 주로 가요무대이지만 인기최고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정초에 모란장을 일부러 찾아와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들의 애로사항을 듣기도 했다. 그만큼 모란시장은 경기도에서도 무시 못 할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하여 있다. 모란시장이 형성된 것은 1962년쯤이라고 한다. 모란시장의 당면과제? 주로 개와 닭을 파느니만치 위생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개와 닭의 오물처리를 포함해서! 아무튼 모란시장은 활기에 넘친 흥미 있는 시장이다. 없는 것이 없다. 물건 값도 시장이라서 그런지 싼 편이다. 장사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면 ‘이것이 바로 우리의 생활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장사해서 아들딸 대학까지 보내고 시집장가 보냈을 테니까 말이다. 모란장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연다. 그렇다고 시장에 무슨 문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아, 대단한 인파. 그냥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흑염소. 우리도 옆가게의 개와 같은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 토끼다 토끼! 그런데 토끼는 '우린 왜 여기 나왔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라는 주장이다.

늘어서 있는 보신탕 집들. 개고기는 어디서 조달했을까? 소머리국밥, 순대국밥, 곱창볶음....외국인들이 신기해 하는 음식들이다.

돼지 머리. 남대문에서는 그나마 억지로라도 슬며시 웃을수 있었는데...모란에서는 이런 모습이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바비큐하는 고기의 정체를 알수 없으니..돼지갈비인가? 아님 개? 

오후가 되면 언제나 만원인 간이 주점. 소주가 동이난다문어다리 삶은 냄새가 구수하다.

고등어 6마리에 3000원. 한마리에 5백원. 싼가 비싼가? 

 웬 골동품. 자세히 살펴보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잘 알수 없는 별별 골동품이 다 있다. 

 농기구. 섬뜩? 등록하고 팔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김이 무럭무럭나는 두부. 콩은 국산일까 중국산일까? 

 오리 한마리 바비큐. 그 옆의 정어리 구이도 인기. 

 자ㅡ고무줄 사려, 고무줄! 미역인줄 알았네

 자, 만능 채써는 칼이 나왔어요. 나왔어! 구경만하고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생선부 가게들이 제일 많다. 종류도 무척 많다.

 소반과 그릇점. 

 약초집.  

 잡곡부. 중국산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농약을 너무 쳐서 위험하다. 

 주 예수를 믿으라...포터블 스피커까지 휴대. 십자군같다. 그런데 왜 일본말까지 썼을까?

 웬 참기름집이 그렇게도 많은지. 깨는 대부분 중국산?  

 칡사셔 칡. 안사면 그만이구. 

 화훼부에는 선인장들이 수두룩.  앗 따거!

식당골목이다. 위생은?

 

'발길 따라, 추억 따라 > 성남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장산 봉국사  (0) 2011.08.24
양지마을  (0) 2009.11.05
국립과천과학관  (0) 2009.05.11
남한산성  (0) 2009.02.04
중앙공원  (0) 2008.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