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추억 따라/성남 등

국립과천과학관

정준극 2009. 5. 11. 12:58

국립과천과학관

(Gwacheon National Science Museum)


만일 시간이 있으면 모처럼 박물관이나 고궁을 찾아가는 사람은 있어도 과학관이란 곳을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과학관에 가 봤어?'라고 물었더니 '과학관이 뭐 하는데야? 거 공연히 시간 낭비지! 거길 갈 시간이 있으면 낮잠이나 자는게 낫겠다'라고 극단적으로 말하였다. '아, 그래두 아이들 생각해서 한번 가보는 것이 좋지 않아?'라고 조언하였더니 '아이들? 가고 싶으면 지들 엄마하구 가라고 그러지 뭐! 내말은 듣지도 않고 지들 엄마 말은 들으니까...'라고 말한다. 아마 그 사람의 뇌리에는 과학관이라고 하면 그저 아이들이나 가는 곳으로 곰이나 너구리 등 몇마리의 동물, 그리고 두루미와 꿩과 같은 새들을 박제해 놓은 곳, 나비나 장수풍뎅이의 표본을 잔뜩 진열해 놓은 곳, 자전거 페달을 돌려 전기를 일으키게 하는 기계 등을 전시해 놓은 곳이라는 인상만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에다가 뉴톤이니 다윈이니 하는 사람들의 사진 몇장! 그러니 그런 관념에서는 과학관에 대하여 흥미를 가질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러나 그건 어려웠던 시절의 옛날 이야기이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그런 전시물로 과학관이란 간판을 달았겠는가?

 

과학관에 대하여 박제 동물이 있는 곳이라는 선입감을 가지고 있는터에 아이들과 함게 무조건 과천에 갔다고 치자. 과학관과 서울대공원 중에서 어느쪽을 택했을까? 당연히 아이들과 함께 대공원에 가서 물개가 생선을 받아 먹는 재미난 모습도 보고 돌고래가 쇼를 하는 신기한 장면도 구경할 것이다. 따라서 따분하게 과학관에 들어가서 박제 동물이나 보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 보통 사람들의 경우이다. 하지만 과천과학관을 일차 방문했던 사람들은 '천만의 말씀이올시다'라고 말한다. 한번 와서 보기를 아주 잘했다는 생각들이다. 아이들도 대만족이었다는 것이다. 하기야 요즘 아이들 중에는 동물원에 가서 코끼리나 구경하며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며는 코로 먹지요'라는 노래를 좋아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코흘리는 아이들도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그 핸드폰으로 시도 때도 없이 문자 메시지를 날려보낸다. 포켓용 컴퓨터를 가지고 게임을 하느라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런 세상이다. 세상이 그러하므로 대공원 구역에 있는 과천과학관은 현대를 사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하다. 정말 잘 와 보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보다도, 만일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대공원보다 돈을 훨씬 적게 쓴다. 무얼 사먹는데가 2층 매점 밖에 없다. 그리고 과학관 전시장에서는 무얼 먹을수 없다. 반면, 대공원에는 곳곳에 가게들이 있다. 다른데보다 비싼 과자와 음료수를 울며겨자 먹기로 서서 먹어야 한다. 날씨가 더워도 과학관에 들어오면 고생할 필요가 없다. 건물 안이 시원하기 때문이다. 다리가 좀 아프면 편안한 의자에 앉아 쉴수도 있다. 화장실들도 깨끗하다. 식당도 관찮다. 대공원에 갔더라면 더운날에 땀깨나 흘리면서 다리 품을 단단히 팔아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대공원에 갔었다면 별로 한 일도 없는데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와 뻗어 버릴 것이다. 만일 과학관에 갔다가 왔다면 집에 와서 저녁에 늦게까지 TV를 보거나 전날 신문을 뒤적거리며 지낼수 있다.

 

뜻한바 있어서 과천 서울대공원 인근에 있는 국립과천과학관을 가 보았다. 한마디로 대단한 규모의 과학관이다. 건물 자체가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과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내용은? 물론 내가 본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 시카고의 과학산업박물관, 비엔나의 과학기술관, 동경 우에노 공원의 국립과학관 등과는 상대적으로 내용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된다. 그건 그렇고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관장하는 과학관으로는 대전 연구단지에 국립중앙과학관이 있고 서울 창경궁 옆에는 국립서울과학관이 있다. 예전에는 창경궁 옆의 서울과학관이 중앙과학관이었다. 허술했었다. 허술하다보니 불도 났었다. 이제 과천에 국립과학관이 생겼다. 2008년 11월 14일에 문을 열었다. 규모로 보나 시설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과천의 과학관이 중앙과학관처럼 생각된다. 창경궁에 붙어 있는 과학관을 굳이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 것 같다.

 

과천과학관의 위용. 마치 거대한 제트 비행기가 날개를 펴고 막 이륙하려는 것 처럼 보인다.

상설전시관 로비에 있는 인간과 과학의 만남 조형물.


과천과학관은 매일 오전 9시 반에 문을 열어 오후 5시 반에 문을 닿는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공휴일 다음날도 휴관이다. 1월 1일과 설날연휴와 추석연휴에도 휴관이다. 정부가 정하는 임시공휴일에도 휴관이다. 그러므로 잘 알아보고 가야 할것이다. 일반적으로 박물관등은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그런데 과천과학관은  개장시간을 앞뒤로 반시간씩 단축해 놓았다. 그리고 휴관하는 날도 일반 박물관보다 많이 책정해 놓았다. 훌륭한 공무원들인것 같다. 과천과학관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관, 천체투영관, 천체관측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설전시관은 입장료가 어른이 4천원, 어린이와 청소년이 2천원이다. 특별전시관에서는 2009년 5월 현재 다윈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입장료는 어른이 9천원이다. 천체투영관은 어른이 2천원이며 천체관측소는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1천원이다. 천체관측소는 오후 1시반부터 밤 9시반까지 관람할수 있다. 밤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열어 놓아야 하는 것 같다. 입장료야 그렇다고 치고 문제는 과천과학관의 규모가 상당히 커서 하루 종일 보아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라는데 있다. 물론 겉으로만  보며 휙휙 지나치면 1시간 아니라 30분이라도 충분하지만 명색이 국립과학관이므로 찬찬히 살펴보고 또한 실제로 체험도 하면서 관람하면 하루 종일도 모자란다. 과천과학관은 사이언토리움(Scientorium)이라고 부른다. 과학(Science)과 강당(Auditorium)을 합한 말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강당 프로그램을 많이 마련해 놓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안내 팜블릿에 적혀 있는 대로 수많은 신나고 재미있는 시설들 때문에 아이들이 되도록 집에 늦게 갈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야겠다. 아이들이 2층의 식당에서 무얼 사먹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면 곤란하다.

 

특별전시관의 다윈 전시회. 사람들: '사람의 조상이 원숭이인지 한번 들어가서 볼까?' 다윈: '난 그런 얘기 한적이 없는데...'

 

상설전시관의 1층에는 기초과학관(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어린이 탐구체험관(에너지를 만드는 사람, 자연을 가꾸는 사람 등), 명예의 전당, 연구성과 전시관, 첨단기술관(정보통신, 생명과학, 에너지환경 등)이 있다. 작동체험이 과반수 이상이다. 명예의 전당에는 조선시대로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과학기술인들이 헌정되어 있다. 현재 조선시대 인물 8분, 개화기 이후 현대까지의 과학기술인 17분이 헌정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인물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화약무기를 만든 최무선, 세계 최초의 측우기를 개발한 장영실, 동의보감을 완성한 허준, 대동여지도를 작성한 김정호등이 소개되어 있다.

 

현대의 인물로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훌륭한 과학기술인들이 헌정되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의사인 김점동(박에스더), 농학자 우장춘, 역시 농학자인 조백현, 화학자 이태규, 화학공학자 안동혁, 나비박사 석주명, 화학공학자 김동일, 의학자 장기려, 농학자 현신규, 조선공학자 김재근, 화학자 김순경, 금속학자 최형섭, 수학자 이임학, 이론물리학자 조순탁, 바이러스학자 이호왕, 소립자물리학자 이휘소등 17분이다. 이분들의 명단을 보면서 심사위원들이 이분들을 최종적으로 선정하느라고 대단한 토의를 했겠구나 라는 생각을 막을수 없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분들의 연고자들과 제자들이 섭섭함을 금치 못했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학분야에서는 지석영과 같은 위대한 분이 포함되지 않아 섭섭하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리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 분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는데 그것도 좋지만 어린 아이들이 꿈을 가질수 있도록 전자 장비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조금 밋밋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분들의 업적에 대하여도 뚜렷한 소개가 필요하다. 추상적으로 무슨 무슨 일에 기여하고 하는 식의 설명은 곤란하다. 최형섭 박사님을 예로 들어서 송구하지만,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7년반을 재직하며 대덕연구단지 신설 등 현대적 과학기술체제를 마련했다.'는 설명은 크게 공감을 주지 못한다. 공무원의 신분으로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함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세계를 놀라게 한 그 분의 학문적인 업적을 소개함이 어린이들에게 더욱 희망과 꿈을 주는 얘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명예의 전당. 다음은 누구일까? 궁금해 하는 어린이들.

명예의 전당에 전시되어 있는 자료들. 위대한 인물들은 검소한 생활을 했다. 노트도 아껴서 썼다.

 

연구성과 전시관을 총정리해 놓은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연구기관이란 연구기관은 모두 망라하여 그들의 연구성과를 홍보하는 코너이다. 많은 노력들을 기울여 놓았다. 원자력연구원에서 만들어 놓은 입체설명은 대단히 흥미 있다. 눈이 어질어질하다. 그나저나 과학관의 주고객은 어린이들인데 각 연구소에서 준비해 놓은 설명 자료들은 어린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아이들은 설명판넬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그저 훑어본 후 지나가 버린다. 과천과학관 팸플릿의 표지에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그려저 있다. 간단히 말해서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관이라는 뜻이리라. 그런데 대부분의 설명들, 특히 연구 성과 전시관에서의 설명은 어린이를 상대한 한 것이 아니라 전문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이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그리고 각 부스마다 시청각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곳저곳의 스피커에서 서로 내레이션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가 않아 오히려 결치가 아프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전시 코너. 방사선과 환경'에 대하여 알아보자. 한 아이: "저 숫자는 무엇이고 저 단위는 무엇이지?" 다른 아이: "글쎄...나도 몰라!"


2층에는 첨단기술관(항공, 우주, 기계, 소재 등), 자연사관(우주와 지구, 한국의 지질, 진화와 화석기록, 한반도의 생태계 등), 전통과학관이 있다. 아이들은 첨단기술관의 우주여행과 비행기에 무척 많은 관심을 보였고 자연사관에서는 공룡들의 모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었다. 과천과학관의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럴 능력도 없다. 각자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끼고 해야 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www.scientorium.go.kr을 찾아가면 알수 있다. 그런데 과학기술부에서 퇴직한 몇 공무원들이 과학관 도우미로 일하고 있었다.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이 과학관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수시로 회의를 하고, 자료수집차 해외출장을 다니고, 이런 저런 단체들에게 용역을 주어 보고서를 만들어내고, 수많은 제작 업자들과 계약을 맺느라고 접촉을 하고, 사람들을 채용하고, 자동판매기 하나를 놓더라도 입찰을 하고.....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피땀과 같은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짐작코도 남음이 있다. 그런 공무원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수 없다. 물론, 나중에 어떤 계기를 통해 훈장들을 받겠지만...

 

신기한 뇌파검사. 도우미: "자, 집중해요, 집중!" 아이들: '집중 좀 하려고 하면 자꾸 집중하라고 그래서 집중하지 못하겠어요'

 로봇무대. '로봇에게 물어 봅시다. 좋아하는 노래가 무어냐고?' '로봇아,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이니?'

로봇: '대답은 이미 준비되어 있어! 걱정마' ."와..".아이들의 깔깔 대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진다.

 마법의 유리. '유리창 앞에서 손만 저어도 투명한 유리로 바뀌네. 정말 신기하다.'

 비행기 코너. 아이: '엄나, 나 비행기 탈래! 지금 당장' 엄마: '너 맞을래?'

 우주선. 우주선이라서 높은데 있나보다.

 우주선 발사 체험. 카운트다운 시작! 엄마:  '하나, 둘, 셋, 넷...' 아이: '아니야, 넷, 셋, 둘,  하나야! 엄만 잘 알지도 못해!' 아니? 그런데 누가 엄마와 아들이 아니랄까봐 모두 줄무늬가 있는 옷을 입었네요. 

 전자통신코너. 와, 손 봐라, 손!

 억, 공룡이다. 공룡. 진짜 화석일까 그렇지 않으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색칠만 한 것일까?

 호랑이가 사슴을 물었네. 불쌍한 사슴. 하지만 호랑이도 먹고 살아야지.

 옛날 기와집 짓는 장면. 아이들 지나가면서: '기와집 짓는게 너무 신기해서 죽을 지경이어요.' 

내가 찍은 독사진. 독 안에 뭐가 있을까? 간장, 된장, 고추장이 아니라 콤퓨터 모니터가 있지요.

 봉화대. 엄마: '그래 여기서 오래오래 보자. 사람들이 없으니까' 아이: '와, 신기하다. 여긴 사람들이 없네'

추억의 영화관에서는 심심하던 판에 옛날 영화를 볼수 있다. 김승호도 나오고 황정순도 나온다. 그런데 '추억의 영화관'이라는 타이틀 아래의 영어 표현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오히려 Matinee Special 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으로 이해하기 쉬을것 같다.

야외의 천체관측관과 우주선 발사대

 

야외에 있는 나래쇠북. 전통적인 한국 종의 모습에 3,080개의 스피커를 달았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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