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보이스(Two Boys) - 두 소년
니코 뮬리의 아바타 오페라
제이크가 만들어낸 아바타인 레베카와 브라이언
세상에 별별 장르의 오페라가 다 있지만 시대의 변화 및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번에는 '아바타 오페라'까지 등장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청년 작곡가인 니코 뮬리(Nico Muhly)가 작곡하고 미국의 극작가인 크레이그 루카스(Craig Lucas)가 대본을 쓴 2막의 '투 보이스'(Two Boys)라는 오페라가 이른바 말하는 아바타(Abatar) 오페라이다. 온라인상의 사이버공간에서 펼쳐지는 사건이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출연자들이 대개 랩탑(노트북)을 들고 나와서 노래도 부르고 연기도 한다. 아바타라는 말은 이미 영화 '아바타'로 우리 귀에 생소하지 않은 단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바타라는 말은 가상세계, 즉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시각적 이미지를 말한다. 다시말해서 온라인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말한다. '투 보이스'가 아바타를 모티브로 삼은 오페라이므로 무대는 환상과 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공간이 된다. 주인공 중의 한 사람인 스트로슨 형사는 바로 이같은 온라인의 환상세계에서 현실을 분리해 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자면 그 자신도 온라인의 사이버 공간으로 들어가야 했다. '투 보이스'는 인터넷의 어두운 면에 대한 경고성 작품이다.
'투 보이스'의 환상적인 무대
'투 보이스'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작곡을 의뢰한 것이지만 2011년 6월 24일 런던의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ENO)가 런던의 콜리세움에서 처음 공연했다. 연출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장감독인 바틀레트 셰르(Bartlett Sher: 1959-)가 맡았다. '바트'(Bart)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바틀레트 셰르는 2008년에 브로드웨이 리바이벌인 '남태평양'(South Pacific)으로 토니상을 받은 재능있는 연출가이다. '투 보이스'는 런던 초연에서 대단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스트류슨 형사는 이 사건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스스로 채팅방에 들어간다. 그래서 브라이언이 말하는 이야기에서 환상으로부터 사실을 분리코자 한다.
'투 보이스'는 2013년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뉴욕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메트에서의 공연은 영국의 ENO가 제작비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런던 콜리세움에서의 공연도 메트가 상당한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오페라 '투 보이스'는 폭력적인 범죄에 대한 경찰의 조사 내용을 내레이션 스타일로 진행하는 구조이다. 미국의 오페라단이 작곡을 의뢰했고 미국의 작곡가와 미국의 극작가가 완성한 작품이지만 무대는 영국이다. 그래서 아마 미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초연되었는지도 모른다. 2003년 만체스터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만체스터는 영국 산업혁명의 본고장인 도시로서 오늘날에도 컴퓨터공학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수준이 높은 곳이다. 컴퓨터의 채팅방에서 살다시피하고 있는 두 명의 10대 소년이 주인공이다. 하나는 16세의 브라이언(Brian)이고 다른 하나는 13세의 제이크(Jake)이다. 콤퓨터 재능은 어린 제이크가 더 뛰어난 모양이다. 제이크는 여러 명의 온라인 인물들을 만들어 낸다. 레베카, 휘오나, 피터, 올더 제이크(Older Jake) 등이다. 아바타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바타들이 브라이언에게 실제 인물인 제이크를 죽이라고 설득한다. 살인은 미수로 끝났다. 하지만 이 살인미수 사건은 당시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커다란 물의를 빚었다. 콤퓨터가 사람까지 죽인다고 하며 앞으로 걱정이라는 소리가 높았다.
BBC 웹 뉴스에서 이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본 니코 뮬리는 흥미를 느끼고 오페라로 만들고 싶어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니코 뮬리의 아이디어를 가상히 여겨 후원키로 했다. 그리하여 '투 보이스'가 태어났다. 새로운 음악, 새로운 오페라, 그리고 완전히 현대적인 스토리의 작품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오페라라고 하면 시놉시스가 있어서 사람들이 그걸 미리 읽고 사전 지식을 가진 후에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이 보통이다. 전체 내용을 알고 오페라를 관람하면 이해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 보이스'의 경우에는 시놉시스가 없다. 2003년 만체스터에서의 살인미수 사건을 다룬 내용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오페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사전 안내문은 없다. '결과를 알고 보는 오페라가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전체 스토리는 출연 성악가들을 비롯한 제작진들만이 알고 있다. 그리고 공연 때마다 내용이 조금씩 차이가 날수 있다. 그것이 진짜 오페라를 감상하는 재미라는 얘기다.
랩탑을 들고 있는 브라이언 주위의 사람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사건수사를 담당한 형사반장은 앤 스트류슨(Anne Strewson: MS)이다. 두 소년은 브라이언(T)과 제이크(보이 소프라노)이다. 아바타인 제이크는 바리톤이다. 또 다른 아바타인 레베카(S), 휘오나(MS), 피터(B-Bar) 등도 등장한다. 이외에 앤느 스트류슨 형사의 어머니(MS), 제이크의 어머니인 신시아(Cynthia: S), 브라이언의 어머니(MS), 브라이언의 아버지(Bar), 의사(B), 저명인사(T), 미국의 의회의원(T), 미국의회 의원의 사환(T)등이 나온다. 런던 콜리세움에서의 초연에서는 앤 스트류슨을 메조소프라노 수잰 비클리(Susan Bickley)가 맡았다. '투 보이스'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다양했다. 가디언지(The Guardian)는 '투 보이스'를 '완전히 모던한 오페라이다. 혼란스럽기도 하고 도전이기도 하다'고 썼다. 인디펜던트지는 작곡은 물론 대본과 무대 연출이 뛰어났음을 크게 찬양했다. 데일리 메일은 '우리 시대를 생각케 하는 오페라디아. 실제로 인터넷 범죄를 다룬 것이어서 경종을 준다'고 썼다. 공연전문지인 The Stage(스테이지)는 대본의 훌륭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뮬리의 음악은 사운드트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코 뮬리는 '투 보이스'가 다큐멘타리 작품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투 보이스'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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