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니코 뮬리의 '다크 시스터스' - 13

정준극 2012. 12. 30. 21:11

다크 시스터스(Dark Sisters) - 음울한 부인들

니코 뮬리의 2막 어메리칸 고틱 오페라

 

'다크 시스터스'의 한 장면. 엘리자 역의 소프라노 케이틀린 린치

 

최근에 국제적으로 대단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미국 출신의 작곡가가 한 사람이 있다. 니코 뮬리(Nico Muhly)이다. 1981년에 태어났으므로 2013년으로 32세이다. 어느덧 중년이 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음악 작곡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게 되었다. 니코 뮬리는 미국 버몬트 주에서 태어났고 로드 아일랜드 주에서 자랐으며 줄리아드에서 작곡을 공부한 뛰어난 재능의 인물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작곡가로서 공부한 사람은 아니었다. 콜럼비아에서 영어학을 전공했다. 그러다가 어릴 때부터의 재능인 음악을 버릴수 없어서 작곡에 전념하게 되었다. 니코 뮬리는 현재까지 여러 작품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중에는 두 편의 오페라도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이번에 소개하는 '다크 시스터스'(Dark Sisters)이고 다른 하나는 '투 보이스'(Two Boys)이다. '투 보이스'는 이른바 아바타(Abartar) 오페라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투 보이스'에 대하여는 별도로 소개코자 한다. '다크 시스터스'는  2012년 6월 8일 필라델피아 오페라가 공연했다. 뉴욕의 고탐 실내오페라(Gotham Chamber Opera) 및 음악극장 그룹(Music-Theater Group)과 공동으로 제작했다. 그 전에는 2011년 11월 고탐실내오페라가 간략히 공연한바 있다. 대본은 미국의 청년극작가로서 최근 '예언자의 아들들'(Sons of the Prophet)이라는 희곡으로서 관심을 끈 스테픈 캐램(Stephen Karam)이 썼다.

 


 

작곡가 니코 멀리와 대본을 쓴 스테픈 캐램

 

'다크 시스터스'는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는 종교집단의 세계에서 한 여인이 자아발견을 위해 몸부림친다는 내용이다. 그 여인(엘리자)은 다름아닌 일부다처제를 인정하고 있는 근본주의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FLDS:  Fundamentalis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 Day Saints) 교회에 속하여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보통 몰몬교라고 부르는 종교단체의 아류단체라고 볼수 있다. '다크 시스터스'는 가부장적인 또는 남성위주의 FLDS 에서 여인을 중심인물로 삼은 작품이다. 이 오페라의 대본은 대체로 FLDS 근거지에 대한 두번에 걸친 유명한 불시단속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당국은 1953년에 아리주나 주의 쇼트 크릭(Short Creek)에 있는 FLDS 근거지에 대하여 불시단속을 했고 그 다음에는 2008년에 텍사스 주 엘도라도에 있는 '열망의 시온목장'(Yearning For Zion Ranch)이라는 근거지를 불시단속한바 있다. 말이 단속이지 실제로는 공권력을 앞세운 급습이었다. 이 급습사건들은 그때마다 세간의 깊은 관심을 받았으며 아울러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일이 있다.


다크 시스터스

 

스테픈 캐램은 대본을 작성함에 있어서는 무려 80명 이상이나 되는 조셉 스미스(Joseph Smith)와 브리검 영(Brigham Young)의 부인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들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한 끈질긴 노력으로 증빙자료들을 수집했기 때문에 이 오페라의 공연과 관련하여 몰몬교로부터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다. 필라델피아 오페라의 공연에는 유명 성악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놀랄만한 앙상블이었다. 마치 스타들의 경연장과 같았다. 주인공이라고 할수 있는 엘리자는 미국이 자랑하는 소프라노 케이틀린 린치(Caitlin Lynch)가 맡았고 이밖에도 제니퍼 체틀란(Jennifer Zetlan), 이브 길리오티(Eve Giglioti), 마가렛 래티모어(Margaret Lattimore), 제니퍼 체크(Jennifer Check)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등장했다. 필라델피아 공연의 무대감독은 브로드웨이 감독으로서 수상경력이 많은 레베카 타이크만(Rebecca Taichman)이 맡았고 음악지휘는 고탐음악감독인 닐 고렌(Neal Goren)이 맡았다.

 

'다크 시스터스'의 무대. 엘리자 역의 케이틀린 린치(Caitlin Lynch)

 

1막. 초승달이 하늘에 떠 있는 밤이다. 주위의 모습은 황량하다. 붉은 땅, 날카로운 절벽, 끝없이 펼쳐진 파란 밤하늘...이것들은 미국 남서부 어느 곳에 있는 일부다처주의자들의 단지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다섯 명이나 되는 예언자의 부인들이 절망에 빠져 울고 있다. 주당국이 경찰력을 동원하여 이들의 가택들을 급습하고 이들의 아이들을 어머니들로부터 떼어 갔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들의 단지를 급습한 것은 미성년의 어린 아이들이 어머니들로부터 학대받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 큰 아이들은 이들의 종파 사람들하고만 결혼하도록 강요를 당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다섯명이나 되는 부인네들을 거느린 남편은 하나님의 예언자로 택함을 받았다고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자기는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고 있다는 것을 내세웠다. 이 사람은 경찰이 자기의 아이들을 데려가자 하나님으로부터 이 아이들이 돌아온다는 확실할 대답을 받기 위해 광야(사막)로 간다. 예언자는 사막으로 가기 전에 부인들에게 자기가 집을 떠나 있는 중에 '서로 화목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당부한다. 그러면서 완전한 순종만이 구원을 받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다섯 부인들은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네번째 부인인 엘리자(Eliza)는 자기의 딸 루신다(Lucinda)의 모습을 떠올린다. 엘리자는 다른 부인들과 떨어져서 혼자 자기 방에 있다. 엘리자의 방은 성경말씀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벽에는 지난 날의 예언자들의 초상화들이 걸려 있는 것이 희미하게 보인다. 분위기가 이러다보니 엘리자는 그러지 않아도 심란한 터에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며 상심에 빠져 있다. 엘리자는 특히 결혼하던 날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엘리자는 단지 열 여섯 살이었다. 엘리자는 나이 많은 예언자와 결혼하는 것이 두려웠다.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수 없이 결혼해야 했고 이제는 딸까지 두었다. 엘리자는 자기의 딸 루신다가 자기와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엘리자는 이런 생활에서 어떻게 탈출해야 할지 모른다. 모른다기 보다는 상상조차 할수 없다. 엘리자는 바깥 세상에 친구도 없다. 바깥 세상에 대하여 아는 것도 없다. 다만, 돈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엘리자는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엘리자로서 바깥세상에 나가서 집을 구해 산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다.

 

다섯 부인 모두 예언자라는 사람의 부인들이다. 세사람은 순종파이고 하나는 정신이상자이며 엘리자는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밤이 지나고 서서히 먼동이 터온다. 엘리자는 악몽과 같은 지난 밤을 네명의 다른 '자매부인'(Sisterwives)들과 함께 지냈다. 알베라(Almera)는 밤새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에 대한 생각으로 시달렸다. 자기와 똑같은 길을 걸었던 어머니와 할머니가 마치 알베라에게 '너도 어쩔수 없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괴로워 했다. 프레센디아(Presendia)와 치나(Zina)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밤새도록 일만했다. 프레센디아와 치나는 자매이다. 두 자매부인은 노동이야말로 순종의 모델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자기의 남편이 어서 돌아와서 자기만을 찾아 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루스(Ruth)는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비참하게 일찍 죽은 두 아들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루스가 예언자의 서재에서 루신다의 이름이 적힌 어떤 편지 한장을 발견하고 그것을 엘리자에게 준다. 편지에는 엘리자의 어린 딸인 루신다를 나이가 거의 60 이나 되는 남자와 결혼시키려는 계획이 적혀 있다. 엘리자는 아직도 어린 루신다의 장래가 벌써부터 결정되어가고 있는데 대하여 큰 충격을 받는다. 엘리자는 이제는 어쩔수 없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바깥 세상에 나가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현재 살고 있는 집단을 탈출할 생각이다. 잠시후 예언자가 돌아온다. 엘리자는 예언자에게 자기와 함께 밤을 보내자고 간청하여 그렇게 된다. 엘리자는 남편인 예언자로부터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엘리자는 다음날 예언자를 졸라서 함께 멀리 나들이를 나갈 생각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외부세계와 접촉할 기회를 갖기 위해서이다. 한편, 다른 네명의 여인들은 남편인 예언자가 엘리자의 방에서 밤을 지내게 되자 질투심과 슬픔과 그리움 등등으로 속이 상해 있다.

 

예언자와 다섯 부인들

                           

2막. 같은 무대이지만 장면은 둘로 나뉘어져 있다. 한 장면은 단지내에 있는 커다란 회의장이다. TV 카메라 앞에 부인들이 앉아 있다. 다른 장면은 LA에서 TV 사회자로 유명한 킹(King)이 위성으로 부인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인들은 말을 하는데 매우 조심스럽다. 잘못했다가는 예언자의 명예를 더럽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이다. 루스는 TV 카메라를 통해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기에게만 집중되고 있다고 생각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결국 루스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밖으로 나간다. 나머지 부인들은 비록 TV에 출연한다는 것이 두렵고 떨리지만 쇼를 계속한다. 엘리자는 하고 싶은 얘기를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초조하다. 그러다가 크게 결심이나 한듯 입을 열고 우선 자기가 미성년일 때에 결혼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밝힌다. 엘리자는 카메라의 앞에 있는 기회를 이용하여 딸 루신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싶다. 아니, 그것은 온 세상을 향한 외침이기도 했다. 엘리자는 루신다에게 믿음을 가지라고 소리친다. 그러면서 자기는 하늘로부터 메시지를 별도로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고 말한다. 그 메시지라는 것은 '침묵의 고통을 주는 남자들과 작별을 하라. 거짓 예언자만이 그런 일을 요구한다. 비록 너의 앞에 낭떨어지 절벽이 있고 붉은 사막이 있다고 해도 두려워하지 마라. 헤치고 나가라. 이것이 너를 위한 나의 간절한 바람이다. 시온의 딸들아, 희망을 가지고 기도하라.'이다. 엘리자가 그렇게 소리치자 일순 회의실 안에서는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일어난다. 엘리자의 다른 자매부인들은 엘리자가 자기들을 배신했다고 생각하여 도저히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다.

 

어떤 부인은 예언자의 말에 무조건 순종하는 것이 믿음이라고 믿고 있다.

 

그날 늦은 밤, 루스는 단지내의 절벽 꼭대기에 올라 앉아 있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루스는 하루 종일 아무도 없는 계곡과 언덕을 걸어다니며 자기를 고통에서 구원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두 아들과 하늘나라에서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루스는 마침내 언덕 꼭대기에서 절벽 아래로 뛰어 내려 죽음을 마지한다. 며칠후 루스의 장례식이 열린다. 경찰이 데려갔던 아이들이 다시 돌아온다. 엘리자가 나타나자 다른 부인들이 엘리자를 비웃고 비난한다. 루신다는 엄마인 엘리자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속상하다. 루신다는 엘리자가 믿음을 잃고 영생을 얻지 못할 것 같아서 화가 난다. 루신다는 엘리자가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루신다는 단지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 엄마와 함께 있지 않고 오히려 다른 부인들과 함께 어울린다. 엘리자는 그런 딸의 모습을 보고 딸에게 더 이상 이곳을 떠나라고 강요할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저 바람이 있다면 루신다를 다시한번 보는 것이다. 엘리자는 언제까지라도 루신다를 기다리며 언제까지라도 루신다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한다. 잠시후 엘리자는 단지를 벗어나 어디론가 정처 없이 걸어간다.

 

무대의 한쪽에서는 예언자의 다섯 부인들이 TV 카메라 앞에 앉아서 인터뷰를 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유명한 TV 사회자인 킹이 LA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화면에 나타난 부인이 엘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