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에르나니'(Ernani)
'에르나니'는 오페라의 황제 베르디의 다섯번째 오페라이다. 그때 베르디는 31세였다. 4막의 '에르나니'는 지금부터 약 170년 전인 1884년에 베니스에서 초연되었다. 베르디는 '에르나니'를 오페라의 장르 중에서 드라마 리리코(dramma lirico)라고 불렀다. 서정적 드라마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리라. 고상하게 말하면 서정적 드라마이고 일반적으로 말하면 그냥 비극이다. '에르나니'는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Francesco Maria Piave)가 대본을 썼다. 피아베는 베니스 출신으로 당시 34세의 젊은 시인이었다. 원작은 빅토르 위고의 '에르나니'(Hernani)이다. '에르나니'의 무대는 스페인이다. 타이틀 롤인 '에르나니'는 스페인의 귀족이었으나 국왕에게 반기를 든 반도들의 두목이 된 사람이다. 에르나니가 이끄는 반도들은 실은 산적들이다. '에르나니'의 기둥 줄거리는 엘비라라고 하는 아름다운 귀부인을 세 사람이 사랑함으로서 생기는 이야기이다. 스페인의 국왕인 돈 카를로가 사랑하고 있고 스페인의 귀족 중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귀족인 돈 실바가 사랑하고 있으며 그리고 타이틀 롤인 반도들의 두목 에르나니가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세 사람 중에서 엘비라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에르나니이다. 늙은 돈 실바는 엘비라의 삼촌으로 이미 오래전에 엘비라의 결혼이 정략적으로 결정되어 있었다. 국왕인 돈 카를로는 아름다운 엘비라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중에 엘비라가 돈 실바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것을 알고 엘비라를 측은하게 여겨서 동정하게 되었고 이윽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엘비라가 에르나니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서 관용을 베풀어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한다. 하지만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비통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돈 카를로는 나중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된 카를로(샤를르) 5세이다. 그러므로 오페라 '에르나니'의 시대적 배경은 16세기 초반으로 되어 있다.
메트로폴리탄의 '에르나니' 공연. 엘비라에 안젤라 미드(Angela Meade), 실바에 살바토레 리치트라(Salvatore Licitra), 카를로에 드미트리 흐보로스토브스키(Dmitri Hvorostovsky). 2012년
우선 베르디가 '에르나니'를 작곡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1843년 6월에 베르디는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과 새로운 오페라의 작곡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베르디는 빅토르 위고가 1830년에 발표한 에르나니(Hernani)를 오페라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우선 대본이 필요했다. 베르디는 베니스 출신의 시인인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Francesco Maria Piave: 1810-1876)를 만나 빅토르 위고의 희곡 '에르나니'를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피아베는 베르디를 처음 만나지만 밀라노에서 '나부코'로 대성공을 거둔 촉망 받는 젊은 작곡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로부터 베르디와 피아베의 협동은 시작되었다. 사족이지만, 피아베는 다른 작곡가들을 위해서도 오페라 대본을 다수 제공했지만 베르디를 위해서 특별히 여러 대본을 만들었다. '두 사람의 포스카리', '아틸라', '맥베스', '해적', '스티펠리오',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시몬 보카네그라', '운명의 힘'은 모두 피아베가 대본을 쓴 것이다. 그러므모 피아베가 없었다면 베르디도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감동적인 음악인 '에르나니'가 탄생했다.
베르디와 콤비를 이루었던 위대한 대본가 프란체스카 마리아 피아베. 그는 '에르나니' 이외에도 베르디를 위해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아틸라' '시몬 보카네그라' '운명의 힘' '맥베스' 등의 오페라 대본을 썼다.
1844년 3월 9일,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의 '에르나니' 초연을 큰 인기를 끌었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오페라로 만들었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나부코'로 성공한 베르디의 또 다른 작품으로 가슴을 저미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웅대한 합창이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베니스에서는 1844년 말에 베르디의 또 다른 오페라인 '두 사람의 포스카리'가 초연된 것도 기록에 남을 사항이다. '에르나니'는 베르디의 경력에 있어서 일대 전환점을 마련해준 작품이었다. '에르나니' 이전의 베르디의 오페라들은 모두 밀라노의 라 스칼라를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러므로 베르디는 라 스칼라와 같은 큰 무대를 위한 오페라에 익숙해 있었다.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은 무대가 작았다. 작은 무대에 적합한 오페라를 만들려면 웅장한 합창 장면 보다는 개인적인 번뇌 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베르디는 라 페니체처럼 작은 무대를 위해서 라 스칼라와는 다른 세밀한 인간관계를 다룬 작품을 만들어야 했다. 베르디로서는 가히 혁신적이라고 할수 있는 작곡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베르디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인 '넘버링' 구조를 변경해야 했다. 넘버링이라는 것은 아리아, 앙상블, 합창 등을 마치 독립된 곡처럼 되어 있어서 순서대로 번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에르나니'가 처음 공연되었던 베니스의 라 페니체(La Fenice)극장의 오디토리움. 사실 극장의 객석은 높기만했지 별로 넓지는 않다.
베르디의 혁신적인 작곡기법은 '에르나니'에서 찾아 볼수 있다. 1막 1장에서 에르나니가 엘비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이 있다. 에르나니는 엘비라를 엘비라의 약혼자인 돈 실바로부터 빼앗아가고 싶어한다. 이 때의 카바티나는 전통적인 더블 아리아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베르디는 전반부인 Come rugiada al cespite의 균형을 바꾼다. 실바에 대한 에르나니의 집착과 강박관념을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다음 장면에 나오는 엘비라의 카바티나도 마찬가지로 확장되어 있다. 그 다음에 나오는 엘비라와 돈 카를로스의 듀엣은 베르디 듀엣의 전형을 보여주는 첫번째 케이스이다. 전반부는 짧은 선언과 같은 레치타티브 형태로 되어 있다. 그것을 오케스트라가 멜로디로 이어 받도록 했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주인공들이 서로 상반되는 멜로디를 갖도록 했다. 카를로스의 멜로디는 서정적이며 엘비라의 멜로디는 도전적이어서 서로의 감정을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2막 중간의 Recitative e Terzo 이다. 가장한 에르나니가 엘비라와 실바와 마주친다. 이어서 트리오가 나오지만 이것은 기본적으로 에르나니의 솔로, 그리고 엘비라와 에르나니의 듀엣을 혼합한 것이다. 2막의 마지막에서 에르나니가 실바와 목숨을 건 참으로 어리석은 거래를 할때에 금관악기들이 서곡에 나왔던 소절을 강조하여 연주한다. 이 소절은 이 오페라의 피날레 장면에서 다시한번 나온다. 3막의 정점은 카를로스의 아리아인 O de' verd'anni mieo 이다. 카를로스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선출 되었는지를 기다리며 부르는 아리아로서 자신이 올바르고 공의로운 사람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다. 종전에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카를로의 아리아는 이 장면에서 노래가 진행될수록 더욱 폭넓고 확신에 넘친 표현으로 변한다. 4막의 피날에 파트에서 실바가 에르나니에게 지난 날의 약속을 지키라고 엄숙하게 말할 때에 금관악기들이 장엄한 코드를 연주한다. 마치 에르나니를 죽음으로 몰아 넣는 것과 같은 표현이다.
'에르나니'의 런던 초연은 베니스에서 초연이 있은지 꼭 1년 후인 1845년 3월 8일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1847년 4월에는 뉴욕에서 미국 초연이 있었다. 오늘날 '에르나니'는 그다지 자주 공연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메트로폴리탄의 목록에는 일찍이 1903년부터 포함되어 있었다. 1903년이라고 하면 메트로폴리탄이 바그너의 '파르지팔'을 바이로이트의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고 공연하여 물의를 일으켰던 바로 그 해이다. '에르나니'가 19세기 후반에 자주 공연이 되지 않았던 것은 내용에 국왕을 암살하려는 음모가 있기 때문에 당국들이 제재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메트로폴리탄에서는 2008년까지 88회의 '에르나니' 공연이 있었다. '에르나니'는 어쩐 일인지 1800년대에는 더 이상 공연되지 않았으며 190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 샌프란시스코(1982), 시카고(1984), 라 스칼라(1984), 메트로폴리탄(1985)에서 공연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메트로폴리탄에서 2008년에 공연한 것은 1985년의 메트로폴리탄 공연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른 오페라단에서는 그동안이라도 간혹 공연하여 관심을 끌었다. 사라소타 오페라단은 2013년 베르디 탄생 200 주년을 미리 기념하여서 1997년 시즌에 '베르디 사이클'이라는 프로그램 아래 '에르나니'를 공연하였다. 파르마 레지오극장(Teatro Regio di Parma)도 비슷한 목적으로 2005년에 '에르나니'를 공연하였다. 지금은 문을 닿은 오페라 보스턴은 2008년 5월에 '에르나니'를 공연하였다. 오페라 보스턴은 희귀 오페라를 중점적으로 공연해 왔다. 2009년 3-4월에는 멜본시립오페라단이 공연했다. 2009년 10-11월에는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프로그램에 포함되었다. 메트로폴리탄은 2012년에 6회의 리바이발 공연을 가졌다.
엘비라의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 장면
이제 출연진을 소개한다. 타이를 롤린 에르나니(T)는 산적의 두목이지만 실은 아라곤 영주의 아들이었다. 나중에 신성로마제국의 새로운 황제로 선출된 돈 카를로 스페인 국왕의 배려로 아라곤 영주라는 직함을 회복하고 영지를 다시 찾는다. 돈 카를로(Bar)는 스페인의 국왕으로 나중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선출괴는 카를로 5세이다. 보통 역사책에서는 샤를르 5세라고 부르는 인물이다. 돈 루이 고메즈 데 실바(B)는 스페인의 귀족 중에서 가장 지체가 높은 귀족이다. 스페인에서는 그런 귀족을 그란데(grandee)라고 부른다. 엘비라(S)는 돈 실바 공작의 조카이면서 돈 실바와 결혼키로 되어 있는 귀부인이다. 조반나(S)는 엘비라의 유모이다. 돈 리카르도(T)는 국왕인 돈 카를로의 시종이다. 야고(Jago: B)는 돈 실바의 시종이다. 이밖에 산적들, 반도들, 왕의 수행원들, 기사들, 하인들, 귀족들, 귀부인들이 등장하며 합창을 맡는다. '에르나니'의 시기는 1519년이며 장소는 스페인의 아라곤과 사라고사(Zaragoza), 그리고 독일의 아헨(Aachen)이다. '에르나니'의 막마다 부제가 붙어 있다. 1막은 산적들(The Bandit), 2막은 손님들(Guest), 3막은 자비(Clemency), 4막은 가면(The Mask)이다. 이제 스토리로 들어가보자.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시기는 1519년으로 못박혀 있다. 1519년이면 우리나라 중종 14년으로 조광조와 관련한 사화가 일어난 해이다. 그리고 오페라 '에르나니'가 초연된 1844년은 우리나라 헌종 10년이다.
1막. 산적. 아라곤의 돈 후안은 스페인 내전에 참가했다가 직함과 재산을 모두 잃는다. 돈 후안은 에르나니라는 이름으로 산속으로 피신하여 산적들의 두목이 된다. 어느날 산적들이 에르나니에게 어째서 그렇게 우울하냐고 묻자(합창: Eviva! Beviam! Beviam!: 만세, 마시자, 마시자) (합창: Ernani pensoso!: 에르나니, 어찌하여 우울한가? 강한 사람이여 그대의 이마에 근심이 앉아 있도다.) 에르나니는 엘비라라고 하는 아름다운 귀부인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엘비라가 자기의 삼촌인 돈 루이 고메즈 데 실바와 강제로 결혼하게 되어 괴로운 심정이라고 말한다. 에르나니는 그러면서 위험을 무릅쓰고라고 엘비라를 구출할 생각이라고 말한다(에르나니의 카바티나: Come rugiada al cespite: 꽃들이 해를 바라보는 것처럼). 산적들은 에르나니를 위해 실바의 성으로 진격한다.
엘비라는 다가올 결혼에 대하여 근심이 가득하다. 시녀들이 웨딩 드레스를 포함한 결혼 선물들을 가져오지만 엘비라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반면에 엘비라는 이날 밤에도 에르나니가 찾아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엘비라의 아리아: Ernani!, Ernani!, involami: 에르나니, 나를 구해주세요). 엘비라는 에르나니에 대한 사랑을 다시한번 굳게 다짐한다(엘비라의 아리아: Tutto sprezzo che d'Ernani: 내 마음에 에르나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모든 것을 경멸하도다). 그때 스페인의 국왕인 돈 카를로가 평범한 농부로 가장하여 엘비라를 찾아온다(어떤 버전에는 여자 갑옷을 입은 기사로 변장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엘비라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 차린다. 돈 카를로는 엘비라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당황한 엘비라가 돈 카를로의 사랑을 거절하자 돈 카를로는 엘비라를 강제로라도 납치하여 데려가고자 한다. 엘비라는 자기방어를 위해 칼을 집어든다. 그때 에르나니가 엘비라를 구출하기 위해 부하 몇명과 함께 갑자기 나타난다. 왕은 그가 악명 높은 무법자인 것을 알아보고 에르나니를 모욕하며 조롱한다(트리오: Non t'ascolto, mia sarai..Tu se' Ernani: 누군가 그대를 도우러 오리). 분노에 넘친 에르나니가 칼을 빼어 든다. 카를로 왕도 이참에 반도의 괴수인 에르나니를 처치하려고 칼을 빼어든다. 두 사람이 결투를 하려고 할때 실바가 들어온다. 실바는 자기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엘비라가 한 밤 중에 두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실바의 아리아: Infelice! e tu credevi: 불행한 사람, 그대는 이 사랑이 그대의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실바는 두 사람 모두를 불한당으로 보고 당장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그때 전령이 들어와서 보고를 하는 바람에 왕의 정체가 밝혀진다. 놀란 실바가 용서를 구하자 왕은 실바를 용서한다. 왕은 새로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선출함에 있어서 실바의 협조를 구하려고 왔다고 말한다. 왕은 에르나니에게 마치 시종처럼 물러나라고 지시한다. 엘비라가 에르나니에게 어서 몸을 피하라고 간청한다. 에르나니는 복수를 다짐하며 물러간다.
2막. 손님. 실바의 성이다. 한편에서는 시종들과 하녀들이 엘비라와 실바의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순례자로 변장한 에르나니가 도착한다. 엘비라가 신부의 드레스를 입고 들어오자 에르나니는 순례자의 겉옷을 벗어던지고 결혼선물로 자기의 목숨을 가지라고 말한다. 에르나니의 목에는 현상금이 붙어 있다. 엘비라는 에르나니에게 다른 남자와 결혼하느니 차라리 제단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말하며 에르나니를 사랑하는 자기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듀엣: Ah! morir potessi adesso: 아, 지금이라도 죽을수가 있다면). 잠시후 나타난 실바는 엘비라와 에르나니가 서로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극도로 분노한다. 마침 그때 왕이 도착한다는 전갈이 오자 실바는 급히 에르나니를 숨겨준다. 그래야 후에 자기와 결혼할 엘비라를 넘 본 에르나니에게 복수할수 있기 때문이다(트리오: No, vendetta piu tremenda: 아니다, 나는 더 큰 복수를 원한다). 왕은 실바에게 어찌하여 성문을 닫아 걸었느냐고 묻는다. 이어 왕은 실바가 범죄자를 숨겨주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실바는 에르나니를 왕의 손에 넘겨 주는 것을 거절하고 대신 자기의 목숨을 담보로 가져가라고 말한다(카를로스의 아리아: Lo vedremo, o veglio audace: 언젠가 만나리, 이 늙은 영감아). 왕의 병사들이 집을 수색하지만 에르나니를 찾지 못한다. 엘비라가 왕에게 자비를 구하자 왕은 실바의 목숨 대신에 엘비라를 인질로 데려간다. 왕이 떠난후 실바는 에르나니에게 결투를 청한다. 그러나 에르나니로부터 카를로 왕도 실은 엘비라와 결혼하고 싶다는 사실을 듣고는 놀란다. 실바와 에르나니는 왕에게 복수하기 위해 두 사람의 결투를 잠시 미룬다. 에르나니는 실바에게 자기를 숨겨주어 왕의 손에서 구해주었으므로 자기의 목숨을 실바의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에르나니는 약속의 징표로서 사냥 나팔을 실바에게 주며 언제라고 나팔소리가 나면 그 순간에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말한다(듀엣: Odi il voto o grande iddio: 오 하나님, 맹세의 말을 들으소서). 실바가 에르나니의 말을 받아 들인다. 그리고는 병사들에게 카를로 왕을 추격하라고 명령한다.
1844년 파르마에서의 공연에서는 에르나니가 자기의 부하들을 모으는 장면이 추가되었다. 에르나니가 복수의 일념으로 부르는 아리아인 Sprezzo la vita ne piu m'alletta(나에게 삶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오직 복수 뿐이다)로서 2막이 마무리된다.
3막. 자비. 엑스 라 샤플르(Aix-la-Chapelle: 독일의 아헨) 대성당의 지하에 있는 샬레마뉴 대제의 영묘가 있는 곳이다. 카를로스 국왕은 선제후들이 신성로마제국의 차기 황제로 누구를 선출하였는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는 만일 신성로마제국의 새로운 황제로 선출된다면 강대하고 부유한 제국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현명하게 통치할 것을 다짐한다(카를로스의 아리아: Gran Dio...O de' verd'anni miei: 위대한 신이시여... 오 젊은 날의 나의 꿈과 허황됨이여). 한편, 에르나니와 실바가 이끄는 한 무리의 음모자들이 왕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논의하러 들어오자 왕은 잠시 석관 안으로 몸을 숨긴다. 음모자들은 제비뽑기를 하여 누가 왕을 암살할 것인지를 정하기로 한다.에르나니가 뽑힌다. 음모자들은 더 나은 스페인을 기대하자고 말한다(합창: Si ridesti il Leon di Castiglia(카스타야의 사자가 깨어나도록 하라). 그때 놀랍게도 멀리서 대포소리가 들린다. 카를로 왕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선출했다는 대포소리이다. 카를로 왕은 숨어 있던 곳에서 나오며 놀란 음모자들에게 모두 처형하겠다고 말한다. 병사들이 나타나서 귀족들을 처형키 위해 데려나가고 평민들은 감옥에 가둔다. 평민으로 인식되어 갇히 에르나니는 자기의 신분을 비로서 밝히며 귀족들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겠다고 주장한다. 엘비라가 나타나서 왕에게 다시 한번 자비를 간청한다. 자기를 샬레마뉴 대제의 화신이라고 선언한 카를로 왕은 신성로마제국의 새로운 황제로서 모든 음모자들을 용서하고 엘비라와 에르나니의 결혼을 승락한다(에르나니와 엘비라의 듀엣: O sommo Carlo).
4막. 가면. 에르나니는 사라소가(Zarasoga)에 있는 그의 성에서 곧 열릴 엘비라와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다. 그때 멀리서 나팔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의 행복한 순간을 방해하는 실바의 나팔소리이다. 실바가 에르나니에게 언제라도 목숨을 건네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에르나니는 놀래서 어찌할 줄을 모르는 엘비라를 잠시 밖으로 내보낸다. 에르나니는 라이발인 실바에게 비참한 생애의 마지막에 순간이나마 행복을 누리고자 하니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간청한다(에르나니의 아리아: Ascolta, ascolta un detto ancori: 들어주세요, 한 마디만). 그러나 실바는 에르나니를 비겁자라고 모욕하며 스페인 귀족의 명예를 걸고 약속은 즉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에르나니에게 단검을 건네준다. 엘비라가 다시 나타나서 실바에게 간청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트리오: E' vano, do donna, il piangere, e vano: 여인이여 그대의 울음이 헛되도다). 에르나니가 칼을 들어 스스로 찌른다. 에르나니는 엘비라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메트로폴리탄의 '에르나니' 무대. 에르나니역은 안젤라 미드, 돈 카를로 역은 드미트리 흐보로스토코브스키. 무대의 기마상은 샬레마뉴 대제를 상징한 것이다.
베르디의 작품 중에는 시련을 겪은 것들이 여러 편이나 있다. '에르나니'도 시련을 겼었다. 나중에는 '리골레토'도 그렇고 '가면무도회'도 시련을 겼었다. '에르나니'가 시련을 겪은 것은 당시의 시대 상황 때문이었다. '에르나니'가 초연된 1844년을 앞뒤로 하여서는 유럽에서 혁명의 기운이 솟구치고 있던 때였다. 1844년만 해도 아마 유럽에서 4차례의 혁명 시도가 있었다. 그러므로 왕정 당국의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었다. '에르나니'에서 국왕(카를로스)을 암살하려고 모의하는 장면은 용인할수 없는 내용이었다. 국왕 암살을 모의하면서 부르는 합창인 '카스티야의 사자를 깨우도록 하세'(Si ridesti il Leon di Castiglia)는 혁명적인 노래라고 할수 있다. 정치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수 없었다. 빅토르 위고도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에르나니'를 연극으로 공연할 때에 시련을 겼었다. 결국 이탈리아에서 연극으로 공연할 때에는 '추방자'(Il Proscritto)라는 이탈리아 제목으로 바꾸었고 등장인물도 이탈리아인으로 변경했다. 한편, 빅토르 위고의 '에르나니'는 전설적인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가 프랑스에서 인기를 끌고 있을 때 가장 사랑을 받았던 역할이었다. 사라 베르나르의 돈나 솔(오페라에서 엘비라)의 역할은 그의 가장 뛰어난 역할이었다.
에르나니와 실바와 엘비라
[빅토르 위고의 에르나니]
베르디의 오페라 '에르나니'의 바탕이 된 빅토르 위고의 '에르나니'(Hernani)에 대하여 소개한다. 희곡 '에르나니'와 오페라 '에르나니'가 크게 다른 점은 희곡에서는 여주인공의 이름을 돈나 솔(Donna Sol: 태양이라는 의미)이라고 했지만 오페라에서는 '엘비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내용상에 차이가 있지만 별다른 것은 아니다. 빅토르 위고의 '에르나니'는 또 다른 제목으로 '카스티아인의 명예'(l'Honneur Castillan)라고 되어 있다. 카스티야는 스페인 서북부 지방에 있었던 왕국으로 현재는 행정구역상 '카스티야 및 레옹'(Castilla y León)으로 편성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 사람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개인의 명예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이 있다.
빅토르 위고의 연극 '에르나니'는 1830년 2월 25일에 파리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연극 '에르나니'는 초연 때에 상당한 반대시위가 있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나중에 베르디가 오페라로 만들어서 더 유명해진 작품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연극 '에르나니'에 대하여 반대한 것은 기존의 가치관을 위협하는 내용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기를 위험에서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해 자기 자신의 목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삼촌(돈 실바)이라는 사람이 나이 어린 조카와 결혼하겠다고 목숨을 걸고 나서는 것도 말이 안된다는 얘기였다. 더구나 그 조카(돈나 솔)에게는 사랑하는 청년이 있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이런 저런 내용들이 당시의 가치관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반대를 받았던 연극이었다. 빅토르 위고는 사람들이 '에르나니'에 대하여 반대하자 엑토르 베를리오즈와 테오필 고티에(Theophile Gautier)등 동료 고전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고자 했다고 한다.
희곡 '에르나니'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아라곤의 돈 후안은 스페인 내전에 참여했다가 지위와 재산을 모두 잃었다. 그의 아버지인 세고비아의 공작은 현 국왕인 돈 카를로스의 부왕이 되는 돈 후안 왕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다. 돈 카를로스 국왕에게 대항하다가 쫓김을 당한 돈 후안은 아라곤의 산속으로 들어가 도피 생활을 한다. 돈 후안은 이름도 에르나니라고 바꾸었다. 에르나니는 산적들의 두목이 된다. 따지고 보면 모두들 어쩔수 없이 산적이 되어 반도들이 된 셈이다. 어느날 에르나니는 우연히 돈나 솔이라는 귀분인을 보고 그 아룸다움에 사랑에 빠진다. 돈나 솔도 비록 산적들의 두목이지만 핸섬하며 용감한 에르나니에 대하여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돈나 솔은 친척인(삼촌이라고도 함) 늙은 돈 루이 고메즈 디 실바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다. 돈 실바는 스페인에서 최고 귀족인 대공(그란데)이다. 스페인의 현 국왕인 돈 카를로스 또한 돈나 솔을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돈나 솔은 설마 국왕이 자기를 사랑하리라고는 생각치 않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
1막. 돈 카를로는 돈나 솔을 사모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그날 밤에도 돈나 솔의 방 근처를 서성이다가 어떤 청년이 암호처럼 문을 두드리니까 방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다. 에르나니이다. 하지만 돈 카를로는 에르나니가 누구인지 모른다. 다만, 그 미지의 청년이 돈나 솔과 밀회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의 라이발로서 언젠가는 처단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2막. 어느날 밤, 돈 카를로는 마침내 돈나 솔을 유혹하기로 하고 의심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자의 갑옷을 입은 후 돈나 솔의 방으로 간다. 돈 카를로스는 미지의 청년처럼 돈나 솔의 방문을 두드린다. 어둠 속에서 문이 열린다. 돈 카를로가 안으로 들어간다. 돈 카를로스는 당황하며 놀라는 돈나 솔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돈나 솔이 돈 카를로스를 밀치자 화가난 돈 카를로스는 결국 돈나 솔을 강제로 납치할 생각을 한다. 그때 비밀 문이 열리면서 에르나니가 들어선다. 에르나니는 돈 카를로스가 들어와서 있는 줄 모르고 그날 밤에도 돈나 솔을 은밀히 찾아온 것이다. 돈 카를로스와 에르나니가 서로 마주친다. 돈 카를로스는 에르나니가 밤마다 돈나 솔을 찾아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질투심에 휩싸인다. 에르나니는 사랑하는 돈나 솔이 또 다른 남자를 은밀하게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여 역시 질투에 사로 잡힌다. 두 사람이 서로 칼을 빼어 들고 결투를 하려고 한다. 그 때 돈 실바가 나타난다. 돈 실바는 돈나 솔과 결혼식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찾아왔던 것이다. 돈 실바는 정숙해야할 돈나 솔의 방에 정체를 알수 없는 두 남자가 결투를 하려고 칼을 빼어 들고 있지 자기와 결혼키로 되어 있는 돈나 솔이 불륜을, 그것도 두 남자와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하여 돈나 엘비라를 무참하게 비난한다.
카를로스 왕은 실바 공작이 갑자기 나타나자 당황하지만 이내 자기의 정체를 밝히고 실은 얼마 후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선출하는 일이 있으므로 공작으로부터 자문을 받으러 왔다고 둘러댄다. 실바는 카를로스 왕이 전부터 솔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리 아무런 연락도 없이, 그것도 자기를 직접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솔의 방으로 찾아왔으므로 마음 같아서는 칼을 빼어 들어 왕을 찌르고 싶지만 어쩔수 없이 예의를 표하고 참는다. 하지만 생면부지의 에르나니에 대하여는 파렴치한 괴한으로 생각하여 당장이라도 처벌코자 한다. 그러자 왕은 에르나니를 보고 '여보게, 이제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으니 가세나'라고 마치 시종에게 지시하는 것처럼 말한다. 실바에게 잡혀 죽임을 당할 에르나니를 의도적으로 구원해 준 것이다. 왜냐하면 스페인 사람은 자기 원수에 대한 복수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에르나니는 요행히 왕의 병사들의 손에서 벗어나 도망간다.
3막. 솔은 에르나니가 왕의 병사들에게 쫓김을 당하다가 결국은 죽임을 당했다는 소문을 듣고는 마침내 실바의 손에 자기의 운명을 맡기기로 결심한다. 결혼식날 저녁에 왕의 병사들에게 추격을 당하고 있는 에르나니는 순례자의 모습으로 가장하고 실바의 성으로 찾아와 도피처를 구한다. 도피처를 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실바는 스페인의 전통에 따라 자기 집을 찾아온 손님(에르나니)을 그 순간부터 자기가 안전하게 보호키로 한다. 부인들과 하녀들이 내일로 예정된 결혼식을 위해 미리 솔에게 신부의 옷을 입혀보고 치장을 해준다. 우연히 그런 모습을 본 에르나니(순례자)는 다음날 솔과 실바의 결혼식이 거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분노를 이기지 못한 에르나니가 순례자의 복장을 벗어 던지고 실바에게 자기의 정체를 드러낸다. 그러면서 실바에게 솔이 없는 삶이란 죽음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자기를 체포코자 추격하는 왕의 병사들에게 자기를 넘겨 주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실바는 스페인의 전통에 따라 자기에게 피신처를 구해 온 사람을 적에게 던져 줄수 없다고 하며 거절한다. 그리고는 비록 에르나니가 자기의 연적이지만 자기의 성에서는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바는 부하병사을 망루에 배치하고 만일 왕이 강제로 성안으로 들어오고자 하면 방어하라고 명령한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왕에 대한 일종의 반란이나 마찬가지이다.
솔과 함께 있던 실바는 병사들이 명령대로 성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하러 나간다. 방에는 솔과 에르나니만 남는다. 잠시후 돌아온 실바는 에르나니와 솔이 서로 포옹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실바가 참을수 없는 분노에 빠진다. 그러나 왕이 바로 성문 앞까지 왔다는 전갈을 들은 실바는 에르나니와 솔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여유가 없다. 실바는 일단 왕과 왕의 병사들을 성안으로 들어오도록 지시한다. 그러면서 솔을 자기 방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에르나니는 비밀 벽을 열고 숨긴다. 왕은 실바에게 반도의 괴수인 에르나니를 보호할 생각을 포기하고 어서 넘기라고 요구한다. 실바는 자부심을 가지고 왕의 요구를 거절한다. 실바에게 있어서 에르나니는 자기를 찾아온 손님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에르나니에 대한 왕의 분노는 실바에게고 향한다. 왕은 실바에게 칼을 버리고 굴복하라고 명령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한다. 이때 솔이 나타나서 왕에게 실바를 용서하라고 간청한다. 왕은 실바를 용서하지만 신하인 실바의 충성심을 확인하기 위해 솔을 인질로 데리고 간다. 실은 솔에 대한 욕망을 억제치 못해서이다.
실바는 왕이 솔을 데리고 떠나자 비밀 벽을 열고 숨어 있는 에르나니를 나오도록 한다. 실바는 에르나니 때문에 솔이 왕에게 납치 되어 갔다고 생각하여 에르나니를 더욱 원수로 생각한다. 그러나 솔이 왕에게 납치되어 간 마당에 당장 에르나니를 처단할 생각은 없다. 실바는 우선 에르나니에게 십자가를 걸고 자기의 목숨을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맹세하라고 요구한다. 에르나니가 거절한다. 에르나니는 실바가 왕으로부터 자기의 목숨을 건져 주었으므로 이제로부터 자기의 목숨은 실바의 것이지만 자기의 목숨을 가져가는 것은 나중의 일이고 우선 솔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기와 연합하여 왕에게 대항하자고 제안한다. 에르나니는 솔을 구출한 후에는 자기의 목숨을 실바의 손에 맡기겠다고 약속한다. 에르나니는 실바에게 뿔나팔 하나를 주며 언제든지 자기 목숨을 가져가고 싶으면 그것을 불어 달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팔 소리를 듣자마자 자기의 목숨을 던질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엘비라에 대한 왕의 열정을 알지못했던 실바는 우선 복수부터 하자는 에르나니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솔을 구출하러 가기 위해 부하병사들을 소집한다.
4막. 실바는 왕을 몰아 낼 음모를 꾸민다. 실바의 음모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엑스 라 샤펠르(Aix-la-Chapelle: 독일의 아헨) 대성당의 지하에 모인다. 샬레마뉴 대제가 세운 대성당으로 샬레마뉴의 묘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왕을 암살키로 결정한다. 누가 그 일을 맡을지를 제비뽑기로 선정키로 한다. 에르나니가 뽑힌다. (갑지가 스페인에서 독일의 아헨(엑스 라 샤플르)으로 무대가 옮긴 것은 이상할지 모르지만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왕의 신하 중에서 한 사람이 왕에게 실바 공작과 반도의 괴수인 에르나니가 음모를 꾸미기 위해 아헨 대성당에서 비밀 모임을 갖는다는 소식을 전한다. 왕은 반신반의하면서 직접 성당에 가서 음모자들의 모임을 목격하고 그들의 목적을 알게 된다. 그러한 때에 밖에서 대포소리가 은은히 들린다. 카를로스 왕이 샤를르(카를로스) 5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선출된 것을 알리는 대포소리이다. 왕은 음모자들이 모인 성당의 지하에 들어가서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음모자들은 왕이 갑자기 나타나자 샬레마뉴 대제가 자기들을 물리치기 위해 전투를 계시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때 대성당의 문이 열리더니 신성로마제국의 선제후들이 새로 황제로 선출된 왕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들어선다.
에르나니는 샤를르 황제 앞에 나와서 자기가 아라곤의 후안이라고 신분을 밝힌다. 그리고는 왕에게 반기를 들었으므로 자기를 따르는 귀족들과 함께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그때 솔이 나타나서 왕에게 에르나니를 용서해 달라고 간절히 청원한다. 황제가 된 카를로스 왕은 자비를 베풀어 음모에 가담한 사람들을 모두 용서한다. 에르나니에게는 타이틀과 영지를 회복시켜준다. 그리고 솔과 결혼할 것을 승락한다. 에르나니와 솔은 에르나니의 아라곤 성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엘비라와의 결혼이 좌절된 실바는 에르나니와 솔이 결혼의 축복을 받으려는 순간에 운명적인 뿔나팔을 꺼내어 분다. 에르나니는 기사로서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죽음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독약을 마시고 죽고자 한다. 솔은 실바에게 자기는 에르나니의 것이므로 아무리 삼촌이라고 해도 말을 들을수가 없다고 말한다. 실바는 이제 더 이상 솔을 설득할수 없다. 솔은 모든 것이 자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여 죽음을 택하기로 한다. 솔은 반쯤 남은 독약을 마신다. 솔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에르나니가 나머지 독약을 마신다. 두 사람은 서로 팔을 잡은채 죽는다. 실바도 더 이상 살아남을 이유가 없아고 생각하여 죽음을 택한다. 막이 내린다. [빅토르 위고의 희곡에서는 세 사람이 모두 죽음을 택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베르디의 오페라에서는 에르나니만이 명예를 위해 죽음을 택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엑스 라 샤플르(Aix-la-Chapelle) 대성당. 샬레마뉴 대제가 지은 성당이며 그의 묘지가 성당의 지하에 있다. 엑스 라 샤플르는 독일의 아헨(Aachen)이다.
['에르나니'의 주요 음악]
1막
- 합창. Evviva! beviam, beviam(만세, 마시자, 마시자)
- 에르나니의 아리아. Come rugiada al cespite(꽃봉오리에 떨어지는 이슬보다 더 향기로운)
- 에르나니의 아리아. O tu, che l'alma adore(오 그대 사모하는 영혼이여)
- 엘비라의 아리아. Ernani, Ernani, involami(에르나니, 에르나니, 함께 날아가요)
- 엘비라의 카덴짜. Un Eden quegli antri a me(에덴이 나에게 열려 있도다)
- 엘비라의 아리아. Tutto sprezzo che d'Ernani(살아 숨쉬는 이름 에르나니)
- 듀엣(카를로스, 엘비라). Da quel di che t'ho veduta(아름다운 그대를 본 그날부터)
- 실바의 아리아. Infelice! e tu credevi(불행한 나, 그대를 믿었건만)
- 실바의 아리아. Infin, che un brando vindici(재빠르고 날카로운 칼날로서)
2막
- 합창: Escultiamo: Letizia ne inondi(기뻐하라, 즐거움이 넘쳐 흐르도록하라)
- 듀엣(엘비라, 에르나니). Ah, morir potessi adess(아 죽는 것이 축복이로다)
- 합창. Fu esplorato del castello(이제 성안을 모두 찾아보았노라)
- 카를로스의 아리아. Vieni meco, sol di rose(나와 함께 가자, 밝은 새벽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도다.)
- 실바, 에르나니, 합창. In arcione, cavalieri...Chi resister...s'attenti pria cada(말을 달려라 기사들이여, 저항하는 자는 먼저 죽으리라)
3막
- 카를로스의 아리아. Gran Dio...Oh, de' verd'anni miei(위대한 신이시여...오 지난날의 젊은 시절이여)
- 음모자들의 합창. Si ridesti il Leon di Castiglia(카스티야의 사자가 깨어나도록 하라)
- 카를로스의 아리아. Oh, somme Carlo(샬레마뉴여)
4막
- 에르나니의 아리아. Solingo, errante, misero(나는 외롭고 방랑하며 비참하였다)
- 엘비라의 아리아. Ferma, crudele, estinguere(그만 두세요, 그대 잔인한 사람이여)
돈 카를로가 엘비라에게 사랑을 호소하고 있다.
[명음반]
출연자의 이름은 에르나니, 엘비라, 돈 카를로, 실바의 순서이며 그 다음은 지휘자,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명칭이다.
- 1930년: Antonio Melandri, Iva Pacetti, Gino Vanelli, Corrado Zambelli - Loroenzo Molajoli, Orchestra e Coro del Teatro alla Scala di Milano
- 1950년: Gino Penno, Caterina Mancini, Giuseppe Taddei, Giacomo Vaghi - Fernando Previtali, Orchestra Sinfonica e Coro di Roma della RAI
- 1957년: Mario del Monaco, Anita Cerquetti, Ettore Bastianini, Boris Christoff - Dimitri Mitropoulos, Orchestra e Coro del Maggio Musicale Fiorentino
- 1967년: Carlo Bergonzi, Leontyne Price, Mario Sereni, Ezio Flagello - Thomas Schippers, RCA Italiana Opera Chorus and Orchestra (1967년 메트로폴리탄 실황을 녹음한 음반도 있다.)
- 1968년: Bruno Prevedi, Montserrat Caballe, Peter Glossop, Boris Christoff - Gianandrea Gavazzeni, RAI Symphony Orchestra and Chorus, Milan
- 1969년: Placido Domingo, Raina Kabaivanska, Carlo Melicaiani, Nicolai Ghiaurov - Antonino Votto, Theatro alla Scala Orchestra and Chorus
- 1983년: Luciano Pavarotti, Leona Mitchell, Sherrill Milnes, Ruggero Raimondi - James Levine, Metropolitan Opera Orchestra and Chorus
- 1983년: Placido Domingo, Mirella Freni, Renato Bruson, Nicolai Ghiaurov - Riccardo Muti, Teatro alla Scala Orchestra and Chorus
- 1987년: Luciano Pavarotti, Joan Sutherland, Leo Nucci, Paata Burchuladze - Richard Bonynge, Orchestra and Chorus of Welsh National Opera
- 2005년: Marco Berti, Susan Neves, Carlo Guelfi, Giacomo Prestia - Antonelloo Allemandi, Teatro Regio di Parma
1967년 카를로 베르곤치와 레온타인 프라이스가 취입한 음반 커버. 토마스 스키퍼스 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출연한 실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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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괴테의 '파우스트, 비극 첫번째 파트' (0) | 2012.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