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19.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La damnation de Faust)

정준극 2013. 3. 23. 21:36

파우스트의 겁벌(La damnation de Faust)

The damnation of Faust..파우스트의 파멸(천벌받은 파우스트)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의 드라마틱한 전설(Légende dramatique)

 

엑토르 베를리오즈

 

괴테의 '파우스트'를 주제로 하여 오페라로 만든 경우는 여럿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노의 '파우스트'이다. 그런데 엑토르 베를리오즈도 역시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감동하여서 오페라를 만들었다. '파우스트의 천벌'(La damnation de Faust)이다. 우리나라에서 혹자는 '파우스트의 겁벌'이라고 번역하였는데 표현이야 어떻든 Damnation 이라는 단어는 천벌, 겁벌, 저주, 파멸, 지옥에 떨어짐 등의 의미가 있다. 베를리오즈는 '파우스트의 천벌'을 오페라라고 부르지 않고 레장드 드라미티크(Légende dramatique)라고 불렀다. '극적인 전설'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부제를 Légende dramatique en quatre parties(네 파트로 구성된 극적인 전설: 이갸기, 해설)라고 붙였다. 아마 순수한 오페라보다는 칸타타적인 특성이 더 많이 배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베를리오즈는 '파우스트의 천벌'을 지금으로부터 160여년 전인 1846년에 완성하여 파리에서 초연을 가졌다. 솔직히 말해서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했다. 오패라와 칸타타의 중간 쯤 되는 성격의 작품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160여년이 지난 오늘날 '파우스트의 천벌'은 세계의 오페라 팬들로부터 놀랄만한 관심을 끌고 있다. 파우스트를 재조명해 볼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베를리오즈의 음악이 너무나 뛰어나기 때문에 음미할수록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메피스토펠레가 파우스트에게 마르게리트의 환영을 보여준다. 메트로폴리탄. 2009.

                                         

'파우스트의 천벌'에는 네 파트의 솔로, 일곱 파트의 합창, 대규모 어린이 합창, 오케스트라가 등장한다.  무대에 따라 연출 규모가 커질수도 있다는 얘기다. '파우스트의 천벌'을 어떤 카테고리에 넣느냐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베를리오즈는 마침내 '극적인 이야기'라는 이상한 표현을 했지만 실은 오라토리오의 형태를 많이 반영하였다(Opera-cum-oratorio). 더구나 이 작품은 우주적인 관점을 표현해야 하는 내용이므로 연출에 무척 신경을 써야 한다. 하나의 커다란 도전이다. 베를리오즈는 초연에서 무대가 어떻게 마련되는지 무척 궁금해 했다. 그러나 초연의 무대를 보고는 무척 실망했다고 한다. 베를리오즈는 그가 살고 있던 당시의 기술로는 의도했던 대로의 드라마틱한 무대가 마련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의 천벌'이 유명해진 것은 무대로부터가 아니라 콘서트로부터였다. '파우스트의 천벌'은 콘서트 연주만으로서도 대단한 감동을 주는 것이었다.

 

파우스트를 속세로 데려가고 있는 메피스토펠레. 보트를 타고 가는 것으로 표현했다.

                                  

베를리오즈는 1828년에 괴테의 파우스트 파트 원을 읽었다. 프랑스어로 번역된 것이었다. 베를리오즈는 '첫 페이지부터 놀랍도록 빠져 들어갔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그의 비망록에서 '나는 책을 내려 놓을수가 없었다. 미친듯이 읽었다. 식사하면서도 읽었고 극장에 가서도 읽었으며 심지어는 거리에서 걸어갈 때에도 읽었다.'고 말했다. 베를리오즈는 '파우스트'에 대하여 어찌나 감동을 받았던지 이듬해인 1829년에 그의 첫 작품으로 '파우스트의 여덟 장면'(Eight Scenes from Faust)를 작곡했다. 베를리오즈의 작품 번호 1번이었다. 그로부터 16년 후인 1845년에 그는 드디어 '파우스트'를 대규모 무대작품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베를리오즈는 알미르 간도니에르(Almire Gandonniere)라는 극작가에게 이러저러한 내용의 추가 대본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였다. 베를리오즈는 새로 구상한 작품을 처음에는 '콘서트 오페라'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규모가 확대되자 '드라마틱한 전설'이라고 불렀다. 베를리오즈는 '파우스트의 천벌'을 1845년 연주여행을 다니면서 완성했다. 그는 파우스트가 모든 자연에 대한 주문이 절정을 이룰때 소리치는 Nature immense, impenetrable et fiere라는 대본을 추가하였으며 여기에 라코치 행진곡(Rakoczi March)를 통합하였다. '파우스트의 천벌'의 첫 콘서트 연주회는 1846년 2월 15일 헝가리의 페스트에서 있었다. 천둥소리와 같은 성공이었다.

 

병사들과 학생들을 나치로 간주한 연출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의 무대 초연은 1846년 12월 6일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대단한 환영을 받지 못했다. 대중들은 냉담했다. 겨우 두번을 공연했고 세번째는 취소해야 했다. 베를리오즈에게 재정적 손실을 주었다. 그는 '나의 예술생활에서 이처럼 가혹할만한 상처를 준 일은 없었다'라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콘서트 연주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전곡을 처음으로 콘서트로 연주한 것은 처음 무대 공연이 있은 때로부터 30여년이 지난 1877년 파리에서였다. 대성공이었다. 그후 한동안 '파우스트의 천벌'은 잊혀진듯 잠잠했다가 오페라로서 처음으로 본격 공연된 것은 1893년 2월 18일 몬테 칼로 오페라극장(Opéra de Monte-Carlo)에서였다. 유명한 무대감독인 라울 귄스부르(Raoul Gunsbourg)가 연출을 맡았고 당대의 테너 장 드 레츠케(Jean de Reszke)가 파우스트 역을 맡은 것이었다. 메트로폴리탄은 1896년 2월에 콘서트로서 처음으로 '파우스트의 천벌'을 소개했고 무대 공연을 처음으로 한 것은 1906년 12월이었다. 그후 몇십년을 침묵 속에서 지내다가 콘서트로서 리바이발 한 것은 1996년 11월 카네기 홀에서였고 무대 공연을 다시 시도한 것은 2008년 11월이었다.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는 1996년 카네기 홀에서의 리바이발에 이어 1997년 토쿄 연주를 가졌다. 2008년의 메트로폴리탄 무대 공연은 저명한 무대감독인 로버트 르파즈(Robert Lepage)가 맡은 것이었다. 첨단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무대로서 컴퓨터에 의해 생성된 무대의 이미지들이 노래 부르는 사람들의 음성과 부합되도록 했다. 영화제작자로 유명하지만 오페라 연출은 초보인 테리 질렴(Terry Gilliam)은 2011년 5월 런던에서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가 공연한 '파우스트의 천벌'을 영화로 만들어서 오페라 영화제작의 첫 발을 내디뎠다. '파우스트의 천벌'에 나오는 세 곡의 기악곡, 즉 Marche Hongroise(헝가리 행진곡), Ballet des sylphes(공기의 요정들의 발레), Menuet des follets 은 오케스트라 곡으로서 자주 연주되는 것들이다. 생-생의 '동물의 사육제'에 나오는 '코끼리'(L'Eléphant)의 음악은 더블베이스로 연주되는 '공기의 요정들의 춤'의 테마를 사용한 것이다.

 

순결한 마르게리트를 악마들이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

                                              

'파우스트의 천벌'의 주요 등장인물은 간단한 편이다. 주인공인 파우스트(T)는 잘 아는대로 나이 많은 학자이다. 그리고 마르게리트(Marguerite: MS)는 파우스트의 애인이 되는 젊은 여자이다. 메조소프라노가 맡는 것이 특이하다. 그리고 메피스토펠레(Méphistophélés: Bar 또는 B)가 등장한다. 신사로 변장한 악마이다. 브란더(Brander: B)는 학생 중의 한 사람이다. 이밖에 농부들, 지하세계의 놈(gnome)들과 공기의 요정인 실비들, 군인과 학생들, 악마들과 지옥에 떨어진 천벌받은 자들, 그리고 천사와 같은 천상의 정령들이 등장한다. 전체 4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1. 노학자인 파우스트는 시절의 변화와 함께 만물이 새롭게 변하는 것을 보고 깊은 생각에 빠진다. 파우스트는 농부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듣고는 자기는 그같은 단순한 행복조차 단 한번도 누리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멀리서부터 병사들이 행진해서 지나간다(헝가리 행진곡). 파우스트는 어찌하여 병사들은 영광과 명예에 대하여 그렇게도 열성적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노학자인 파우스트를 찾아온 메페스토펠레

                      

파트 2. 절망한 파우스트는 그의 서재로 돌아온다. 지혜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도 그에게는 더 이상 영감을 주지 못한다. 삶에 대하여 지친 그는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자살하려고 생각한다. 그때 교회의 종소리와 함께 부활의 찬양이 들린다. 파우스트는 젊은 시절,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때를 회상하며 착잡한 심정에 싸인다. 갑자기 메피스토펠레가 나타난다. 메피스토펠레는 파우스트가 마음의 변화를 가지고 있는데 대하여 조소하듯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메피스토펠레는 파우스트에게 외출이나 하자고 권한다. 그러면서 파우스트에게 젊음을 되살려 주며 지식이 넘치게 해주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이루도록 해주겠다고 말한다. 파우스트가 수락한다. 메피스토펠레와 파우스트는 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Auerbach) 주점에 도착한다. 학생인 브란더가 부엌에서 편하게 지내던 쥐가 독약을 먹는 바람에 안락한 생활을 마치게 된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주점에 있던 사람들이 브란더의 노래에 대하여 풍자적으로 '아멘'이라고 응답한다. 메피스토펠레는 브란더의 노래를 이어 받아 '벼룩의 노래'를 부른다. 벼룩 한마리 때문에 온 궁전이 전염병에 감염된다는 내용이다. 파우스트는 그런 노래들이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에게 다른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구한다. 메피스토펠레는 파우스트를 엘베강변의 초원으로 데려간다. 메피스토펠레는 파우스트에게 마르게리트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인의 환영을 보여준다. 파우스트는 순진하고 아름다운 마르게리트를 사랑하게 된다. 메피스토펠레가 파우스트를 마르게리트에게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한다. 메피스토펠레와 파우스트는 병사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마르게리트가 살고 있는 마을로 들어간다.

 

파우스트에게 보여준 환락의 세상

                          

파트 3.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는 마르게리트의 방에 숨어 든다. 파우스트는 마르게리트로부터 순수하고 천진한 여인상을 발견할 것 같은 느낌이다(Merci, doux crepuscule!). 마르게리트가 들어와서 튈르 왕에 대한 발라드를 부른다. 잃어버린 사랑을 슬프도록 성실하게 잊지 못하고 있는 튈르 왕에 대한 노래이다(Autrelois, un roi de Thulé). 메피스토펠레는 정령들을 불러서 마르게리트를 매혹하게 하고 창밖에서 풍자적인 세레나데를 불러 마르게리트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메피스토펠레는 그러면서 마르게리트가 순결을 잃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정령들이 물러나자 파우스트가 앞으로 나선다. 마르게리트는 마치 파우스트가 꿈에 그리던 여인이 마르게리트인 것처럼 꿈에 그를 보았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어느덧 서로의 사랑을 다짐한다. 그때 메피스토펠레가 뛰어 들어와서 마르게리트의 명예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웃사람들이 마르게리트의 방에 남자가 들어와서 있는 것을 보고 마르게리트의 어머니에게 보라고 불러 온다. 파우스트는 마르게리트에게 급하게 작별을 고하고 메피스토펠레와 함께 그 자리에서 빠져 나간다.

 

마르게리트를 버리는 파우스트

                  

파트 4. 파우스트는 마르게리트를 유혹하고 버린다. 마르게리트는 그런 파우스트를 잊지 못하여 그가 돌아올 것을 기다린다(D'amour l'ardente flamme). 마르게리트는 멀리서 병사들과 학생들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는다. 마르게리트는 파우스트가 처음으로 자기의 방을 찾아왔던 그날 밤을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그가 병사들이나 학생들과 함께 있지 않다. 파우스트는 자연의 힘에게 세상만사에 지친 자기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달라고 간청한다(Nature immense, impénétrable et fiére). 메피스토펠레가 나타나서 마르게리트가 감옥에 갇혀 있다고 전한다. 마르게리트는 그의 어머니에게 수면제를 잘못해서 너무 많이 마시게 하여 죽게 만들었므로 다음날 교수형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파우스트는 패닉상태에 빠진다. 메피스토펠레가 그런 파우스트를 위로하며 만일 파우스트가 그의 영혼을 줄 것 같으면 마르게리트를 구해 주겠다고 말한다. 파우스트는 마르게리트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앞뒤 가리지 않고 메피스토펠레의 요구에 응락한다. 두 사람은 검은 말을 타고 사형장으로 달려간다. 파우스트는 마르게리트에게 달려 가는 중에 악마의 혼령들을 보고 두려움에 빠진다. 주변의 환경은 점점 무섭고 괴이하게 변한다. 마침내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가 자기를 지옥으로 데려가고 있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악마들과 저주 받은 영혼들이 메피스토펠레와 파우스트를 지옥세계의 이상한 말로 환영한다. 파우스트가 지옥에 도착하자 일순간 지옥은 잠잠해 진다. 파우스트가 받는 고통은 말할수 없이 참혹하다. 마르게리트는 구원을 받아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참회하는 마르게리트

                           

지금까지 나온 CD 중에서 뛰어난 것 몇가지를 소개코자 한다.

- 2007. EMI. Gabriel Bacquier, Janet Baker, Maria Peronne, Nicolai Gedda. Georges Pretre 지휘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 2002. ASIN. Pierre Mollet, Michel Roux, Consuelo Rubio, Richard Verreau. Igor Markevitch 지휘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1995. ASIN. Susan Graham, Thomas Moser, Jose van Dam. Kent Nagano 지휘의 리옹 오페라 오케스트라

- 1998. DDG. Keith Lewis, Anne Sofie von Otter, Bryn Terfel, Voctor von Halem. 정면훈 지휘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메피스토펠레와 함께 쾌락을 찾아가는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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