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페라 앨범 베스트 10
My Favorite Opera Songs Best 10
다음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성악가들과 그들의 노래이다. 열 곡만 골라보았다. 소프라노로서는 몽세라 카바예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미렐라 프레니도 절대로 빼놓을수 없다. 테너는 니콜라이 겟다를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베이스-바리톤은 모두 훌륭하다. 주세페 타데이, 안드레아스 슈미트, 발터 베리, 셰릴 밀른스, 롤란도 파네라이,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로베르트 할레, 메테오 마누게라, 조르지오 찬카나로, 로버트 메릴, 레나토 브루손, 피에트로 카푸칠리, 피터 글로솝, 티토 고비, 토마스 햄슨, 토마스 알렌, 레오나드 워랜 등등...그리고 드미트리 흐보로스토브스키! 베이스-바리톤의 아리아가 다른 아리아들에 비해서 듣기에도 가장 좋다. 옆집에 테너 보다는 베이스-바리톤이 살고 있으면 더 든든할 것 같다. 그저 생각난 김에 내가 좋아하는 오페라 노래 10선을 적어 보았다. 남들처럼 순위를 정하는 것이 보기에 그럴듯해서 순번을 정했던 것뿐이다. 다른 의미는 아무것도 없다. 결론만 말한다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공도 하지 않았으면서, 오페라에 출연한 일도 없으면서, 오페라의 제작에 참여한 일도 없으면서, 오페라의 음악을 좋아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가관은 가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오페라의 아리아와 듀엣과 트리오와 기타 앙상블과 합창과 서곡이나 간주곡을 포함한 오케스트라 음악들이 그렇게도 좋을수가 없다. 그것도 병이라면 병인 모양이다.
1. 드미트리 흐보로스토브스키(Dmitri Hvorostovsky)의 '돈 카를로' 중에서 로드리고의 죽음 장면의 아리아
그 수많은 오페라의 아리아와 듀엣과 앙상블과 합창을 뒤로하고 '돈 카를로'의 4막 2장에 나오는 로드리고의 아리아인 Per me giunto e il di supremo(나에게 최후의 순간이 왔네)를 우선 선택한 것은 이 노래를 그만큼 완벽하게 부른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리아 자체가 비장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런 아리아를 해석하는 성악가의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흐보로스토브스키는 이 노래를 1989년 카디프성악경연대회에서 불러 우승을 차지했었다. 흐보로스토브스키는 이때의 노래로 세계의 성악경연대회에서는 유례를 찾아 볼수 없는 기립박수를 받았다. 흐보로스토브스키는 특히 아리아의 처음 파트에서 긴 소절을 호흡을 하지 않은채 계속 불렀다. 그건 대단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만한 폐활량의 성악가는 찾아 보기 힘들것이다. 흐보로스토브스키는 무대 위에서의 연기력도 대단히 훌륭하다. 노래와 감정이 혼연일체가 되어 있다. 내 생각으로서는 오페라의 남자 주인공이 죽음의 장면 아리아 중에서 흐보로스토브스키의 이 아리아가 베스트이다. 흐보로스토브스키는 오늘날 가장 위대한 오페라 성악가 중의 하나이다. 덧붙여 한마디 한다면 1989년의 카디프성악경연대회에서 웨일스 출신의 브린 터플(Bryn Terfel)이 흐보로스토브스키에 이어 2등을 차지했다.
'돈 카를로'에서 로드리고(드미트리 흐보로스토브스키)와 필립 왕(페리치오 풀라네토)
2. 키리 테 카나와(Dame Kiri Te Kanaea)의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Porgi Amor(사랑을 주소서)
키리 테 카나와는 가장 위대한 모차르트 소프라노의 한 사람이다.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백작부인의 역할은 그보다도 더 완벽하게 해낼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백작부인의 아리아 중에서도 Porgi Amor는 과연 최고의 수준이다. 그의 기품있는 이미지와 간혹은 장난끼 어린 모습이 백작부인의 역할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키리 테 카나와가 부르는 슈베르트의 '밤과 꿈'(Nacht und Traume)도 완벽하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을 맡은 키리 테 카나와
3.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의 '토스카' 중에서 Vissi d'Arte(노래에 살고)
1964년 코벤트 가든에서의 '토스카'는 마리아 칼라스의 무대였다. Vissi d'Arte, vissi d'Amore를 부를 때에 관중들을 숨소리조차 죽였다. '노래에 살고'는 마리아 칼라스가 얼마나 찬란한 소프라노인지를 다시 한번 알게 해주는 것이었다. 마리아 칼라스는 노래도 노래지만 연기에 있어서도 천부적인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토스카의 격렬한 감정을 최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래의 어떤 부분에서는 일부러 플랫으로 불렀다. 전율을 느끼게 해주는 노래였다. 1964년도 코벤트 가든 공연에서 상대역은 티토 고비였다. 놀라운 조화였다.
'토스카'에서 마리아 칼라스. 스카르피아는 티토 고비.
4.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의 '사랑의 묘약'에서 Una furtiva(남몰래 흘리는 눈물)
수많은 테너들이 Una furtiva를 불렀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불렀다. 파바로티는 오히려 Nessun Dorma로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Una furtiva도 뛰어나다. 상대역인 아디나를 미국의 소프라노인 주디스 블레겐(Judith Blegen)이 맡은 공연에서 그러했다. 파바로티는 놀라운 테크닉으로 Una furtiva를 소화했다. 파바로티는 콘서트에서도 이 아리아를 자주 불렀지만 역시 무대에서의 것이 더욱 사랑스럽다. '사랑의 묘약'은 Una furtiva로서 생명력을 더한다.
'사랑의 묘약'에서 네모리노를 맡은 루치아노 파바로티
5.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의 '리골레토'에서 La Donna e Mobile(여자의 마음)
카루소는 오페라 역사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테너일 것이다. 그러나 오래전 사람이어서 비디오 자료가 없다. 다만, 마이 마스터스 보이스 표가 붙은 레코드가 남아 있을 뿐이다. 직직 거리는 형편없는 레코드이지만 그래도 전설적인 카루소의 음성을 들을수 있다.
'리골레토'에서 만투아 공작 역의 엔리코 카루소
6. 레온타인 프라이스(Leontyne Price)의 '아이다' 중에서 O Patria Mia(오 나의 조국이여)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이 심한 지역에서 태어난 레온타인 프라이스는 마치 자기가 경험했던 고통을 표현하려는 듯 아이다의 타이틀 롤을 맡아했다. 세계는 지금까지 프라이스만한 아이다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얘기했느냐는 것은 O Patria Mio를 들어보면 알수 있다.
'아이다'의 레온타인 프라이스
7. 로사 폰셀레(Rosa Ponselle)의 '카르멘'에서 Habanera(하바네라)
로사 폰셀레는 미국 동부 출신이다. 1897년에 태어나서 1981년에 세상을 떠났다. 전성시대는 1950-60년대였다. 로사 폰셀레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대단히 유명했다. 한마디로 감동적인 음성을 가진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였다. 로사 폰셀레는 너무나 자연적이며 자유스러운 음성을 가지고 있었다. 마리아 칼라스는 로사 폰셀레에 대하여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로사 폰셀레가 우리 모두보다 뀌어나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하였다. 지휘자인 툴리오 세라핀은 '나는 평생에 세가지 기적을 보았다. 엔리코 카루소, 티타 루포, 그리고 로사 폰셀레였다'고 말했다. 그만하면 어느정도인지 짐작일 갈 것이다. 로사 폰셀레는 수줍은 듯한 모습이기에 혹시 '카르멘'에서 하바네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가장 적격의 카르멘이었다. 그가 카르멘으로 인기를 끌 때에는 이미 40대에 들어선 때였다. 그런데도 음성은 더욱 윤택했다. 특히 고음에서 그러했다.
카르멘의 로사 폰셀레
8. 베르디의 '돈 카를로' 중에서 돈 카를로와 로드리고의 듀엣. E lui..Dio, che nell'alma(살아도 함께, 죽어도 함께)
돈 카를로(로베르토 알라냐)와 로드리고(킨리사이드)의 우정 다짐 장면
9. 베르디의 '맥베스' 중에서 Patria oppressa(억압받은 조국) 합창
스코틀랜드 백성들의 합창(현대적 연출)
10.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백작부인과 수잔나의 '편지의 2중창'. Sull'aria(산들바람에 노래를 싣고)
'피가로의 결혼'에서 편지의 2중창. 백작부인과 수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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