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더 알기

가장 공연하기 힘든 오페라

정준극 2013. 3. 25. 20:12

가장 공연하기 힘든 오페라

 

어떤 오페라가 공연하기에 가장 힘든 것일까? 프랑스 쥘르 마스네의 Esclarmonde(에스클라몽)이라고 한다. 고난도의 성악적 테크닉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음역에 있어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거의 공연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주 공연되지 않는 오페라는 어려운 오페라라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중에서도 공연하기에 어려운 작품들이 있다. 문제는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어려운 오페라라고 하는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거슈인의 '포기와 베스'가 공연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얘기되고 있다. 리듬 패턴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기와 베스'에는 합창이 자주 나오는데 만일 리듬감이 없는 합창이 나온다면 그것처럼 듣기에 고역인 것이 없다는 얘기다. 또한 소프라노는 음을 대단히 길게 유지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어려운 주문사항이다. 유럽에서는 아무래도 리하르트 바그너의 작품이 공연하기에 가장 어렵다는 견해들이다. 레가토에 대한 테크닉 때문이라고 한다. 공연하기가 힘든 오페라는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자.

 

'에스클라몽'의 한 장면. 에스클라몽에 조앤 서덜랜드, 롤란드에 자코모 아라갈. 마스네의 에스클라몽은 공연하기에 가장 어려운 작품이라는 얘기가 있다.

 

벨 칸토 오페라들을 쉽게 보았다면 곤란하다. 이탈리아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벨 칸토 오페라를 공연하려면 아무래도 여러 어려움이 있다.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어를 자기 나라 말로 번역해서 공연하는 것은 편하기야 하겠지만 어색하다. 이탈리아 오페라는 이탈리아어로 공연해야 제 품격이다. 토스카니니는 이탈리아어로 된 오페라를 영어로 번역하여 공연하는 것을 적극 반대했다. 가사와 음정이 맞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Il barbieri di Sigvilia)는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의 하나이지만 공연하기에 가장 어려운 오페라이기도 하다. 그야 적당히 학생들 동원해서 정확하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무대에 올리고 보자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벨칸토에 의한 제대로의 공연을 하자면 상당히 어려운 오페라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베르디의 작품 중에서는 '아이다'가 가장 공연하기 힘든 것이라고 한다. 제작비가 많이 든다는 어려움도 있지만 주역들의 성악적 능력이 보통 이상의 수준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라다메스(테너)의 경우가 그렇다. 무릇 오페라의 주인공들은 장시간의 공연을 위해 소리의 워밍 업이 필요한데 라다메스의 경우에는 처음 등장 때부터 대단히 힘든 아리아로 시작한다. '아이다'는 성악가들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멤버들에게도 어려운 작품이다. 또 한 명의 힘든 베르디 역할이 있다. '일 트로바토레'에서 아주체나이다. 어두운 역할을 빛나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생각처럼 공연하기가 쉬운 오페라가 아니다. 뛰어난 벨칸토 테크닉이 필요하다.

 

푸치니의 '투란도'(Turandot)도 어려운 작품이라는 의견이다. 주인공인 투란도 공주는 비명을 지르는 것과 흡사한 성악적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투란도를 맡은 소프라노만이 아는 일이다. 푸치니의 작품으로서 또 하나 힘든 경우는 '라 보엠'에서 로돌포와 미미의 듀엣이다. 왜 힘든지는 들어보면 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지안 카를로 메노티의 작품이 공연하기에 어려운 작품으로 명성이 높다. 예측하기가 어려운 추상적인 음정의 노래를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드비시의 '플레아와 멜리상드'야말로 현대 오페라의 카테고리에서 공연하기 힘든 작품이다. 노래부르기도 힘들지만 듣는 것도 힘들다. 바로크 오페라에 있어서는 헨델의 작품들이 장난이 아니다. 그렇다고 코믹한 내용이라는 것은 아니다. 헨델의 아리아는 호흡법에 유의해야 역동성을 찾아 볼수 있다. 바그너의 오페라들은 대체로 어려운 작품들이다. 음을 지속해야하는 문제, 오케스트라와 비록 모호하지만 함께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일들이 쉽지 않다. 모차르트의 오페라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하면 곤란하다. 사랑스럽고 감미로운 아리아를 부르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든 노력이 필요한지 모를 일이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Porgi'Amor는 놀라운 호흡법을 구사해야 하는 어려운 곡이다. 비단 이 아리아 뿐만 아니라 모차르트의 아리아에는 잔인하기까지 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포기와 베스'는 리듬 패턴이 힘들다. 또한 음을 길게 늘이는 테크닉도 필요하다. 그래서 공연하기 힘든 오페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