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더 알기

레오노라와 엔리코

정준극 2013. 4. 30. 15:26

레오노라(Leonora)와 엔리코(Enrico)

가장 많이 등장하는 오페라의 주인공들

                                 

음악과 드라마를 종합한 공연작품을 오페라라고 부르기 시작한 때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에는 약 5천 편의 오페라가 선을 보였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기록상으로는 1만 2천여 편의 오페라가 존재한다고 한다. 미국 의회도서관 자료에 그렇게 등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1만 2천여 편이던지 5천여 편이던지 오늘날 세계에서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는 줄잡아 2백여 편에 불과하다. 한가지 궁금한 점은 우리가 보통 접할수 있는 오페라의 주인공들의 이름으로서는 어떤 것이 가장 많을까 라는 것이다. 조사 결과, 여주인공의 이름으로서는 레오노라이고 남주인공의 이름으로서는 엔리코이다. 레오노라와 레오노레는 같은 부류의 이름이다. 엔리코(Enrico)는 이탈리아 표기이고 영어로는 헨리(Henry), 프랑스어로는 앙리(Henri)이다. 그러므로 엔리코이든 헨리이든 앙리이든 모두 같은 이름이다. 여주인공의 이름으로서는 레오노라 다음으로 마리아(또는 마리)이며 다음으로는 엘비라(Elvira)이다. 남주인공의 이름으로서는 엔리코 다음으로 카를로(Carlo: 카를로스, 칼, 챨스, 샤를르)이며 다음이 리카르도(Riccardo: 리챠드, 리샤르)이다. 현재로서는 별로 할 일도 없으므로 이들이 어떤 오페라의 주인공들인지 알아보자.

 

'운명의 힘'에서 레오노라(마리아 칼라스)

 

[레오노라]

- 베르디의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에서 마르케세 디 카발트라바의 딸이 돈나 레오노라 디 바르가스이다. 무대는 1700년대 말의 스페인의 세비야이다. 레오노라는 돈 알바로를 사랑한다. 하지만 레오노라의 아버지는 돈 알바로가 남미의 원주민 혼혈이라고 하여 결혼을 반대한다. 알바로와 레오노라는 멀리 떠나 도피코자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바로의 권총이 오발되어 레오노라의 아버지를 죽인다. 운명은 이렇게 하여 꼬이기 시작한다.

-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에서 레오노라는 아라곤 공주의 지체 높은 시녀로서 집시 청년인 만리코를 사랑한다. 아라곤의 젊은 귀족인 루나 백작도 레오노라를 사랑한다. 만리코는 루나 백작에게 항거하다가 체포되어 서형에 처해지게 된다. 레오노라가 만리코를 살리기 위해 루나 백작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죽음을 택하기로 한다. 루나 백작은 만리코를 살려주겠다고 말하고서는 실제로는 약속을 어기고 사형에 처한다. 만리코를 어릴 때부터 기른 집시 여인 아주체나는 루나 백작과 만리코가 형제간이라고 밝힌다. 레오노라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버린 여인이다.

- 베르디의 '오베르토, 산보니파치오 백작'(Oberto, Conte di San Bonifacio)에서 레오노라는 오베르토 백작의 딸이다. 오베르토는 로마나의 에쩰리노와 전투를 벌이다가 패한다. 오베르토의 딸인 레오노라는 살린게라 백작인 리카르도에게 유혹을 당하고 버림을 받는다. 리카르도는 오베르토의 원수인 에쩰리노의 여동생인 쿠니차와 결혼코자 한다. 레오노라는 리카르도의 결혼식에 가서 리카르도와 대면코자 한다. 리카르도는 레오노라의 아버지인 오베르토를 죽인다. 슬픔에 넘친 레오노라는 세상을 등지고 은둔의 생활을 하기 위해 산 속으로 들어간다.

- 도니체티의 '영국의 로스몬다'(Rosmonda d'Inghiletta)에서 레오노라는 엘레오노라 왕비를 말한다. 오페라의 무대는 12세기 영국이다. 레오노라는 헨리(엔리코) 2세의 왕비이다. 그러나 헨리 2세가 비밀리에 정부를 데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복수키로 한다.

- 베토벤의 '휘델리오'(Fidelio)에서 레오노레(Leonore)는 정치범으로 감옥에 갇혀 있는 남편 플로레스탄을 구출하기 위해 휘델리오라는 이름의 남자로 변장하여 간수보조원으로 감옥에서 일한다. 악독한 돈 피짜로가 플로레스탄을 사형시키려고 할 때에 마침 스페인의 장관인 돈 페르단도가 나타나서 친구인 플로레스탄을 구원하고 돈 피짜로를 대신 감옥에 가둔다. 사랑의 힘으로 억압에서 자유를 얻는다는 해피엔딩의 오페라이다.

- 도니체티의 '라 화보리타'(La Fovarita)에서 레오노라는 카스티야의 왕인 알폰소 11세의 정부이지만 수도원의 수사인 페르난도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나중에 그런 사실을 알게 된 페르난도를 레오노라를 배신한 여인이라고 비난한다. 레오노라는 페르디난도로부터 용서를 구하고 그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린 가엾은 여인이다.

- 플로토우의 '알레산드로 스트라델라'(Alessandro Stradella)에서 레오노레는 베니스의 부유한 귀족인 바씨가 후견인으로 있다. 레오노레는 작곡가로서 그의 음악교사인 알레산드로 스트라델라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스트라델라의 거룩한 음악이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켜 여러 난관을 겪은 레오노라와 스트라델라가 성모의 은총으로 결합한다.

 

'람메무어의 루치아'에서 엔리코와 에드가르도의 결투를 라이몬도 목사가 말리고 있다.

 

[엔리코]

- 도니체티의 '람메무어의 루치아'에서 루치아의 오빠가 엔리코 애쉬턴(Enrico Ashton)이다. 기울어져 가는 가세를 일으키기 위해 동생 루치아를 부자집 아르투로와 결혼시킨다. 에드가르도를 사랑하고 있는 루치아는 결국 정신이상이 생겨 결혼 초야에 신랑 아르투로를 죽이고 자기도 죽음을 마지한다.

- 도니체티의 '안나 볼레나'(Anna Bolena)에서 영국왕 헨리 8세가 엔리코이다. 안나 볼레나(앤 볼레인)와 결혼하였으나 아들을 낳지 못한다고 하여 불륜이라는 음모를 꾸며 안나 볼레나를 처형하고 왕비의 시녀인 조반나(제인 세이무어)와 결혼한다.

- 도니체티의 '영국의 로스몬다'(Rosmonda d'Inghiletta)에서 영국왕 헨리 2세가 엔리코이다.

- 도니체티의 '일 캄파넬라'(Il Campanella: 야간 초인종)에서 젊은 여인인 세라피나의 사촌이 엔리코이다. 세라피나는 나이 많은 의사와 결혼했다. 세라피나를 사랑하는 엔리코는 여러 사람으로 변장하여 밤중에 초인종을 눌러 독토르 아니발레를 잠 못 자게 만든다.

- 도니체티의 '루덴즈의 마리아'(Maria di Rudenz)에서 마리아의 연인인 코라도의 남동생이 엔리코이다. 마리아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코라도와 가출을 하여 베니스로 간다. 코라도는 마리아가 다른 애인이 있다고 생각하여 마리아를 버린다. 코라도는 루덴즈로 돌아와서 마리아의 사촌인 마틸데와 결혼코자 한다. 알고보니 코라도는 살인자의 아들이었다. 마리아는 코라도와 마틸데의 결혼식에 나타나서 코라도의 비밀을 밝히고 마틸데를 죽인 후에 자기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 도니체티의 '로한의 마리아'(Maria di Rohan)에서 마리아가 억지로 결혼한 슈브러스 공작이 엔리코이다. 마리아는 샬레 백작을 사랑함으로서 여러 문제가 생긴다.

- 도니체티의 '돈 그레고리오'(Don Gregorio)에서 줄리오 후작의 아들이 엔리코이다. 줄리오 후작은 아들들에게 세상의 모든 욕정을 버리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엔리코는 질다라는 아가씨를 사랑하여서 비밀결혼을 한다. 줄리오 후작은 나중에 자기가 지나쳤다는 것을 깨닫고 엔리코를 비롯한 아들들이 하고 싶은대로 하도록 권장한다.

- 베르디의 '아롤도'(Aroldo)에서 색슨기사인 아롤도의 부인 미나의 사촌이 엔리코이다. 미나는 남편 아롤도가 십자군 전쟁에 나간 사이에 불륜을 저지른다. 엔리코는 아롤도를 모함하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 로시니의 '영국 여왕 엘리사베타'(Elisabetta, Regina D'Inghghilterra)에서 마틸드의 오빠가 엔리코(헨리)이다. 마틸드는 엘리사베타 여왕의 애인인 레스터(레이체스터)와 약혼한 사이이다. 엘리사베타는 레스터와 마틸드를 불륜으로 엮어서 체포하고 감옥에  가두지만 두 사람의 진실한 사랑을 이해하고 이들을 사면한다.

 

안드레이 마리아

 

[마리아] - 마리

- 차이코브스키의 '마제파'(Mazeppa)에서 코자크 부족장인 코추베이의 딸이 마리아이다.

- 마스카니의 '구글리엘모 라트클리프'(Guglielmo Ratcliff )에서 스코틀랜드의 영주인 맥그레거의 딸이 마리아이다.

- 프로코피에프의 '전쟁과 평화'에서 나타샤가 사모했던 안드레이 공자의 여동생이 마리아이다.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평화의 날'(Friedenstag)에서 공성을 당한 마을 사령관의 아내가 마리아이다.

- 안토니오 고메스의 '마리아 튜도'(Maria Tudor)에서 타이틀 롤인 영국 여왕인 마리아(메리)이다. 마리아는 스페인 캐서린과 헨리 8세의 딸로서 여왕이 되며 스페이의 필립 2세와 결혼하지만 행복한 결혼은 아니었다. 마리아는 영국을 가톨릭으로 재무장하고 신교(영국성공회)를 탄압하였다.

- 도니체티의 '마리아 스튜아르다'(Maria Stuarda)에서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마리아)로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엘리사베타)에게 죽임을 당하는 비운의 여인이다.

-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Wozzek)에서 병사인 보체크의 내연의 아내가 마리이다. 보체크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불운한 여인이다.

- 베른트 알로이스 침머반의 '병사들'(Die Soldaten)에서 창녀가 된 비운의 여인이 마리이다.

 

'에르나니'에서 카를로 왕과 엘비라와 실비오

 

[카를로] 샤를르, 칼, 챨스

- 베르디의 '에르나니'(Ernani)에서 스페인의 국왕이 카를로이다. 반도인 에르나니는 카를로 왕의 보호를 받고 있는 엘비라를 사랑한다. 카를로 왕도 엘비라를 사랑한다. 카를로 왕은 나중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선출된다.

- 베르디의 '조반나 다르코'(Giovanna d'Arco)에서 프랑스의 샤를르 7세이다.

- 베르디의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에서 레오노라의 오빠가 카를로이다.

- 베르디의 '도적들'(I masnadieri)에서 무어인 총독인 마시밀리아노의 아들이 카를로이다.

- 베르디의 '돈 카를로'(Don Carlo)에서 타이틀 롤인 스페인의 왕자가 카를로이다. 필립 2세의 아들이다.

- 벨리니의 '비안카와 페르난도'(Bianca e Fernando)에서 비안카와 페르난도의 아버지로서 아그리젠토의 공작이 카를로이다.

- 도니체티의 '샤무니의 린다'(Linda di Chamounix)에서 파리에서 온 화가 청년이 카를로이다. 그러나 실은 귀족 집안의 아들이다. 시골 처녀인 린다와 사랑하지만 나중에는 린다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베르디의 '돈 카를로'에서 돈 카를로와 친구 로드리고


[엘비라]

- 벨리니의 '청교도'(I puritani)에서 아르투로 경과 약혼한 여인

-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Don Giovanni)에서 돈 조반니에게 농락당한 여인 중의 하나인 돈나 엘비라

- 베르디의 '에르나니'(Ernani)에서 반도 에르나니를 사랑하는 여인. 'Ernani, Ernani involami'라는 아리아가 유명하다.

-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La italiana in Algeri)에서 알제리 총독 무스타파의 부인. 무스타파는 엘비라를 싫어하고 대신 난파선에 실려 도착한 이탈리아 여인 이사벨라를 좋아한다.

- 마이클 윌리엄 발프의 '카스티유의 장미'(The Rose of Castille)에서 레옹의 여왕

- 마이클 프래트의 '마담 푸치니'(Madame Puccini)에서 푸치니의 부인. 질투의 화신으로 유명하다.


[리카르도] - 리챠드 - 리샤르

- 도니체티의 '안나 볼레나'(Anna Bolena)에서 안나의 오빠 리카르도 퍼시(Riccardo Percy)

- 도니체티의 '케닐워스 성'(Il castello di Kenileorth)에서 레이체스터 저택의 집사 리챠드 바니(Richard Varney)

- 도니체티의 '로베르토 드브러'(Roberto Deveraux)에서 로베르토가 연금되어 있는 저택의 주인, 리챠드 버클리 경(Sir Richard Berkeley)

- 안드레 그레트리의 '사자왕 리챠드'()의 사자왕

- 베르디의 '가면무도회'(Un ballo i maschera)에서 보스턴 총독(오리지널은 스웨덴의 구스타프 3세)

- 베르디의 '오베르토'(Oberto)에서 오베르토 백작과 원수지간인 백작

- 헨델의 '브라만테(또는 알치나: Bramante: Alcina)에서 기사 루지에로의 남동생

- 벨리니의 '청교도'(I puritani)에서 리카르도 훠스 경(Sir Riccardo Forth)

- 볼프 페라리의 '네명의 촌스러운 남자들'(I quatro rusteghi)에서 플로렌스에서 온 백작

- 존 애덤스(John Adams)의 '중공에 간 닉슨'(Nixon in China)의 리챠드 닉슨

- 루이지 카네파(Luigi Canepa: 1849-1914)의 '리챠드 3세'(Riccardo III)


베르디의 '가면무도회'에서 리카르도와 아멜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