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아리아의 세계/오페라 아리아 총정리

오페라 듀엣의 세계...누가누가 잘하나

정준극 2013. 4. 15. 07:34

오페라 듀엣의 세계...누가누가 잘하나

 

<여성 듀엣>

 

1. 들리브의 '라크메'에서 Dome epais, le jasmin(자스민으로 덮힌 돔)(꽃의 이중창)

오페라 '라크메'의 배경은 인도이다. 라크메는 브라만교 고승의 딸이다. 어느날 하녀인 말리카와 함께 인적이 드믄 숲 속의 강으로 목욕을 하러 간다. 두 사람은 꽃이 피고 새가 지저기는 아름다운 주변에 매혹되어서 노래를 부른다. '꽃의 이중창'이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광고에 자주 나오는 음악이다. 아마 잔잔한 강물에 보트를 타고 미끄러지듯 가면서 사방에 만개되어 있는 꽃들을 보며 감탄하듯 안락한 승차감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이 듀엣을 자동차 광고음악으로 사용한것 같다. 나탈리 드세(Natalie Dessay)와 델팽 헤당(Delphine Haidan)의 듀엣이 놀랍도록 아름답다. 최근에는 안나 네트렙코(Anna Netrebko)와 엘리나 가란차(Elina Garanca)의 노래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꽃의 이중창'은 브리티쉬 에어웨이의 주제음악이기도 하다.

 

라크메와 말리카

 

2.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Belle nuit, O nuit d'amour(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뱃노래)

'호프만의 이야기'는 각 막마다 서로 다른 이상한 이야기로 구성된 오페라이다. 이야기라기 보다는 비유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점에서 호프만이 애인 스텔라가 오페라 공연을 끝내고 나오기를 기다리던 중에 주점에 모여 있는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세 편의 이야기이다. 3막은 베니스가 무대이다. '뱃노래'는 바지역할인 니클라우세와 고급 창녀인 줄리에타가 부르는 향수적인 노래이다. 어떤 날의 오후에 그랜드 카날에서 곤돌라를 타고 부르는 노래이다. 안나 네트렙코와 엘리나 가란차의 듀엣이 놀랍도록 매력적이다. 매릴린 혼과 몽세라 카바예가 부른 '뱃노래'도 있다. 전설적이다.

 

엘리나 가란차와 안나 네트렙코

                      

3.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에서 Mir ist die Ehre widerfahren(나에게 명예를 주었도다)(장미의 이중창)

로프라노 백작인 옥타비안은 옥스 남작의 약혼녀인 조피 화니날에게 남작을 위해 은장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18세기 비엔나의 상류사회에서는 결혼식 전날에 신랑이 신부에게 은장미를 전달하는 관습이 있었다. 그러나 옥타비안은 조피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옥타비안과 조피가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이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에서 저녁기도를 드리면서 부르는 노래처럼 들리는 곡이다. 이 오페라의 피날레 파트에 옥타비안과 조피가 부르는 또 하나의 듀엣이 있다. 아마 '은장미의 듀엣'보다 더 사랑스럽고 더 부르기에 쉬운 곡일지도 모른다. 베셀리나 카사로바와 말린 하르텔리우스(Malin Hartelius)가 취리히에서 프란츠 벨저 뫼스트의 지휘로 부른 곡이 뛰어나다. 안느 조피 폰 오터(Anne-Sofie von Otter)와 바바라 보니(Barbara Bonney)가 부른 것도 대단히 훌륭하다. 또는 루치아 폽(Lucia Popp)이 조피를 맡고 다른 어느 누구라도 옥타비안을 맡은 듀엣도 아름답다.

 

'장미의 기사'에서 옥타비안(엘리나 가란차)와 조피(마르티니 세라핀)

                    

4. 로시니의 '탄크레디'에서 Ah come mai quell'anima(나 홀로 떠나게 내버려 두기를)

2막에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인 아메나이데와 콘트랄토인 탄크레디가 사랑을 위해 서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지만 실제로 두 사람은 서로를 오해하는 내용이다. 1막에도 탄크레디와 아메나이데가 부르는 아름다운 듀엣이 있다. O qual scegliesti terribil ora가 있다. 하지만 Ah come mai quell'anima가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에디타 그루베로바와 베셀리나 카사로바가 부른 것이 있다. 에바 메이(Eva Mei)가 베셀리나 카사로바와 부른 것도 있다. 그런가하면 에와 포들스가 조수미와 부른 것도 있다.

 

'탄크레디'에서 탄크레디(매릴린 혼)와 아메나이데(에와 포들스)

                 

5.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Sull'aria(산들바람에 노래를 실어)(편지의 이중창)

너무나 유명한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또는 콘트랄토)의 듀엣이다. 백작부인이 백작에게 가짜로 보내는 편지를 수잔나가 받아 적는 장면의 듀엣이다. 백작부인이 '산들바람이'라고 부르면 수잔나가 '산들바람이'라고 받아 적는 장면이다. 1998년 메트로폴리탄에서 제임스 르바인의 지휘로 르네 플레밍과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부른 것이 일품이다.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 나와서 더욱 사랑을 받은 곡이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과 수잔나의 '편지의 이중창' 장면

 

6. 벨리니의 '노르마'에서 Mira, O Norma(들어보세요 오 노르마)

안단테의 잔잔한 카바티나로 시작하여 격정적인 카발레타로 마무리되는 듀엣이다. 드루이드교의 여사제인 노르마와 노르마를 섬기는 젊은 아달지사는 결국 두 사람 모두 한 남자에게 배반을 당한 것을 알고 서로에게 충실할 것을 약속하는 내용의 노래이다. 대단한 비루투오적인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곡이다. 한 사람이 한 소절을 부르면 다른 사람이 그 소절을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두 음성이 결합하는 스타일이다. 여성 듀엣에서 두 사람의 수준이 거의 같아야 하는 어려운 곡이다. 1960년에 마리아 칼라스와 크리스타 루드비히(Christa Ludwig)가 부른 것이 있다. 그후 여러 사람들이 불렀다. 조앤 서덜랜드와 마릴린 혼이 부른 것도 뛰어나다. 하지만 에디타 그루베로바와 엘리나 가란차가 부른 것이 뛰어나다. 나이팅게일 클래식 라벨로 나와 있다.

 

'노르마'에서 노르마(휘오렌차 체돌린스)와 아달지사(카멜라 레미지오)

 

7.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에서 Abends will ich schlafen gehn?(내가 누워 잠 잘 때면)(저녁 기도의 노래)

'헨젤과 그레텔'은 한스 크리스챤 안델센의 동화에 바탕을 둔 오페라이지만 음악은 자장가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헨젤과 그레텔이 부르는 저녁기도의 노래이다. 누워 잠 잘 때면 잠의 요정이 찾아와서 잠이 들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노래이다.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와 일리나 코트루바스(Ileana Cotrubas)의 노래가 있다. 샬로테 처치의 노래도 있긴 하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저녁기도. 그레텔은 졸린듯.

 

 

<남성 듀엣>

 

1. 비제의 '진주잡이'에서 Au fond du temple saint(성스러운 사원에서)

둘도 없는 친구인 테너 나디르와 바리톤 추르가의 듀엣이다. 지난날의 우정을 생각하며 두 사람이 모두 한 여인을 사랑하기 때문에 겪는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진주잡이'는 자주 공연되지 않는 오페라이지만 이 노래만은 콘서트의 레퍼토리오서 사랑을 받고 있다. 전설적인 유시 비욜링이 로버트 메릴(Robert Merrill)과 부른 것이 뛰어나다.

 

'진주잡이'에서 나디르와 추르가

 

2. 도니체티의 '람메무어의 루치아'에서 Qui del padre ancor respira(이곳에는 복수를 바라는 아버지의 숨소리가 아직도 들리도다)

테너 에드가르도는 사랑하는 루치아의 오빠인 바리톤 엔리코의 도전을 받는다. 긴장감이 감도는 드라마틱한 듀엣이다. 에드가르도는 엔리코의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의 영혼이 아직도 이곳에서 숨을 쉬며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외치며 원수를 갚을 것을 다짐한다. 엔리코는 원수 집안의 에드가르도가 자기의 하나뿐인 누이동생 루치아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분노한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셰릴 밀네스가 부른 것이 있다. 글린드본에서 전설적인 조앤 서덜랜드가 루치아를 맡은 것이다. 1955년에 주세페 디 스테파노와 롤란도 파네라이(Rolando Panerai)가 부른 것도 있다.

 

'람메무어의 루치아'에서 에드가르도와 엔리코의 결투를 목사님이 말리고 있다.

                         

3. 모차르트의 '후궁에서의 도주'에서 Vivat Bacchus(비바 바커스)

테너 페드리요가 포로가 되어 있는 여자 친구를 탈출시키고자 베이스 오스민을 술취하게 만들면서 부르는 듀엣이다. 오스민이 점점 취하여 쓰러질 때까지 부르는 노래이다. 테너 라민 몬타체리(Ramin Montazeri)와 베이스 쿠르트 리들(Kurt Rydl)의 노래가 있고 요체프 그레고르(Jozsef Gregor)와 이스트반 로초스(Istvan Rozsos)의 노래도 있다.

 

'후궁에서의 도주'의 한 장면

                           

4. 베르디의 '운명의 힘'에서 Solenne in quest'ora(이 엄숙한 시간에)

테너 돈 카를로와 바리톤 돈 알바로의 듀엣이다. 두 사람은 오페라의 전편을 통하여 서로 죽이고자 세월을 보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의 신분을 모른채 전쟁터에서 만나 서로의 목숨을 구해준다. 영원히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은 운명의 힘에 의해서 피날레에 모두 비통한 운명을 맞이한다. 프랑코 코렐리와 에토레 바스티아니니(Ettore Bastianini)의 듀엣이 유명하다.

 

'운명의 힘'에서 돈 카를로와 돈 알바로. 돈 알바로는 바리톤이 맡는 것이 일반이지만 여기서는 테너가 맡았다.

 

5. 모차르트의 '여자는 다 그래'에서 La mia Dorabella capace non e(나의 도라벨라는 그럴리가 없어)

테너 페란도와 베이스 구글리엘모는 모두 장교로서 둘도 없는 친구이다. 이들의 약혼녀인 도라벨라와 휘오르딜리지가 자기들이 멀리 나간 사이에 마음이 변할리가 없다고 다짐하는 노래이다. 철학자인 돈 알폰소는 여자는 변덕스러운 존재여서 아무리 굳게 사랑을 맹세했다고해도 사정이 바뀌면 당장 마음도 바뀐다고 주장한다. 톰 크라우스(Tom Krause)와 라일랜드 데이비스(Ryland Davies)의 노래가 일품이다. 게오르그 솔티가 지휘한 녹음이다.

 

'여자는 다 그래'에서 페란도와 구글리엘모

 

6. 베르디의 '돈 카를로'에서 E lui! desso ! l'Infante... Dio, che nell'alma infondere(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

돈 카를로와 로드리고의 듀엣이다. 서로의 우정을 영원히 다짐하는 엄숙하고도 사랑스러운 곡이다. 테너 호세 카레라스와 바리톤 피에로 카푸칠리(Piero Cappuccilli)의 노래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테너 자코모 아라갈과 바리톤 에두아르드 투마지안(Eduard Tumagian)의 듀엣도 유명하다.

 

돈 카를로와 그의 친구인 로드리고가 서로의 영원한 우정을 다짐하는 장면

                           

<여성-남성 듀엣>

 

1. 푸치니의 '라 보엠'에서 O soave fanciulla(오 사랑스런 아가씨)

1막의 피날레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테너 로돌포와 소프라노 미미의 듀엣이다. 미미는 그때에 이미 폐렴에 걸렸는지 기운이 없는 상태이다. 아마 어둑컴컴한 구석방에서 하루 종일 수만 놓아서인것 같다. 두 사람은 소프트한 하이 C 음을 무대에서 퇴장하면서 부른다. 그것으로도 '라 보엠'은 뜨거운 감동을 준다. 푸치니 최고의 듀엣이다. 로베르토 알라냐와 안젤라 게오르기우의 노래가 뛰어나다. 그러나 무어라해도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미렐라 프레니의 듀엣을 따라 갈 상대가 없을 것 같다.

 

'라 보엠'에서 로돌포가 미미에게 '그대의 찬손'이라고 노래하는 장면

 

2.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의 Libiamo ne lieti calici(넘치는 술잔을 듭시다)(축배의 노래: Brindisi)

너무나 유명한 듀엣이므로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다. 테너 알프레도와 소프라노 비올레타의 노래이다. 약간은 왈츠풍의 흥겨움이 담겨 있는 곡이다. 수많은 테너와 소프라노들이 라 트라비아타의 브린디시를 불렀다. 그런데 아무래도 플라치도 도밍고와 몽세라 카바예, 호세 카레라스와 아그네스 발차 등의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리비아모 장면. 소프라노 인바 물라, 테너 롤란도 비야손

 

3. 몬테베르디의 '포페아의 대관식'에서 Pur ti miro(당신을 보고)

3막에 나오는 네로와 포페아의 사랑의 이중창이다. 네로는 카운터 테너가 맡을수도 있고 테너나 메조소프라노가 맡을수도 있다. 포페아도 메조소프라노가 맡는 경우가 있다. 일찍이 17세기에 작곡된 것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반주는 다만 몇개의 기타와 같은 악기가 맡는다. 카운터 테너 데이비드 다니엘스(David Daniels)와 소프라노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Anna Caterina Antonacci)가 부른 것이 특별하다.

 

'포페아의 대관식'에서 포페아와 네로

                             

4.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서 La ci darem la mano(손에 손을 맞잡고)

비틀즈가 I wanna hold your hand 로서 세계를 흔들기 훨씬 전에 모차르트는 '돈 조반니'에서 악명 높은 돈 조반니가 명랑하지만 약간 푼수가 없는 시골 처녀 체를리나를 유혹하면서 La ci darem la mano를 만들어 냈다. 체를리나로서는 캐슬린 배틀이 뛰어나지만 루치아 폽도 대단하였다. 돈 조반니는 베른트 봐이클(Bernd Weikl)이 있다.

 

'돈 조반니'에서 돈 조반니와 체를리나(잉 후앙)

 

5.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Pa-pa-papagena(파파파파게나)

오페라의 듀엣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곡일 것이다. 새잡이 파파게노가 파파게노에게 청혼을 할때 함께 부르는 아기자기한 사랑의 노래이다. 사이몬 킨리사이드와 아일리쉬 타이난(Ailish Tynan)의 노래가 뛰어나다. 올라프 배르(Olaf Baer)와 에바 린드(Eva Lind)의 듀엣도 사랑스럽다. '마술피리'에 나오는 듀엣 중에서 파미나와 파파게노가 부르는 Bie Mannern welche Liebe fuhlen 도 잊지 못할 곡이다. 펠리시티 로트(Felicity Lott)와 벤자민 럭슨(Benjamin Luxon)의 노래를 들어보기를 권고한다.

 

'마술피리'에서 파파게노와 파파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