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여인(La straniera) - The Strange Woman
빈센초 벨리니의 2막 오페라
프랑스 왕 필립 2세에 얽힌 중세 역사의 단면
알라이데(아네스) 역의 엘레니 술리오티스
'미지의 여인'(이상한 여인: La straniera: The Strange Woman)은 빈센초 벨리니가 작곡한 2막의 오페라이다. 대본은 한때 벨리니와 콤비를 이루었던 펠리체 로마니가 썼다. 프랑스의 소설가인 샤를르 빅토르 프레보(Charles-Victor Prévot: 1788-1856)의 L'étragere(미지의 여인: 1825)를 바탕으로 했다. 벨리니는 '미지의 여인'을 27세가 되는 1828년에 완성하였으며 초연은 이듬해인 1829년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에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있었다. 라 스칼라에서 초연은 두 편의 발레와 함께 트리플 빌로서 무대에 올려졌다. '미지의 여인'의 비엔나 초연은 1831년이었으며 파리와 런던은 1832년, 뉴욕은 1834년이었다. 이 오페라는 1840년 팔레르모에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거의 공연되지 않고 잠들어 있었다. 그러다가 1954년 벨리니의 고향인 카타니아에서 리바이발되었다. 그후 1968년 팔레르모에서 레나타 스코토가 타이틀 롤을 맡아 리바이발되어 새로운 주목을 끌었다. 스코토는 1970년 베니스에서의 공연에 다시 출연하였다. 몽세라 카바예는 1969년 카네기 홀에서 콘서트 형식의 연주회에 출연하였다. 1993년에는 르네 플레밍이 출연한 콘서트가 다시 카네기 홀에서 열렸다. 가장 최근의 완벽한 공연은 2007년 런던에서였다. 소프라노 파트리치아 치오피가 알라이데를 맡았고 테너 다리오 슈문크가 아르투로를 맡은 것이었다.
알라이데 그림.
'미지의 여인'의 줄거리는 12세기 말 프랑스를 중심으로 있었던 복잡한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에 필립 2세(Philip II of France: 1165-1223)라는 왕이 있었다. 프랑크왕국의 왕을 1180-1190년까지 10년 동안 지냈으며 그후 프랑스 왕이 되어 1190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인 1223년까지 무려 33년동안 재임한 사람이다. 그는 28세 때인 1193년에 덴마크 공주인 잉게보리(Ingeborg: 1175-1236)와 결혼하였다.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모르지만 그는 잉게보리 공주와 결혼한 다음날부터 별거에 들어갔으며 얼마 후에는 교황 첼레스티네 3세(Celestine III)에게 결혼무효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잉게보리 공주는 필립과의 결혼은 완성된 것이었으므로 자기는 엄연히 정당한 프랑스의 왕비라고 주장했다. 결혼이 완성되었다는 것은 부부로서의 관계를 가졌다는 의미이다. 필립왕은 프랑스 주교단 회의를 통해 결국은 결혼무효를 얻어 냈다. 필립은 교회로부터 일단 잉게보리와의 결혼이 무효라는 인정을 받자 제네바 백작 윌렴 1세의 딸인 마르게리트(Marguerite)와의 결혼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마르게리트는 결혼을 위해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파리로 오는 도중에 사보이 공국의 토마스 1세(Thomas I: 1178-1233)에게 납치되었고 두 사람은 사보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필립은 어쩔수 없이 달마티아의 귀족인 베르톨드 4세(Bertold IV)의 딸 메라니아의 아네스(Agnes of Merania: -1201)와 결혼하였다. 달마티아는 오늘날 크로아티아의 지방이다. 이 아네스가 벨리니 오페라의 주인공인 '미지의 여인'이다. 일이 이렇게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덴마크는 필립이 잉게보리 공주를 정당한 왕비로 인정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교황청에도 탄원을 넣었다. 교황은 바뀌어 인노센트 3세(Innocent III)가 교황이 되었다. 인노센트 3세는 덴마크의 손을 들어주어서 프랑스왕 필립이 중혼을 하였으며 그것은 교회로부터 파문에 해당하는 죄라고 선언했다. 파문을 당하고 모욕을 당하기 싫으면 잉게보리를 다시 왕비로 맞아 들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는 중에 필립과 결혼한 아네스가 1201년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필립의 중혼문제는 유야무야가 되었다. 여기까지가 벨리니의 오페라 '미지의 여인'의 배경 스토리이다.
벨리니와 로마니는 이같은 복잡한 역사적 사실에 흥미를 느껴 오페라를 작곡하기로 했다. 다만, 스토리를 사실에만 치중하면 재미도 부족하고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부족하며 또한 실존했던 인물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수도 있으므로 당연히 스토리를 변경하였다. 그래서 필립은 자기의 중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네스를 몬톨리노(Montolino) 호반의 어떤 오두막집에 보내어 지내게 하고 아네스의 오빠를 발데부르고(Valdeburgo)라는 가명으로 보내어 아네스를 은밀히 보살피도록했다. 아네스도 알라이데(Alaide)라는 가명으로 베일을 걸치며 지내도록 했다. 라벤스텔의 아르투로(Arturo) 백작이 우연히 알라이데(아네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아르투로 백작은 몬톨리노 공작의 딸인 이솔레타(Isoletta)와 약혼한 사이였다. 이렇게 배경을 변경하고 그 시점으로부터 오페라가 시작되는 것으로 만들었다. '미지의 여인'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타이틀 롤인 미지의 여인인 알라이데(S)는 실은 필립왕과 결혼한 아네스이다. 초연에서 당대의 소프라노인 앙리에트 메릭 라랑드(Henriette Méric-LaLande)가 맡았다. 아르투로(T)는 알라이데(아네스)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알라이데를 사랑하는 라벤스탈 백작이다. 발데부르고(Bar)는 아네스(알라이데)의 오빠이지만 가명으로 신분을 숨기고 지내며 아네스를 감시한다. 초연에서는 바리톤 안토니오 탐부리니가 맡았다. 이솔레타(MS)는 아르투로의 약혼녀이다. 오스부르고(Osburgo: T)는 아르투로의 친구이다. 여기에 이솔레타의 아버지인 몬톨리노 영주(Il signore di Montolino: B)와 재판관(Il Priori degli Spedalieri: B)이 등장한다.
타이틀 롤의 레나타 스코토
[1막] 1장. 이솔레타와 아르투로의 결혼식이 준비되고 있다. 사람들이 결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른다. 이솔레타는 자기에 대한 아르투로의 마음이 변한 것 같아서 두렵다. 이솔레타는 발데부르고에게 자기와 결혼할 아르트로가 호반의 오두막집에서 은둔자처럼 살고 있는 미지의 여인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멀리 호숫가로부터 사람들의 소리가 소란하게 들린다. 호반의 미지의 여인을 마녀라고 저주하는 소리이다. 몬톨리노 백작은 사랑하는 딸 이솔레타가 아르투로 때문에 속상해 하자 함께 걱정하여 어떻게 해서라도 문제를 해결코자 한다. 몬톨리노 백작은 아르투로의 친구인 오스부르고에게 제발 아르투로가 정신을 차리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하자 오스부르고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2장. 아르투로가 '미지의 여인'인 알라이데가 살고 있는 호반의 오두막집을 찾아온다. 아르투로는 이 신비한 여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 오두막집에 아무도 없자 안으로 들어온 아르투로는 벽에 알라이데가 왕족의 의상을 입고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하여 있는 초상화를 본다. 잠시후 들어온 알라이데(아네스)는 아르투로가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와 있는 것을 비난한다. 알라이데는 자기의 과거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말할 것이 없으므로 어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알라이데는 아르투로에 대하여 호감을 갖는다. 알라이데는 아르투로를 오두막집에서 내보내며 다시 찾아온다면 두 사람에게 파멸이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3장. 오스부르고와 발데부르고는 사냥을 나온 아르투로를 만난다. 아르투로는 발데부르고가 지체 높은 귀족이지만 사정이 있어서 그 미지의 여인을 은밀히 보호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오스부르고는 아르투로에게 이솔레타에게 돌아가서 어서 결혼식을 올리라고 간청한다. 아르투로는 그 말을 거절하고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만일 발데부르고가 그 여인을 아무런 가치도 없는 여인이라고 판단해 주면 다시는 만나러 오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때 알라이데가 나타난다. 발데부르고는 아무리 동생이지만 왕비의 신분이므로 자기도 모르게 알라이데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며 알라이데의 원래 이름을 부를 뻔한다. 알라이데가 얼른 발데부르고를 저지한다. 발데부르고는 아르투로에게 이유야 밝힐수 없지만 어쨋든 알라이데에 향한 심정을 거부해야 할것이라고 말한다. 알라이데는 아르투로와 절대로 결혼할수 없다는 얘기도 한다. 아르투로는 발데부르고가 연적인 것으로 착각하고 칼을 빼어 들어 공격한다. 알라이데가 가로 막으면서 아르투로에게 떠나라고 간청한다. 알라이데는 아르투로에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다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만나겠다고 한다.
4장. 아르투로는 아직도 발데부르고가 알라이데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어서 질투심에 사로 잡힌다. 그런데 오스부르고가 아르투로에게 마침 발데부르고와 알라이데가 은밀히 얘기를 나누는 것을 엿들었는데 두 사람이 함께 멀리 도망가자는 얘기였다고 전한다. 질투심에 눈이 먼 아르투로는 당장 발데부르고를 찾아가 다시 정식으로 결투를 신청한다. 결투에서 발데부르고가 깊은 상처를 입고 호수로 떨어진다. 알라이데가 나타나자 아르투로는 이 모든 사태가 알라이데가 발데부르고와 멀리 떠나려 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알라이데를 비난한다. 그러자 알라이데는 발데부르고가 실은 자기의 오빠라는 사실을 비로소 밝힌다. 그 말을 들은 아르투로는 발데부르고를 구하려고 호수로 뛰어든다. 사람들이 몰려온다. 사람들은 알라이데가 피묻은 칼의 옆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알라이데가 발데부르고를 죽였다고 비난하고 알라이데를 끌고가서 감옥에 가둔다.
트리에스테 베르디극장에서의 공연. 알라이데
[2막] 1장. 알라이데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오스부르고는 공작으로부터 부탁 받은 것이 있기 때문에 알라이데에 대하여 불리한 증언을 한다. 재판관인 수도원장이 알라이데에게 이름을 묻자 알라이데는 '라 스트라니에라'(미지의 여인)이라고 대답한다. 수도원장은 그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은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르투로가 뛰어 들어와서 이 여인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자기가 죄가 있다고 고백한다. 그 때 발데부르고가 갑자기 나타나서 아르투로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선언한다. 수도원장이 다시한번 알라이데에게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알라이데가 이름을 밝히기를 다시 거부한다. 다만, 얼굴을 가리고 있던 베일은 수도원장 앞에서만 벗겠다고 말한다. 알라이데의 얼굴을 본 수도원장은 크게 놀라며 알라이데를 발데부르고와 함께 어서 떠나라고 말한다. 수도원장은 오스부르고에게 알라이데에 대하여 거짓 증언을 했다고 하면서 비난한다. 아르투로는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알지 못한다.
2장. 아르투로가 알라이데에게 자기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말하고 또한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알라이데의 집을 찾아온다. 아르투로는 집 밖에서 발데부르고를 만난다. 발데부르고는 다시 한번 아르투로에게 제발 알라이데를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한다. 이에 아르투로는 마지못해서 발데부르고의 말에 동의한다. 아르투로는 이솔레타와 결혼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돌아간다. 다만, 마지막으로 한번 알라이데의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서 알라이데가 자기의 결혼식에 참석하도록 해 달라고 간청한다. 발데부르고가 그 부탁도 들어주지 않을수 없어서 승낙한다. 3장. 이솔레타는 아르투로부터 무시당했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면서도 아르투로가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하자 마지못해서 준비한다. 교회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발데부르고가 들어와서 제단 앞에 서 있는 아르투로에게 알라이데가 왔다고 전한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 나설 처지가 아니므로 숨어 있다고 말한다. 이솔레타는 아르투로가 제단 앞에서조차 혼란스랍게 행동하므로 아직도 미지의 여인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믿어서 아르투로에게 당장 결혼을 중지하자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아르투로는 이솔레타에 대해서 거칠게 대하면서 모욕을 준다. 알라이데, 발데부르고, 아르투로, 이솔레타는 모두 각자의 번민과 고통을 생각하고서 울부짖는다. 결국 이솔레타가 아르투로와의 결혼을 거절한다. 그러자 한쪽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알라이데가 나타나서 이솔레타에게 아르투로와 결혼을 해야 한다고 간청한다. 그말을 마친 알라이데는 교회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러자 제단 앞에 있던 아르투로가 알라이데를 쫓아가서 둘이서 함께 저 멀리 도망가자고 말한다. 수도원장이 나타나서 모두에게 저 미지의 여인은 실은 프랑스의 왕비인 아네스라고 밝힌다. 수도원장은 방금 전해 들은 소식이라면서 왕비의 라이발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왕비는 파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너무나 놀랍고 두려워서 칼을 빼어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솔레타가 아르투로의 시신에 쓰러진다. 미지의 여인인 알라이데(아네스)는 왕비로서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파리로 돌아가야 한다. 모든 개인적은 행복과 희망을 포기하고서!
2007년 파트리치아 치오피가 타이틀 롤을 맡은 음반
[명음반] 알라이데(아네스), 이솔레타, 아르투로 - 지휘자, 오케스트라
- 1968년: Renata Scotto, Elena Zilio, Renato Cioni - Nino Sanzogno, Orchestra and Chorus of the Teatro Massimo, Palermo
- 1993년: Renée Fleming, Ning Liang, Gregory Kunde - Eve Queler, Opera Orchestra of New York and Chorus
- 2007년: Patrizia Ciofi, Enkelejda Shokas, Dario Schmunck - David Parry, London Philhamonic Orchestra and Geoffrey Mitchell Ch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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