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Der Widerspänstigen Zähmung) - The Taming of the Shrew
헤르만 괴츠(Hermann Goetz)의 4막 오페라
헤르만 괴츠
19세기 독일의 헤르만 괴츠(1840-1876)가 작곡한 Der Widerspänstigen Zähmung 라는 오페라가 있다. 독일어의 뷔더슈팽슈티히(Widerspänstig)이라는 말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는 뜻이며 채뭉(Zähmung)은 길을 들인다는 의미이다. 채뭉은 특히 고집센 여자의 기를 꺾어서 온순하게 만든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Der Widerspänstigen Zähmung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The Taming of the Shrew(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독일어로 번역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너무나 유명해서 연극은 수시로 공연되며 뮤지컬, 발레, 그리고 영화로도 여러번이나 만들어져 있으나 오페라로 만들어진 것은 헤르만 괴츠의 것이 유일하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들,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은 샤를르 구노 등 여러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만들었고 '오텔로'도 베르디 등이 작곡했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괴츠 이외의 다른 작품은 현재로서 없다. 뮤지컬로는 미국의 콜 포터(Cole Porter)가 작곡한 '키스 미 케이트'(Kiss Me Kate)가 대표적이다.
페트루키오와 카테리네의 신경전
독일의 헤르만 괴츠는 뛰어난 재능의 작곡가였지만 불행하게도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괴츠의 오페라로는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유일하다. 괴츠는 말년에 '리미니의 프란체스카'(Francesca von Rimini)도 오페라로 작곡을 추진하였으마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다행히도 친구인 에른스트 프랑크(Ernst Frank)라는 작곡가 겸 지휘자가 괴츠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1877년에 서곡과 3막을 완성하였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잊혀져 있는 작품이다. 괴츠의 '말괄량이 길들이기'(Der Widerspenstigen Zähmung이라고도 함)는 비록 그의 유일한 오페라이고 오늘날 송구스럽게도 거의 공연되고 있지 않은 작품이지만 음악 하나만은 기가 막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1900년대 초반에는 독일을 비롯해서 미국, 영국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공연되었었다. 괴츠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음악적으로 리하르트 바그너의 뮤지컬 아이디어에서 벗어나서 모차르트의 고전주의로 다시 돌아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음악이 친근하고 아름답다. 조지 버나스 쇼는 괴츠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보고나서 '이처럼 훌륭한 오페라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은 것만 보아도 잘 알수 있는 일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괴츠의 오페라도 오페라이지만 괴츠의 '교향곡 F 장조'를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의 어떤 음악보다도 더 뛰어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지휘자인 펠릭스 봐인가르트너(Felix Weingartner)는 근년에 '이렇게 뛰어난 작품이 레퍼토리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도무지 이해할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페트루키오와 카테리네
헤르만 괴츠는 동프러시아의 수도인 쾨니스흐버그(Königsberg)에서 태어났고 베를린에서 음악공부를 했으며 23세에 스위스로 가서 거의 10년 동안 지내면서 음악평론, 피아니스트, 지휘자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30대 초반부터는 작곡에 전념하여 여러 작품을 남겼으나 하늘도 무심하여서 취리히의 호팅겐(Hottingen)이라는 곳에서 1876년에 지병인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괴츠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스위스에서 지내던 1868년부터 1872년 사이에 완성했다. 초연은 1874년 10월 11일 독일의 만하임에서였다. 초연의 지휘는 괴츠의 친구이 에른스트 프랑크가 맡았다. 오페라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대본은 요제프 뷔드만(Joseph Widmann)이 썼다. 본 블로그에서 괴츠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소개하는 것은 그저 이런 오페라도 있다는 것을 떠나서 이 오페라가 세계적으로 다시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자칭 갸륵한 심정에서이다.
구박받는 카테리네
파두아의 부유한 귀족인 밥티스타 미놀라(Baptista Minola: B)에게는 두 딸이 있다. 큰 딸인 카테리네(케이트: 캐서린: S)로서 주인공인 말괄량이있다. 작은 딸은 비안카(Bianca: S)로서 얌전하고 조순하다. 미리 말해 두지만 오페라의 스토리는 원작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더구나 원작을 최대로 압축하여 대본을 만들기 때문에 모든 내용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막이 열리면 밥티스타의 저택 앞이다. 상사병에 걸린 루첸티오(Lucentio: T)가 비안카의 창문 아래에서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다. 루첸티오의 감미로운 노래 소리는 집 안에서 들리는 난장판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말 많고 심술궂은 카테리네 때문에 생기는 소란이다. 하인들이 집 안으로부터 뛰쳐 나온다. 카테리네의 호된 꾸지람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뛰쳐 나온 것이다. 하인들은 이 집 안에 분명히 악마가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자 루첸티오가 다시 나타나서 못 다 부른 세레나데를 부르고자 한다. 비안카가 창문을 열고 루첸티오에게 상냥하게 인사를 한다. 루첸티오는 비안카가 자기를 상당히 생각하고 있다고 믿어서 기분이 좋다. 마침 그때 역시 비안카를 사모하는 호르텐시오(Hortensio: Bar)가 몇 명의 악사들을 데리고 나타난다. 비안카에게 잘 보이려고 일부러 돈을 주고 고용한 악사들이다. 호르텐시오는 악사들의 반주에 맞추어 자기가 직접 작곡하고 가사를 만든 세레나데를 부른다. 루첸티오는 라이발인 호르텐시오의 대담한 행동에 기가 죽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여 호르텐시오의 세레나데를 방해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때 두 아가씨의 아버지인 밥티스타가 두 청년이 집 밖에서 부르는 세레나데 때문에 그러지 않아도 소란스러워서 밖으로 나온다. 밥티스타는 루첸티오와 호르텐시오에게 큰 딸 카테리네가 확실하게 결혼하기 전에는 비안카를 결혼시킬 생각이 절대로 없다고 말한다. 두 청년은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다. 말괄량이 카테리네가 결혼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케이트 미놀라(카테리네 미놀라). 에드워드 로버트 휴. 1898년 작품. 페르투키오와 결혼하여 페트루키오의 시골 집에 온 카테리네는 배가 고프지만 페트루키오가 음식이 들어올 때마다 이걸 음식이라고 만들었느냐면서 가져가라고 하는 바람에 하나도 먹지 못하고 배가 고파서 있는 모습
낙심한 호르텐시오가 집으로 돌아가다가 거리에서 우연히 옛 친구인 페트루키오(Petruchio: Bar)를 만난다. 베니스의 부유한 귀족인 페트루키오는 얼마전에 볼 일이 있어서 파두아에 왔다고 한다. 서로 반갑게 얘기를 나누는 중에 페트루키오는 그가 부자이기 때문에 주변에는 온통 아첨하는 사람뿐이며 자기의 뜻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하면서 한탄한다. 그말을 들은 호르텐시오는 당장 카테리네를 생각하고 그렇다면 카테리네를 한번 만나보라고 권고한다. 페트루키오는 카테리네라는 이름을 듣자 어릴 때 카테리네를 만났던 것을 기억해 낸다. 어릴 때 페트루키오가 카테리네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자 화를 내며 도망갔던 것을 생각한다. 페트루키오는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정복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다. 페트루키오는 이 말괄량이 아가씨와 결혼해야 겠다고 다짐한다. 호르텐시오와 페트루키오는 밥티스타의 집 앞에 가서 일단 정찰을 한다. 페트루키오는 웃음을 띠면서 속으로 카테리네에게 '편히 주무시오,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이요'라고 중얼거린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발레로도 만들어졌다.
2막. 다음날 아침이다. 카테리네의 침실이다. 카테리네가 못 말릴 여자라는 얘기가 사실인듯 카테리네는 하녀들에게 잔소리를 퍼 붓는다. 페트루키오는 우선 밥티스타를 만나 카테리네에게 청혼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밥티스타로서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이다. 페트루키오는 제발 잘 해보라는 격려를 받는다. 페트루키오는 용기를 가지고 카테리네를 찾아간다. 그날따라 카테리네는 동생을 위해서 그리고 아버지를 위해서 결혼을 어쩔수 없이 해야한다면 자기가 의지할수 없는 사람과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페트루키오의 청혼을 받은 카테리네는 말도 안된다면서 화를 내며 일일이 이런 저건 조건들을 반대한다. 페트로키오는 카테리네의 그런 얘기를 그저 가시가 없는 장미가 어디있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며 관심도 두지 않고 자기의 주장만을 강조한다. 카테리테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자기의 주장에 대하여 절대로 굽히지 않는 사람은 생전 처음으로 만나는 것 같다. 페트로키오는 단도직입적으로 베니에 갔다가 다음 월요일에 파두아에 와서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베니스로 가자고 말한다. 카테리네는 저 사람과 결혼해서 이번 기회에 저런 고집불통의 사람을 순종의 사람으로 만들어겠다고 생각하여 편할 대로 하라면서 마침내 결혼을 승낙한다. 카테리네로부터 결혼 승낙을 받은 페트루키오는 의기양양하여 기분 좋게 베니스로 떠난다.
카테리네의 거만함
3막. '길들이기 작전'은 결혼식이 거행되기 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다. 페트루키오는 결혼식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일부러 늑장을 부리며 신부인 카테리네를 기다리게 만든다. 카테리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지만 면사포를 쓰고서 화를 낼수는 없으므로 억지로 참는다. 하객들은 신랑신부가 나타나지 않자 분명히 카테리네가 또 무슨 억지 소란을 피워서 저러는구나라고 생각하여 이번 결혼식은 거행되기가 어려우니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면서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카테리네는 억울해서 죽을 지경이지만 날이 날이니만치 꾹 참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얼마후 마침내 페트루키오가 나타난다. 카테리네는 화가 불같이 일어나지만 참기로 한다. 페트루키오는 주례 신부에게 결혼식을 대충 빨리 마치라고 재촉한다. 그러더니 다 끝나기도 전에 카테리네를 들쳐 업고서 식장을 빠져 나가 베니스로 떠난다. 카테리네는 제발 피로연에라도 잠시 참석했다가 가자고 간청하지만 페트루키오는 그럴 시간이 없다면서 마차를 탄다. 카테리네는 어이가 없지만 어쩔수 없다.
마침내 카테리네가 페트루키오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자기가 그를 사랑하는 것처럼 자기도 그렇게 사랑해 달라고 말하는 장면. 1880년 여왕폐하극장 스케치.
4막. 페트루키오의 시골 집에 도착해서도 카테리네 길들이기 작전은 계속된다. 카테리네는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다.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페트루키오는 음식이 들어오자마자 하인들에게 음식이 왜 이러냐면서 접시를 치우라고 한다. 카테리네는 꼬박 굶을수 밖에 없었다. 파리에서 옷과 모자를 파는 사람이 찾아온다. 카테리네는 잠시 자기가 여자라는 것을 상기하고는 예쁜 드레스와 모자를 이것저것 집어 보면서 마침내 마음에 드는 것을 몇개 고른다. 그러자 페트루키오가 그런 유치한 것을 어떻게 입느냐면서 돌려주라고 한다. 그런데 카테리네에게 이상한 현상이 생긴다. 페트루키오와 더 이상 싸우기가 싫어서인지 페트루키오가 시키는 대로 옷을 돌려준다. 카테리네는 페트루키오를 사랑하며 마찬가지로 페트루키오도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고 고백한다. 오페라는 밥티스트가 방금 결혼한 비안카와 루첸티오와 함께 찾아오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밥티스트는 카테리네와 페트루키오가 계속 물고 뜯으면서 싸우고 있는지를 확인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보라! 두 사람은 어느 부부보다도 다정하게 지내고 있지 않은가!
마침내 항복하는 카테리네. 뮌헨 슈타츠오퍼
이 오페라에서 특별히 사랑스러운 노래는 1막에서 루첸티오의 세레나데인 '사랑의 소리와 기다림을 재촉하시오'(Haste ye, tones of love and longing), 역시 1막에서 페트루키오의 아리아 '천생배필이로다'(She is a wife for such a man created), 2막에서 카테리네의 아리아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으련다'(I'll give myself to no man), 그리고 마지막 막에서 5중창이다. 카테리네와 페트루키오의 듀엣인 '은빛 달이 우리를 부르네'(The silver moon invites)와 4막에서 카테리네의 고백적 아리아인 '싸우는 것도 지쳤네'(Of fighting I am wearing)도 훌륭한 곡이다.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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