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날(Friedenstag) - Peace Day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단막 오페라
그는 나치 협조자였는가, 아니면 반나치주의자였는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1918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나치가 전쟁 준비에 광분하고 있던 1938년에 비록 단막이지만 '평화의 날'(Friedenstag)이라는 오페라를 완성하여 그해 7월 24일 뮌헨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평화의 날'의 시대적 배경은 마치 전체 유럽이 구교와 신교로 나뉘어진 듯 서로 전쟁을 벌인 '30년 전쟁'의 마지막 시기이며 장소는 적에게 포위를 당한 독일의 어떤 요새마을이다. 오페라에서는 독일의 어떤 가톨릭 마을이 포위를 당했고 홀슈타인에서 온 개신교 군대가 공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시기는 1648년 10월 24일로 되어 있다. 1618년에 시작된 30년 전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뮌스터 조약과 오스나브뤼크 조약이 체결된 날이다. 나중에 10월 24일이 UN 창설일인 것은 흥미있는 일이다. '30년 전쟁'은 누가 보던지 특별한 명분도 없이 인명을 포함한 막대한 손실을 감당해야 했던 불필요한 전쟁이었다. 그것도 무려 30년이나 지속된 전쟁이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히틀러의 나치가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30년 전쟁'에 비유하여 오페라 '평화의 날'을 만들었다. 오페라 '평화의 날'은 기본적으로 평화에 대한 찬가이다. 아울러 히틀러의 제3제국에 대한 비평도 보일듯 말듯 표현되어 있다. '평화의 날'에서는 자유와 노예생활, 전쟁과 평화, 빛과 어둠에 대한 대조를 읽을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베토벤의 '휘델리오'와 유사성이 있다. '평화의 날'은 1938년에 초연되어 서너번의 추가 공연이 있었으나 1939년에 전쟁이 발발하자 공연이 중단되었다. 한편, 사람들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 대하여 나치의 협조자였다느니 추종자였다느니 하는 말들을 했다. 하지만 그가 나치에 거부반응을 가졌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얘기이다. 그의 반나치주의 생각은 오페라 '평화의 날'을 보아도 이해할수 있다.
두 사령관의 만남
'평화의 날'의 독일어 대본은 오스트리아의 대본가이며 작가인 요제프 그레고르(Joseph Gregor: 1888-1960)가 썼다. 원래 슈트라우스는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극작가, 저널리스트인 슈테판 츠봐이크(Stefan Zweig: 1881-1942 또는 츠봐이히)와 다시 한번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싶었다. 슈트라우스와 츠봐이크는 훌륭한 콤비로서 두 사람의 마지막 협동 작업은 '말없는 부인'(Die schweigsame Frau)이었다. 그러던중 나치 당국은 츠봐이크가 유태계라고 하여 슈트라우스와의 새로운 협동을 방해하고 괴롭혔다. '평화의 날'을 제목으로 하여 오페라를 만들자고 한 것은 츠봐이크의 아이디어였다. 츠봐이크는 '평화의 날'에 대한 구상을 스페인의 칼데론의 희곡인 La Rendicion de Breda(브레다 성의 항복: 1628)을 참고로 했다고 한다. 슈트라우스는 당시의 여러가지 사회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서 반드시 '평화의 날'을 오페라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나치의 발톱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대본가인 요제프 그레고르에게 대본을 부탁했다. 비록 대본은 그레고르가 완성했지만 츠봐이크의 영향은 대본의 구성이나 드라마틱한 요소에 있어서 상당히 남아 있었다.
'브레다의 항복'(La rendición de Breda). 벨라즈케즈 작. 작가 스테판 츠봐이크에게 '평화의 날'에 대한 영감을 주었다.
슈트라우스는 '평화의 날'을 루마니아 출신의 소프라노 비오리카 우르술레아츠(Viorica Ursuleac: 1894-1985)와 그의 남편인 비엔나 출신의 지휘자 클레멘스 크라우스(Clemens Krauss: 1893-1954)에게 헌정하였다. 슈트라우스가 그의 오페라를 누구에게 헌정하는 일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었다. 슈트라우스는 비오리카 우르술레아츠를 '이 시대에서 가장 진실한 소프라노'라며 극찬을 보낸바 있다. 소프라노 비오리카 우르술레아츠는 '평화의 날' 초연에서 여주인공인 마리아의 이미지를 창조하였으며 지휘자 크라우스는 초연을 지휘했다. 슈트라우스는 원래 '평화의 날'을 드레스덴에서 오스트리아 출신의 칼 뵘의 지휘로 더블 빌로 초연하고 싶었다. 더블 빌의 또 다른 오페라로는 슈트라우스의 다음 오페라인 '다프네'(Daphne)를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프네'가 완성되지 않아서 '평화의 날'만 우선 초연을 갖게 되었다. '다프네'의 대본도 요제프 그레고르가 썼다. '평화의 날'은 주제로 보면 반전에 대한 감상을 표현한 것이다. 영국의 음악평론가인 윌렴 만(William Mann: 1924-1989)은 '평화의 날'이 나치 독일의 군사 정책에 대한 단호한 반대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평화의 날'은 2차 대전이 일어나자 나치 치하에서 창고에 들어가 있게 되었다.
진지를 사수코자 하는 사령관
'평화의 날'이 독일에서 전후에 처음으로 리바이발 된 것은 1960년 뮌헨에서였다. 전쟁이 끝나고도 무려 15년을 기다린 리바이발이었다. 그후 35년이 지난 1995년에 드레스덴에서 다시 공연되었다. 드레스덴에서의 공연은 연출가인 파멜라 포터(Pamela Potter)가 '평화의 날'의 파치스트적 요소와 반전적인 내용을 학문적으로 분석하여 연출을 맡아 관심을 끌었다. 미국에서는 1967년에 남가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이 공연한 것이 처음이었다. 미국에서 전문 오페라단이 처음으로 공연한 것은 1988년 7월, 산타페 오페라에서였다. 덴버 출신의 바리톤 마크 룬드베리(Mark Lundberg: 1958-2008), 웰쉬 출신의 테너 리챠드 루이스(Richard Lewis: 1914-1990), 미국의 드라마틱 소프라노인 알레산드라 마르크(Alessandra Marc: 1957-)가 주역으로 출연하였다. 1938년 7월 24일의 초연에서는 포위당한 마을의 방어 사령관을 독일의 바리톤 한스 호터(Hans Hotter: 1909-2003)이 맡았고 그의 부인 마리아는 루마니아 출신의 소프라노 비오리카 우르술레아크가 맡았으며 공성 군대의 사령관은 비엔나 출신의 베이스 루드비히 베버(Ludwig Weber: 1899-1979)가 맡았다. 그리고 지휘는 소프라노 비오리카 우르술레아크의 남편인 클레멘스 크라우스가 맡았다. '평화의 날'에는 또한 상사(B), 하사(T), 사병(T), 소총수(B), 도둑(B), 장교(Bar), 전방 장교(Bar), 피에드몽에서 온 전령(T), 촌장(T), 성당의 신부(Bar), 여인(S) 등도 출연한다. 이밖에도 요새의 수비대, 공격 부대, 마을의 원로 주민들, 여인들, 기타 마을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러고보면 '평화의 날'은 비록 단막이지만 많은 인원이 출연하는 대규모 스케일이다.
'평화의 날' 초연에서 마리아의 이미지를 창조한 소프라노 비오리카 우르술레아츠. 슈트라우스는 '평화의 날'을 우르술레아츠 부부에게 헌정하였다.
상사는 사병으로부터 적병들이 방금 농가에 불을 질렀다는 보고를 받는다. 멀리 마을 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그때 이탈리아의 피에드몽에서 전령이 도착하여 황제가 마을 사령관에게 직접 보내는 서한을 전달한다. 전령은 임무를 완수했다는 생각에서 조국 이탈리아에 대한 노래를 부른다. 보급 장교와 소총수, 그리고 다른 병사들이 그런 전령을 보고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한심한 젊은이라면서 놀린다. 이들은 평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주제에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전쟁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조롱한다. 멀리서부터 무슨 소란한 소리가 들린다. 병사들은 처음에 그 소리가 적군의 소리인줄로 안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니 마을 사람들이 요새로 몰려오는 소리이다. 사령관이 마을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기 위해서 나타난다. 촌장과 성당의 신부가 사령관에게 적군에게 항복하라고 간청한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도 희생을 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적군들도 불필요한 희생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사령관은 항복이란 있을 수 없으며 오로지 완전 승리만이 있다고 강조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그런 감상적인 생각은 버리라고 말한다. 전방에 있던 장교가 나타나서 사령관에게 요새에 있는 탄약을 전방의 병사들에게 보급하지 않으면 마을이 함락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령관은 전방의 전투를 위해서 요새의 탄약을 나누어 줄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마을을 사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발표하는 사령관.
사령관은 황제가 보낸 편지를 마을 사람들에게 읽어준다. 황제는 항복하지 말고 마을을 사수하라고 명령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는 30년이나 지긋지긋하게 끌어온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소리친다. 사령관은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강하게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황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해산하라고 지시하면서 어떤 통보가 갈 것이니까 기다리라고 말한다. 사령관은 병사들에게 요새의 지하실에 보관해 둔 화약을 모두 가져오라고 지시하고 곁들여서 도화선도 달라고 한다. 사령관은 마그데부르크 전투에서 상사가 어떻게 자기의 목숨을 구해 주었는지를 회상하며 상사에게 마지막 기회이니 요새를 떠나 목숨을 보전하라고 말한다. 상사가 보급 장교 및 사병들과 함께 그럴수는 없다면서 명령을 거부한다. 사령관은 이탈리아 전령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다른 병사들에게는 평시와 마찬가지로 근무에 충실하라고 명령한다.
병사들과 마을 사람들은 사령관의 명령을 들으려하지 않는다.
사령관의 부인인 마리아가 요새에 나타난다. 사령관은 마리아가 어느 누구도 요새에 들어오지 말라는 명령을 어긴 것을 알고 한마디 한다. 두 사람의 듀엣은 음성의 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마리아는 전쟁이 지긋지긋하다. 사령관은 전쟁에 즐거워서 죽을 지경이다. 사령관은 마리아에게 요새를 폭파할 것이라며 어떻에 할 것인지를 설명한다. 모두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리아에게 도피할 기회를 주겠다고 말한다. 마리아는 전쟁 때문에 지쳐 있으면서도 마지막 순간에 남편과 함께 남아 있겠다고 약속한다. 대포소리가 들린다. 적군이 공격을 개시한다는 시그날이다. 상사가 사령관에게 도화선을 넘겨 준다. 그러나 사령관은 도화선에 불을 붙여 요새를 파괴할 생각은 아직 없다. 오히려 적군과의 전투를 선호한다. 그런데 멀리서 종소리가 들린다. 마을에 있는 다른 종들도 울린다. 상사가 달려와서 홀류타인 군대가 다가오지만 공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한다. 적병은 색색의 리본과 꽃으로 장식을 하고 또한 백기를 들고 다가오고 있다. 사령관은 그것이 적군의 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촌장과 성당의 신부는 적병들이 그런 모습으로 행진해 오자 전쟁이 끝난 것으로 믿어서 기뻐 어쩔 줄을 모른다. 촌장과 성당의 신부는 사령관이 기다리면 시그날을 통보하겠다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홀슈타인 군대의 사령관이 마을로 들어와서 요새의 사령관을 만나 30년 전쟁이 바로 이날 끝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휴전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령관은 홀슈타인 사령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는 홀슈타인 사령관을 최대로 모욕하며 마침내 칼을 빼어 들고 홀슈타인 사령관을 공격하려 한다. 홀슈타인 사령관은 참을 만큼 참다가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칼을 뽑아 들려고 하다가 다시 참는다. 마리아가 두 사령관의 가운데에 끼어 들어서 싸움을 말린다. 마리아는 두 사령관에게 평화를 간청한다. 그러자 두 사령관은 갑자기 포옹한다. 오페라는 화해를 축하하는 합창으로 막을 내린다.
마리아와 사령관
[명음반] 사령관, 마리아, 콘스타벨(홀슈타인 사령관) - 지휘자, 오케스트라
- 1939년: Hans Hotter, Viorica Ursuleac, Hermann Wiedermann - Clemens Krauss, Vienna State Opera Orchestra and Chorus
- 1988년: Bernd Weikl, Sabine Hass, Jan-Hendrik Rootering - Wolfgang Sawallisch, Bavarian Radio Symphnoy Orchestra, Chorus of the Bavarian State Opera and the Bavarian Radio Choir
- 1989년: Roger Roloff, Alessandra Marc, Max Wittges - Robert Bass, Collegiate Chorale and Orchestra: New York City Gay Men's Chorus
- 1999년: Albert Dohmen, Deborah Voigt, Tom Martinsen - Giuseppe Sinopoli, Dresden Staatskapelle and the Dresden State Opera Chorus
'평화의 날' 1999년도 음반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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