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리엘모 라트클리프(Guglielmo Ratcliff)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베스트 오페라
피에트로 마스카니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 1863-1945)는 생전에 15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첫번째 오페라가 손쵸네 악보출판사의 단막오페라 공모에 출품하여 당당히 우승작으로 뽑혀 1890년 로마에서 초연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이다. 이 한편의 오페라로 마스카니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마스카니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단 한편만을 작곡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게다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평생 콤비로 지내는 '팔리아치'의 작곡가인 레온카발로는 '팔리아치' 단 한 편만을 작곡했기 때문에 혹시 마스카니도 단 한 편만을 작곡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마스카니는 '친구 프리츠'(L'Amico Fritz)도 있고 '이사보'(Isabeau)도 있으며 '이리스'(Iris) 등 도합 15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그 중에는 '굴리엘모 라트클리프'라는 오페라도 있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는 사항이지만, 미안하게도 마스카니라고 하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만 생각할 뿐이며 다른 오페라들에 대하여 얘기하면 '아니, 그런 것도 있나?'라며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마스카니 자신은 그의 모든 오페라 중에서 '굴리엘모 라트클리프'가 가장 뛰어나다고 하며 자랑을 했다.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도 그렇게 썼고 사람들과 모인 자리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굴리엘모 라트클리프'라는 오페라는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을 풀어본다. 우선, 굴리엘모 라트클리프는 사람의 이름이다. 악당의 이름이다. 그런데 굴리엘모는 이탈리아식 이름이고 라트클리프는 스코틀랜드식 이름이다. 굴리엘모(Guglielmo)는 영어에서 윌렴(William)과 같은 이름이다. 아무튼 라트클리프라는 이름으로 인하여 이 오페라의 배경이 이탈리아가 아니라 스코틀랜드인 것을 짐작할수 있다.
'굴리엘모 라트클리프'는 비극이다. 그리고 4막이나 된다. 그러므로 단막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는 분량에 있어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탈리아어 대본은 시인이며 뛰어난 번역가인 안드레아 마페이(Andrea Maffei: 1798-1885)가 썼다. 안드레아 마페이는 쉴러, 괴테, 게스너, 토마스 무어, 바이런 등의 작품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한 사람이다. 말이 번역이지 그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므로 안드레아 마페이가 뛰어난 재능의 인물이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굴리엘모 라트클리프'의 원작은 하인리히 하이네이다. 독일어로 된 서사시이다. 제목은 독일식으로 '빌헬름 라트클리프'(Wilhelm Ratcliff: 1822)이다. 사실상 젊은 마스카니는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꿈을 가지고 '굴리엘모 라트클리프'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보다 먼저 작곡을 시작한 것이다. 마스카니의 친구들 중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단막 오페라 공모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하루밤 사이에 유명해지자 '굴리엘모 라트클리프'는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알수가 없을 정도로 찬밥 신세가 되었다. 더구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놀라운 인기를 끌자 이탈리아의 전국에 날개 돋힌 듯 소문이 퍼졌고 그로 인하여 극장들은 너도나도 마스카니에게 단막이라도 좋으니 오페라를 작곡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마스카니로서는 돈이 생기고 이름도 날릴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므로 장편인 '굴리엘모 라트클리프'는 책상 설합에 잠시 넣어 두고 다른 작품들만 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나온 다음해인 1891년에는 '친구 프리츠', 1893년에는 '란차우'(I Rantsau)를 썼다. 그런 중에도 틈틈이 '굴리엘모 라트클리프'의 작곡을 추진하였다. 그리하여 '굴리엘모 라트클리프'는 1895년 2월 16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될수 있었다.
마스카니는 무슨 생각인지 '굴리엘모 라트클리프'가 자기의 오페라 중에서 베스트라고 말했지만 미안하게도 오늘날 '굴리엘모 라트클리프'는 스탠다드 레퍼토리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 중의 하나는 타이틀 롤이 테너 중에서 가장 부담이 되고 가장 부르기 어려운 파트이기 때문이다. '굴리엘모 라트클리프'에서 잘 알려진 음악은 3막의 간주곡이다. 1980년도 로베르트 드 니로 주연의 영화인 '레이징 벌'(Raging Bull)에 나와 더 유명해졌다. 하이네의 원작인 '굴리엘모 라트클리프'는 러시아의 작곡가인 세자르 쿠이(Cesar Cui: 1835-1918)에게 영향을 주어 1869년에 같은 제목의 오페라가 나왔고 1914년에는 스위스의 작곡가 겸 지휘자인 폴크마르 안드레아에(Volkmar Andreae: 1860-1945)가 '라트클리프'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피에트로 마스카니와 폴크마르 안드레아에가 같은 해인 1945년(2차 대전이 끝난 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우연한 인연이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타이틀 롤인 굴리엘모 라트클리프(T)는 미지의 기사로서 마리아에게 청혼하였으나 거절당하자 그 후에는 마리아에게 청혼하는 청년들을 결투로서 제거하는 이상한 사람이다. 마리아(Maria: S)는 스코틀랜드 북부의 영주인 맥그레거(MacGregor: B)의 아름다운 딸이다. 1895년 라 스칼라의 초연에서는 마리아를 오스트리아 그라츠 출신의 소프라노인 아델리나 슈텔레(Adelina Stehle: 1860-1945)가 맡았다. 그가 마스카니와 같은 해인 1945년에 세상을 떠난 것은 우연한 인연이다. 더글라스 백작(Bar)은 마리아와 약혼한 사람이다. 마리아의 유모가 마르게리타(Margherita: MS)이다. 레슬리(Lesley: T)는 라트클리프의 친구이다. 이밖에 여관 주인 톰(Tom: B), 톰의 어린 아들인 윌리(Willie: Cont), 도둑들인 로빈(Robin: B), 디크(Dick: T), 벨(Bell: Bar), 존(John: B), 태디(Taddie: T), 하인(T)가 등장한다. 시기는 19세기 초이고 무대는 스코틀랜드 북부이다.
[1막] 마리아와 약혼한 더글라스 백작이 마리아와 아버지 맥그레거의 성을 찾아온다. 더글라스는 성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산적들의 공격을 받았는데 어떤 미지의 기사가 나타나서 구해주었다고 얘기한다. 그 소리를 들은 마리아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잠시후 깨어난다. 맥그레거가 더글라스에게 굴리엘모 라트클리프에 대한 얘기를 해 준다. 라트클리프는 마리에게 청혼하였으나 마리아가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라트클리프는 마리아에게 청혼하는 사람들과 결투를 하여 그들을 죽여 왔다는 것이다. 더글라스를 산적들로부터 구해준 사람은 라트클리프라는 것이며 그렇게 살려 두어야 나중에 결투를 할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잠시후 더글라스의 친구인 레슬리가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하면서 가져온다. 라트클리프가 더글라스에게 결투를 요청하니 블랙 라크(Black Rock)로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2막] 이 지역에 톰이 운영하는 여관이 하나 있다. 하지만 도둑들이나 건달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다. 톰이 자기 아들인 윌리를 무릎에 앉혀 놓고 사람들 앞에서 윌리에세 '주기도문'을 외워보라고 말한다. 윌리는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라는 구절에서 번번히 더듬는다. 톰은 화가나서 주기도문도 하나 제대로 외지 못하면 이 집에 자주 드나드는 도둑이나 건달처럼 된다고 하면서 윌리를 방에서 내보낸다. 라트클리프가 레슬리에게 어떻게 해서 자기가 마리아로부터 청혼을 거절당했고 또한 마리아에게 청혼하여 허락을 받은 사람들과 결투를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그런데 라트클리프는 얘기를 하는 중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들로부터 괴로움을 당하는 것 같았다. 마리아에게 청혼했다가 결투에서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혼령들이었다.
[3막] 더글라스가 라트클리프와의 결투를 위해 블랙 라크에 도착한다. 두명의 수상한 사람들이 라트클리프의 뒤를 쫓아오다가 모습을 감추기도 하고 나타나기도 한다. 라트클리프가 도착하자 더글라스는 그가 바로 자기를 산적들로부터 구해주었던 기사인 것을 알게된다. 두 사람이 결투를 한다. 더글라스가 라트클리프를 죽일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죽이지 않는다. 더글라스는 라트클리프에게 다시는 마리아의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말하고 칼을 집어 넣은 후 떠난다. 바닥에 누워있는 라트클리프에게 혼령들이 다시 찾아온다.
[4막] 마리아가 자기 방에서 더글라스와의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유모인 마르게리타가 마리아에게 마리아의 어머니인 엘리사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에 대하여 얘기해 준다. 엘리사는 마리아의 아버지인 맥그레거와 결혼하기 전에 구글리엘모 라트클리프의 아버지인 에드워드를 사랑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서 엘리사와 에드워드는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에드워드와 엘리사는 나중에 자기들의 실수를 깨닫고 전보다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맥그레거가 그 사실을 알고 에드워드를 죽였다. 엘리사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역시 죽었다는 것이다. 그때 결투에서 치명상을 입어 온 몸이 피투성이인 라트클리프가 마리아의 방에 뛰어 들어와서 어서 더글라스와 함께 멀리 떠나라고 간청한다. 마리아는 방금 전 유모로부터 들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자기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리아는 처음에는 라트클리프에 대하여 측은하다는 생각을 가지지만 곧이어 라트클리프에게 이곳에 있으면 안되니 어서 나가라고 말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을 부르겠다고 소리친다. 마리아의 외침을 듣고 마리아의 아버지인 맥그레거가 달려 온다. 라트클리프는 마리아가 자기의 마지막 간청을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자기를 증오한다고 믿어서 칼을 뽑아 마리아와 맥그레거를 찌른다. 그런후에 라트클리프도 자신을 찔러 죽는다. 오페라는 라트클리프가 죽어가면서 던지는 말로서 막을 내린다. O Maria, vengo a te! Son qui, soave Maria!(오 마리아, 내가 이제 그대에게 왔소, 내가 여기 있소, 사랑스러운 마리아여!)이다.
'구글리엘모 라트클리프' 음반
[스코틀랜드가 무대인 오페라들]
-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굴리엘모 라트클리프'
- 주세페 베르디의 '아롤도'
- 주세페 베르디의 '맥베스'
- 빈센초 벨리니의 '청교도'
- 조반니 파치니의 '스코치아의 말비나'(Malvina di Scozia)
- 게타노 도니체티의 '람메무어의 루치아'
- 조아키노 로시니의 '호수의 여인'(La Donna del Lago)
- 프레데릭 뢰베의 '브리가둔'
- 조지 프레드릭 헨델의 '아리오단테'
- 프랑수아 아드라앙 부엘듀의 '하얀 옷의 여인'(La Dame Blanche)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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