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추억 따라/강화-인천

짜장면 박물관

정준극 2013. 5. 14. 21:45

짜장면 박물관(Jjajangmyeon Museum)

인천 중구 북성동의 옛 공화춘 자리

 

북성동의 짜장면박물관. 공화춘 간판이 그대로 걸려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짜장면박물관'이 생겨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이 세상에서 짜장면이 주인공인 박물관은 규모야 어떻든 인천 차이나타운의 것이 유일할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붙은 장소들이 부지기수이지만 먹는 것과 관련한 박물관은 별로 없다. 하기야 김치박물관은 여러 군데에 있다. 서울에도 있고 광주에도 있다. 생각해 보면 박물관이나 기념관이라고 하면 주로 보존가치가 있는 유물 및 골동품들을 전시하는 것이 목적일 터인데 음식과 관련한 박물관은 먹는 것을 전시해야 하므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다 알다시피 음식이라는 것은 오래 두고 보존하기가 어려우니 전시를 어떻게 할수 있겠는가? 하기야 모형으로 만들어 놓거나 사진만 찍어서 전시할수도 있지만 명색이 음식박물관인데 실제로의 음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감동이 절감될 것이다. 아무튼 우리 주변에 별별 박물관들이 다 있지만 그중에서 특별한 음식을 선정하여 박물관으로 만든 경우는 별로 없다. 있다고 한다면 아마 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있는 '떡박물관', 춘천의 '막국수 박물관' 정도일 것이다. 김치박물관은 여러 군데에 있지만 김치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반찬이어서 좀 그렇다. '떡박물관'은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 속하여 있는 박물관이다. 옛부터의 별별 떡을 다 만나볼수 있다. 하지만 비좁은 것이 유감이다. 건물의 1층에는 떡카페인 '질시루'라는 곳이 있어서 이런저런 떡들을 맛볼수도 있다. 춘천의 '막국수박물관'은 '떡박물관'과는 달리 건물이 웅장하다. 정식 명칭은 '막국수체험박물관'이다. 메밀로 막국수를 만드는 체험을 할수 있다. 과문이지만 음식과 관련한 박물관들은 이상의 짜장면, 떡, 막국수가 전부인 것 같다. 청양에 세계고추박물관, 장흥에 버섯박물관, 의성에 마늘박물관, 영주 풍기에 인삼박물관 등이 있지만 그건 음식박물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항과 함께 중국 산동성에서 주로 건너온 화교들이 시간절약, 경비절약을 위해 자장면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이 효시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짜장면박물관은 2012년에 문을 열었다. 선린동의 옛 공화춘 식당건물을 인천시 중구에서 사들여서 크게 보수하여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공화춘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 짜장면이 처음으로 본격 소개된 음식점으로 알려진 곳인데 지금은 물론 전설뿐이다. 원조 공화춘의 후손들이 차이나타운의 제1패루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골목길에서 신승반점이라는 식당을 운영하여 짜장면 노하우를 계승하고 있다고는 하니 그나마 옛 공화춘의 맛을 찾아 볼수 있을 것 같다. 짜장면을 처음 보급했다는 공화춘의 건물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1908년에 세워진 건물이다. 왜 공화춘이라는 이름을 붙였느냐 하는 것은 본 블로그의 다른 코너에 설명해 놓았으므로 생략코자 한다. 공화춘 건물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쇠락하여 몇년 전만해도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귀신집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 집 앞으로는 마음 놓고 걸어다니기 조차 쉽지 않았다. 사족이지만, 공화춘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인지 또는 공화춘의 광고효과를 보기 위해서인지 차이나타운 한복판에 대형 공화춘 식당이 생겨서 영업을 하고 있지만 당연히 옛날의 그 공화춘은 아니다.

 

공화춘 주방의 모습

                                                        

짜장면박물관은 인천에 중국인(화교)들이 들어와 살게된 역사, 짜장면의 탄생과정, 1930년대 공화춘의 접객실, 짜장면의 전성기, 현대의 문화 아이콘인 짜장면, 1960년대 공화춘의 주방 등으로 구분하여 전시실들을 꾸며놓았다. 짜장면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전시실이 그중에서 눈길을 끈다. 1970년대의 중국음식점 풍경을 재현한 공간이다. 당시에는 아이들에게 '너 세상에서 제일 먹고 싶은 것이 무어냐?'라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짜장면이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짜장면은 최고의 인기음식이었다. 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 졸업식이나 중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식구들과 함께 짜장면 집에 가서 짜장면 한 그룻 씩을 먹는 것이 최고의 축하파티였다. 개중에 잘 사는 집 아이들은 탕수육도 곁들여서 먹고 그것도 모자라면 야끼만두나 물만두를 시켜 먹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요즘엔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졸업식을 마치고 짜장면 집에 가는 가정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신에 빕스니 티지아이에프니 하는 서양 식당을 가던지 호텔의 부페식당을 가던지 한다. 부페를 한문으로 腐敗(부패)라고 쓰는 사람도 있으니 의미가 심장하다. 아무튼 짜장면박물관의 1970년대 전시실을 보면 교복을 입은 어설픈 학생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형님이나 아버지와 함께 중국집에 와서 짜장면을 시켜 먹는 모습을 볼수 있다.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가 함께 하지 않았는데도 졸업생 아이들은 짜장면을 앞에 놓고 기쁘기만한 표정이다. [자장면, 짜장면 모두 표준어이다.]

 

졸업식 후에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 한 그릇씩 먹는 것이 큰 낙이었고 자랑이었다.

 

또 다른 전시실에서는 면의 종류, 배달통(이른바 철가방)의 변천, 차이나타운의 생활에 대하여 영상, 유물, 자료 등을 볼수 있다. 초기의 짜장면 배달통은 나무로 견고하게 만든 것이었다. '언제 저런 통을 사용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그런 나무통에 넣은 짜장면을 배달해서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생소한 느낌이리라. 짜장면은 라면 때문에 '국민음식'의 권좌에서 밀려나야 했지만 아직도 하루에 전국에서 7백만 그룻이 팔린다고 한다. 어떻게 통계를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대단하긴 대단하다. 하기야 요새는 인스탄트 짜장면도 얼마든지 있으니 기술이 발전해도 상당히 발전한 셈이다. 옛날에는 외국에 출장을 가면 고추가루 설설 뿌린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중국식당이라는 곳을 두리번 거리지만 도무지 짜장면을 파는 곳이 없어서 대신에 겨우 볶음밥만 먹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세계 곳곳에 한국식당들이 있고 짜장면도 만들어서 팔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게 되었다. 물론 공화춘의 짜장면 맛과는 차이가 나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생각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먹으면 될 것이다.

 

1970년대의 중국식당 선린반점의 모습을 볼수있다.

 

자료에 의하면 짜장명은 1883년 인천 개항과 더불어 중국 산동성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삶은 국수에 된장과 야채를 얹어서 비벼 먹었는데 해방후에 캐러멜이 첨가된 달콤하고 검은 색갈의 춘장이 보급되어 이른바 한국특유의 짜장면이 크게 번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옛날 생각하고서 한번 시간들을 내서 인천 차이나타운의 짜장면박물관을 구경가보기를 권면한다. 전철 1호선 인천역 종점에서 내려 길건너 차이나타운에 가면 된다. 입장료는 어른이 1천원, 학생이 7백원, 어린이 5백원이다. 65세 이상 경노는 무료. 짜장면박물관을 보고 난 후에 한중문화관을 보고 삼국지 벽화도 보고....차이나타운에는 볼 것도 많다. 관람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단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설날 연휴와 추석 연휴에도 쉰다. 하기야 설날이나 추석 연휴에 할 일도 많은데 인천 차이나타운의 짜장면박물관에서 가서 옛날에는 짜장면 배달통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자세히 조사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짜장면을 영어로 Jjajangmeon 이라고 표기한 것은 아무래도 콩글리쉬의 전형 같아서 어색하다.

 

짜장면에 대한 영화도 볼수 있다. 그리고 철가방의 변천도 볼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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