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슈베르트의 '쌍둥이 형제' - 33

정준극 2013. 6. 23. 03:44

쌍둥이 형제(Die Zwillingsbrüder) - The Twin Brothers

프란츠 슈베르트의 단막 징슈필

 

프란츠 슈베르트


'가곡의 왕' 슈베르트는 징슈필을 몇 편 남겼다. 대표적인 것이 '알폰조와 에스트렐라', '휘에라브라스', 그리고 '쌍둥이 형제'이다. '쌍둥이 형제'는 단막의 징슈필로서 도이치 번호 647번이며 슈베르트가 22세 때인 1819년에 작곡한 것이다. '쌍둥이 형제'는 오페라의 장르에서 징슈필로 분류되지만 또 다른 분류로는 노래가 있는 포쎄(Posse mit Gesang: Farce with Singing)라고 한다. 포쎄라는 말은 익살극, 어릿광대극, 소극(笑劇)이라는 뜻이다. 대본은 게오르그 에른스트 폰 호프만(Georg Ernst von Hofmann)이라는 사람이 썼는데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슈베르트가 잘 알고 지내던 시인이나 극작가일 것이다. 그나저나 호프만은 1818년에 프랑스 보드빌인 Les deux Valentin(두 사람의 발렌탱)이라는 극본을 바탕으로 '쌍둥이 형제'의 대본을 썼다. 슈베르트의 징슈필(포쎄 미트 게장) '쌍둥이 형제'는 1820년 6월 14일 비엔나의 캐른트터토르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캐른트너토르극장은 오늘날 슈타츠오퍼 뒷편의 자허 호텔 자리에 있었던 극장으로 이곳에서 여러 음악작품들이 역사적인 초연을 가졌다. 예를 들면 모차르트의 '이집트 왕 타모스', 살리에리의 '페르시아 여왕 팔미라', 역시 살리에리의 '활슈타프', 베토벤의 '휘델리오' 최종수정본, 베버의 '오이리안테', 그리고 무엇보다도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이곳에서 1824년 5월 7일 초연되었다. '쌍둥이 형제'는 슈베르트의 다른 무대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평론가들은 대본이 취약하다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한편, 비록 슈베르트의 음악은 대단히 세련되었지만 주제가 코믹하고 경쾌한데 비하여 제대로 매치가 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슈베르트는 '쌍둥이 형제'에서 모차르트 스타일의 음악을 사용하였다. 그래서인지 '마술피리'의 음악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준다.

 

'쌍둥이 형제' 음반. 테너 니콜라이 겟다가 주역을 맡았다.

              

등장인물은 마을 촌장인 슐츠(Der Schultze: B), 그의 아름다운 딸인 리센(Lieschen: S), 리센과 사랑하는 사이인 청년 안톤(Anton: T), 공증인(B), 그리고 프란츠/프리드리히 슈피쓰(Franz/Friedrich Spiess: B)이다. 초연에서는 프란츠/프리드리히 슈피쓰의 1인 2역을 베이스 요한 미하엘 포글(Johann Michael Vogl: 1768-1840)이 맡았다.

 

무대는 독일 라인강변의 어떤 마을이다. 마을 촌장(시장)의 딸인 리센의 18세 생일을 맞이하는 날이다. 당시 독일에서는 18세가 넘으면 결혼할수 있었다. 리센은 결혼을 약속한 안톤과 어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서 아버지인 촌장에게 조르는 입장이다. 막이 열리면 이미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두 사람의 행복한 사랑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리센과 안톤의 결혼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알려진다. 리센의 아버지인 슐츠씨는 리센이 태어났을 때에 돈이 급해서 친구인 프란츠 슈피쓰에게서 돈을 빌리고는 그 대가로 리센이 결혼할수 있는 나이가 되면 프란츠 슈피쓰와 결혼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단 한가지 조건이 있었다. 리센이 18세 생일을 마지하는 바로 그날에 청혼하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프란츠는 리센의 아버지와 그런 약속을 한 후에 금방 전쟁에 나가야 해서 군대에 들어갔다. 그후에는 아무도 프란츠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프란츠가 분명히 전쟁터에서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만일 살아 있다면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상당히 나이가 많은 예비군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프란츠가 이제와서 갑자기 마을에 돌아온 것이다. 리센에게 청혼할수 있는 바로 그날 돌아온 것이다. 프란츠는 리센과 결혼하겠다고 선언만 하면 되었다. 리센의 아버지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참으로 우연하게도 프란츠에게는 프리드리히라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는데 그도 오래 전에 군대에 갔다가 제대하여 바로 그날 고향마을로 돌아온 것이다. 두 형제는 함께 전쟁에 나가기는 나갔지만 서로 떨어져 지냈고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자 서로 상대방이 전쟁터에서 죽었다고 믿고 있었다. 두 형제는 마을에 돌아오기는 했지만 같은 장소에 같은 시간에 나타나지를 않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이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보니, 분명히 한 사람인데 행동이나 말이 엉뚱하게 다른 경우가 많아서 적잖은 혼란을 주고 있다. 예를 들면 한번은 리센과 결혼하겠다고 계속 고집을 부리다가도 잠시 후에 나타나서는 결혼을 무슨 결혼이냐 생각도 없다. 리센아가씨가 누구하고 결혼하든 상관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리센의 아버지인 슐츠는 저 나이 많은 제대군인이 전쟁터에서 심하게 부상을 당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런 사람이라면 자기의 딸 리센과 결혼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코믹한 장면이 계속되고 오해가 계속 생기고 하다가 나중에는 드디어 두 형제가 얼굴을 대면하게 되고 촌장과 리센과 안톤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도 사정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러한 차제에 프란츠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리센과 결혼하겠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서 결혼을 취소한다. 마음을 조리고 있던 리센은 안톤과 결혼하게  되어 행복하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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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시 시간도 있고 하여서 '포쎄 미트 게장'(노래가 있는 익살극)에 대하여 잠시 소개코자 한다. '포쎄 미트 게장'(Posse mit Gesang)은 독일어 뮤직 드라마의 한 형태이다.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독일에서 인기를 끌었던 공연이었다. 처음에는 '포쎈슈필'(Possenspiel: 익살극)이라고 불렀다. 어떤 때는 간단히 포쎄(Posse)라고 부르기도 했다. 주로 비엔나, 베를린, 함부르크와 같은 대도시에서 유행했다. 대도시에서 유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대도시에 뛰어난 코믹배우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것 같았다. '포쎄 미트 게장'은 징슈필과 비슷하지만 징슈필이 오페라적 요소가 많은데 비하여 포쎄는 음악보다 액션이 더 많다는 차이가 있다. 비엔나에서 대표적인 포쎄는 페르디난트 라이문트의 Der Alpenkönig und der Menschenfeind 이다. 1828년 작품이다. 요한 네스트로이의 작품들도 대개가 포쎄에 속한다. 포쎄에 음악을 기여한 작곡가로서는 벤첼 뮐러(Wenzel Müller), 콘라딘 크로이처(Conradin Kreutzer), 필립 야콥 리오테(Philip Jakob Riotte) 등이다. 20세기에도 포쎄 형식의 작품은 간혹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것은 발터 콜로(Walter Kollo)의 '필름차우버'(Filmzauber: 1912)와 '5월 처럼'(Wie einst im Mai: 1913)일 것이다. 포쎄를 다시 분야로 나누면, 일상생활을 주제로 한 '로칼포쎄'(Lokalposse), 마법을 내용으로 한 '차우버포쎄'(Zauberposse), 인물의 성격을 주제로 삼은 '카락터포쎄'(Charakterposse), 상황이나 이벤트를 주제로 삼은 시투아치온포쎄(Situationposse), 풍자를 주제로 삼은 '파로디렌데 포쎄'(Parodiende Posse) 등이다.

 

포쎄 미트 게장의 대표적인 작품들은,

- 프란츠 슈베르트: '쌍둥이 형제'(Die Zwillingsbrüder). 1820 비엔나 캐른트너토르 극장

- 벤첼 뮐러: '헤르 요제프와 프라우 바베를'(Herr Josef und Frau Baberl). 1826. 비엔나 레오폴드슈타트극장

- 요한 네스트로이(극본)와 아돌프 뮐러(Adolf Müller: 음악): Einen Jux will er sich machen. 1842.

- 카를 미하엘 치러(Karl Michael Ziehrer): Wiener Luft(비엔나의 바람). 빈강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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