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크레네크의 '조니가 연주하다' - 34

정준극 2013. 7. 12. 19:37

조니가 연주하다(Jonny spielt auf) - Jonny Strikes Up

에른스트 크레네크의 2 파트 오페라...독일의 대혼란기에 나온 풍자적 작품

재즈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한 이야기

 

에른스트 크레네크

                                             

'조니가 연주하다'(Jonny spielt auf)는 체코계로서 비엔나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활동하다가 나중에는 나치의 핍박을 피하여 미국으로 건너간 에른스트 크레네크(Ernst Krenek: 1900-1991)가 작곡한 오페라이다. 1927년, 크레네크가 27세 되던 해에 라이프치히에서 초연되었다. 그후 독일을 중심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조니가 연주하다'는 일반적인 영웅담이나 신화를 소재로 한 오페라가 아니라 재즈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당시 독일 사회는 대단한 혼란 속에 있었다. 그러한 때에 재즈 성향의 오페라가 등장한 것은 무언가 혁신적인 것을 갈망하고 있던 독일 사회에 커다란 자극을 준 것이었다. '조니가 연주하다'가 얼마나 인기를 끌었느냐 하면 1927년 2월 10일 라이프치히의 슈타트테아터(시립극장)에서 초연을 가진 이래 독일 전역에서 첫 시즌에 무려 421회의 공연이 있었던 것만 보아도 알수 있ㄴㅇ다. 그 때문에 크레네크는 경제적으로 상당한 여유가 있게 되어 그로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작곡에만 전념할수 있었다. 크레네크는 생전에 10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어떤 것은 이탈리아어 대본으로 되어 있는 것도 있으며 미국에서 작곡한 것은 영어 대본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1) Orpheus und Eurydike(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1926) 2) Jonny spielt auf(조니가 연주하다: 1927) 3) Der Diktator(독재자: 1928) 4) Schwergewicht(헤비웨이트: 1928) 5) Leben des Orest(오레스테스의 삶: 1930) 6) Cefalo e Procri(체팔로와 프로크리: 1934) 7) Karl V(칼 5세: 1938) 8) Tarquin(타르퀸: 1950) 9) The Bell Tower(종탑: 1957) 10) What Price Confidence?(확신의 가격은? 1962)


프라하 국립극장 무대 

                                    

'조니가 연주하다'(요니가 연주하다)는 1927년 이후에도 계속 공연될수 있었지만 나치가 권력을 잡기 시작하는 바람에 미움을 받아 더 이상 공연을 할수 없었다. 크레네크는 비엔나 사람이지만 그의 오페라에 대한 비엔나의 적대감이 다른 곳보다 강했다. 주로 나치 동조자들이 적대감을 보였다. 몇 년후에는 나치의 본거지라고 할수 있는 뮌헨에서 크레네크의 작품을 반대하는 운동이 벌어졌다. 그러다가 1933년에 나치가 본격적으로 정권을 잡자 나치는 이른바 퇴폐음악(Entartete Musik)이라는 명분 아래 유태인의 음악, 젊은 세대의 무조주의에 입각한 현대음악, 저속하다고 간주한 재즈와 같은 음악들을 금지하였다. 크레네크의 '조니가 연주하다'도 당연히 금지대상이 되었다. 1938년에는 뒤셀도르프에서 '퇴폐음악'(Entartete Musik)에 대한 전시회가 열렸다. 대부분이 지난 정부인 봐이마르 공화국 시대의 음악을 퇴폐적이라고 하여 금지 대상에 포함하였다. 전시회를 주관한 한스 치글러(Hans Ziegler)라는 사람은 특별히 크레네크의 '조니가 연주하다'를 봐이마르 퇴폐의 전형이라고 하며 노골적으로 비난하였다.

 

'조니가 연주하다'의 피날레 기차역 장면

                            

여기서 잠시 당시 봐이마르 공화국의 사정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봐이마르 공화국은 1차 대전에서 패배한 프러시아가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를 채택하여 1919년에 출범한 국가이다. 봐이마르 공화국의 영토는 베를린을 포함하는 현재의 독일 대부분이었다. 봐이마르 공화국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공화국의 첫 제헌의회가 봐이마르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봐이마르 공화국은 1923년에 대단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인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전국을 휩쓸었다. 자고 나면 물가가 천정부지로 솟아 올랐다. 화폐의 가치가 폭락했다.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휴지나 다름없는 지폐 때문에 파탄을 맞이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사회에는 냉소주의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었다. 뜻 있는 사람들은 과거의 고루한 인습을 타파하지 않으면 나아갈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음악계에서도 그러했다. 언제까지 바흐와 바그너에 집착할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러한 때에 나치가 등장하여 정권을 잡으려고 했으나 처음에는 뜻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나치는 재기의 기회만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었다. 에버르트 정부는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화폐의 가치를 전쟁 전으로 돌려 놓고자 했으나 생각처럼 마음대로 되지 못했다. 1925년에는 육군대원수인 힌덴부르크 장군이 77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에버르트의 뒤를 이어 봐이마르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그로부터 한때 투자 붐이 일어났으나 패전국인 독일의 경제가 당장 회복되기는 어려웠다. 사회는 새로운 돌파구로서 나치를 선택하였고 결국 1929년부터는 나치의 제3제국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때에 크레네크의 '조니가 연주하다'가 등장한 것이다. 1928년에는 쿠르트 봐일이 '서푼짜리 오페라'를 브레헤트의 대본으로 완성했다. 두 사람의 협동은 1930년 '마하고니 도시의 흥망'으로 피크를 이루었다. 그리고 젊은 파울 힌데미트는 화가 코코슈카의 극본으로 '살인, 여인들의 희망'을 만들어서 1919년에 선을 보인 일이 있고 1926년에는 '카디약'을 내놓아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젊은 작곡가들의 시도는 나치의 새로운 예술정책에 의해 저지당했다.

 

'조니가 연주하다' 음반. 오리지널 음반에는 '퇴폐음악'(Entartete Musik)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조니가 연주하다'는 크게 2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시 11개의 장면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음악 넘버는 33곡에 이른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한다. [첫번째 파트] 오페라 소프라노인 아니타(Anita: S)는 알프스 산장에 투숙하고 있던 중에 모처럼 자연의 품속에서 산책을 나왔다가 길을 잃는다. 아니타는 우연히도 산속에서 작곡가인 막스(Max: T)를 만난다. 막스는 알프스의 거대한 빙하를 보기 위해 이곳까지 왔던 터이다. 막스는 빙하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아니타는 막스가 유명한 작곡가인 것을 알아보고 얼마전에 막스의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아 노래를 부른 일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 연고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두 사람은 같은 산장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다정한 모습으로 숙소인 산장으로 돌아온다. 막스는 어느덧 아니타에게 사랑을 느낀다. 아니타도 막스와 같은 유명 작곡가와 함께 지낼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막스는 아니타에게 파리로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파리에서는 자기의 신작 오페라가 공연될 예정이다. 막스는 아니타에게 자기의 신작 오페라에 출연토록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빙하를 너무 좋아하는 막스는 알프스의 산장에 조금 더 머물러 있고 싶지만 매니저가 어서 파리로 떠나야 한다고 재촉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떠난다. 

 

'조니가 연주하다'의 무대. 아니타와 다니엘로

                        

파리의 어떤 호텔이다. 재즈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다. 객실 청소부인 이본느(Yvonne: S)는 바이올린을 켜는 조니와 오느새 한 통속이 되어 있다. 조니(Bar)는 미국 흑인이다. 조니는 재즈 밴드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이다. 이본느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다니엘로(Daniello: Bar)의 방을 청소하고 있다. 조니는 다니엘로가 세계적인 아마티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자기도 모르게 욕심이 생겨서 그 바이올린을 훔치고자 한다. 그러한 때에 마침 아니타가 도착하는 바람에 어수선해서 바이올린을 훔치지 못한다. 다니엘로는 자기 의 귀중한 바이올린을 자기 방으로 가져가서 한 구석에 옮겨 놓는다. 조니가 그 장면을 몰래 보고 나중에 다니엘로의 아파트에 들어가서 바이올린을 훔친다. 그러나 사람들이 볼지도 모르므로 바이올린을 가져나오지는 못하고 옆에 있는 아니타의 벤조가방 속에 넣는다. 아니타는 다음날 아침이면 다니엘로와 작별을 하고 떠날 것이기 때문에 아니타가 자기 가방에 들어 있는 바이올린을 자연스럽게 가져 나오면 그 후에 자기의 벤조 가방과 바꿔치기를 해서 바이올린을 차지할 생각이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다니엘로는 아니타를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다니엘로는 아니타가 막스에게 사랑의 선물로서 주려고 하는 반지를 몰래 챙겨서 이본느에게 잠시 맡긴다. 그러면 아니타가 반지를 찾으려고 떠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도 모르고 아니타는 막스와의 약속을 생각하고 호텔 방을 나선다. 다니엘로가 아니타의 뒤를 쫓는다. 조니도 마찬가지로 아니타의 뒤를 쫓는다. 왜냐하면 아니타의 벤조가방 속에 바이올린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콜론극장(부에노스아이레스) 무대

                             

[두번째 파트] 막스는 호텔에서 사랑하는 아니타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잠이 든다. 마침내 아니타가 도착하자 지난 밤에는 어디에 가서 있었느냐면서 차갑게 대한다. 그러는 사이에 이본느는 아무래도 아니타에게 반지를 돌여 주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반지를 가져온다. 한편, 조니는 모두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아니타의 방에 들어가서 벤조가방에 들어 있는 바이올린을 꺼낸다. 막스는 모든 것이 귀찮아서 어서 알프스 산장으로 돌아가서 빙하나 보면서 지낼 생각이다. 그런데 갑자기 라우드 스피커에서 아니타의 음성이 들리며 동시에 재즈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니엘로는 재즈 밴드에서 자기의 바이올린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는 그제서야 도난 당할 줄 알고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이 도착하자 조니는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간다. 조니는 기차역으로 달려가서 암스텔담행 기차표를 산다. 하지만 정작 기차는 놓친다. 막스도 기차역에 도착한다. 알프스 산장으로 가기 위해서이다. 막스는 미리 아니타에게 전보를 보내어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조니는 막스의 트렁크 옆에 바이올린 케이스를 높는다. 다니엘로는 아니타가 자기를 버리고 막스에게 가자 질투심에 불타 오른다. 게다가 다니엘로는 막스와 아니타가 짜고서 자기의 귀중한 바이올린을 훔친 것으로 오해한다. 아니타는 다니엘로에게 막스가 바이올린 도둑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다니엘로는 아니타의 말을 믿지 않고 계속 흥분한다. 아니타는 자기도 모르게 다니엘로를 철길 위에 밀쳐 쓰러지게 만든다. 달려오던 기차가 다니엘로를 죽인다. 조니는 경찰관의 눈을 피해 도피할수 있었지만 막스는 도둑으로 몰려 대신 잡혀간다. 그통에 바이올린은 주인이 없는 것이 된다. 막스는 유명한 작곡가라는 신분이 밝혀져서 경찰로부터 석방된다. 막스는 알프스 산장으로 떠나는 기차를 겨우 탄다. 기차에는 아니타와 매니저가 막스를 기다리고 있다. 무대의 배우들이 에필로그를 노래한다. 조니는 마침내 그 바이올린으로 연주를 하기 시작한다. 모두 조니의 연주에 맞추어서 춤을 춘다. 이처럼 '조니가 연주하다'는 내용이 황당하기도 하지만 당시의 정치 및 사회상을 풍자한 것으로서 공감을 주었다.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인 막스

                                 

'조니가 연주하다'의 음악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Scene 1. Du schöner Berg, der mich anzieht

Scene 1. Von dem Wege kam ich ab

Scene 2. Nun ist es gut, und ich bin wieder heiter

Scene 2. Als ich damals am Strand des Meeres stand(바다의 해협에 있을 때에)

Scene 3. Einleitung(서론)

Scene 3. Oh, das ist mein Jonny!(오 나의 조니)

Scene 3. Ein Autogramm! Ein Autogramm!(사인을, 사인을)

Scene 3. Du Lumpenkerl!(룸펜)

Scene 3. Sie ist sehr spirituell(얼마나 정신적인가)

Scene 4. Jonny bin ich losgeworden(조니, 벗어나도다)

Scene 4. Ich reise ab!(떠나련다)

Scene 4. Ah! Meine Geige, meine Geige ist fort!

Scene 4. Ach, ach, das fehlte mir!

Scene 4. Fräulein Yvonne, auf ein Wort!

Scene 5. Sie kommt zurück(그녀가 돌아왔다)

Scene 5. Ich will zu arbeiten versuchen

Scene 6. Ich habe geschlafen und ich habe geträumt

Scene 6. Ich bin wieder da!(다시 왔소이다)

Scene 6. Weil du den Sinn deines Lebens

Scene 6. Das ist gewiss der Mann(그 사람이 분명해)

Scene 6. In diesem Lande sind die Leute sehr komisch

Scene 6. Was willst du mit dem Banjo, Jonny

Scene 7. Hier, hier, an diesem Ort war es

Scene 7. Wer ruft? Wer ruft?(그 누가 부르는가, 부르는가?)

Scene 7. Als ich damals am Strand des Meeres stand

Scene 7. Gott sei Dank! Das ist Jonnys Jazzband!

Scene 8. Oh! Das wurde mir denn noch zu dumm!

Scene 9. Aus Vergnügen! Aus Geschäft!

Scene 9. Er gab mir Nachricht, dass er käme

Scene 9. D-Zug nach Amsterdam(암스텔담으로 가는 기차)

Scene 10. I must have die Geige wieder

Scene 11. Ob er kommt, ob Nachricht kommt

Scene 11. So hat uns Jonny aufgespielt zum Tanz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