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로시니의 '에르미오네' - 32

정준극 2013. 6. 14. 07:59

에르미오네(Ermione) - Hermione

조아키노 로시니의 2막 비극

원작은 장 라시느(Jean Racine)의 희곡 안드로마크(Andromaque)

 

안드로마크(안드로마카)가 어린 아들과 함께 엑토르(헥토르)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자크 루이 다비드 작품.

                               

로시니는 생전에 약 40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정확히 말하면 38편이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도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는 서너 편에 불과하다. 가장 인기 있는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비롯하여 '돈 파스쿠알레', '라 체네렌톨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L'Italiana in Algeri) 정도이다. 나머지 오페라들이 자주 공연되지 않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고난도의 성악적 테크닉과 재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도무지 힘들어서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오페라의 공연에는 10여 명에 이르는 정상의 성악가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렝스로의 여행'(Il Viaggio a Reims)이다. 고난도의 테크닉과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경우로서는 '세미라미데' 그리고 '에르미오네'를 빼놓을수 없다. 그런고로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이라고 해도 뛰어난 성악가들을 확보하지 못하여 거의 공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페라 팬들로서는 겨우 음반이나 CD로서 만족해야 하는 입장이다.


'렝스로의 여행'의 현대적 감각의 무대. 네덜란드 국립오페라

 

'에르미오네'(Ermione)의 대본은 이탈리아의 대본가인 안드레아 레오네 토톨라(Andrea Leone Tottola: -1831)가 썼다. 프랑스의 극작가인 장 라시느의 '안드로마크'(Andromaque)를 바탕으로 하여 대본을 썼다. 장 라시느(Jean Racine: 1639-1699)는 몰리에르, 코르네이유(Corneille)와 함께 17세기 프랑스의 3대 극작가의 한 사람이다. 대본을 쓴 안드레아 레오네 토톨라는 로시니를 위해서 '에르미오네' 이외에도 '이집트의 모세'(Moses in Egitto), '호수의 여인'(La donna del lago), '젤미라'(Zelmira) 등의 대본을 썼으며 도니체티를 위해서는 '집시여인'(La zingara), '알프레드 대왕'(Alfredo il grande), '케닐워스 성'(Il castello di Kenilworth) 등의 대본을 썼고 벨리니를 위해서는 '아델손과 살비니'(Adelson e Salvini)의 대본을 쓴 사람이다.

 

피루스 왕의 포로가 되어 에피루스 왕국으로 잡혀온 안드로마카. Frederic Leighton 작품

                                              

오페라 '에르미오네'의 내용은 그리스 신화에 근거를 둔 것이다. 트로이전쟁과 관련된 내용이다. 타이틀 롤인 에르미오네는 스파르트의 미넬라우스 왕과 헬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에르미오네는 에피루스의 왕 피루스(피로)와 정혼하였다. 피루스는 전설적인 용장 아킬레스의 아들로서 나중에 에피루스의 왕이 된 사람이다. 에피루스는 오늘날 그리스와 알바니아 접경 지대에 있었던 고대 왕국이다. 에피루스의 왕 피루스는 여러 전쟁에서 승리한 후 당당하게 개선한다. 에피루스는 수많은 포로들을 데리고 온다. 그중에는 안드로마카도 포함되어 있다. 안드로마카는 스파르트의 왕자인 엑토르(헥토르)의 미망인이다. 안드로마카는 어린 왕자와 포로가 되어 있다. 피루스 왕은 안드로마카를 사랑하여 결혼코자 한다. 하지만 포로의 신분인 안드로마카는 피루스 왕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한다. 피루스 왕과 정혼한 에르미오네는 그런 사정을 알고 질투심에 불타서 오레스테를 시켜 피루스 왕을 암살한다. 오레스테는 아가멤논과 클리템네스트라의 아들이며 엘렉트라의 남동생이다. 백성들은 질투의 화신이 되어 피루스 왕을 살해한 에르미오네를 저주한다. 에르미오네도 자기의 지나친 행동을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이다. 에르미오네가 주인공이지만 실은 안드로마카가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 오페라이다.

 

1987년 몽세라 카바예와 매릴린 혼의 출연한 공연 음반

 

'에르미오네'는 1819년 3월 27일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다가 4월 19일 일곱번째 공연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아직까지도 분명치 않다. 그후 '에르미오네'는 로시니가 세상을 떠난지 약 100년 후에야 겨우 다시 모습을 보였다. 현대에 이르러서 처음 공연된 것은 1987년 8월 22일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발(또는 페사로 페스티발)에서였다. 몽세라 카바예, 매릴린 혼, 크리스 메리트, 라크웰 블레이크 등 당대 최정상의 성악가들이 출연한 것이었다. 영국에서는 1992년 4월 10일에 런던의 퀸 엘리자베스 홀에서 콘서트 연주회가 열렸다. 그리고 첫 무대 공연은 1995년 5월 22일 글린드본에서였다. 미국에서는 1992년 6월 26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콘서트 연주회를 가졌고 그해 9월 11일에는 오페라 오마하가 처음으로 무대 공연을 하였다. 이밖에도 1991년에 나폴리, 마드리드, 로마에서, 1992년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2000년에 산타페에서 공연되었으며 가장 최근의 공연은 2004년 뉴욕시티오페라와 달라스 오페라가 합동으로 공연한 것이다. 1819년 3월 나폴리 공연에서는 타이틀 롤은 소프라노 이사벨라 콜브란이 맡았다. 이사벨라 콜브란은 나중에 로시니와 결혼하였다. 안드로마카의 이미지는 콘트랄토 베네데타 로스문다 피사로니(Benedetta Rosmunda Pisaroni)가 창조하였고 피로(피루스)는 테너 안드레아 노짜리(Andrea Nozzari)가 맡았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트로이의 다른 포로들과 함께 지하감옥에 갇혀 있는 헥토르 왕자의 아들 아스티아나테를 어머니인 안드로마카가 찾아와서 서로 부등켜 안고 있다.

 

- 에르미오네(Ermione: Hermione: 메넬라우스와 헬렌의 딸: 아킬레스의 아들, 에피루스 왕인 피로와 약혼함:

S)

- 안드로마카(Andromaca: Andromaque: Andromache: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의 미망인: Cont)

- 피로(Pirro: Pyrrhus: 아킬레스의 아들, 에피루스의 왕: 에르미오네와 약혼. 그러나 안드로마카를 사랑함: T)

- 오레스테(Oreste: Orestes: 아가멤논의 아들: 에르미오네를 사랑함: T)

- 필라데(Pilade: Pylades: 오페스테의 친구: T)

- 클레오네(Cleone: 에르미오네의 친구: MS)

- 페니치오(Fenicio: 피로의 가정교사: B)

- 체피사(Cefisa: 안드로마카의 친구: Cont)

- 아탈로(Attalo: 피로의 친구: T)

- 아스티아나테(Astianatte: Astyanax: 안드로마카의 아들: 사일렌트)

기타 에피루스 왕국의 귀족들, 트로이의 포로들, 오레스테의 부관들, 스파르타의 처녀들

 

에피루스 왕국의 피로 왕궁에 잡혀 있는 안드로마카(몽세라 카바예). 1987년 페사로 페스티발

 

장소는 에피루스 왕국의 피로의 궁전과 그 주변이다. 시기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직후이다. 막이 시작되기 전에 서곡이 연주된다. 그런데 서곡은 감옥에 갇혀 있는 트로이 포로들의 탄식이 연주 중간에 두세번 나오는 특이한 구성이다.

 

[1막] 1장은 피로 왕궁의 지하감옥이다. 트로이의 포로들이 탄식을 계속하고 있다. 포로들의 합창이 Troja! Qual fosti un di(트로이! 한 때는 너무나 위대하였는데)이다. 안드로마카의 어린 아들인 아스티아나테는 한 쪽에서 피곤에 지쳐 잠들어 있다. 잠시후 안드로마카가 피로 왕의 가정교사인 페니치오, 피로 왕의 신하이며 동료인 아탈로, 안드로마카의 동무이며 시녀인 체피사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한다. 안드로마카는 어린 아스티아나테를 끌어 안으며 애처로워 한다. 안드로마카의 카바티나가 Mia delizia!(오직 나의 기쁨)이다. 피로 왕의 동료인 아탈로가 안드로마카에게 이미 세상 떠난 남편 엑토르를 잊고 피로 왕의 마음을 받아 준다면 어린 아스티아나테는 석방될 것이라고 말한다. 페리치오는 그로 인하여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 것같아 걱정이어서 아탈로에게 그런 말은 이제 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한다. 페리치오는 어린 아스티아나테와 안드로마카를 마지못해 떼어 놓는다.

 

피로 왕과 안드로마카와 감옥에 갇혀 있는 어린 아들 아스티아나테

 

2장은 궁전 밖에 있는 어떤 정원이다. 에르미오네의 동무인 클레오네가 에르미오네에게 사냥이나 가자고 권한다. 클레오네와 처녀들의 합창이 Dall'Oriente l'astro del giorno(해가 동녘에서 떠오르고 있도다)이다. 에르미오네는 좋아하는 사냥을 가자는 권유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결혼을 약속한 피로 왕이 자기를 버리고 안드로마카와 결혼할 생각이라면서 분을 참지 못한다. 잠시후 피로 왕이 나타난다. 피로 왕은 정원에 안드로마카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이곳까지 온 것이다. 피로 왕은 에르미오네를 보고 급히 피하려고 한다. 그러자 에르미오네가 피로 왕이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다.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인다. 이때의 듀엣이 No proseguir(더 이상 말하지 마시오)이다. 두 사람의 말다툼은 귀족들이 나타나서 그리스의 사절로 오레스테가 도착했다고 전하는 바람에 겨우 중단된다. 귀족들의 합창이 Sul lido, di Agamennone il figlio, Oreste, e giunto(우리의 해안애 아가메논의 아들인 오레스테가 도착해소이다)이다. 오레스테가 도착했다는 소리를 들은 피로 왕은 깜짝 놀라지만 에르미오네는 오히려 기쁜 표정이다. 피로 왕이 오레스테를 영접하기 위해 떠난다. 한편, 에르미오네는 오레스테의 도착으로 피로 왕과 안드로마카의 결혼만 서두르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여 두려워한다.

 

2008년 페사로 페스티발 무대

 

3장은 피로 왕궁의 대관식 홀이다. 필라데가 잔뜩 긴장해 있는 오레스테를 진정시키고 있다. 오레스테는 그리스의 사절로 이곳에 왔다. 오레스테는 에르미오네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에르미오네는 에피루스의 왕 피로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다. 필라데는 오레스테에게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오레스테의 카바티나와 필라데와 함께 부르는 듀엣이 Che sorda al mesto pianto...Ah! come nascondere la fiamma vorace(그녀는 나의 눈물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아, 만족을 모르는 나의 정염을 어찌 감출수 있으랴)이다. 그때 피로 왕의 입장을 알리는 행진곡이 들린다. 이어 피로 왕과 에르미오네, 그리고 페니치오와 아탈로가 귀족들과 경비병들과 함께 들어온다. 안드로마카도 들어오지만 사람들의 눈에 띠지 않는 한 쪽 구성에 서 있는다. 오레스테는 피로 왕에게 그리스의 모든 왕들의 대표하여 이 곳에 왔다고 밝히고 헥토르의 아들인 아스티아나테를 반드시 죽여서 그가 아버지인 헥토르의 원수를 갚으려고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한다. 아스티아나테의 아버지인 헥토르는 트로이 전쟁 중에 오레스테의 아버지인 아킬레스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오레스테의 아리아가 Balena in man del figlio l'asta di Achille...Deh serena i mesti rai...Non pavento: quest'alma ti sprezza(아킬레스의 창이 그의 아들의 손에서 빛나고 있다. 우울한 눈빛을 밝게 하여라...너는 나를 겁나게 할수 없다. 나의 영혼이 너를 저주한다)이다. 오레스테의 말을 들은 안드로마카와 에르미오네는 오레스테가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할수 있느냐면서 소스라치게 놀란다. 오레스테는 이어 피로 왕에게 그리스의 백성들은 피로 왕에게 분노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필라데는 만일 피로 왕이 오레스테에게 분노하여 그를 해치고자 하면 오레스테를 보호하겠다고 다짐한다.

 

피로 왕의 명령으로 아스티아나테를 데려가려 하자 어머니인 안드로마카가 안된다면서 가로 막고 있다.

                                      

4장은 다시 왕궁 밖의 정원이다. 에르미오네는 동무이며 시녀인 클레오네에게 이제 피로 왕에 대한 사랑이 증오로 변했다고 말한다. 그때 오레스테가 나타나서 에르미오네를 사랑한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에르미오네는 오레스테를 거부한다. 두 사람의 듀엣이 Amarti?(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구요?)이다. 피로 왕이 귀족들 및 종자들과 함께 등장한다. 피로 왕은 자기의 마음은 에르미오네에게 돌아왔다고 발표한다. 모든 사람들의 합창이 Alfin l'Eroe da forte(마침내, 결단을 내린 우리의 영웅)이다. 피로 왕은 오레스테에게 어린 아스티아나테를 오레스테의 처분대로 하도록 넘겨 주겠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모두는 깜짝 놀란다. 에르미오네가 기쁨에 넘친 음성으로 Sperar, poss'io?(그렇게  믿어도 될것인가?)이다. 에르미오네의 아리아를 이어 받아서 모두들 A me Astianatte(아스티아나테를 이곳으로 데려오라)이다. 경비병들이 감옥에 갇혀 잇는 아스티아나테를 데려오기 위해 떠나자 안드로마카는 피로 왕의 앞에 나서서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자 피로 왕은 안드로마카가 끝내는 자기의 품안으로 들어오기로 결정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는 에르미오네에게 방금 전에 했던 말은 없던 것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순간 에르미오네는 지나친 모욕을 당한 것으로 생각하여 분노 때문에 어찌할줄 몰라한다. 한편, 안드로마카는 만일 피로 왕과의 결혼이 강요 당한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다짐한다. 필라데는 오레스테에게 어서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면서 오레스테를 급히 데리고 나간다.

 

이탈리아의 메조소프라노인 소니아 가나씨(Sonia GanassI. 1966-). 안드로마카의 역할을 맡았다.

 

[2막] 궁전의 입구에 있는 홀이다. 안드로마카가 피로 왕에게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피로 왕은 너무 기뻐서 아탈로에게 감옥에 갇혀 있는 아스티아나테를 당장 석방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서 결혼식 준비를 서두르라고 말한다. 아들 아스티아나테를 살리기 위해 어쩔수 없이 결혼을 약속한 안드로마카는 자기의 불행을 한탄하며 마음 속으로 죽은 남편인 헥토르에게 결코 부정한 아내가 되지 않겠다고 서약한다. 한편 피로 왕은 안드로마카에게 어서 제단 앞에 가서 결혼의 서약을 하자고 재촉한다. 그말을 들은 안드로마카는 다시 한번 스스로 죽음을 택할 결심을 한다. 두 사람의 듀엣이 Ombra del caro sposo...Vieni a giurar(세상 떠난 남편의 혼령이여...어서 제단 앞에 와서 서약을 하시오)이다. 안드로마카는 자기가 죽기 전에 피로 왕이 아스티아나테의 목숨을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결심한다. 에르미오네가 페니치오, 클레오네와 함께 나타나서 안드로마카를 보고 참을수 없는 모욕을 주며 비난한다. 그렇지만 안드로마카는 그런 에르미오네를 이해하고 모든 비난을 용서한다고 말한후 자리를 뜬다. 에르미오네는 페니치오에게 비록 피로 왕이 자기를 버렸지만 자기는 아직도 피로 왕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에르미오네의 아리아가 Di, che vedesti piangere(그에게 말해 주세요, 나의 눈물을 보았다고)이다. 페니치오가 떠나자 클레오네가 에르미오네에게 피로와 같은 사람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잊으라고 당부한다. 에르미오네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한다. 에르미오네의 아리아가 Amata, l'amai(나는 그를 사랑했도 또 사랑했었다)이다.

 

에르미오네와 페니치오, 아탈로....

 

피로 왕이 축제 행진의 소리와 함께 회랑에 나타난다. 사람들이 피로 왕의 결혼을 축하하는 합창을 부른다. Premia, o Amore, si bella costanza(사랑의 신이여 이같은 감동적인 정절에 보상하소서)이다. 에르미오네는 결혼 행렬을 보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시녀들과 친구들이 에르미오네를 가까스로 정신차리게 만든다. 에르미오네는 피로 왕에 대한 복수를 소리친다. 이때 오레스테가 나타나서 에르미오네에게 아직고 에르미오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에르미오네는 오레스테에게 만일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자기를 대신하여 복수를 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 단검 하나를 오레스테의 손에 쥐어준다. 오레스테는 에르미오네를 위해 복수를 하러 자리를 뜬다. 에르미오네는 신들에게 오레스테의 손에 힘이 있게 해 달라고 간구한다. 클레오네와 다른 사람들은 에르미오네의 분노와 번민에 대하여 노래한다. Il tuo dolor ci affretta a consolarti(우리는 당신을 위로하러 왔어요)...Se l'amor mio ti e caro(만일 나의 사랑이 당신에게 귀중하다면)...Incerto, palpitante(확실치 않아요, 가슴이 떨려요)...Se a me nemiche stelle(그렇지 않다면, 오 신이시여, 당신은 나의 적이로소이다)이라는 내용의 합창과 듀엣이다.

 

피로 왕을 살해하고 돌아온 오레스테와 에르미오네

                                    

피로 왕의 가정교사인 페니치오와 오레스테의 친구이며 부하인 필라데가 만난다. 두 사람은 피로 왕이 만일 안드로마카와의 결혼을 강행한다면 분명히 멸망의 길로 접어 들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두 사람의 듀엣이 A cosi triste immagine(그같은 슬픈 상상을)이다. 에르미오네가 몹시 흥분하고 감정이 격해서 돌아온다. 에르미오네는 자기가 피로 왕을 사랑하는 것인지, 또는 증오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는 오레스테에게 피로 왕을 죽여 달라고 부탁한 것을 후회한다. 에르미오네의 아리아가 Parmi, che a agn'istante de' suoi rimorsi al grido(그도 어느 순간에는 후회의 소리를 외칠 것이다)이다. 오레스테가 나타난다. 마치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비틀거리면서 들어온다. 손에는 피가 흐르는 단검을 쥐고 있다. 오레스테는 에르미오네에게 복수가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듀엣이 Sei vindicata(복수를 했다)이다. 오레스테는 피로 왕이 죽어가면서 아스티아나테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결국은 마지막 유언으로 아스티아나테를 자기의 후계자로 만들겠다고 서약했다고 전한다. 피로왕은 성난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으며 피로 왕을 살해한 것은 오레스테가 아니라 다른 병사였다고 한다. 오레스테는 그 병사에게 단검을 주었으며 그 병사가 피로 왕을 살해한 후에 단검을 되돌려 받았다는 것이다. 에르미오네는 오레스테를 살인자라며 비난한다. 그제서야 오레스테는 에르미오네가 아직도 피로 왕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에르미오네는 에우메니데스(Eumedine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복수의 신)에게 오레스테를 처치하라고 명령한다. 그때 그리스의 선원들과 함께 도착한 필라데가 오레스테에게 어서 도피하자고 말한다. 오레스테는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마지못해 배를 타고 그리스로 떠나기로 작정한다. 에르미오네는 오레스테가 바다에 빠져 죽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필라데와 선원들이 오레스테를 데리고 배가 있는 곳으로 가는 중에 오레스테는 신들에게 요청하여 번개로서 자기를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피날레의 합창이 Ah! Ti rinvenni!(아, 마침내 당신을 발견하였소)이다.

 

1980년 페사로 무대.

 

[대표적인 음반] - 에르미오네, 안드로마카, 피로, 오레스테 - 지휘자, 오케스트라

- 1986년: Cecilia Gasdia, Margarita Zimmermann, Ernesto Palacio, Chris Merritt - Claudio Scimone, Monte Carlo Philharminic Orchestra and Prague Philharmonic Chorus

- 1995년: Anna Caterina Antonacci, Diana Montague, Jorge Lopez Yanez, Bruce Ford - Andrew Davis,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and Glyndebourne Festival Chorus

- 2008년: Sonia Ganassi, Marianna Pizzolato, Gregory Kunde, Antonino Siragusa - Roberto Abbado, Treatro Comunale di Bologna Orchestra and Prague Chamber Choir

- 2009년: Carmen Giannattasio, Patricia Bardon, Paul Nilon, Colin Lee - David Parry,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and Geoffrey Mitchell Choir

 

소니아 가나씨가 타이틀 롤을 맡은 '에르미오네' 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