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아스트르(Zoroastre) - Zoroaster
장 필립 라모의 5대 비극의 하나...프리메이슨을 비유한 형식
장 필립 라모
장 필립 라모(Jean Philippe Rameau: 1683-1764)는 18세기 프랑스의 바로크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이다. 그는 또한 뛰어난 음악이론가이기도 했다. 라모는 장 바티스트 륄리의 뒤를 이은 프랑스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장 바티스트 륄리는 프랑스의 오페라를 주도한 인물이다. 라모는 생전에 기악곡, 종교음악, 무대음악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무대음악이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찬란한 작품들이다. 라모는 무대음악으로서 Tragédies en musique(또는 tragédie lyrique), Opéra-ballets, Pastorales héroiques, Comédies lyriques, Comédie-ballets, Actes de ballet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중에서 라모를 대표하는 무대작품은 아무래도 음악비극(Tragédies en musique)이다. 그는 다섯 편의 음악비극 작품을 남겼다. Hippolyte et Aricie(이폴리트와 아리시: 1733), Castor et Pollux(캬스토와 폴뤽스: 1737), Dardanus(다르다뉘: 1739), Zoroastre(조로아스트르: 1749), 그리고 Les Boréades(북풍의 신 보레아스의 강림: 또는 Abaris)이다. 그런데 마지막의 Les Boréades는 그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의 생전에 공연되지 못하였다. 이같은 비극작품 중에서 근자에 '조로아스트르'(Zoroastre)가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오페라 '조로아스트르'는 심오한 종교적 내용의 작품이 아니다. 전설적인 이야기를 각색하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오히려 신화적이다. 사랑과 권력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이며 선과 악의 형이상학적인 투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가하면 마법이 등장하는 마법오페라라고도 말할수 있다. 악마가 등장하고 마법의 주문이 나오며 인간을 희생하는 제사가 나온다. 그리고 Tragédies en musique는 음악비극이라고 설명했지만 반드시 비극적인 결말일 필요는 없다. 해피엔딩의 스토리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비극적인 요소가 있으면 비극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오페라 '조로아스트르'는 프랑스 오페라이기 때문에 화려한 발레가 여러번 등장하여 눈요기꺼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조로아스트르. 원래는 콘트랄토가 맡도록 되어 있지만 요즘에는 베이스가 맡도록 하고 있다.
'조로아스트르'는 라모의 다른 오페라와는 다른 점들이 있다. '조로아스트르'는 프랑스 오페라에서 처음으로 서곡을 둔 경우이다. 그래서 극의 전반적인 내용을 서곡의 음악으로 비유해서 암시하였다. 또 한가지는 과거 바로크 시기의 프랑스 오페라는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에서 주제를 가져왔으나 '조로아스트르'는 페르시아 신앙에서 주제를 가져왔다는 것이 특별한 점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수많은 그리스 및 로마 신화를 놓아두고 다른 나라의 신화를 오페라에 사용한다는 것은 별로 생각도 못했던 시기였다. 라모가 조로아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은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대본을 쓴 드 루이 드 캬위사크(Louise de Cahusac: 1706-1759)는 프랑스에서 프리메이슨으로 알아주는 인물이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프리메이슨 운동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직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드 카위사크는 자기의 작품을 통해서 프리메이슨의 정신, 그리고 계몽주의에 대한 내용을 일반에게 심어주고자 했다. 여기에 라모가 동조한 것이다. 실로 라모의 '조로아스트르'는 프리메이슨의 이념과 목적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할수 있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프리메이슨의 이념이라고 한다면 '조로아스트르'는 그런 이상을 다분히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실제로 프리메이슨의 멤버들이 조로아스터교를 역사적 및 사상적으로 상당히 고찰하고 연구했다. 그러한 때에 라모의 '조로아스트르'가 나온 것이다. 그것은 프리메이슨 멤버들에게 조로아스터에 대한 관심을 다시한번 부각시켜주는 것이었다. 라모의 '조로아스트르'가 나온지 거의 40년 만에 비엔나에서 모차르트가 '마술피리'(1791)로서 프리메이슨의 정신을 표현코자 했던 것은 라모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할수 있다. '마술피리'에는 현명한 고승인 자라스트로(Sarastro)가 등장한다. 자라스트로와 조로아스터가 전혀 무관하다고는 볼수 없는 일이다.
흰옷을 입은 조로아스트르가 검은 옷을 입은 아브라마느로부터 아멜리트를 구출하고 있다.
오페라가 작곡된 배경과 공연 역사, 그리고 스토리를 소개하기 전에 조로아스트로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코자 한다. 조로아스트르는 조로아스터라고 부르는데 자라투스트라(Zarathustra)의 그리스식 표현이며 조로아스트로는 프랑스어이다. 조로아스트르는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ism) 또는 마스다교(Masdaism) 또는 우리가 보통 배화교(拜火敎)라고 부르는 종교의 창시자이다. 배화교라고 하는 것은 조로아스터교가 신성한 불(성화)를 경배하기 때문이다. 자라투스트라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리하르트 슈타라우스가 프리드리히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를 바탕으로 하여 음악을 작곡했기 때문이다. 그 음악은 옛날에 방송국에서 시그날 뮤직으로 자주 사용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자라투스트라(조로아스터)는 무슨 얘기를 했는가?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였다고 한다. 조로아스트르는 이란의 동부 고원지대에서 살았다고 되어 있고 고대 아베스탄(Old Avestan) 언어를 사용했다고 되어 있지만 그가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모른다. 다만, 기원전 660년 경에 태어났다고 추측할 뿐이다. 아베스탄어를 사용하는 부족들은 현재 이란의 동북부 지대에 살고 있었다. 조로아스터교에 한정된 지식의 필자로서 감히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으므로 생략코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개략적인 것만 들은 풍월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조로아스터교는 창조신이라고 믿는 아후라 마스다(Ahura Masda)를 중심으로 선과 악의 질서와 세계를 구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조로아스터는 방랑생활을 하다가 30세에 천사장을 만났는데 천사장은 그에게 이세상의 진정한 신은 아후라 마스다뿐이며 조로아스터는 아루하 마스다신의 예언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예수께서도 30세 쯤에 공생애를 시작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흥미있는 일이다. 아무튼 천사장의 말을 들은 조로아스터는 그때부터 아후라 마스다 신의 진리를 전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로아스터는 그가 전하는 말 때문에 때로는 미친사람 취급을 받았으며 때로는 잡혀서 옥에 갇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조로아스터는 77세가 되던 해에 큰 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적군에게 살해되었다고 한다. 그때 조로아스터는 거룩한 불, 즉 성화의 앞에 서 있었다고 한다. 조로아스터의 본명은 자라슈스트라 스피타라고 한다.
에리니스와 아멜리트
공연히 '조로아스터교' 때문에 지면을 많이 차지하였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라모가 '조로아스트르'를 작곡하게 된 배경과 대강 줄거리를 소개코자 한다. 라모가 '조로아스트르'를 작곡한 것은 누가 부탁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작곡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작곡한 것이다. 당시에는 왕족이나 귀족들이 작곡가에게 오페라 작곡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고 극장 측이 부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작곡가들이 오페라를 작곡해서 그것을 가지고 극장을 찾아가서 '이러이러한 오페라를 작곡했으니 공연 좀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오히려 부탁하는 것이 관례였다. 라도의 경우도 그러했다. 라모는 이미 비극 오페라를 몇 편 만들어서 그런대로 성공을 거둔 일이 있다. 라모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코미디보다는 비극적인 내용이지만 나중에 해피엔딩과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서 그런 내용에 전념하였다. 그리고 주제를 찾던 중에 조로아스트르의 비극적인 생애에 권선징악적인 해피엔딩에 대하여 오페라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여 드디어 작곡을 착수했던 것이다. 대본은 라모와 오랜 콤비인 극작가 겸 대본가인 루이 드 캬위사크(Louis de Cahusac: 1706-1759)가 썼다. 그는 라모를 위해 '자이스' '나이스' '아나크레온'등의 대본을 제공한바 있다. '조로아스트르'는 라모의 비극 오페라 중에서 네번째이며 라모의 생전에 공연된 오페라로서는 마지막이 된다. 초연은 1749년 12월 5일 파리오페라의 살르 뒤 팔레 로얄(Salle du Palais-Royal)에서 였다. 초연은 그저 그런 반응을 받았다. 관중들은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사악한 에리니스
라모는 대본을 쓴 드 캬위사크와 함께 어째서 관중들이 뜻뜨미지근한 태도를 보여주었는지 분석해 보았다. 당시에 몽동비유(Mondonville)라는 사람이 작곡한 오페라 발레인 Le carnaval du Parnasse(파르나세의 카니발)이 열광적인 환영을 받고 있었으므로 상대적으로 '조로아스트르'가 푸대접을 받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조로아스트르'가 성공을 거두려면 음악도 몇군데 수정을 해야 하고 대본도 손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몇군데만 수정을 하려고 했으나 하면 할수록 작업이 커져서 결국은 대대적인 수정작업을 거쳐야 했다. 특히 2막과 3막, 그리고 5막은 대폭수정을 해야 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일부 변경해야 했다. 그리하여 초연으로부터 7년 후인 1756년 1월 19일에 파리 오페라에서 초연 아닌 초연을 갖게 되었다. 이번에는 대성공이었다. 그 후로 수정본이 오리지널처럼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극장에서건 음반으로건 듣는 것은 수정본이다.
바로크 스타일의 아브라마느와 에리니스
[1막] 이야기는 고대 박트리아(Bactria) 왕국에서 시작된다. 박트리아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북부와 우즈베키스탄 및 타지키스탄에 걸쳐서 있었던 왕국이다. 박트리아 왕국에서는 조로아스트르(Contralto)가 이끄는 선의 세력과 마법사 아브라마느(Abramane: B)가 이끄는 악의 세력이 투쟁을 하고 있다. 사족이지만 조로아스트르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마기(Magi)라고 불렀다. 오페라는 박트리아의 왕이 세상을 떠난후의 혼돈으로부터 시작한다. 왕에게는 두 공주가 있다. 왕위를 물려 받을 아멜리트(Amelite: S)와 동생인 에리니스(Erinice: S)이다. 아멜리트는 조로아스트르와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에리니스도 조로아스트르를 사랑한다. 에리니스는 조로아스트르에게 자기의 사랑을 받아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거절 당하자 복수를 다짐한다. 마법사인 아브라마느는 에리니스 공주와 손을 잡고서 왕국을 차리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아브라마네가 에리니스와 음모를 꾸며서 결국은 조로아스트르를 멀리 추방한다. 이어 아브라마느는 악마들을 동원해서 아멜리트 공주를 납치한다.
선의 세력인 조로아스트르와 악의 세력인 아브라마느
[2막] 조로아스트르가 추방 당해서 지내고 있는 곳은 착한 요정들의 왕인 오로마세(Oromases: B)의 궁전이다. 오로마세 왕은 조로아스트르에게 가서 잡혀 있는 아멜리트를 구출하고 악의 세력들을 파멸시키라고 말한다. 오로마세 왕은 조로아스트르가 임무를 완수할수 있도록 마법의식을 통해 조로아스트르에게 놀라운 능력을 준다. 한편, 마법사인 아브라마느와 사악한 공주인 에리니스는 박트리아 왕국 요새의 지하감옥에서 아멜리트에게 왕관을 포기하라고 하면서 고문하고 있다. 그럴 때에 갑자기 조로아스트르가 나타나서 아멜리트를 구출하고 요새를 파괴한다. 아멜리트는 박트리아의 백성들이 크게 기뻐하는 가운데 여왕으로서 대관식을 갖는다.
[3막] 어두운 밤이다. 어둠의 세계에 속하여 있는 아브라마느와 에리니스가 자기들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데 대하여 서로의 책임을 물으며 다툰다. 속이 상한 아브라마느는 마법으로 에리니스를 구름 속에 숨긴다. 새벽이 된다. 박트리아의 백성들과 조로아스트로와 아멜리트가 최고의 신인 아후라 마스다에게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제사를 지낸다. 이어 결혼식이 성대하게 거행된다. 백성들이 기뻐 춤을 추며 노래한다. 그때 갑자기 아브라마느가 불길이 타오르는 병거(兵車)를 타고 도착해서 신부인 아멜리트는 다시 납치해 간다. 조로아스트로는 모든 선한 정령들을 동원해서 아멜리트를 구출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기로 한다.
[4막] 아브라마느는 자기의 신전에서 전쟁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브라마느는 조로아스트로가 이끄는 선한 정령들이 아브리마느의 악한 정령들과의 전쟁에서 크게 이기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브라마느는 자기가 믿는 아리마느(Armane)신에게 사람을 산채로 제사지낸다. 그리고는 증오와 복수와 절망을 어둠으로부터 불러낸다. 이들을 동원해서 전세를 역전시킬 생각이다. 증오와 복수와 절망이 전쟁터에 나서면 아무리 용감한 선한 정령들이라고해도 패배하기 마련이다.
[5막] 이제 에리니스는 자기의 행동을 몹시 후회한다. 에리니스는 조로아스트로를 찾아가서 아브라마느가 새로운 전투를 계획하고 있느니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잠시후 아브라마느가 불타는 병거를 타고 다시한번 나타난다. 이번에는 쇠사슬에 묶인 아멜리트를 데리고 나타난다. 아브라마느는 조로아스트로에게 항복하라고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멜리트의 목숨은 위태롭다는 것이다. 그러자 조로아스트로가 모든 신들을 부른다. 신들이 나타나서 아브라마느와 그를 추종하는 사악한 사제들을 번개로서 쓰러트린다. 전쟁은 조로아스트로의 승리로 끝난다. 선의 권세가 이기고 악의 권세가 멸망한 것이다. 조로아스트로와 아멜리트가 박트리아 왕국의 왕과 여왕으로 대관식을 갖는다. 박트리아의 백성들이 기뻐 찬양하고 춤을 춘다.
사악한 아브라마느
주역들인 조로아스트로, 아멜리트, 아브라마느, 에리니스 이외의 출연자들을 소개코자한다. 조피르(Zopire: B), 세피(Cephie: S), 젤리즈(Zelize: S), 아브니스(Abenis: Cont), 구름에서의 소리(Cont), 살라만더(Salamander: B), 실프(Sylph: S), 복수(Cont. 바지역할), 지하로부터의 소리(B), 질투(S), 분노(S), 복수의 여신 1(Cont. 바지역할), 복수의 여신 2(Cont. 바지역할), 복수의 여신 3(Cont. 바지역할), 오로마세(Oromases: B), 나르바노르(Narbanor: B). 이밖에도 정령들, 박트리아의 백성들, 악마들이 등장한다.
'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 > 화제의 300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크 횔러의 '마스터와 마르가리타' - 44 (0) | 2013.11.28 |
---|---|
놀란 가써의 '비밀 정원' - 43 (0) | 2013.11.08 |
마이클 티페트의 '매듭 정원' - 41 (0) | 2013.08.30 |
에메 메이야르의 '빌라르의 용기병'- 40 (0) | 2013.08.29 |
샤를르 구노의 '피묻은 수녀' - 39 (0) | 2013.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