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와 마르가리타(Der Meister und Margarita) - The Master and Margarita
요크 횔러(York Höller)의 2막 오페라
소련작가 미하일 불가코프(Mikhail Bulgakov)의 동명소설 바탕
독일 작곡가 요크 횔러(1944-)
구소련의 저명한 작가인 미하일 불가코프(Mikhail Bulgakov: 1891-1940)는 '마스터와 마르가리타'라는 제목의 소설을 1928년에 쓰기 시작하여 12년만인 1940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마감했다. 마감했다고는 하지만 미완성적인 마감이었다. 그나저나 이 작품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한참이나 발간되지 못하고 있다가 무려 그의 사후 27년만인 1967년에 겨우 발간되었다. 미하일 불가코프의 '마스터와 마르가리타'는 프랑스 르 몽드지가 선정한 20세기의 세계 100대 소설의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큰 관심을 끄는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소련에서 가장 뛰어난 풍자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 '마스터와 마르가리타'는 등장인물들의 성격들이 특이한 것도 그렇지만 가만히 보면 정치의 부조리에 대한 풍자가 있으며 어찌보면 종교적인 풍자도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보면 맹목적으로 무신론적이면서도 정치관료적인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는 관점에서 쓴 작품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므로 생각에 따라서는 소련 당국자들의 심경을 불편케 만드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을 바탕으로 오페라를 작곡하려는 시도들은 간혹 있었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었다. 무엇보다도 원작의 내용이 마치 헤라클레스처럼 거창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독일 쾰른 출신의 작곡가 겸 음악이론가인 요크 횔러(York Höller: 1944-)가 오페라에 도전하였다. 요크 횔러가 대본도 직접 작성했다.
요크 횔러는 2막의 이 오페라를 완성하기까지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작곡 실력이 부족하여서가 아니라 그만큼 원작이 지닌 에센스를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세월을 보냈다. 그리하여 1989년에 마침내 완성하여 그해 5월 20일 파리의 팔레 갸르니에(파리국립오페라극장)에서 초연을 가졌다. 전통의 팔레 갸르니에에서 독일 현대작곡가의 이상한 오페라를 공연토록 했다는 것도 예외적인 일이기는 했다. 초연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은 것이었다. 불가코프의 대작을 단 2막으로 압축하여 오페라를 만들었고 각 인물의 성격을 음악으로 표현하여 원작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실히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는가 하면 무엇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사색의 혼란만 야기시킨 작품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요크 횔러는 그의 오페라에 대하여 만족하지 못했다. 음악고 다시 손질하고 대본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크 횔러는 파리 초연 이후 꾸준히 수정을 생각했다. 그리하여 초연 이후 거의 10년만인 2008년에 수정본을 완성했다. 2막이지만 공연시간은 전체 150분이나 된다. 두시간 반이나 걸리는 것이다. 독일어 대본에 의한 독일 초연은 1991년 쾰른에서였다.
우선 등장인물부터 소개한다.
- 마스터(마이스터) 겸 제슈아(Jeschua): 헬덴바리톤
- 마르가리타: 드라마틱 소프라노
- 볼란트(Voland: 교수 겸 흑주술사: 또는 Woland): 캐릭터 베이스(베이스 바리톤)
- 코로예프(Korojew: 폴란트의 조수): 부포 바소
- 아사셀로(Asasello: 마술사): 테너
- 베헤모트(Behemoth: 고양이): 메조 소프라노
- 겔라(Gella: 마녀): 사일런트 롤
- 폰티우스 필라투스(Pontius Pilatus): 베이스
- 마토이스(Matthaus: 레위 제사장): 헬덴테너
- 베즈돔니(Bezdomny: 시인): 젊은 헬덴테너
- 베를리오즈(Berlioz: 예술저널의 편집장): 베이스
- 닥터 스트라빈스키(Dr Strawinsky: 의사): 베이스
- 스트요파(Stjopa: 성 요파: 버라이어티 감독): 부포 테너
- 프라우 스트요파(Frau Stjopa: 그의 부인): 메조 소프라노
- 아르히발트 아르히발도비츄(Archibald Archibaldowitsch: 식당주인): 베이스
나스타스야(Nastassja: MS), 포프리친(Poprichin: T), 두브라츠키(Dubratski: Bar), 데니스킨(Deniskin: Bar), 아바코브(Abakow: B), 베스쿠드니코프(Bskudnikow: B), 사그리보브(Sagriwow: B)
는 작가들이다. 이밖에 아사셀로(Asawello: T), 소프야 파블로브나(Sofja Pawlowna: MS), 프리다(Frida: 사일런트 롤), 의사 조수, 병원직원들, 행인들, 버라이어티 쇼 관객들, 군인들, 경찰들이 나온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30년대의 모스크바에서는 믿지 못할 일들이 일어난다. 어떤 예술저널의 편집장인 베를리오즈와 젊은 시인인 베즈돔니는 예수 그리스도가 실존했던 인물인지 아닌지를 가지고 논란을 벌인다. 어떤 외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 들더니 자기가 폰티우스 필라투스(본디오 빌라도)가 그리스도를 심문할 때에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실제로 있었던 인물이라는 얘기다. 그 이상한 사람은 자기의 이름이 볼란트라고 소개하면서 흑주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자기는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하여도 정확하게 아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중으로 베를리오즈의 머리가 몸으로부터 분리될 것이라는 끔찍한 예언을 한다. 말하자면 죽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의 예언은 나중에 실현이 된다. 그 사람은 악마 자신이었다. 그는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나쁜 일을 벌일수 있으나 그것들이 선한 일로서 나타나게 할수 있다'고 말한다. 이말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이다. 그후로 그는 정말로 환상적인 일들을 펼친다. 마스터라는 별명을 듣고 있는 조슈아가 빌라도와 그리스도에 대한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소설을 발간한 일이 있다. 그러나 당국의 검열에서도 문제가 되고 평론가들로부터도 무시를 당했다. 그는 고독과 절망의 깊은 늪에 빠지게 되고 나중에는 결국 정신병동에 들어가는 신세가 된다. 한편, 작가연맹 건물은 불에 휩싸여 재가된다. 보드빌의 괴기한 연극 공연에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들의 정체가 벗겨져 그들이 실은 악당들인 것이 밝혀진다. 마스터의 애인인 마르가리타는 하늘을 날아다닐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마르가리타는 사탄들의 대무도회에 참석한다. 발레장면이다. 마르가리타는 오랜 헤어짐 끝에 마침내 마스터와 연합한다. 끝으로 흑주술사가 그의 수하들과 함께 나타나자 마스터와 마르가리타는 하늘 높이 먼 곳으로 도망간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지낼 장소를 찾짖 못했기 때문이다. 흑주술사 폴란트의 조수들로서는 덩치가 크고 뻔뻔한 수코양이인 베헤무트, 마술사 아사셀로(Asasello) 등이다.
베를리오즈와 베스돔니가 그리스도와 실존여부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에 자기를 폴란트라고 소개한 흑주술사가 나타나서 두 사람의 대화를 간섭한다.
오페라의 줄거리를 소개하기 보다는 볼가코프의 원작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불가코프는 이 소설을 1928년부터 구상하고 쓰기 시작했다. 그는 2년 후인 1930년에 '과연 이 시대에서 소설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생각하고 그때까지 썼던 소설의 원고를 모두 불태웠다. 공산 소련에서는 작가의 미래가 없으므로 작품을 쓴다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기왕 시작한 것이므로 다시 시작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931년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는 1935년에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의 관저인 스파소 하우스에 초청을 받아 가게 되었다.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마음이 끌린 그는 어서 자기의 작품을 완성키로 결심했다. 볼가코프는 미국대사의 저택에서의 할로윈 스타일의 파티를 '마스터와 마르가리타'에서 발푸르기스(Walpurgis) 밤의 광란의 무도회로 인용하였다. 괴테의 '파우스트' 파트 1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발푸르기스의 밤'에 대하여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악마들과 마녀들과 요괴들이 모여서 광란의 잔치를 벌이는 밤이다. 두번째 초안은 1936년에 마무리했다. 그후 그는 계속 줄거리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소설을 이끌어 나갔다. 그는 1940년 그가 숨을 거두기 4주 전에 쓰기를 중단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미완성으로 남겨 놓기도 했고 또 피날레 부분이 느슨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처음 시작한지로부터 12년 만에 쓸 만큼 다 쓰고 한 달후에 세상을 떠났다.
미하일 불가코프(1891-1940)
당시 공산 소련에서 작가가 소설을 출판하자면 사전검열을 받아야 했다. 불가코프의 동료들은 '마스터와 마르가리타'를 출판하기 위해 검열을 받았다. 결과, 전체 글의 약 12%를 삭제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열 당국은 더 삭제하거나 수정할 부분이 있다고 하면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불가코프의 소설은 우여곡절 끝에 1966년에 '모스크바'라는 타이틀의 잡지에 처음 게재되었다. 불가코프의 미망인인 엘레나 세르게브나의 노력이 컸었다. 불가코프가 세상을 떠난지 26년 만이었다. 불가코프를 사랑하는 몇 몇 작가들이 그렇게 하여 출판된 '마스터와 마르가리타'에 삭제되었던 부분, 수정되었던 부분등을 등사기로 프린트하여 지하로 배포하였다. 공산소련에서는 재야 작가들 사이에서 그렇게 하는 것도 하나의 관례였다. 그런 작업을 사미츠다트(Samizdat)라고 부른다. 1967년에 프랑크푸르트의 어떤 출판사가 소련 재야 작가들로부터 입수한 완성본을 토대로 전편을 출판하였다. 소련에서 처음으로 전편이 출판된 것은 그나마 다행하게도 1973년이었다. 이때 출판된 버전이 상당기간 동안 정본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다가 1989년에 리디야 야노브스카야라는 사람이 불가코프가 남긴 모든 자료들을 참고로 해서 다시 최종 버전을 만들어 출판함으로서 오늘날에는 1989년 버전을 가장 정확한 버전으로 간주하고 있다.
마스터와 마르가리타
소설에서는 두 세팅이 서로 번갈아 등장한다. 첫번째 세팅을 1930년대 모스크바의 프레스넨스키 구역의 파트리아르크 연못이 있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파트리아르크 연못(Patriarch Ponds)이라고 하면 모스크바에서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곳을 지칭한다. 그 동네에 오래전부터 커다란 연못이 있어서 잘 사는 사람들이 여름에는 산책을 하고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타는 곳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하일 불가코프와 엘레나 세르게브나 부부도 이곳에서 살았다. 어느날 이곳에 '교수'로 가장한 볼란트(볼란드)가 나타난다. 폴란트는 사탄이다. 그는 어떤 종파에 속하는지 그 오리진을 알수 없는 신비스런 마법사이다. 그는 여러 사람을 마치 종자처럼 거느리고 나타난다. 괴이하게 생긴 코로비에프(Koroviev)는 볼란트의 하인이다. 하인이 되기 전에는 합창지휘자였다고 한다. 그의 이름인 코로비에프라는 말은 악기의 바순(파곳)을 말한다. 베헤모트(Behemoth)는 교활하고 사악한 고양이이다. '장화 속의 고양이'를 연상하면 되지만 그보다는 더 파괴적이고 말이 많고 못된 고양이이다. 베헤모트는 성경에 나오는 괴물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 다음은 아자첼로(Azazello)라는 사람이다. 마치 드라큘라와 같은 이빨을 가지고 있는 살인청부업자이다. 아자첼로는 타락한 천사로서 마귀가 된 아자첼(Azazel)을 생각나게 한다.
마스터, 마르가리타, 베헤모스 삽화
아바도나(Abaddona)도 있다. '천로역정'에 나오는 파괴의 사탄인 아발룐(Apollyon)을 생각하면 되는 인물이다. 당장 누구를 죽일 것 같은 섬뜩한 눈초리를 가지고 있다. 다음은 마녀 헬라(Hella)이다. 모든 것을 황폐시킬 것 같은 이들의 목표는 문학 엘리트들과 그들의 협회인 마솔리트(MASSOLIT: Moscow Association of Writers)이다. 마솔리트는 '모스크바작가연맹'를 말한다. 그러나 사탄과 마귀들의 파괴 목표는 단순히 모스크바작가연맹이 아니라 '일반대중을 위한 문학' 전체를 말한다. 그런가하면 어떤 평론가는 마솔리트라기 보다는 로트살리트(LOTSALIT)를 타겟으로 삼고 있다고 풀이했다. 로트살리트는 당시 유명했던 작가 겸 외교관인 알렉산더 그리보예도프(Alexander Griboyedov)의 저택을 말한다. 알렉산더 그리보예도프는 말하자면 타락한 상류층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사회 저명인사가 되기 위해 아첨과 뇌물을 일삼았으며 재산을 바탕으로 해서 온갖 방탕하고 타락한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는 부인 이외에도 여러 명의 정부를 두고 있었다. 사리사욕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보다도 그의 이름은 인간 정신을 믿지 않고 의심하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두번째 세팅은 폰티우스 필라투스(본디오 빌라도)가 있는 예루살렘이다. 폰티우스 필라투스가 예슈아 하 노츠리(Yeshua Ha-Notsri)를 재판하는 세팅이다. 예수아 하 노츠리는 '나사렛 예수'라는 말이다. 필라투스는 예수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굳이 처형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하지만 예수는 신앙과 신념에 대하여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저하던 필라투스도 나중에는 처형을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의 파트 1은 베를리오즈와 볼란트와의 직접 대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베를리오즈는 예수의 실존을 믿지 않는 문학적 관료주의자이다. 볼란트는 낯선 곳에서 온 신사로서 신앙을 지키는 사람이다. 볼란트는 자기의 예언적인 힘을 나타내 보인다. 볼란트는 베를리오즈가 죽음에 당면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베를리오즈는 그같은 한마디로 일소하지만 소설의 후반부에 가면 그 예언이 사실로 입증되는 것을 알수 있다. 볼란트의 죽음에 대한 예언은 젊고 의욕에 넘친 시인인 이반 포니레프(Ivan Ponyrov)가 목격한다. 이반 포니레프는 베즈돔니(Bezdomny)라는 필명으로 시를 발표하고 있는 사람이다. 베즈돔니라는 말은 러시아어로 '집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갱들을 체포해서 그들의 악행과 이상한 성격들에 대하여 경고를 주려고 쓸데 없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자기 자신이 정신병원에 수용되었을 뿐이다. 이반은 나중에 마스터에게 소개된다. 마스터는 무슨 일을 하던지 더 잘 안되는 사람으로서 마음가짐도 편협하다. 그가 폰티우스 필레이트와 그리스도에 대한 역사소설을 썼다. 하지만 사람들의 거부감으로 외면을 받았다. 절망에 빠진 그는 원고를 모두 불태웠다. 그리고 그가 지극히 사랑하는 마르가리타와 함께 세상에 등을 지고 살기로 했다. 파트 1에서의 주요 에피소드는 마솔리트와 그곳에 속하여 있는 그리보예도프 저택에 대한 풍자적 묘사, 버라이어티 극장에서 사탄의 마술 쇼, 신흥 부자들의 사치와 허영과 탐욕과 무지함을 조소한 것이다. 그리고 볼란트와 그의 추종자들이 베를리오즈의 아파트를 자기들이 기거하는 장소로 사용한 것 등이다.
파트 2에서는 마르가리타가 소개된다. 마스터의 애인이다. 악마가 마르가리타를 한밤중의 무도회에 초대한다. 무도회에서 사탄(볼란트)은 마르가리타에게 초능력을 부릴수 있는 마녀가 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런데 그날은 바로 성금요일(Good Friday)의 날이다. 마스터의 소설에서도 성금요일을 다루고 있다. 소설에서는 그리스도가 폰티우스 필레이트에 의해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날이 바로 봄철의 첫 만월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래서 마귀들이 발푸르기스 산속에서 축제를 벌인다. 소설에서는 발푸르기스의 축제,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 마르가리타가 악마의 무도회에 참가한 일들이 모두 연관된 것으로 되어 있다. 마르가리타는 자기가 날을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고삐 풀린 듯한 열정을 콘트롤 할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르가리타는 자기에게 열광하고 있는 하녀 나타샤와 함께 밤의 세계에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채 들어간다. 마르가리타는 숲속 깊숙이 날아간다. 소련의 강들을 내려다 보면 날아간다. 마르가리타는 강물에 목욕을 하고 아자첼로와 함께 사탄이 임명한 악마들의 봄 축제 무도회의 호스테스로서 모스크바로 돌아온다. 마르가리타는 무도회에 인간 역사에서 악명 높은 인사들이 도착하자 사탄의 옆에 서서 그들은 영접한다.
비엔나 슈타츠오퍼의 무대
마르가리타는 사탄의 호된 시련을 잘 견디어 낸다. 고통스러운 일도 있지만 그것들도 잘 극복한다. 사탄은 마르가리타에게 가장 중요한 소원 한가지를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마르가리타는 무도회에서 만난 여인 중에서 아무나 한 사람을 택하여서 그 여인이 받고 있는 영원한 처벌로부터 해방시켜 주겠다고 말한다. 그 여인은 겁탈을 당하여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며 나중에 아이를 낳자 손수건으로 아기의 입을 틀어막아 질식시켜 죽인 여인이다. 그 여인이 받고 있는 처벌은 매일 아침 일어나서 침대 곁의 탁자에서 아기를 입막아 죽인 것과 똑같은 손수건을 보는 것이다. 사탄은 마르가리타에게 그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며 또 다른 소원이 있다면 그것도 들어 주겠다고 말한다. 사탄은 마르가리타의 첫번째 소원이 마르가리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므로 다른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마르가리타는 마스터를 해방시켜 달라고 말하면서 그러면 그와 함께 비록 초라한 생활이라고 해도 사랑하며 살겠다고 한다. 사탄인 볼란트는 마르가리타가 그런 초라한 사랑을 한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무튼 사탄은 아자첼로를 보내 두 사람을 데려오라고 한다. 아자첼로와 마르가리타, 그리고 마스터는 지하실에 있는 폰티우스 필레이트의 독포도주를 마신다. 마스터와 마르가리타가 죽는다. 아자첼로가 두 사람이 죽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러나 두 사람의 죽음은 다만 비유적일 뿐이다. 아자첼로가 두 사람을 깨우자 이들은 모스크바의 천정과 창문들이 동쪽에서 지는 햇빛을 받아 불에 타고 있을 때에 문명의 세계를 떠난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난을 얘기하는 장면
마스터와 마르가리타는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사탄은 이들에게 '평화'를 허용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빛'을 거부한다. 이들은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영원히 지낼 것이다. 하지만 단테가 림보를 선택한 것처럼 즐거운 곳이다. 림보는 지옥의 변방(邊方)을 말한다. 지옥과 천국 사이에 있으며 기독교를 믿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착한 사람 또는 세례를 받지 못한 어린아이 등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다. 두 사람은 그런 곳에 있으면서 천국의 영광을 얻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지옥의 고통을 받지는 않게 된다. 마스터와 마르가리타가 해방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로 폰티우스 필레이트도 영원한 처벌로부터 해방된다. 폰티우스 필레이트는 마스터의 부름을 받고 나와서 달빛의 길을 따라 예슈아를 꿈꾸며 걸어올라간다. 또 하나의 영원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이제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면모를 소개코자 한다. 오페라만 보아서는 이들의 배경에 대하여 알수 없기 때문에 천상 소설에서 표현된 내용을 소개코자 한다.
○ 마스터(The Master). 마스터라는 단어는 장인(匠人)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지만 스승, 선생이라는 의미도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거장, 또는 어떠한 사조를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말할수 있다. 소설에 나오는 마스터(마이스터)는 폰티우스 필레이드와 예슈아 하 노트스리(Jeshua Ha-Notsri)의 만남에 대한 내용을 소설로 썼다. 그로 인하여 소련의 문학적 관료주의에 의해 작가로서의 경력이 파멸된다. 마스터는 물어볼 것이 있다는 이유로 비밀경찰에 끌려가서 3개월을 지낸다. 마스터가 비밀경찰에 끌려가게 된 것은 이웃에 사는 사람이 악의를 가지고 그를 밀고했기 때문이다. 마스터는 나중에 정신병자 수용소에 수용된다. 이곳에서 베즈돔니를 만난다. 베즈돔니는 의욕에 넘쳐 있는 젊은 시인이다. 소설에서는 마스터의 과거 경력에 대하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다만 그가 마르가리타라는 여인을 만나기까지 그의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는 점은 언급코자 한다.
○ 마르가리타(Margarita). 마스터가 사랑하는 여인이다. 마스터와 사실상 열정이 없는 결혼을 하게 되었으나 일단 결혼 후에는 마스터만을 사랑하고 헌신한다. 그러나 마스터가 비밀경찰에 끌려간 이후 소식이 없자 죽은 것으로 믿는다. 마르가리타는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잠시 이름만 나오지만 후반부에서는 사탄이 주관하여 열린 발푸르기스 밤의 대무도회(광란의 춤파티)에서 호스테스의 역할을 하는 등 자주 등장한다. 불가코프가 마르가리타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아마도 그의 부인인 엘레나 세르게브나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 같다. 불가코프는 평소에 그의 아내를 '나의 마르가리타'라고 불렀다. 그렇지 않으면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그레첸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본다. 그레첸의 실제 이름은 마르가리타(마르게리트)이다. 그런가하면 프랑스의 왕비인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Marguerite de Valois)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지적도 있다.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는 앙리 2세의 왕비였으며 또한 앙리 4세의 왕비를 지냈다.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는 마이에르베르의 오페라 '위그노'(Les Huguenots)의 주인공으로도 나온다. 불가코프는 마이에르베르의 '위그노'를 특히 좋아하였다. 불가코프가 특히 좋아했던 소설은 알렉산더 뒤마(아버지)의 La Reine Margot(여왕 마고)였다.
○ 베를리오즈(Berlioz). 풀 네임은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베를리오즈이다. 관료적인 문인단체인 마솔리트의 수장이다. 베를리오즈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프랑스의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를 존경하여서이다. 엑토르 베를리오즈는 '파우스트의 겁벌'(La Damnation de Faust)라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소설에 나오는 베를리오즈는 특별히 예수가 역사적으로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신화적인 존재일뿐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다.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생애와 활동은 나중에 그의 추종자들, 즉 크리스챤들이 미화하여 만들어 낸 이야기일뿐이라는 것이다. 볼란트는 베를리오즈가 소련의 어떤 젊은 여인 때문에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베를리오즈는 길을 가다가 어떤 젊은 여자를 만나서 잠시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다가 해바라기 기름이 쏟아져 있는 길가의 어떤 웅덩이에 미끌어져서 전차 밑으로 들어가서 죽는다.
○ 베즈돔니(Bezdomny). 풀 네임은 이반 니콜라예비치 포니료프이다. 이상과 포부를 지닌 젊은 시인이다. 베즈돔니는 필명이다. '집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마솔리트를 위해 헌신할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베를리오즈의 뜻하지 아니한 죽음을 목격하고 정신이상이 되어 정신병자 수용소에 들어간다. 베즈돔니는 정신병자 수용소에서 마스터를 만난다. 그리고는 그로부터 절대로 시를 쓰지 않는다.
○ 스테판 보그다노비치 리코데예프(Stephan Bogdanovich Likhodeyev). 버라이어티 극장의 감독이며 베를리오즈의 룸메이트였다. 소설에서는 간혹 축소형으로 스툐파(Styopa)라고 불린다. 그의 이름인 리코데예프는 러시아어 '부정을 일삼는'(영어로는 malfeasant)이라는 단어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치사하고 나쁜 일만 일삼는다. 그는 적어도 다섯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이라고 비난했고 그 결과 당국으로부터 칭찬을 받아서 베를리오즈와 함께 살고 있는 대형평수의 아파트를 차지할수 있었다. 그러다가 마법에 의해 얄타로 옮겨진다. 그래서 그가 살고 있던 아파트는 볼란트와 그의 추종자들이 차지한다.
○ 그리고리 다닐로비치 림스키(Grigory Danilovich Rimsky). 작곡가인 림스키 코르사코프를 생각케 하는 이름이다. 버라이어티극장의 경리담당이다. 그는 극장에서 볼란트의 공연이 있는 날 밤에 바레누카와 헬라의 공격을 받는다. 바레누카는 나중에 볼란트의 추종자들에 의해 흡혈귀로 변한다. 공격을 받은 그는 가까스로 극장에서 빠져나온다. 그는 다른 도시로 가서 살기 위해 기차역으로 달려간다.
○ 이반 사벨례비치 바레누카(Ivan Savelyevich Varenukha). 버라이어티극장의 관리인이다. 바레누카라는 말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과일 펀치(mulled-wine)의 이름과 비슷하다. 그는 어둠의 짐승으로 변하지만 발푸르기스의 밤이 끝나자 용서함을 받아 인간성을 회복한다.
○ 나타샤( Natasha). 마르가리타의 젊은 하녀이다. 나중에 마녀가 된다.
○ 니카노르 이바노비치 보소이(Nikanor Ivanovich Bosoy). 모스크바의 302B 사도바야로(Sadovaya St)의 주민위원회 위원장이다. 이곳은 전에 베를리오즈가 살던 곳이다. 그는 탐욕스럽고 교활한 인물이다. 하지만 코로비에프에게 속으며 나중에 체포된다.
[볼란트와 그의 추종자들]
○ 볼란트(Voland). 모스크바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온 교수로 알려졌으며 모스크바에 온 목적은 흑주술(블랙 매직)을 공연하기 위해서이지만 실은 자기의 음모를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그의 정체는 끝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관중들의 탐욕스럽고 귀족처럼 오만한 행동을 폭로한다. 볼란트는 실은 사탄이 가장한 존재이다.
○ 베헤모스(Behemoth). 사람처럼 말을 하고 두발로 걷는 커다란 고양이이다. 멧돼지만큼 크다. 악마가 고양이로 변한듯하다.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사람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그는 체스 두기를 좋아하며 항상 보드카와 피스톨을 가지고 다닌다. 비웃는 말을 대단히 불쾌하게 자주 한다. 볼란트의 추종자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없다. 심지어는 마르가리타도 그가 기분나쁜 농담과 조롱을 일삼기 때문에 머리를 때린 일도 있다. 베헤모스라는 러시아 이름은 '하마'라는 뜻이다. 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전설적인 괴물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 코로비에프/화고토(Koroviev/Fagotto). 전에 합창지휘를 했었다는 소문이 있다. 아마 그 옛날에는 천사들의 찬양대에서 대원으로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볼란트가 흑주술을 공연을 할 때에는 어떤 환상이든지 만들어 낼수 있는 능력이 있다. 베헤모스 또는 아차첼로와는 달리 어떤 일이 있어도 폭력은 행사하지 않는다.
○ 아자첼로(Azazello). 드라큘라의 이빨을 가지고 있으며 눈동자가 휘뿌여해서 으스스한 인상이다. 그는 볼란트의 메신저이며 청부살인자이다. 구약성경 에녹서 1장 3절에 나오는 아자첼(Azazel)을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아자첼은 타락한 천사로서 세상에 내려와서 사람들에게 무기를 만들고 보석을 만드는 것을 가르쳤다. 여자들에게는 이상한 화장술을 가르쳤다. 얼굴에 예술이라는 이름아래 죄악에 넘친 그림을 그려 넣고 칠을 하는 것이다. 아자첼로가 마르가리타에게 마법의 화장품을 주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이다.
○ 헬라(Hella). 창백한 얼굴의 죽음의 천사이다.
[마스터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
○ 폰티우스 필레이트(Pontius Pilate: 본디오 빌라도). 로마의 유대총독이다. 원래의 임무는 세금을 거두어 들이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유태인들에 대하여 호의적이었다.
○ 예슈아 하 노트스리(Jeshua Ha-Notsri). 방랑자이다. 빌라도는 그를 '미친 철학자'라고 불렀다. 예슈아 하 노트스리라는 말은 히브리어로서 나사렛의 예수라는 뜻이다. '나사렛 예수'는 나사렛 지방에서 온 예수라는 이름의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나자렌(Nazarene) 지파에 속한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나자렌이라는 말은 유태인들 또는 로마인들이 기독교도들을 경멸하여서 부르는 호칭이다. 마치 우리가 중국사람들을 뙈놈이라고 부르고 일본사람들은 왜놈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작가인 마스터는 '나사렛 예수'를 고아로서 그렸고 어른이 되어서는 기적을 행하기를 거부하는 인물로 설명했다. 이어서 '나사렛 예수'는 열두제자가 아니라 단 한명의 제자(Apostle)만을 가졌다고 썼다. 마스터가 그린 예수는 세속적이어서 무신론 집단(베를리오즈 포함)에 대하여 보다 비판적이고 공격적이다. 신비하며 기적을 행하는 예수라는 인식과는 거리가 먼 설정이다.
○ 아프라니우스(Aphranius). 유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마 비밀조직의 우두머리이다.
○ 레비 마트베이(Levi Matvei). 레위인이다. 예수의 추종자로서 전에는 세리였다. 복음서의 마태복음의 저자이다. 마스터는 소설에서 레비 마트베이를 가공의 인물처럼 그렸지만 말미에는 예수의 메시지를 볼란트에게 전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모습을 보인 것으로 그렸다.
○ 카이아파스(Caiaphas). 유태교의 대제사장이다. 카이파(Kaifa)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성경에서는 가야바라고 번역했다. 가야바는 백성들이 예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예수를 따르는 무리들이 점점 많아지자 예수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제사장으로서 그의 지위나 권세를 계속 누릴수 있기 때문이다.
○ 유다스 이스카리옷(Judas Iscariot: 가롯 유다). 예수를 잡아 죽이기 위해 가야바가 고용한 밀정이다. 성경에는 가롯 유다가 예수와 함께 오래 지낸 제자 중의 하나로 되어 있다. 말하자면 예수의 측근(인너 서클)이다. 그러나 불가코프의 소설에서는 유다가 예수를 처음 만난 것은 예수를 배반하기 불과 이틀 전으로 되어 있다. 예수를 체포하는데 공이 있어서 가야바로부터 상금을 받았으나 나중에는 빌라도가 보낸 사람에 의해 암살당한다. 빌라도는 가롯 유다가 예수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들과의 관련]
불가코프의 소설 '마스터와 마르가리타'는 독일을 중심으로 퍼져있는 '파우스트' 전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괴테의 '파우스트 파트 1', 그리고 샤를르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니콜라이 고골의 작품으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불가코프의 다른 작품들도 고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폰티우스 필레이트와 예슈아 하 노트스리와의 대화는 도스토예브스키의 '카라마조프 형제들' 중에서 '대종교재판관' 장면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불운의 방문자들'이라는 챕터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참고가 되었다. '안나 카레니나로 인하여 오블론스키 가정은 난잡하게 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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