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집중탐구 150편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 - 3

정준극 2013. 11. 13. 11:39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의 스토리

1869년 오리지널 버전과 1872년 수정 버전의 두가지

역사적인 사실에 바탕...하지만 푸슈킨과 무소르그스키의 창의적인 스토리 점철

 

1994년 시카고 리릭 오페라에서 보리스 고두노프 역을 맡은 베이스 사뮈엘 레이미. 2막 환각의 장면.

                               

이제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의 줄거리를 소개코자 한다. [ ]에 들어간 내용들은 1872년도 수정본에서 삭제되었거나 추가된 내용이다.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의 시대적 배경은 1598년으로부터 1605년까지로  되어 있다. 장소는 모스크바, 리투아이나 국경지대, 폴란드의 산도미에르츠 성, 모스크바 인근의 크로미(Kromi) 마을 등이다.

 

파트 1은 서막이다. 1 장은 1598년, 모스크바 부근 노보데비치 수도원의 안뜰이다. 막이 오르기 전에 오케스트라는 '드미트리 모티프'를 마치 앞으로 전개될 사건들을 예측이나 하듯이 짧게 연주한다. 막이 오르면 노보데비치 수도원이다. 섭정인 보리스 고두노프가 잠시 번잡한 크렘린 궁전을 떠나서 쉬고 있는 곳이다. 군중들이 수도원의 안뜰에 모여 있다. 경찰서장인 니키티츠가 나타나서 군중들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명령한다. 그러면서 그는 백성들에게 보리스가 짜르의 자리를 수락하라고 소리높여 간청하도록 부추킨다. 군중들은 탄원의 합창을 부른다. '우리를 버리는 분은 누구시나이까? 우리의 아버지이니이까?'이다. 군중들은 점점 난폭해지면서 보리스가 짜르가 되어야 한다고 소리친다. 그러더니 서로들 말다툼을 벌인다. 군중들은 경찰들이 몽둥이를 들고 위협할 때에만 보리스가 짜르가 되어야 한다고 간청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언쟁을 벌인다. 군중들의 합창은 열광적인 클라이막스로 끝난다. 국회(두마)의 서기인 안드레이 슈첼칼로프가 수도원으로부터 밖으로 나와서 군중들에게 보리스가 아직도 러시아의 왕관을 쓰지 않겠다고 한다는 얘기를 전한다. 그의 노래가 '정교회 백성들이여! 귀족들은 설득하기가 어렵다'이다. 저쪽으로부터 한 무리의 순례자들이 찬송을 부르면서 나타난다. '주께 영광. 하늘에 계신 창조주'이다. 순례자들은 이콘들을 높이 들어보이면서 군중들에게 무정부상태가 되면 안되므로 그런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들은 짜르를 만나러 왔다고 하면서 수도원 안으로 들어간다. [1869년 오리지널 버전에는 군중들이 순례자들의 말을 두고 서로 논난을 벌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상당수의 군중들은 새로 등극할 짜르의 정체에 대하여 혼란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과연 나라와 백성들을 위할 짜르인가, 그렇지 않으면 권세에 눈이 먼 짜르인가를 두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경찰이 군중들의 논난을 제지하면서 다음날 아침에 모스크바의 크렘린으로 오라고 지시한다. 군중들은 흩어지면서 '만일 우리가 소리내어 울부짓어야 한다면 크렘린에 가서도 울부짓을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들을 자제하면서 냉철하게 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노보데비치 수도원 광장의 군중들. 보리스가 짜르가 되어야 한다고 소리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우러나와서 그렇게 외치는 것인지, 또는 경찰의 몽둥이가 무서워서 그러는지는 확실치 않다. 2010-11 시즌 이탈리아 토리노극장.

 

파트 1의 2장은 모스크바 크렘린의 대성당광장이 무대이다. 오케스트라의 도입부는 종(벨)의 모티브에 기반을 둔 것이다. 크렘린 광장에 있는 성모영면대성당(Cathedral of the Dormition)의 현관에 슈이스키 공자(또는 대공)가 나타나서 군중들에게 짜르 보리스를 찬양하라고 권고한다. 군중들이 큰 소리로 짜르의 영광을 찬양한다. '하늘에 있는 아름다운 태양처럼 영광을 받으시라'이다. 한 무리의 귀족들이 대성당으로부터 엄숙하게 걸어나온다. 군중들이 무릎을 꿇는다. 이어 보리스가 대성당의 현관에 등장한다. 백성들의 '영광을!'이라는 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점차 조용해 진다. 보리스가 짧은 독백을 한다. '나의 영혼은 슬퍼한다'이다. 어떤 불길한 징조를 느끼는 듯한 독백이다. 보리스는 하나님께 축복해 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이어 선하고 공의로운 통치자가 되게 해 달라고 간구한다. 보리스는 군중들에게 모두 왕궁의 잔치에 참석해 달라고 초청한다. 그리고는 대천사대성당(Cathedral of the Archangel)으로 걸음을 옮긴다. 류리크 왕조의 짜르들이 영원히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곳에 가서 무릎을 꿇고 참배를 하기 위해서이다. 군중들은 보리스의 만수무강을 빌며 '영광, 영광, 영광'을 소리높이 외친다. 군중들이 대성당 안으로 밀려 들어가려하자 경찰들이 질서를 지키라고 하며 제지한다.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군중들은 다시 '영광'이라고 크게 소리친다.

 

크렘린 광장의 한쪽에 있는 성모영면대성당. 이곳에서 제정러시아의 역대 짜르들이 대관식을 가졌다. 이 대성당은 러시아정교회의 모성당이다. 성모에게 봉헌된 성당이다. 보리스 고두노프도 이 곳에서 대관식을 가졌다.

 

파트 2는 1막이다. 1막의 1장은 크렘린 궁전 안에 있는 추도프(Chudov) 수도원의 어떤 좁은 방이 무대이다. 밤중이다. 존경받는 수도승인 피멘(Pimen)이 러시아 역사의 연대기를 쓰고 있다. 피멘의 노래가 '아직 마지막 이야기 하나가 남아 있다'이다. 같은 방에 있던 젊은 견습수도승인 그리고리(Grigoriy)가 어떤 무서운 꿈을 꾸고 깨어난다. 그리고리는 피멘에게 꿈이야기를 한다. 그리고리가 높은 탑에 올라갔다가 모스크바의 시민들이 조롱하는 바람에 탑에서 떨어진다는 꿈이다. 마치 앞날을 예언하는 듯한 꿈이다. 피멘은 그리고리에게 금식을 하고 기도에 온 힘을 쓷으라고 말한다. 그리고리는 자기도 피멘처럼 신실한 수도승이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 세속에서 지내다가 수도승이 되고자 찾아오기는 했지만 너무 늦게 왔다고 후회한다. 피멘은 그리고리에게 이반 4세(폭군 이반)와 그의 아들 표도르가 헌신적으로 신앙생활을 했다고 말하면서 반면에 표도르 1세의 뒤를 이어 짜르가 된 보리스는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한다. 피멘은 보리스를 대역죄인, 즉 짜르를 시해한 인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그리고리가 요청하는 바람에 피멘이 우글리치에서 드미트리 황태자가 살해된 상황을 생생하게 얘기해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피멘이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추도프 수도원의 작은 방에서 피멘이 러시아역사의 연대기를 적고 있는 장면 스케치

                                                                                   

그리고리는 살해된 짜레비치 드미트리와 나이가 거의 같은 것을 알고는 자기가 드미트리의 행세를 해서 짜르의 자리까지 차지할 생각을 한다. 피멘이 마틴스(Matins)로 떠나자 그리고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보리스가 백성들과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지 말아야 할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자신은 프리텐더(Pretender), 즉 왕위 요구자라고 칭한다.

 

여관집 여주인.

                                           

2막 2장.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603년이다. 리투아니아 국경 지대에 있는 어떤 여관이 무대이다. 짧은 오케스트라 도입부가 있다. 이 장면에 전개될 세개의 테마에 기본을 둔 서곡이다. [1872년 수정버전에는 여관집 여주인이 들어와서 '용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나는 회색 용을 잡았다'이다. 노래의 마지막 파트는 사람들이 다가오는 소리에 묻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순례하는 수도승 차림의 발람과 미사일이 나타나서 적선을 요청한다. 잠시후에 이들의 일행이라고 생각되는 그리고리가 여관으로 들어선다. 그리고리는 일반인의 복장이다. 발람이 여관집 주인에게 포도주를 가져다 달라고 주문한다. 두 수도승들은 포도주를 마시더니 기분이 좋은 듯 노래를 부른다. 그렇지만 노래의 내용은 아주 흉폭하고 사악한 느낌의 노래이다. '카잔시였다'라는 제목의 노래이다. 이반 4세가 카잔시를 점령했을 때에 잔혹한 행동을 했다는 내용이다. 두 수도승은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더니 금방 졸기 시작한다. 그리고리는 여관집 여주인에게 리투아니아 국경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조용히 묻는다. 여관집 여주인이 그리고리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때 경찰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거짓 수도승으로 왕위 요구자인 그리고리를 체포하러 온 것이다. 그리고리는 모스크바의 추도프 수도원에서 도망나와서 자기야 말로 진정한 왕위 계승자이며 언젠가는 짜르가 될것이라고 떠들면서 백성들을 미혹했다. 그 때문에 그를 체포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이다. 경찰들을 이끌고 온 서장은 발람의 행색과 횡설수설하는 소리를 듣고는 그가 바로 체포령에 나와 았는 범인이라고 생각한다. 경찰 서장은 글을 읽을 줄 몰라서 짜르의 체포령(ukaz)의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 한쪽에 있던 그리고리가 칙령을 읽어주겠다고 나선다. 체포령에는 그리고리의 행색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그리고리는 자기의 행색을 설명한 내용을 발람의 행색을 슬금슬금 눈여겨 보면서 그의 행색대로 써 있는 것처럼 읽는다. 경찰들이 당장에 발람을 체포한다. 졸고 있던 발람은 느닷없이 경찰들이 자기를 체포하자 자기는 아무런 죄도 없다고 하면서 체포령을 직접 읽어보겠다고 한다. 발람이 경찰의 손에서 체포령을 빼앗아 크게 읽는다. 영락없이 그리고리에 대한 설명이다. 그리고리는 자기의 정체가 탄로났다고 생각해서 단검을 빼어들고 경찰들을 위협하면서 창문으로 도망친다.

 

여관장면. 1874년도 공연의 스케치.

 

파트 3은 2막이다. 여관집 소동이 있은지 2년 후인 1605년이다. 무대는 크렘린 궁전에 있는 짜르의 집무실인 테렘(Terem)이다. 보리스의 딸인 크세니야(1582-1622)가 자기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난 덴마크-노르웨이 왕국의 요한(이반) 초상화를 손에 꼭 쥐고서 슬퍼한다. 크세니야의 아리아가 '어디 계시나요. 나의 신랑이시여'이다. 크세니야의 약혼자인 이반 왕자(덴마크-노르웨이 왕의 아들인 요한: 1583-1602)는 일찍이 보리스의 딸인 크세니야 공주와 약혼하였며 결혼식을 위해 1602년에 모스크바에 왔으나 갑자기 병에 걸려 결혼식 직전에 세상을 떠났다. 한쪽에서는 보리스의 아들로서 짜르 계승자인 표도르(표도르 2세: 1589-1605)가 장래에 그가 통치할 러시아 제국의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표도르 2세는 대혼란시기인 1605년에 짜르가 되었으나 거짓 드미트리의 세력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크세니야와 표도르의 어머니인 마리아 그리고리에브타 벨라스카야는 '폭군 이반'이 가장 총애하는 비밀경찰의 총수인 말류타 스쿠라토브의 딸이다. 보리스는 의도적으로 말류타 스쿠라토브의 딸과 결혼함으로서 그가 장악하고 있는 6천명의 비밀경찰들을 통제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1872년 수정버전에는 표도르가 벽에 걸려 있는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괴로워하는 장면만이 있다.] 크세니야의 유모가 크세니야에게 얼마 후에는 '이반 왕자'를 잊게 될 것이라며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말한다. [1872년 버전에는 유모와 표도르가 크세니야를 위로하고 기운을 차리라고 하면서 '작은 곤충이 커다란 나무를 쓰러트린다'라는 노래와 '이것과 저것의 노래'라는 동요적인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보리스와 딸 크세니야를 위로하고 있다. (페루치오 푸를라테노와 인나 두카츠)

 

그러한 때에 보리스가 갑자기 들어선다. 보리스는 잠시 크세니야를 위로하더니 크세니야와 유모를 그들의 침실로 돌아가라면서 보낸다. 표도르가 보리스에게 러시아의 지도를 보여준다. 보리스는 아들 표도르에게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권면한 후에 자기의 처지를 돌아보는 독백을 한다. 길고도 훌륭한 독백이다. '나는 최고의 권력을 장악했도다'이다. [1872년도 버전에는 보리스의 독백이 끝난 후에 그는 계속해서 어떤 피묻은 아이가 자비를 구하는 환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정신이 혼란스럽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궁전 내의 아이들 방에서 알수 없는 소란한 소리가 들리자 보리스는 아들 표도르에게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라고 말하는 장면이 추가되어 있다.]

 

보리스에게 시중드는 신하가 슈이스키 공자가 도착했다고 전한다. 이어 슈이스키 공자가 반역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탄핵의 보고가 있다. [1872년 버전에는 표도르가 돌아와서 앵무새 때문에 소란이 있었다고 보고하고 별일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표도르의 보고는 어딘지 묘하고 별난 면이 있다. 그가 부르는 노래가 '우리의 작은 앵무새가 앉아 있네'이다. 그건 그렇고, 보리스는 표도르가 별일 아니라고 보고하자 안심하고 왕좌에 앉아서 아들 표도르에게 앞으로 언젠가 짜르가 될터인데 사악하고 교활한 측근들을 조심하라고 충고하면서 예를 들면 슈이스키와 같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장면이 추가되어 있다.] 잠시후 슈이스키 공자가 들어온다. 보리스가 그에게 푸슈킨과 반역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서 크게 책망한다. (여기서 나오는 푸슈킨은 위대한 시인 알렉산더 푸슈킨의 선조 중의 한 사람이다.) 슈이스키 공자는 오히려 보리스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가져왔다고 하면서 리투라이나에 자기가 짜르가 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보리스는 크게 분노하여 도대체 그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 슈이스키 공자는 그 사람이 감히 짜레비치 드미트리의 이름을 품고서 백성들을 미혹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그의 말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말에 충격을 받은 보리스는 우선 표도르를 자기 방으로 돌아가라고 하면서 내보내고 슈이스키에게 즉시 리투아니아와의 국경지대를 엄중히 봉쇄하라고 지시한다.

 

크렘린의 테렘에서 이제 최고의 권력을 잡았다고 독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번뇌하는 보리스 고두노프

                               

보리스는 슈이스키에게 죽은 아이들이 무덤에서 살아 나와서 자기들이 짜르가 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리를 들어본 일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보리스는 우글리치에서 죽은 왕자가 분명히 드미트리인지를 다시한번 확인해 보아야 한다고 소리친다. 보리스는 만일 슈이스키가 거짓말을 하거나 무엇을 숨길 것 같으면 극형에 처하겠다고 위협한다. 슈이스키는 드미트리 왕자의 죽음 장면을 소름끼치는 내용으로 설명한다. 내용은 무시무시하지만 음악은 너무나 아름답다. '우글리치에서, 대성당에서'라는 비교적 짧은 아리아이다. 그러면서 슈이스키는 만일 드미트리가 정말로 살아났다면 그것은 기적이며 육체가 썩지 않는 부활일 것이라는 점을 은근히 비친다. 보리스는 죄책감과 후회로서 매우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보리스는 슈이스키에게 이제 나가보라고 손짓을 한다. [1872년 버전에는 벽에 걸려 있는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보리스는 환각에 빠진다. 유명한 '보리스의 환각의 장면' 또는 '시계 장면'이다. 죽은 드미트리의 유령이 보리스게에 다가온다. 보리스는 유령에게 자기는 그의 죽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책임이 없다는 얘기이다. 보리스의 외침이 '사라져라, 아이야 사라져라! 나는 그대를 죽인 사람이 아니다...백성들의 뜻이었다!'이다. 그런후에 보리스는 그 자리에 쓰러져서 하나님께 자기의 죄많은 영혼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한다.

 

마리나 공주 역의 소프라노 에카테리나 셰멘슈크

 

파트 3의 3막이다. '폴란드 막'이라고 불리는 막이다. 3막의 1장은 폴란드의 산도미에르츠에 있는 마리나 므니체크의 침실이다. 시기는 테렘의 장면이 있기 1년 전인 1604년이다. 마리나의 시중을 드는 여자들이 마리나의 머리를 매만지면서 마리나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대단히 섬세하고 감상적인 노래이다. '푸른 비스툴라(Vistula) 강가에서'라는 제목이다. 비스툴라는 폴란드에서 가장 긴 강의 이름이다. 그러자 마리나는 시중드는 여자들에게 자기는 용감한 기사에 대한 노래가 더 좋다고 말하면서 조용히 있고 싶으니 모두들 방에서 나가라고 지시한다. 혼자 있게 된 마리나는 요즘 들어서서 매일같이 지루해서 못견디겠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얼마나 지루하고 권태로운가'이다. 마리나는 드미트리를 생각한다. 그리고 모험과 권세와 영광에 대한 욕구를 생각한다. 예수회의 높은 사제인 란고니가 마리나를 만나러 온다. 란고니는 예수회의 추기경이라고 하지만 그의 신분을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란고니는 폴란드 교회의 비참한 실태에 대하여 비탄한다. 그리고는 마리나에게 만일 마리나가 짜리짜(황비)가 되면 모스크바의 이단자들을 로마 가톨릭의 참 신앙으로 개종시켜 달라고 요구한다. 란고니는 한술 더 떠서 마리나에게 자칭 왕위 요구자(거짓 드미트리)를 유혹하던지 또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그를 매혹시켜서 손 안에 잡아 두라고 요청한다. 마리나가 어째서 자기가 그런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란고니는 화를 내면서 마리나가 교회에 복종하지 않고 헌신하지도 않는다면 안 될 일이라고 강조한다. 마리아는 란고니의 위선적이면서도 교묘한 주장을 경멸하면서 그에게 당장 떠나라고 말한다. 란고니는 불길한 어조로 마리나가 지옥의 권세에 속박되어 있다고 선언한다. 그말을 들은 마리나는 두려움으로 그 자리에 쓰러진다. 란고니는 마리나에게 다시한번 교회에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

 

마리나의 침실 장면 1874년 공연 스케치

 

3막 2장은 같은 해 산도미에르즈 성의 정원 분수가 있는 곳이 무대이다. 달빛이 환히 비추는 밤이다. 막이 오르기 전에 목관악기들과 하프가 '드미트리 모티프'를 시름에 잠긴 듯 연주한다. 왕위 요구자(거짓 드미트리)는 무니스체크 성에서 마리나를 만나는 꿈을 꾼다. (므니스체크성은 마리나의 아버지의 성이다.) 왕위 요구자가 이상한 꿈도 다 있다고 생각하는데  란고니가 나타난다. 란고니는 왕위 요구자에게 마리나가 그를 사모하고 있으며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어한다고 전한다. 왕위 요구자는 마리나와 결혼한다면 폴란드의 세력을 움직일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리나에게 부인 겸 짜리짜(황비)가 되어 달라고 말하기로 결심한다. 왕위 요구자는 란고니에게 마리나를 만나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자 란고니는 왕위 요구자에게 그 전에 우선 자기를 아버지로 간주해 달라고 요구하고 이후로는 자기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 달라고 말한다. 왕위 요구자는 비록 란고니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우선은 마리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란고니와 한 가족이 되겠다고 말한다. 란고니는 왕위 요구자에게 잠시 신분을 감추고 폴란드 귀족이라고 하고 성에서 나온 귀족들과 함께 폴로네이스 춤을 추도록 한다. 그런데 마리나는 왕위 요구자의 존재는 눈에도 두지 않고 폴란드의 어떤 나이 많은 귀족과 보란 듯이 즐겁게 춤을 춘다.

 

폴란드의 마리나 공주 초상화

 

성밖에 있는 폴란드 사람들은 보리스의 군대를 격파하고 보리스를 사로 잡으며 모스크바의 왕관을 빼앗자고 노래한다. 그모습을 본 왕위 요구자는 보리스에 대한 폴란드 사람들의 적개심을 알아 차리고 다른 귀족들과 함께 성으로 들어가서 자기의 정체를 밝힌 후에 오히려 란고니를 저주하는 말을 한다. 왕위 요구자는 마리나에게 청혼할 생각을 단념하고 그를 지지하는 폴란드 귀족 및 병사들과 함께 모스크바로 진격키로 결심한다. 그럴 때에 마리나가 나타나서 왕위 요구자에게 접근한다. 마리나를 본 왕위 요구자는 자기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이내 사랑의 노예가 된다. 마리나는 왕위 요구자에게 언제 짜르가 될 것인지를 묻는다. 그러면서 자기가 노리는 것은 왕좌와 왕관 뿐이라고 말한다. 왕위 요구자는 마리나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아서 마리나가 원하는 대로 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마리나는 왕위 요구자의 청혼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그에게 어서 모스크바로 진격할 것을 요구한다. 왕위 요구자는 마리나에게 그렇다면 자기가 써야할 아버지의 왕관을 되찾기 위해 내일 당장 병사들을 이끌고 모스크바로 진격하겠다고 선언한다. 왕위 요구자는 그가 러시아의 왕관을 차지한 후에는 마리나가 그의 앞에 나타나서 굴복할 것이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고 하면서 모두에게 마리나를 조소하라고 말한다. 그러자 교활한 마리나는 당장 마음을 바꾸어서 왕위 요구자에게 그를 오래전부터 진심으로 사모해 왔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오 황태자여 그대에게 애원하나이다'라는 듀엣을 부른다. 란고니는 멀리서 두 사람이 사랑으로 화합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수가 없어서 두 사람과 합세하여 트리오를 부른다. 란고니는 속으로 자기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고 믿어서 냉소적으로 기뻐한다. 란고니는 왕위 요구자가 거짓 드미트리인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확신은 없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무대

                       

파트 4는 4막이다. 4막의 1장은 1869년도 오리지널 버전에만 있다. 1605년 모스크바 크렘린 광장에 있는 복자 바실리 대성당 앞의 광장이 무대이다. 한떼의 백성들이 복자 바실리 대성당(성모중재의 대성당) 앞에 빽빽히 모여 있다. 대부분은 거지들이다. 가끔 경찰들이 모습을 보인다. 한떼의 남자들이 들어와서 교회의 디콘(deacon: 부제)이 미사 중에 그리슈카(그리고리) 오트레피예프를 교회에서 추방한다고 선언했던 것에 대하여 논난을 벌이고 있다. 정교회에서의 추방은 로마 가톨릭에서의 파문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그리고리가 차레비치(러시아의 황태자)가 틀림없다고 말한다. 군중들은 그리고리의 군대가 크로미(Kromi)로 진격해 오고 있다는 소식을 흥분해서 얘기한다. 군중들은 그리고리가 고두노프 일가를 몰아내고 그의 아버지(표도르 1세)의 왕관을 다시 찾게 되기를 바란다. 유로디비(yurodiviy: 바보)가 불량해 보이는 아이들이 뒤쫓아 오니까 피해서 성바실대성당까지 온다. 유로디비는 넌센스 노래를 부른다. '달이 날아가고 있고 고양이 새끼는 울고 있다'는 노래이다. 이어 불량해 보이는 아이들이 유로디비를 보더니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그가 쓰고 있는 모자가 우수꽝스럽다고 하며 노래를 부른다. 유로디비는 은전(kopek) 한 닢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어느 틈엔가 훔쳐간다. 유로디비는 아이들에게 동정적이면서도 비난을 한다. 보리스의 수행원들이 대성당에서 나온다. 귀족들이 거지나 다름없는 백성들에게 돈을 나누어 준다. 배고픈 백성들은 빵을 달라고 소리친다. 백성들의 합창이 '은혜로우신 아버지여...우리에게 양식을 주소서'이다. 합창소리가 수그러들 때에 갑자기 유로디비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보리스가 유로디비에게 어째서 우느냐고 묻는다. 유로디비는 가지고 있던 은전 한 닢을 도둑 맞았다고 하면서 그놈들을 붙잡아서 처형해 달라고 요구한다. 마치 보리스가 어린 드미트리를 잡아서 처형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 달라는 것이다. 슈이스키가 유로디비를 체포코자 하자 보리스는 그냥 놓아 두라고 하면서 오히려 그에게 자기를 위해 기도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후에 보리스가 그곳을 떠나자 유로디비는 성모께서 그가 헤롯대왕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보리스를 헤롯대왕이라고 비유한 것은 헤롯이 유대에서 어린아이들을 학살한 것을 말한 것이다. 유로디비는 러시아의 운명을 생각하여 비탄의 노래를 부른다. '흘러라, 흘러라, 쓰라린 눈물이여!'이다.

 

1927년 모스크바 볼쇼이 공연. 크렘린의 대성당 광장의 장면.

                                            

4막 2장은 1869년 버전에서는 2장이자만 1872년 버전에서는 1장이다. 장소는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에 있는 양면 방이다. 시기는 역시 1605년이다. 제정러시아 국회가 열리고 있다. [ 이 장면은 1869년 버전에만 있다. 회의에 참석한 귀족들은 내각의 장관인 슈첼칼로프가 짜르 보리스의 칙령(우카즈)을 읽어내려가는 것을 듣고 있다. 왕위 요구자라는 사람이 러이사 짜르의 왕좌를 요구했다고 설명하고 국회가 그에 대한 판단을 내려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다.] 잠시동안 논란이 진행된다. 국회의 귀족들은 마침내 왕위 요구자와 그의 추종자들을 모두 체포해서 처형해야 한다고 결정하고 그같은 내용을 힘차고 웅대한 합창으로 부른다. '자, 어서들 투표를 합시다. 귀족들이여'이다. 그때 슈이스키가 나타난다. 귀족들은 대개가 슈이스키를 싫어하고 있다. 슈이스키는 흥미로은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슈이스키는 짜르가 자리를 뜨자 귀족들에게 보리스가 '사라져라, 사라져라, 아이야'라면서 죽은 짜레비치(드미트리)의 혼령을 쫓아내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 소리를 들은 귀족들은 놀라고 두려워한다. 잠시후 보리스가 정신을 차린듯 다시 나타나자 슈이스키는 보리스에게 어떤 겸손한 늙은이가 짜르를 배알하기를 청하였다고 보고한다. 피멘이다. 피멘은 '어느날, 저녁 시간에'라는 노래로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떤 장님이 꿈에 짜레비치의 음성을 들었다는 것이며 꿈속에서 짜레비치가 그 장님에게 우글리치로 가서 자기의 무덤에 기도를 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짜레비치는 자기는 천국에서 기적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자기의 무덤에 기도하면 기적이 일어나서 눈이 볼수 있게 될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장님은 짜레비치의 음성이 지시하는대로 우글리치에 가서 짜레비치의 무덤에 기도를 했더니 눈이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보리스는 더욱 큰 충격에 휩싸인다. 보리스는 아들 표도르를 불러서 자기는 이제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마지막으로 충고의 말을 하고 하나님께는 자기의 자녀들을 축복해 달라고 기도한다. 보리스의 노래가 '잘 있거라, 아들아, 나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이다. 보리스의 이 장면은 대단히 드라마틱한 장면이다. 주위의 사람들은 '종을! 장례의 종을!'이다. 보리스가 마침내 숨을 거둔다.

 

크렘린 궁전에서의 보리스의 죽음 장면. 1874년 공연 스케치.

 

4막 2장은 1872년 버전에만 나오는 장면이다. 크로미 인근의 숲속 평지가 무대이다. 폭풍과 같은 음악이 나오며 이어 잡다한 무리들이 등장한다. 대부분이 방랑자들이다. 크루슈초프가 체포한 사람들이다. 군중들은 크푸슈초프에게 비웃음을 던지지만 그의 앞에서는 겉으로나마 존경을 표시한다. 군중들의 노래가 '하늘에는 독수리가 한마리도 없네'이다. 말하자면 호랑이가 죽자 토끼가 날 뛴다는 식의 얘기이다. 유로디비가 거렁배이와 다름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난다. 유로디비는 또 다시 아무런 의미도 없는 노래를 부른다. '달은 날아가고 있고 고양이 새끼는 울고 있다'이다. 아이들이 유로디비가 쓰고 있는 쇠모자를 두드리며 놀린다. 유로디비는 은전 한 닢을 가지고 있는데 아이들이 눈깜빡할 사이에 훔쳐간다. 유로디비는 아이들을 잔소리를 퍼부어 대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화를 내지는 않는다. 멀리서 발람과 미사일의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보리스와 그의 충복들의 죄상을 설명하는 노래이다. '해와 달은 빛을 잃고 어두워졌도다'이다.

 

발람과 미사일. 러시아 정교회의 수도승들이다.

 

군중들은 점점 광폭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보리스를 비난한다. 군중들의 합창이 '우리의 대담함으로 자유를 얻었도다. 기뻐 춤추고 노래하자'이다. 멀리서 이번에는 두명의 예수회 사제들이 라틴어로 찬송가를 부르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도미네, 도미네, 살붐 화크'(Domine, Domine, salvum fac)이다. 이들은 하나님이 드미트리를 보살펴 달라고 기도한다. 예수회 사제들을 본 발람과 미사일은 군중들에게 러시아에는 예수회가 필요없으므로 저들을 붙잡아 목매달자고 선동한다. 군중들이 예수회 사제들을 붙잡아서 목을 매달 준비를 한다. 예수회 사제들은 성모에게 도와달라고 간청한다. 이어 드미트리와 추종자들이 엄숙하게 행진하여 들어온다. 발람과 미사일은 드미트리에게 영광을 돌린다. 군중들이 합세한다. '영광을 받을지어다. 짜레비치여!'이다. 왕위 요구자(거짓 드미트리)는 보리스에게 박해를 받은 사람들을 불러 나오도록 한다. 그는 크루스쵸프를 풀어주며 모두에게 모스크바로 진격하자고 말한다. 모두들 기쁨에 넘친 듯 모스크바로 향해서 떠난다. 유로디비만이 남아 있다. 유로디비는 아주 단순한 노래를 부른다. '흘러라, 흘러라, 쓰라린 눈물이여!'이다. 러시아의 원수들이 도착했음을 비탄하는 노래이다. 막이 내린다.

 

오페라에는 나오지 않는 장면이지만 푸슈킨의 원작에는 거짓 드미트리(왕위 요구자)가 권력을 잡고 나서 보리스의 아들인 표도르와 보리스의 부인인 마리아를 죽였다고 한다. 그림은 보리스의 아들인 표도르를 죽인 장면이다. 표도르의 누이인 크세니야가 표도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