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하우스/유명 오페라극장 2

베로나 아레나(아레나 디 베로나)

정준극 2013. 11. 27. 12:07

베로나 아레나(아레나 디 베로나) - 베로나 야외극장(노천극장)

The Verona Arena - Arena di Verona

세계 제일의 야외오페라극장

 

베로나 야외극장

 

이탈리아의 베로나라고 하면 우선 '로미오와 줄리엣'이 생각난다. 잘 아는대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베로나에 살았다고 하는 두 젊은이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베로나라는 말이 사랑의 여신 비너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니 그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베로나에 세계적인 야외 오페라 무대가 있다. 로마시대의 원형극장을 오페라 극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그런 야외극장이 여러 개가 있다. 그런 중에도 베로나의 야외극장은 단연 세계 제일이다. 우선 규모에 있어서 그렇다. 3만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실내극장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의 좌석이 3천 8백개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에 비하여 베로나 아레나의 3만명은 그보다 거의 열배나 되는 셈이다. 아무튼 베로나 아레나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페라 극장일 뿐만 아니라 원형극장을 오페라 무대로 사용하는 것 중에서는 가장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건축물이다.

 

베로나 아레나 건물

 

베로나의 아레나 건물은 서기 30년 경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거의 2천년을 버텨온 셈이다. 베로나의 아레나는 원래 베로나 시의 성밖에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베로나 시의 거의 중심부에 위치하게 되었다. 베로나의 피아짜 브라(Piazza Bra)에 있다. 고대 로마제국 시대에는 이 곳에서 루디(ludi)가 무대에 올려졌다고 한다. 루디라는 것은 일종의 쇼를 말한다. 그리고 게임같은 것도 루디에 속한다. 베로나의 아레나는 백색과 핑크색의 석회암으로 건축되었다. 그러다가 1117년에 대지진이 일어나서 아레나도 거의 완전히 파괴되었다. 사람들은 아레나의 석회암 석재를 가져다가 다른 용도로 사용하였다. 그래도 현재의 중심부위는 예전 것 그대로이다. 베로나의 아레나를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은 대체로 이 아레나를 미로라고 부른다. 입구도 없고 출구도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건 도대체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신이 만들었다'고 까지 말했다.

 

베로나 아레나에서의 오페라 공연

 

로마시대의 원형극장 폐허를 복구하여서 무언가 유익한 시설로서 사용해 보자는 아이디어는 일찍이 르네상스 시대에 나왔다. 당연히 극장으로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그래서 1850년대에 이미 오페라가 공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제대로의 오페라 공연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몇 몇 전문가들이 아레나의 음향상태를 점검해 보았더니 아레나가 오페라 극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음향 문제에 있어서 더 할수 없이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로부터 아레나를 본격적인 오페라 공연장소로서 이용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여러 사람들이 아레나의 오페라극장화를 위해 지극한 관심을 보여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테너 조반니 체나텔로(Giovanni Zenatello: 1876-1949)와 임프레사리오인 오토네 로바토(Ottone Rovato)의 기여는 기억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아레나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오페라가 공연된 것은 1913년이었다. 1913년은 또한 '오페라의 황제' 베르디의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해였다. 이를 위해 아레나에서 베르디의 '아이다'가 장엄하게 공연되었다. 더 할수 없이 훌륭한 야외무대와 자연적인 음향 등등으로 '아이다'는 대성공이었다. 이때의 공연에 푸치니와 마스카니도 구경 왔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후 전쟁 등으로 사정이 여의치 못했었다. 그래서 1915-18년, 1940-45년까지는 아레나에서의 공연이 없었다.

 

베로나 아레나

 

오늘날 베로나의 아레나에서는 1년에 4편에서 6편까지의 오페라가 공연되고 있다. 6월부터 8월까지이다. 겨울에는 베로나 오페라단과 발레단이 아카데미아 필아르모니카(L'Accademia Filarmonica)에서 공연을 갖는다. 아레나의 좌석은 평지에 있는 의자 좌석의 티켓이 돌로 된 스탠드 좌석보다 훨씬 더 비싸다. 입장자에게는 주최측이 촛불 한개씩을 준다. 해가 지면 촛불을 켜라는 것이다. 공연되는 오페라는 대체로 잘 알려진 작품들이다. 해마다 연인원 약 50만 명이 베로나 아레나의 오페라를 관람하러 온다. 1회 공연에 2만명까지 수용할수 있었으나 지금은 안전문제 때문에 1만 5천명으로 제한하였다.

 

아레나에서의 '아이다' 공연

 

지금까지 아레나에 등장했던 세계적인 성악가들은 상당히 많다. 전후의 시대만 보더라도 주세페 디 스테파노, 마리아 칼라스, 티토 고비, 레나타 테발디 등이 아레나의 무대를 장식하였다. 거장 지휘자들의 참여도 괄목할만 했다. 아레나의 기념품 상점에서는 지금까지의 역사적인 공연을 음반이나 DVD로 만든 것을 구할수 있다. 2011년부터는 아레나에 전자음향강화시스템이 설치되었다. 그래서 그전에는 출연자들이 간혹 마이크를 지니고 노래를 불렀으나 2011년 이후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2013년도 프로그램은 새로운 스테이지 디자인의 '아이다'를 위시해서 '나부코',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 등 베르디 일색이며 베르디 이외의 오페라로서는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유일했다. 베르디 일색인 것은 2013년이 베르디 탄생 2백 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들 오페라의 주역들은 누구인지 소개한다.

 

- 아이다(아이다: Hui He, Maria Jose Siri, Daniella Dessi, 라다메스: Fabio Sartori, Jorge de Leon, Carlo Ventre)

- 나부코(나부코: Ambrogio Maestri, Placido Domingo, Marco Vratogna, Ivan Inverardi, 아비가일: Tatiana Meluychenko, Tiziana Caruso, Lucrecia Garcia, Amarilli Nizza)

- 리골레토(리골레토: Leo Nucci, Ivan Inverardi, 만투아 공작: Saimir Pirgu, Gianluca Terranova, 질다: Alexandra Kurzak, Olga Peretyatko, Natalia Roman)

- 라 트라비아타(비올레타: Lana Kos, Elena Mosuc, Maria Agresta, 알프레도: John Osborn, Francesco Meli, Matthew Polenzaani, Gianluca Terranova)

- 일 트로바토레(레오노라: Hui He, Leah Crocetto, 만리코: Carlo Ventre, 루나백작: Artur Rucinski, Dalibor Jenis)

- 로메오와 줄리엣(로미오: Francesco Demuro, Stefano Secco, 줄리엣: Mariana Rebeka)

 

베로나의 아레나

 

아레나는 최근 오페라뿐만 아니라 락이나 팝음악 연주장소로 사용되었다. 지금까지 아레나에 섰던 인기 가수 또는 밴드들은 Pink Floyd, Alicia Keys, one Direction, Simple Minds, Duran Duran, Deep Purple, The Who, Dire Straits, Mike Oldfield, Rod Stewart, Sting, Pearl Jam, Radiohead, Peter Gabriel, Bjoerk, Muse, Paul McCartney, Whitney Houston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