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아트리체 첸치(Beatrice Cenci)
베르톨트 골드슈미트의 3막 오페라
퍼시 바이슈 셸리(Percy Bysshe Shelley)의 운문시 드라마 '첸치'를 바탕
베르톨트 골드슈미트
1559년 로마에서 딸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아버지는 딸을 수시로 성폭행한 것으로 들어났다. 그 사건은 로마에서도 명문으로 알아주는 첸치(Cenci)가문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당시는 교황 클레멘트 8세의 치하였다. 교황청의 사람들도 일부가 이 끔찍한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들어났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어느 사건보다도 높았다. 이야기는 세월을 거치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다. 그것을 영국의 낭만시인인 퍼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 1792-1822)가 The Cenci(첸치)라는 타이틀의 운문시로 정리했다. 셸리가 1819년에 로마와 리보르노에 머물고 있을 때에 완성했다. 그것을 다시 헝가리 출신의 영국 극작가인 마르틴 에슬린(Martin Esslin: 1918-2002)이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었고 그 대본을 바탕으로 독일의 유태계 작곡가인 베르톨트 골드슈미트(Berthold Goldschmidt: 1903-1996)가 3막의 오페라로 만들었다. 골드슈미트는 오페라의 제목을 Beatrice Cenci(베아트리체 첸치)라고 붙였다. 주인공의 이름이다. '베아트리체 첸치'는 1988년 4월 16일 런던의 퀸 엘리자베스 홀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초연되었으며 1994년 9월 10일에는 독일의 마그데부르크에서 스테이지 초연을 가져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 오페라가 과연 무대공연 작품으로 타당하느냐에 대한 논란은 있었다. 우선 내용이 근친상간과 존속살해라는 반인륜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런 내용은 예술성 여부를 떠나서 일반인의 정서를 해치는 내용이라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베아트리체 첸치'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새로운 현대음악의 모델로서 점차 많은 관심을 끌고 있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베아트리체 첸치
사실상, 셸리가 베아트리체 첸치의 기구한 운명에 대한 작품을 쓰고 이를 바탕으로 연극을 처음 공연했을 때에도 논란이 일었었다. 셸리의 '첸치'가 처음 무대에서 선을 보인 것은 일찍이 1886년이었다. 셸리가 세상을 떠난지 무려 60여년 후의 일이었다. 런던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셸리협회(Shelley Society)가 '첸치'의 무대공연을 후원했다. 그래서 셸리의 '첸치'는 1886년 이슬링턴의 그랜드극장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될수 있었다. 공연에는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 평론가 조지 버나드 쇼 등이 참석했다. 당연히 과연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도 좋은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성보다는 예술성이 높이 평가되었고 이어 독일,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미국, 체코 에서도 공연되었다. 다만, 런던에서는 공연금지가 되어 '첸치'가 다시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1922년에 가서였다.
프란체스코 첸치 백작
오페라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프란체스코 첸치(Francesco Cenci) 백작(B-Bar)
- 루크레치아(Lucrezia: MS) - 첸치백작의 두번째 부인
- 베아트리체(Beatrice: S) - 첸치 백작이 첫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딸
- 베르나르도(Bernardo: MS) - 베아트리체의 오빠
- 카밀로 추기경(B)
- 오르시노(고위 성직자: T)
- 마르치오(Marzio)와 올림피오(Olimpio) - 암살자. 모두 Bar.
- 재판관(T) 등이다.
'베아트리체 첸치'의 무대. 마그데부르크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시기는 1559년이며 무대는 로마의 첸치궁전이다. 첸치 백작의 딸인 베아트리체와 그의 새어머니인 루크레치아, 그의 오빠인 베르나르도는 잔혹하고 비열하기 이를데 없는 첸치로부터 벗어나서 살고자 하는 것이 소원이다. 베아트리체는 결혼을 하게 되면 아버지로부터의 잔혹함에서 벗어날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가족의 오랜 친구인 오르시노 신부에게 결혼하는 것을 도와 달라고 간청한다. 당시 귀족가문의 여식이 아버지의 허락을 받지 않고 결혼하려면 교황의 승인이 있어야 했다. 베아트리체는 오르시노 신부에게 교황으로부터 자기의 결혼을 승인받아 달라고 부탁한다. 오르시니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여서 우선 베아트리체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속으로는 어떤 방법을 써서든지 베아트리체를 자기 소유로 만드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첸치 백작의 두 아들은 스페인에 파견되어 있었다. 첸치 백작은 두 아들들이 자기에게 반기를 들 것을 두려워하여 암살자들을 보내 두 아들을 죽이도록 한다. 첸치 백작은 손님들을 초대하여 연회를 열면서 스페인에 있는 두 아들이 살해 당했다고 밝히고 축배를 들자고 제안한다. 사람들은 모두 그런 첸치 백작을 두려워 한다. 연회가 끝날 무렵 베아트리체가 손님들 앞에 나타나서 손님들에게 이곳에 남아 있는 식구들을 고통스런 생활에서 구출해 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아무도 베아트리체의 그런 호소를 받아 들이지 않는다. 베아트리체는 오히려 분노한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베아트리체는 미칠 것만 같은 심정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범죄를 얘기할 수는 없었다.
고문 당한 베아트리체
오르시노는 첸치 백작을 살해하자고 제안한다. 베아트리체가 수면제를 준비한다. 두명의 암살자를 고용했고 그들은 첸치 백작을 목을 졸라 죽여서 창밖으로 던져버린다. 사람들이 백작의 시신을 발견할 때에 카밀로 추기경이 도착한다. 암살자 중의 한 사람이 체포된다. 오르시노가 음모를 꾸민 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시노의 편지에 의하면 베아트리체와 새어머니인 루크레치아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적혀 있다. 베아트리체와 루크레치아는 그렇지 않다고 항의했지만 즉시 체포된다. 감옥에 갇힌 두 여인은 오르지노에게 도와 줄것으로 기대하지만 오르시노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루크레치아는 고문을 당한 끝에 마침내 범행을 자백한다. 재판관들은 두 사람을 유죄로 인정하여 처형키로 한다. 두 여인은 마지막으로 교황의 자비를 구하겠다고 간청한다. 카밀로 추기경이 이를 수락한다. 다음날 아침 카밀로 추기경은 교황에 대한 청원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두 여인은 처형된다. 두 사람의 영혼을 위한 진혼곡이 들린다. 카밀로 추기경은 '우리는 모두 죄악과 범죄라는 커다란 거미줄에 모두 얽혀 있다'고 중얼거리는 중에 막이 내린다.
베아트리체와 루크레치아와 베르나르도
'베아트리체 첸치'는 골드슈미트의 두번째 오페라이다. 1949년에 영국예술위원회(British Arts Council)이 주관한 Festival of Britain 경연대회에서 4편의 우수작 중 하나로 선정된 작품이다. 그러나 공식적은 공연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1988년에 가서야 비로소 런던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되었고 무대초연은 1994년에 마그데부르크에서였다. '베아트리체 첸치'는 현대적 벨칸토 형식으로 작곡되었다. 골드슈미트의 첫번째 오페라인 '큰 소리치는 간부의 서방'(Der gewaltige Hahnrei: 1929–30)에 비하여 보다 음악적으로 풍성하고 로맨틱하다. '베아트리체 첸치'는 골드슈미트의 가장 열정적이고 설득력있는 음악이다. 그런데 별로 호평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서 보스턴 글로우브는 '혼란스럽고 지나치게 비유적이다. 그러나 자극적으로 아름답기는 하다'고 썼다. 그러나 베스트도이처 차이퉁은 '정상적인 레퍼토리로서 부족함이 없다. 음악은 텍스트에 맞게 작곡되었다. 그리고 풍부하고 다채롭다. 자극적이기도 하지만 감동적이다. 듣는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주었다'고 썼다.
유죄판결을 받은 베아트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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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으로 만들어진 셸리의 The Cenci의 줄거리도 소개코자 한다. 연극은 5막으로 되어 있다. (1막) 막이 열리면 카밀로 추기경과 첸치 백작이 어떤 살인 사건에 대하여 의논하고 있다. 첸치 백작의 아들들에 대한 살인 의혹 사건이다. 첸치 백작은 두 아들인 로코와 크리스토파로를 굶어 죽게 만들기 위해 스페인의 살라만카에 보낸바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카밀로 추기경은 만일 첸치 백작이 재산의 3분의 1을 교회에 헌정한다면 그 사건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겠다고 제안한다. 첸치 백작은 두 아들의 생사를 아직은 알고 있지 못하며 자기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첸치 백작에게는 아주 덕성스러운 딸이 하나 있다. 베아트리체이다. 교황청의 고위 성직자인 오르시노는 베아트리체를 사랑하고 있다. 베아트리체는 오르시노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도 그에게 교횡에게 보내는 청원서를 전달해 주어서 백작의 잔인한 학대로부터 나머지 식구들을 자유롭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오르시노는 베아트리체의 간철한 부탁을 겉으로는 들어주는 척 하면서 실은 무시하기로 마음 먹는다. 오르시노의 마음 속에는 베아트리체에 대한 욕망과 탐욕이 서서히 자라고 있다. 백작은 자기 아들들이 살라만카에서 비참하게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연회를 베풀고 사람들은 초청한다. 그리고는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자기와 함께 축배를 들자고 강요한다. 백작은 포도주를 아들들의 피로 생각하며 마치 목이 몹시 마른듯 마신다. 연회중에 베아트리체가 참석한 사람들에게 잔인하고 가학적인 자기 아버지로부터 가족들을 보호해 달라고 호소하지만 어느 누구도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백작의 잔인한 복수가 두려워서이다.
(2막) 백작은 딸 베아트리체와 두번째 부인인 루크레치아를 잔인하게 고문한다. 그리고는 저 멀리 페트렐라에 있는 그의 성에 감금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인 하나가 베아트리체가 교황에게 보낸 청원서를 되돌려 보냈다고 은밀히 전한다. 베아트리체와 루크레치아는 그나마 가지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져서 절망에 빠진다. 오르시노는 첸치 백작을 제거하여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차지하려는 생각을 한다. 오르시노는 백작의 다른 아들인 자코모를 만나서 백작이 자모코 부인의 지참금을 모두 횡령했다고 말하고 백작을 함께 힘을 합해서 없애자고 제안한다. (3막) 베아트리체는 계모인 루크레치아에게 백작이 자기에게 차마 입으로 말할수 없는 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 놓고 자기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더려혀진 여자라고 말한다. 백작이 자기의 딸을 간강했다는 의미이다. 오르시노와 루크레치아는 백작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첫번째 살인 시도는 백작이 예상보다 일찍 나타나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간다. 오르시노는 베아트리체, 루크레치나, 자코모와 함께 다시 암살을 계획한다. 오르시노는 평소에 학대를 받고 있는 두 명의 하인인 마르치오와 올림피오를 암살 계획에 끌어 드리기로 한다.
(4막) 장소는 아풀리안 아펜니네스에 있는 페트렐라 성이다. 마르치오와 올림피오가 백작을 죽이기 위해 백작의 침실로 들어간다. 그러나 잠들어 있는 백작은 차마 죽이지 못하고 돌아 나온다. 베아트리체는 두 하인을 크게 책망하면서 그렇다면 자기가 직접 죽이겠다고 나선다. 그러자 두 하인은 용기를 내어 다시 백작의 침실로 들어가서 드디어 백작을 목을 졸라 죽인다. 그리고는 시체를 발코니에서 던져 버린다. 마침 그때 교황의 사절인 사벨라가 백작을 찾아 온다. 교황이 백작의 살인혐의를 유죄로 판결했기 때문에 곧 처형하라는 문서를 가지고 온 것이다. 사벨라는 백작이 이미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두 하인과 음모자로서 베아트리체와 루크레치아를 체포한다. 오르시니는 재빨리 가장하고 그자리를 피한다. (5막) 백작을 살해했다고 의심받는 용의자들은 로마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마르치오가 고문을 이기지 못해서 백작을 살해한 데에는 첸치 가족들이 연루되어 있다고 고백한다. 루크레치아와 자코모도 고문을 이기지 못하여 자백한다. 그러나 베아트리체는 자백하는 것을 거부하고 무죄라고 주장한다. 재판에서는 모두 유죄로 판결되어 사형선고가 내려진다. 백작의 또 다른 아들인 베르나르도가 마지막 수단으로 교황에게 청원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교황은 '그들은 죽어야 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연극의 피날레는 베아트리체가 처형장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것으로 장식된다. 베아트리체의 마지막 말은 '우린 이미 마음으로 준비가 되어 있다. 자. 잘 해 다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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