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페르디낭 에롤드의 '명예의 들판' - 50

정준극 2013. 12. 17. 07:02

명예의 들판(Le Pré aux Clercs) - 사제의 들판 - 결투 장소

페르디낭 에롤드의 3막 오페라 코미크

프로스퍼 메리메의 '샤를르 9세 시절의 연대기'(Chronique du temps de Charles IX)가 원작

 

페르디낭 에롤드

 

프랑스의 페리디낭 에롤드(Ferdinand Hérold: 1791-1833)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프랑스의 모차르트'라고 불렀다. 에롤드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1791년에 태어났다. 때문에 두 사람은 그런 의미에서도 인연이 있다. 에롤드는 프랑스 오페라 코미크의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한 사람이다. 그의 대표작인 창파(Zampa)는 프랑스 오페라 코미크의 모델로서 사랑받고 있다. 에롤드의 Le Pré aux Clercs는 영어로 The Clerks' Meadow 라고 번역되어 있지만 우리 말로는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모르겠다. 억지로 '명예의 들판'이라고 했지만 그건 정확한 번역이 아닌 것 같다. 프레 오 클레르는 파리근교에 있는 넓은 초원으로서 연인들의 랑데부 장소로서도 유명했지만 결투장소로서 더욱 유명한 곳이었다. 그래서 명예가 무언지, 하여튼 목숨보다도 명예를 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결투를 하러 오곤 했다. 그래서 '명예의 들판'이라는 번역이 나온 것 같다. 어쨋든 일단 '명예의 들판'이라고 생각하고 설명을 시작하려 한다. 요즘 들어서 이 오페라에 나오는 소프라노 아리아인 Jours de mon Enfance(나의 어린 시절)이 상당한 사랑을 받고 있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의 오페라인지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소개하는 바이다. '명예의 들판'은 에롤드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이다. 1840년에는 살르 화바르(Salle Favart)의 개관에 즈음해서 공연되어 그로부터 1871년까지 거의 30여년 동안 무려 1천 회의 공연을 기록할만큼 성공을 거둔 작품이었다. 그리고 오페라 코미크에서의 통산 공연회수를 보면 1949년까지 1천 6백회를 기록하였다. 근자에 별로 공연되지 않고 있음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어쩔수 없는 성황이다. 1987년에는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어 BBC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일이 있다.

 

 

오페라 '명예의 들판'의 음악은 페르디낭 에롤드가 붙였지만 스토리의 원작은 프로스퍼 메리메의 1829년도 '샤를르 9세 시대의 연대기'(Chronique du temps de Charles IX)이다. 샤를르 9세라고 하면 저 유명한 '바르톨로메오의 대학살'의 주인공이다. 1592년 8월 29일 성바르톨로메오의 축일을 시작으로 하여 프랑스의 수많은 개신교도들을 무참히 학살한 장본인이다. 이로써 파리에서 살해된 개신교도들은 3천여 명, 지방에서 살해된 개신교도들은 3만 명쯤이라고 한다. 그 결과 가톨릭과 개신교들 사이의 싸움으로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자, 앙리 4세는 1598년에 낭트칙령을 선포하여 개신교도들에게 신앙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겨우 나라의 평온을 되찾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명예의 들판'은 1832년 12월 15일 파리 오페라 코미크의 살르 드 라 부르스(Salle de la Bourse)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에서 여주인공인 이사벨르의 역할은 마담 캬시미르(Madame Casimir)가 맡았다. 그런데 첫날의 공연 이후 마담 캬시미르가 공연을 거부했다. 아마도 출연료를 더 달라고 요구한 것 같다. 그래서 오페라 코미크의 마드무아젤 도뤼(Mlle Dorus)가 에롤드의 직접 코치를 받고 다음번 공연부터 이사벨르를 맡았다. 소문에 따르면 에롤드는 이 일 때문에 무척이나 산경을 써서 결국 건강이 갑작스럽게 악회되어 그로부터 한달 좀 지나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등장인물들의 면모를 보면, 나바르 왕비인 마그게리트 드 발루아(Marguerite de Valois: MS), 젊고 아름다운 백작부인 이사벨르 몽탈(Isabelle Montal: S). 마르게리트의 대녀로서 지로와 약혼한 니세트(Nicette: S), 프레 오 클레르의 호스트인 지로(Girot: B), 나바르의 신사인 바론 드 므르지(Baron de Mergy: T), 프랑스의 검객인 콩트 드 콩민즈(Comte de Comminges: Bar), 파리 궁전의 연회책임자 칸타렐리(Cantarelli: Bar), 형사(B) 등이다. 장소는 파리 서남쪽 약 50km 떨어져 있는 에땅프(Etampes), 파리의 루브르 궁전, 그리고 프레 오 클레르의 초원이다. 시기는 성바르톨로메오 대학살이 일어났던 1572년이다.

  

웩스포드 페스티발에서

 

[1막] 파리 교외에 있는 니세트의 여관이다. 니세트는 마르게리트 드 발루아의 대녀(代女)이다. 니세트와 지로와의 결혼식 잔치가 열릴 예정이다. 지로는 파리 근교에서 연인들의 랑데부 장소로서, 그리고 결투 장소로서 유명한 프레 오 클레르의 호스트이다. 젊고 아름다운 마르게리트는 나바르의 왕 앙리 4세의 부인이며 프랑스 왕 앙리 3세의 여동생이지만 프랑스와 나바르의 평화조약에 따라 파리 루브르 궁전에 볼모로 와서 지내고 있는 여인이다. 마르게리트는 대녀인 니세트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베아르네스(Bearnaise) 백작부인인 이사벨르 드 몽탈(Isabelle de Montal)을 대동하고 나타난다. 나바르의 왕은 젊은 베아르네스의 신사인 므르지 남작을 결혼식의 축하 사절로 보낸다. 나바르의 왕이 니세트의 결혼에 남작을 축하 사절로 보내는 것은 파리에 볼모로 잡혀 있는 사랑하는 왕비 마르게리트의 안부를 알고 싶어해서이다. 또한 특별히 므르지 남작을 사절로 선정한 것은 그가 마르게리트 왕비를 따라 시녀로서 파리에 함께 간 이사벨르 백작부인을 사모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서이다. 므르지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파리 근교의 에땅프에 도착하여 전부터 알고 지내던 궁정 연회 감독인 이탈리아 출신의 칸타렐리를 만난다. 칸타렐리는 이사벨르의 예절교사이기도 하므로 그를 통해서 사랑하는 이사벨르가 파리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전해 듣고 싶어서이다.

 

 

잠시후 성격이 거칠고 오만한 콩민즈 대령이 나타난다. 콩민즈는 프랑스에서는 알아주는 검객으로 왕의 총애를 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얼마 전에 어떤 젊은이와 결투를 벌여서 그를 죽였기 때문에 왕실 사냥터에 드나들수 없게 되었고 그런 사실을 무척 분하게 여기고 있다. 콩민즈도 니세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이지만 실은 마르게리트 왕비의 시녀인 이사벨르 백작부인을 만나보고 싶어서 온 것이다. 잠시후 마르게리트 왕비와 이사벨르 백작부인이 도착한다. 두 사람은 왕실 사냥터에서 시냥을 한다는 구실을 붙여서 루브르 궁전에서 나와 잠시 사냥무리들과 함께 있다가 본래의 목적인 니세트의 결혼식을 보러 온 것이다. 마르게리트 왕비는 이사벨르가 얼마 전에도 청혼하는 사람을 거절했던 사실을 상기하고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한다. 이사벨르는 마르게리트가 자기에게 불행하게 보인다고 하자 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자 마르게리트는 콩민즈와 결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묻는다. 이사벨르가 무어라고 대답을 하려는데 므르지가 나타난다. 연인 사이인 므리지와 이사벨르는 오랫만에 만나서 감격의 포옹을 한다. 콩민즈는 나바르의 신사와 마르게리트 왕비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의 사이가 각별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직은 이사벨르와 므르지의 사이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콩민즈의 이상한 오해를 눈치 챈 마르게리트가 콩민즈에게 므르지는 앙리 3세가 파견한 결혼 축하사절일 뿐이라고 소개한다.

 

 

[2막] 이사벨르가 므르지를 그리워하며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유명한 Jours de mon enfance(나의 어린 시절)이다. 마르게리트는 이사벨르가 므르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고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도록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마르게리트는 니세트와 칸타렐리에게 이사벨르와 므르지의 비밀결혼을 올리도록 할수 있는 계획을 꾸며 달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결혼식 후에 두 사람이 나바르로 무사히 도망할수 있도록 계획을 꾸며 줄 것도 당부한다. 니세트는 자기와 지로와의 결혼식이 열릴 때에 그 기회를 이용해서 이사벨르와 므르지의 결혼식도 올리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결혼식은 프레 오 클레르의 성당에서 열리도록 준비된다. 칸타렐리는 가짜 편지를 만들어서 이사벨르와 므르지에게 죄를 덮어 씌우도록 하라는 협박을 받는다. 가면무도회 중에 칸타렐리가 므르지를 마르게리트 왕비의 방으로 데려와서 그곳에서 함께 시골에 있는 성당으로 도망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콩민즈의 의심으로 그를 데려와서 칸타렐리와 대면하게 하여 므르지가 이사벨르를 납치해서 도망가려는 내용을 폭로하여 죄를 물을 작정이다. 그러나 콩민즈는 므르지와 마르게리트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여서 도망가려고 했다는 식으로 잘못 알게 된다. 이때 마르게리트에게 이사벨르의 편지가 도착한다. 마르게리트와 함께 떠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왜냐하면 콩민즈와 결혼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므르지는 돌아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므르지는 콩민즈가 자기와 마르게리트 왕비와의 사이를 의심하는 것을 알고 콩민즈에게 결투를 요청한다. 결투는 프레 오 클레르에서 새벽에 치뤄지도록 약속된다. 그러나 니세트가 므르지에게 실은 마르게리트가 자기와 지로의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그 기회를 이용해서 이사벨르와의 결혼식을 거행하기로 작정했었다는 얘기를 말하자 므르지의 마음은 희망에 넘친다.

 

 

[3막] 성당에서 니세트와 지로의 결혼식이 거행된다. 이어서 므르지와 이사벨르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다. 칸타렐리가 두 사람의 도망을 위해 필요한 여권을 준비해 가지고 도착한다. 그러나 콩민즈와 므르지의 결투를 참관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약속은 약속이고 임무는 임무이므로 프레 오 클레르로 향한다. 콩민즈는 므리지와 결투를 하는 중에 므르지가 사랑하는 사람이 마르게리트가 아니라 이사벨르인것을 알게 된다. 더구나 두 사람이 이미 결혼식을 올렸다는 것을 알게 된 콩민즈는 더욱 분노에 넘친다. 그러나 유명한 검객인 콩민즈도 나바르의 신사인 므르지의 칼에 쓰러진다. 그의 시신은 보트에 실려 샤이요에 있는 수도원으로 옮겨진다. 대개 결투에서 죽은 사람은 수도원으로 보내어 장례를 치루도록 하는 것이 관례였다. 모두들 결투의 결과에 대하여 조바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는데 칸타렐리가 결투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나타난다. 누군지 모르지만 결투에서 쓰러진 사람의 시신을 실은 배가 지나간다. 모두들 콩민즈가 이름난 검객이므로 당연히 므르지가 쓰러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잠시후 므르지가 나타나자 이사벨르를 비롯한 모두의 기쁨은 한량이 없다. 모두들 축하하는 중에 므르지와 이사벨르가 칸타렐리의 안내로 나바르로 떠난다. 

 

'명예의 들판'의 무대. 1991년 낭트오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