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스 비극(Eine florentinische Tragödie) - A Florentine Tragedy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Alexander von Zemlinsky)의 단막 오페라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1854년 태어나 46세라는 젊은 나이에 1900년 파리에서 세상을 떠난 작가 겸 시인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라고 하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오페라로 만든 '살로메'의 원작 극본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남긴 미완성의 극본 중에 '플로렌스 비극'이라는 것이 있고 이를 독일의 시인인 막스 마이어펠트(Max Meyerfeld)가 독일어로 번역하여 출판한 것이 있다. 이 독일어 극본을 바탕으로 해서 비엔나 출신의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가 대본을 만들고 음악을 붙여서 비록 단막이지만 오페라로 만들었다. 제목은 원작과 같은 '플로렌스 비극'이다. 1917년 1월 30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초연의 무대감독과 지휘는 작곡가로서도 유명한 막스 폰 쉴링스(Max von Schillings: 1868-1933)가 맡았다. 작곡가로서 막스 폰 쉴링스는 1915년에 오페라 '모나 리자'를 발표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리고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는 비엔나 출신으로 나중에 구스타브 말러와 결혼한 알마 쉰들러와 사랑했던 사이였던 것으로 유명했다. 알마 쉰들러는 쳄린스키로부터 음악 레슨을 받았다. 그러는 사이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얼마 후에 알마 쉰들러는 쳄린스키가 국제적으로 유명하지도 않고 볼품도 없이 생겼다고 해서 퇴짜를 놓고 구스타브 말러와 결혼했다. 쳄린스키는 1938년에 나치를 피해서 미국으로 가서 지내다가 뉴욕에서 어렵게 살던 중에 1942년에 세상을 떠난 비교적 불운한 작곡가이다.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는 '옷이 날개'(Kleider machen Leute), '난장이'(Der Zwerg), '칸타울레스 왕'(Der König Kandaules) 등 10여편의 오페라를 작곡하였고 '플로렌스 비극'은 그 중의 하나이다.
비안카의 군 브리트 바르크민. 2011년 토론토 공연.
'플로렌스 비극'의 등장인물은 3명이다. 플로렌스의 공자인 귀도 바르디(Guido Bardi: T), 플로렌스의 상인인 시모네(Simone: Bar), 시모네의 부인인 비안카(Bianca: S)이다. 1917년 1월, 슈투트가르트에서의 초연에서는 귀도 바르디를 테너 루돌프 리터(Rudolf Ritter)가 맡았고 비안카는 소프라노 헬레네 빌트브룬(Helene Wildbrunn: 1882-1972)이 맡았다. 모두 당대에 이름을 떨치던 오페라 성악가들이었다. 무대는 플로렌스에 있는 시모네의 집이고 시기는 16세기이다. 헬레네 빌트브룬은 비엔나 출신으로 당시에는 바그너 소프라노로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사람이다. 헬레네 빌트부룬은 음역이 대단히 넓으며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에 적합한 어두운 음색을 가졌고 또한 음성을 드라마틱하게 창조할수 있는 재능이 뛰어난 소프라노였다.
스토리는 오히려 단순하다.
비안카와 귀도의 밀회를 남편 시모네가 목격하고 있다. 비안카는 군 브리트 바르크민
플로렌스에서 장사를 하는 시모네는 아무래도 귀도 공자가 자기 부인인 비안카와 밀회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더구나 상대방이 지체 높은 플로렌스의 공자이기 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기회만 보고 있다. 시모네의 의심은 어느날 사업상 출장을 갔다고 집에 돌아와 보니 귀도 공자가 자기 집에서 버젓이 비안카와 은밀하게 시시덕 거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 더욱 굳어진다. 시모네는 귀도 공자에게 멀리서 가져온 옷 한벌을 팔면서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 집안에 있는 어떤 것이라도 팔겠다고 말한다. 귀도 공자는 그렇다면 비안카를 팔라고 말한다. 시모네는 그것만은 안되겠다고 말하고 비안카를 자기 방으로 데려가서 꼼짝 말고 물레만 돌리고 있으라고 말하고 방문을 걸어 잠근다. 방에 갇힌 비안카는 남편 시모네를 미워한다고 외치면서 시모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소리친다. 그 소리를 들은 시모네는 한 가닥이나마 비안카를 믿고 싶었던 마음이 사라진다. 시모네는 비안카와 귀도 공자가 간통하도록 내버려 두고 그 장면을 잡아서 복수를 할 생각을 한다. 시모네는 일부러 집밖으로 나가는체 하다고 한 쪽 구석에 숨는다. 과연! 귀도가 비안카의 방으로 들어가고 이어 두 남녀가 정사를 벌이는 소리가 들린다. 귀도가 일을 끝내가 가려고 할때 숨어 있던 시모네가 나타나서 귀도에게 결투를 요청한다. 귀도는 사태가 결투를 피할수 없다는 것을 알고 시모네의 결투 요청에 응한다. 처음에는 긴칼로 싸우다가 나중에는 단검을 들고 싸운다. 그리고 시모네는 결국 귀도를 목을 졸라 죽인다. 두 사람의 결투 모습을 보고 있던 비안카는 남편 시모네가 의외로 힘도 강하고 결투도 잘하자 감탄하며 사랑하는 마음이 솟는다. 그리하여 시모네와 비안카는 막이 내릴 때 쯤해서 서로 화해한다.
토론토 공연. 소프라노 군 브리트 바르크민이 비안카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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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gei Prokofiev: 1891-1953)가 작곡한 '맛달레나'(Maddalena)라는 오페라가 있다. 프로코피에프 자신이 대본을 쓴 단막의 오페라이다. 이것 역시 오스카 와일드 원작의 '플로렌스 비극'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프로코피에프는 4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가장 처음 작곡한 것은 그가 불과 8세 때로서 '거인'(The Giant)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오페라는 프로코피에프의 어머니가 정리를 해주었을 뿐 아니라 아직은 미숙하여서 본격적인 오페라라고 간주하기는 어렵다. 프로코피에프가 작품 번호를 붙인 첫 오페라가 바로 '맛달레나'이다. 프로코피에프가 생페터스부르크음악원의 학생이던 1911년 여름에 작곡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네 장면 중에서 첫 장면만을 오케스트라로 만들고는 팽개쳐 두었었다. 그러다가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1979년에 무도 마무리되어 런던의 BBC 스튜디오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그리고 극장에서의 초연은 1981년 11월 오스트리아의 그라츠에서였다. 미국 초연은 이듬해인 1982년 6월 세인트 루이스에서였다.
무대는 플로렌스가 아니라 베니스이며 시기도 16세기가 아니라 14세기로 되어 있다. 맛달레나(S)는 화가인 제나로(Genaro: T)와 결혼했다. 그러나 가장을 하고 제나로의 친구인 연금술사 스테니오(Stenio: B-Bar)와 밀회를 갖는다. 스테니오는 친구 제나로에게 어떤 알지 못하는 신비한 여인이 자기를 유혹해서 밀회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다가 이러저러한 얘기 끝에 그 신비한 여인이 맛달레나인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제나로와 스테니오는 맛달레나에게 복수를 하려고 생각한다. 맛달레나는 두 남자에게 결투를 하여 이기는 사람을 진짜로 사랑하겠다고 제안한다. 제나로가 스테니오를 죽인다. 그러나 결투를 하는 과정에서 제나로도 중상을 입는다. 제나로는 죽어가면서 맛달레나에게 자기를 고통 속에서 죽도록 놓아두지 말고 어서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맛달레나는 두 시체를 앞에 두고 자기가 과연 어떤 시체를 진정으로 사랑했었는지 골돌히 생각한다. 그런 연후에 맛달레는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면서 어떤 낯선 사람이 자기 남편을 죽였다고 소리친다.
프로코피에프의 '맛달레나' 음반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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