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크(Greek)
마크 안토니 터니지(Mark-Anthony Turnage)의 2막 오페라
마크 안토니 터니지
'그리크'(Greek)는 영국의 마크 안토니 터니지(Mark-Anthony Turnage: 1960-)가 작곡한 오페라이다. '그리크'라는 단어는 그리스 사람을 말한다. 원래는 고대 그리스의 외디푸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을 말하지만 이 오페라에서는 그들을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표현했다. 대본은 스티븐 버코프(Steven Berkoff: 1936-)의 1980년도 극본인 '그리크'를 바탕으로 해서 작곡자 자신과 무대감독으로 유명한 조나단 무어(Jonathan Moor)가 공동으로 완성했다. 스티븐 버코프는 배우, 작가, 감독으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사람이다. 원작 희곡은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인 '외디푸스 왕'(Oedipus rex)의 이야기를 현대판으로 재현한 것이다. 그래서 무대는 런던의 이스트 엔드로 잡았고 시기는 1980년대로 설정했다. 마크 안토니 터니지는 영국 에섹스 출신으로 '그리크'는 그의 첫 오페라이다. 터니지는 이어 Twice Through the Heart(1997), Country of the Blind(1997), The Silver Tassie(2000), 그리고 Anna Nicole(2011)을 발표한바 있다. 가장 최근의 오페라인 '안나 니콜'은 플레이보이 잡지의 모델로 이름을 떨치던 안나 니콜이 하워드 마샬이라는 억만장자 노인과 결혼한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지나치게 저속하다고 해서 논란을 받은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작품이다. 오페라 '그리크'는 1988년, 우리나라에서 88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뮌헨의 칼 오르프 홀(Carl-Orff-Saal)에서 초연되었다. 뮌헨 비엔날레 주최측과 에딘버러국제 페스티발, 그리고 BBC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원작자인 스티븐 버코프. 배우로서도 유명하다.
터니지는 제1회 뮌헨 비엔날레의 주최측으로부터 이 비엔날레에서 공연될 다섯 편의 새로운 오페라 중의 하나를 작곡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리크'를 선정하여 1986년부터 작곡하기 시작했다. 터니지가 위촉 작곡가로서 선정된 것은 뮌헨 비엔날레의 창시자인 한스 베르너 헨체(Hans Werner Henze)의 주선에 의해서였다. 헨체는 탱글우드음악센터에서 터니지를 가르친 일이 있으며 터니지의 재능을 높이 평가해왔다. 뮌헨 비엔날레로부터 작곡 의뢰를 받은 터니지는 평소부터 오페라로 만들고 싶었던 버코프의 '그리크'를 당연히 소재로 삼았다. 다만, 터니지와 조나단 무어는 오페라 대본을 완성하면서 버코프의 오리지널 극본의 내용을 축소하고 일부 순서도 바꾸었으며 특히 버코프의 오리지널에는 없는 경찰들의 폭동장면을 추가하였다. 뮌헨 칼 오프르 홀에서의 초연은 시안 에드워즈(Sian Edwards)가 지휘했고 무대감독은 당연히 조나단 무어가 맡았다. '그리크'는 뮌헨비엔날레의 초연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리크'는 비엔날레 기간중 두 번 더 공연되었다. 그리고 다음달에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진출하였다. 1990년에는 BBC가 리버풀에서 텔리비전 버전으로 영화로 만들었다. 뮌헨에서 세계 초연을 가졌을 때의 캐스트가 영화제작에도 그대로 출연하였다. 이때 제작된 음반은 로열필하모닉협희로부터 최우수 방송작품상을 받았다. 이어 오스트레일리아 초연은 1991년 6월에 멜본에서 이루어졌으며 이탈리아 초연은 그해 8월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페스티발에서였다. 계속하여 1990년대 후반에는 네덜란드(1996. 암스테르담), 오스트리아(1996. 비엔나 오데온), 미국(1998. 아스펜음악제)에서 공연되어 관심을 끌었다. 21세기에 들어서서는 2011년과 2013년에 뮤직 테아터 웨일스가 순회공연을 했으며 2009년에는 시카고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오페라 '그리크'에는 저속한 언어들이 상당히 나온다. 그래서 아르고 레벨로 나온 음반에는 '이 오페라에는 나쁜 언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기까지 하다.
단란했던 에디의 가정
주요 등장인물들은 4명이다. 4명이지만 1인 2역 또는 3역을 맡기 때문에 전체 역할은 11명이나 된다.
- 에디(Eddy: High Bar) - 원작에서는 에디가 점장이를 겸하게 되어 있다. 오페라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 와이프, 도린(Doreen), 스핑크스 2, 웨이트리스 1(MS)
- 대드, 카페 매니저, 경찰서장(Bar) - 원작에는 경찰서장이 없지만 오페라에는 나온다.
- 멈, 스핑크스 1, 웨이트리스 2(S) - 원작에는 스핑크스가 1, 2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외디푸스에 대한 신화는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이므로 설명을 한다는 것은 사족이 될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마디 더 한다면 외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용어는 자식(특히 아들)이 부모(특히 어머니)에 대하여 무의식적으로 성적(性的)인 감정을 갖는 다는 의미이다. 오페라의 내용을 알려면 그 이전에 펼쳐졌던 스토리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외디푸스는 테베(Thebes)의 라이우스(Laius)왕과 죠카스타(Jocasta)왕비 사이에서 태어난다. 라이우스왕은 아들 외디푸스가 언젠가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의 계시(신탁)를 듣고 그런 끔찍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코자 아들 외디푸스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처음에는 복사뼈를 부러트리고 무릎을 꺾어 걸어 다니지 못하게 한후 먼 산속에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차마 어린 아들에게 그런 참혹한 행동을 할수 없어서 신하(메신저)에게 그저 먼 산속에 내버려 죽도록 지시한다. 메신저는 어린 외디푸스가 측은해서 산속에 홀로 살고 있는 목자에게 맡긴다. 얼마후 어린 외디푸스는 사냥을 나왔던 코린트의 폴리부스(Polybus)왕을 만나게 되어 왕궁으로 함께 간다. 외디푸스는 폴리부스왕과 메로페(Merope)왕비가 친부모인 것으로 알고 성장한다.
대드와 멈
세월이 흘렀다. 어느날 외디푸스는 자기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의 계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고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코린트 왕궁을 떠난다. 그때까지도 외디푸스는 코린트의 폴리부스왕이 아버지이고 메로페 왕비가 어머니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참을 여행하는중 외디푸스는 우연히 라이우스왕을 만난다. 라이우스왕이 자기의 친아버지인 것을 모르는 외디푸스는 사소한 말다툼 끝에 라이우스왕과 싸우다가 그를 죽인다. 신의 계시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테베는 스핑크스의 저주를 받아 무서운 역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스핑크스는 누구든지 자기가 낸 수수께끼를 풀면 역병의 저주에서 풀어주겠다고 제시한다. 외디푸스가 용감하게 도전한다. 스핑크스는 ‘아침에는 네발로, 낮에는 두발로, 밤에는 세발로 걷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이올시다’라고 대답하여 수수께끼를 푼다. 테베는 역병의 저주에서 풀려난다. 테베의 시민들은 마침 자기들의 왕인 라이우스가 세상을 떠났으므로 외디푸스를 새로운 왕으로 모신다. 외디푸스는 아름다운 죠카스타 왕비를 보고 마음이 끌려 결혼한다. 죠카스타 왕비는 설마 외디푸스가 자기의 아들이라는 것을 꿈에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머니와 아들간에 근친상간이 일어난 것이다. 두 번째 신의 계시가 이루어진 것이다.
펍에서의 싸움
외디푸스가 테베의 왕이 된지 몇 년이 지난다. 테베의 시민들이 왕궁으로 몰려와 전왕 라이우스가 무참히 살해된데 대하여 신들의 노여움이 크므로 테베를 신들의 저주로부터 구해 달라고 외친다. 테베는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역병의 시달림을 받고 있다. 외디푸스는 라이우스 살해범을 찾아 멀리 추방할 것임을 약속한다. 눈먼 예언자인 티레시아스(Tiresias)는 외디푸스에게 그 일을 중지하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라고 암시한다. 외디푸스는 죠카스타왕비의 동생인 크레온(Creon)이 왕좌를 차지할 목적으로 전왕의 살해에 연루된 것으로 짐작하여 티레시아스의 권고를 강력히 거부한다. 외디푸스는 라이우스 살해의 유일한 목격자인 라이우스의 하인을 찾는다. 그 하인은 외디푸스가 테베의 왕이 되자 종적을 감추었었다. 전령이 들어와 코린트의 폴리부스왕이 사망했음을 전한다. 전령은 외디푸스가 폴리부스왕의 양자임을 밝히고 외디푸스의 생부생모는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고 말해준다. 외디푸스, 전령, 메신저가 서로 얘기하는 내용을 들은 죠카스타왕비는 그제서야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깊은 죄책감과 낙심으로 왕궁을 빠져나와 도피한다. 얼마후 외디푸스도 진실을 알게 된다. 외디푸스는 부인/어머니의 뒤를 쫓아 간다. 산속으로 도피한 죠카스타왕비는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며 나무에 목매달아 자살한다. 부인/어머니의 죽음을 발견한 외디푸스는 부인/어머니의 옷에 달려 있는 핀으로 자기의 눈을 찔러 영원히 앞을 보지 못하도록 한다. 드라마는 외디푸스가 자기의 아이들을 외삼촌 크레온에게 당부하며 멀리 사라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오페라 '그리크'에서는 에디가 외디푸스이다. 1막의 프롤로그에서는 에디가 자기는 터프넬 공원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외친다. 말하자면 다리 밑에서 주서온 아이라는 뜻이다. 이어 펍에 들린 에디는 '나..나..나..'라면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집에 들어온 에디는 와이프, 엄마, 아빠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지만 역시 무언가 부정적이다. 에디는 점장이를 만난다. 점장이는 '여보게. 네가 어렸을 때 말이야'라면서 어린 시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얘기해 준다. 자기의 출생 비밀에 대하여 어설프게나마 알게 된 에디는 고민 끝에 집을 떠나기로 한다. 가족들이 에디를 만류하지만 어쩔수가 없다. 얼마후 런던의 이스트 엔드에는 역병이 돈다. 사람들이 폭도처럼 변한다. 경찰이 출동해서 사람들과 대치한다. 불안하고 지친 사람들은 카페에 모여 있다가 흥분해서 서로 싸움질을 한다. 그런중에도 에디는 어떤 여인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키운다.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다. 엄마와 아빠가 에디를 찾으러 온다. 에디는 가족들을 멀리하고 스핑크스를 만나러 간다. 스핑크스가 에디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에디는 스핑크스가 낸 문제를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동네 사람들이 에디를 환영하며 잘했다고 찬사를 보낸다. 드디어 아빠가 에디에 대한 스토리를 얘기해 준다. 충격을 받은 에디는 자신의 눈을 찔러 앞을 보지 않기로 한다. 눈을 찌른 에디는 얼마후 숨을 거둔다. 에디의 장례식이 열린다.
눈을 찔러 앞을 못보게 된 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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