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가지 큰 죄악(The Seven Deadly Sins)
Die sieben Todsünden: Les sept péchés capitaux
쿠르트 봐일(Kurt Weil)의 발레 샹테(ballet chanté)
안나 1 가수와 안나 2 댄서
'일곱가지 큰 죄악'은 쿠르트 봐일(Kurt Weil: 1900-1950)이 작곡한 발레 샹테(ballet chanté)이다. 발레 샹테는 '노래 발레'를 말한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한다면 오페라의 범주에 들어가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오늘날 일반적으로 오페라 또는 뮤지컬의 범주에 넣고 있는 작품이다. '일곱가지 큰 죄악'은 쿠르트 봐일이 나치 독일을 피해 나와서 처음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쿠르트 봐일은 독일 데사우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나치의 핍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서 활동했던 작곡가이다. 그의 부인은 배우이며 가수인 로테 렌야(Lotte Lenya)이다. 로테 렌야는 1933년 파리에서 '일곱가지 큰 죄악'이 초연되었을 때 주역인 안나 1을 맡았었고 그 후에도 다른 지역에서 안나 1을 여러 번 맡았었다. '일곱가지 큰 죄악'의 대본은 독일의 시인이며 극작가, 그리고 맑스주의자로 이름난 베르톨트 브레헤트(Bertolt Brecht: 1898-1956)가 작성했다. '일곱가지 큰 죄악'은 러시아 출신의 무용수이며 시인인 보리스 코츠노(Boris Kochno)와 영국의 시인으로 초현실주의 운동을 후원한 에드워드 제임스(Edward James)가 쿠르트 봐일에게 의뢰해서 완성된 것이다. 당시 두 사람 모두 파리에 머물고 있었고 서로 친분이 있었다. 이 작품은 쿠르트 봐일과 베르톨트 브레헤트가 협동한 마지막 작품이다. '일곱가지 큰 죄악'은 '마하고니 도시의 흥망'(Aufstieg und Gall der Stadt Mahagonne: 1927)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봐일과 브헤레트 협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욕의 장면
'일곱가지 큰 죄악'은 1933년 7월 7일 파리의 샹젤리제극장에서 초연되었다. 20세기 최고의 안무가인 러시아 출신의 조르즈 발랑생(George Balanchine)이 안무는 물론 무대감독까지 맡았고 오스트리아 출신의 시노그라퍼(scenographer)인 캬스파르 네어(Caspar Neher)가 무대배경을 맡았다. 간단히 무대배경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스토리를 이야기해 주는 비주얼 테마를 말한다. 전문용어로는 미장셍(mise-en-scène)이라고 부른다. 무대장치라는 뜻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초연에서 주인공인 안나 1은 로테 렌야가 맡았고 안나 2는 틸리 로슈(Tilly Losch)가 맡았다. 에드워드 제임스의 부인인 틸리 로슈는 비엔나 출신의 발레리나로서 훗날 주로 미국과 영국에서 활동했다. 그런데 틸리 로슈는 참으로 기이하게도 쿠르트 봐일의 부인인 로테 렌야와 비슷하게 생겼다. 에드워드 제임스는 쿠르트 봐일이 자기 부인인 로테 렌야를 염두에 두고 발레 샹테를 작곡한다고 하자 얼른 쿠르트 봐일과 계약을 맺어서 틸리 로슈를 주인공으로 삼는 작품을 만들도록 했다. 아무튼 그래서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이 '일곱가지 큰 죄악'에서 안나의 역할들을 맡은 것은 기막힌 우연이었다. 그런데 로테 렌야와 틸리 로슈가 특별한 생애의 전환을 맞이한 것도 서로 비슷하다. 렌야는 이 작품이 초연되기 1년 전에 남편인 봐일과 별거하였다. 로슈도 이 작품이 초연된 이후에 에드워드 제임스와 이혼한다. 더구나 봐일과 그렇게도 가깝게 협동해서 일하던 브레헤트가 '마하고니'의 베를린 공연과 관련하여 봐일과 불화를 일으켜 결국 봐일을 소송하는 일이 발생했다. 브레헤트는 봐일을 만나 심지어 폭행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불화들은 봐일이 안나의 2중적인 사고방식을 묘사할 때에 묘하게 반영되어 있다. 하나는 안나 1의 무모하리만치 야심이 있는 외향적 성품이며 다른 하나는 불행한 내면의 정신세계를 감추려고 하는 안나 2의 내면적인 성품이다.
스코티쉬 오페라의 공연
파리에서의 초연에 대하여 프랑스 관중들은 야유를 보내고 난동을 부렸다. 노래를 모두 독일어로 불렀던 것도 이유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파리에 있는 독일인들은 '그랜드 이브닝'이라고 하면서 찬사를 보냈다. 파리의 공연은 그렇게 해서 찬반으로 갈라져 혼란 속에 막을 내렸다. 이어 런던의 사보이극장에서 공연되었다. 타이틀을 '안나 안나'(Anna-Anna)라고 바꾸었다. 독일어 가사의 대부분은 로테 렌야가 영어로 바꾸었다.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 '일곱가지 큰 죄악'은 나치시대에 이른바 퇴폐음악으로 규정되어 무대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1950년대에 들어와서 봐일의 미망인인 로테 렌야가 리바이발을 시도했다. 그때 쯤해서는 로테 렌야도 나이가 들어서 오리지널대로 노래를 부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4도나 낮추어 전조(轉調)를 해서 불렀다. 1997년에는 영국의 가수이며 배우인 마리안느 페이스풀(Marianne Faithful)이 안나를 부르게 되었다. 한 옥타브를 낮추어서 불렀다. 오리지널의 높은 키로 된 버전은 여러 소프라노들이 음반으로 취입했다. 대표적으로는 엘리스 로스(Elise Rose), 안네 조피 폰 오터(Anne Sophie von Otter), 캐나다의 테레사 스트라타스(Teresa Stratas), 독일의 안냐 실랴(Anja Silja)등이다. 2011년에는 패티 뤼퐁(Patti LuPone)이 뉴욕 시티 발레의 새로운 버전에서 안나를 맡아 노래를 불렀다. 이 공연의 안무와 감독은 중견 안무가인 린 테일러 코르베트(Lynne Taylor-Corbett)가 맡아서 새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일곱가지 큰 죄악'의 뉴욕 초연은 1958년 뉴욕 시티 센터에서였다. 조르즈 발랑생이 안무를 맡았고 로버트 어빙이 지휘했으며 안나 1은 로테 렌야, 안나 2는 알레그라 켄트(Allegra Kent)가 맡았다. 1987년에는 리옹에서 공연되었다. 안무는 마기 마랭(Maguy Marin)이었으며 지휘는 켄트 나가노였다.
안나역의 줄리아 미네네스 음반
'일곱가지 큰 죄악'는 7장 9악장으로 구성되어있다. 9악장(movement)으로 되어 있는 것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별도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일곱개 악장이 각 장(scene)이 된다. 각 장은 미국의 각기 다른 도시들을 상징으로 삼았다. 1. 프롤로그 2. 나태(Faulheit: Sloth: 어느 시를 상징한다는 표시가 없음) 3. 교만(Stolz: Pride: 멤피스) 4. 분노(Zorn: Wrath: 로스안젤레스) 5. 탐식(Vollerei: Gluttony: 필라델피아) 6. 정욕(Unzucht: Lust: 보스턴) 7. 탐욕(Habsucht: Greed: 테네시, 봐일의 사후 버전에서는 볼티모어) 8. 질투(Neid: Envy: 샌프란시스코) 9. 에필로그(새로운 작은 집에서)이다. 남성4중창인 '가족'(The Family)은 그리스 연극의 코러스에 해당하는 역할을 한다. 안나 1은 가수이고 동생인 안나 2는 댄서이다. 안나 2의 음성은 간혹 들릴 뿐이지만 그것이 안나 1의 음성인 것은 누구나 알아차릴수 있다. 이밖에 등장인물은 오빠(Bar), 다른 오빠(T), 어머니(B), 아버지(T)이다. 어머니를 베이스로 한 것은 명색만 어머니이며 남성 4중창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이다. '일곱가지 큰 죄악'의 풀 타이틀은 '소시민의 일곱가지 큰 죄악'(The Seven Deadly Sins of the Petty Bougeouise)이다. 대본은 풍자적이다. 가수인 안나 1은 안나의 외향적인 태도를 대표한다. 댄서인 안나 2는 안나의 내면적인 혼돈을 전달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안나 2가 자기가 죄악을 범하지 않았을 때에만 잘못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안나 2는 올바른 일을 하려고 꾸준히 노력한다. 그러나 위선에 넘쳐 있는 가족, 그리고 자기의 '분별있는' 또 다른 자아로 인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유혹을 받는다. 예를 들어서 그의 자존심(프라이드)은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것을 원치 않지만 그의 욕망은 돈과 결혼하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분노'는 동료들의 못된 분노에 대항하는 옳은 분노인 것을 보아도 알수 있다.
가족(패밀리) 코러스
이야기는 안나 1과 안나 2의 두 자매에 대한 것이다. 두 자매는 루이지애너주의 미시시피 강둑에 앉아서 다른 큰 도시에 가서 행운을 잡아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이 미시시피 강가에 작은 집이라도 지을수 있는 돈을 보내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두 자매는 길을 떠난다. 미국의 일곱개 주요 도시에서 거의 1년씩 머물면서 7년을 보낸다. 각 도시에서 있을 때마다 두 자매는 죄악의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대본을 쓴 브레헤트는 비록 안나가 지은 죄가 성서에서 규정하는 죄악이지만 그 죄악은 어쩔수 없이 자본주의로 변모하는 사회에서 일어날수 있는 죄악이라고 설명한다. 분명한 것은 처음에 두 자매가 루이지아나를 떠날 때에는 푸른색 보통 트렁크를 들었으나 나중에 돌아올 때에는 루이 비통이라고 적힌 가방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7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자매는 겉으로는 작은 집이라도 하나 살 돈을 벌어서 왔다. 그러나 그러는 과정에서 안나 2는 그가 저지를 죄악에 관계되었던 사람들은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페티 뤼퐁(안나 1)과 웬디웰란(안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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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죄악은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내용이다. 사람은 누구나 죄를 짓는다.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과거에도 하나도 없었고 미래에도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다만, 예외가 있다면 하나님이 육신을 입어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뿐이다. 사람들이 짓는 죄악은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여러 죄악 중에서 특별히 하나님이 싫어하는 죄악들이 있다. 일곱가지이다. 어떤 것들이 일곱가지 죄악이며 어찌하여 그것들을 큰 죄악이라고 하는가? 일곱가지 큰 죄악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왜 일곱인가? 일곱이라는 숫자는 하나님에게 특별한 것이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 일곱 날이 걸렸다. 그래서 1주일이 7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님은 7일 째에 쉬시었다. 옛 이스라엘 민족들은 이날을 안식일로 정하여 함께 쉬었으며 7일 째에는 제4 계명에 의해 모여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 히브리어에서 '일곱'이라는 단어는 '완전함', '충만함'이라는 뜻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므로 일곱이라는 숫자는 더 이상 가감할 것이 없는 숫자이다. 완전함과 충만함의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일곱가지 큰 죄악의 하나라도 저지른다면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면 완전한 죄악을 저지른 것과 같다. 솔로몬은 잠언을 통해서 그 일곱가지 죄악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해 주고 그런 죄를 짓지 않도록 경고하였다. 솔로몬은 역사상 가장 현명하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다만, 예수 그리스도만이 솔로몬보다 더 현명할 뿐이다.
구약성서 잠언 6장 16-19절에 나와 있는 일곱가지 큰 죄악은 다음과 같다.
16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는 것 곧 그의 마음에 싫어하시는 것이 예닐곱 가지이니
17 곧 교만한 눈과 거짓된 혀와 무죄한 자의 피를 흘리는 손과
18 악한 계교를 꾀하는 마음과 빨리 악으로 달려가는 발과
19 거짓을 말하는 망령된 증인과 및 형제 사이를 이간하는 자니라
é ü ö 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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