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아아레 메리칸토의 '유하' - 54

정준극 2014. 1. 16. 20:50

유하(Juha)

핀랜드의 아아레 메리칸토(Aarre Merikanto)의 3막 오페라

 

아아레 메리칸토

 

핀랜드를 대표하는 작곡가는 얀 시벨리우스이다. 그의 뒤를 이어 여러 작곡가들이 핀랜드의 전통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중의 하나가 헬싱키 출신의 아아레 메리칸토(Aarre Merikanto: 1893-1958)이다. 그는 여러 작품들을 남겼지만 오페라로서는 '유하'가 대표적이다. '유하'는 어떤 나이 많은 남편과 젊은 부인, 그리고 그 젊은 부인을 유혹하는 비열한 사람 사이의 삼각관계를 그린 스토리이다. 핀랜드의 위대한 작가인 주하니 아호(Juhani Aho)가 1911년에 펴낸 소설이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핀랜드의 극작가이며 시인인 아이노 아크테(Aino Ackte)가 오페라 대본을 만들었으며 그 대본에 맞추어서 아아레 메리칸토가 1922년에 오페라로 만들었다. 오페라 '유하'가 1922년에 완성되었지만 실제로 처음 공연된 것은 그로부터 40년도 더 지난 1963년이었다. 1963년 10월 28일 라티(Lahti)에 있는 음악대학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유하'를 통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핀랜드의 오페라는 어떤 것인지 파악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유하는 아내 마르야가 자기에게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착잡한 심정이다.

 

대본을 쓴 아크테는 처음에 그 대본을 시벨리우스에게 주어서 오페라로 만들어 볼 것을 부탁했다. 시벨리우스는 2년 후에 아크테에게 서한을 보내어서 '유하니 아호의 명작을 오페라로 만들 능력이 부족하므로 거절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벨리우스는 '대본은 절대음악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말하자면 오페라 대본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아아레 메리칸토가 작곡에 도전했던 것이다. 아아레 메리칸토는 대본과 음악이 일체가 되는 현대적 감각의 오페라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유하'는 메리칸토의 두번째 오페라이다. 첫번째는 1912년에 발표한 '헬레나'(Helena)이다. 메리칸토는 '유하'를 1919년부터 작곡에 착수하여 1922년에 완성했다. 메리칸토는 '유하'를 헬싱키의 국립오페라단에 제출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유하'가 지나치게 현대적 작품이라면서 걱정을 했다. 메리칸토는 국립오페라단으로부터 아무런 회답이 없자 '유하'를 되돌려 받고 그 후부터는 더 이상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았다. 메리칸토의 선배인 작곡가 레비 마데토야(Leevi Madetoja: 1887-1947)가 좀더 '안전한 버전'을 만들어서 1935년에 국립오페라단에 제출했다. 그래서 '유하'는 1935년에 핀랜드국립오페라가 초연을 하게 되었다. 메리칸토의 오리지널 버전 중에서 3막만이 1958년, 메리칸토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방송되었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메리칸토의 오리지널 버전이 처음으로 전부 공연된 것은 1963년 라티대학교에서였다.

 

'유하'의 완곡한 버전을 만든 작곡가 레비 마데토야

 

오페라 '유하'는 라티에서의 초연 이후 마침내 핀랜드국립오페라서 공연키로 결정되었다. 1967년이었다. '유하'가 완성된 때로부터 45년이 지난 후였다. 그후 1987년에는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진출하여 공연되었고 최근의 공연으로서는 2011년 12월에 헬싱키오페라극장에서 새로운 제작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무대는 핀랜드 북부의 카이누우(Kainuu)라는 마을이며 시기는 1880년대로 설정되어 있다. 이 비극적인 스토리는 당시 농촌의 살리 어려운 실상을 파헤치는 한편, 세속에 물든 도시의 생활을 조명한 것이다. 주인공인 유하(Bar)는 나이 많은 농부이다. 건실하고 고지식한 사람이다. 그의 젊은 부인이 마르야(Marja: S)이다. 그리고 부유한 상인으로 마르야를 유혹하여 도시로 끌고간 사람이 셰메이카(Shemeikka: T)이다. 어떤 버전에는 셰메이카를 떠돌이 불량청년으로 그려 놓은 경우도 있다.

 

셰메이카가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르야를 거의 강제로 막고 있다.

 

[1막] 유하는 자기의 결혼이 얼마나 시어졌는지를 회상한다. 아내인 마르야는 이제 더 이상 그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고 있다. 그때 돈 많은 상인인 셰메이카가 마을에 도착해서 젊은 마르야를 보고 수작을 건다. 셰메이카는 마르야의 환심을 사기 위해 금으로 만든 벨트 버클과 실크 숄을 선물한다. 유하는 마르야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주장하지만 마르야는 선물로 받았기 때문에 돈을 치룰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다음날 아침, 유하는 어머니를 데려오기 위해 보트를 타고 떠난다. 셰메이카가 다시 유하의 집을 지나가다가 마르야에게 늙은 남편과 함께 고생하면서 살기보다는 자기와 함께 떠나자고 유혹한다. 마르야는 처음에는 그런 유혹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잠시후에 시어머니가 도착해서 마르야에게 잔소리를 해대며 비난하자 마침매 셰메이카를 따라가기로 마음을 결정한다. 시어머니가 하녀 카이사(Kaisa)에게 마르야가 어디 갔느냐고 묻자 카이사는 셰메이카라는 부자 상인이 마르야를 강제로 끌고 갔다고 말한다.

 

셰메이카(이르키 안틸라)로부터 실크 스카프를 받고 기뻐하는 마르야(카밀라 닐룬드)

 

[2막] 첫 장면은 셰메이카의 고기잡이 오두막집이다. 마르야는 이곳에서 지낸다. 마르야는 벌써 3주째나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 셰메이카를 조바심으로 기다리고 있다. 인근에 살고 있는 늙은 어부가 마르야에게 셰메이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준다. 셰메이카는 부자 상인이 아니라 도둑질로 생활하는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을 협박하여 돈을 챙기기도 하는 악한이라는 것이다. 늙은 어부의 집에는 안야(Anja: S)라는 젊은 여인이 살고 있다. 안야의 말에 의하면 셰메이카는 매년 여름이면 어디서 젊은 여자들을 유혹해서 데려와 살고는 싫증이 나면 그 젊은 여자를 다른 집의 하녀로 팔아 넘긴다는 것이다. 젊은 여자들은 어려운 처지에서 살았었기 때문에 남의 집의 하녀로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얼마후 셰메이카가 술에 취해서 돌아온다. 마르야는 더 이상 참을수가 없다. 마르야는 늙은 어부에게 자기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늙은 어부는 나중에 셰메이카로부터 보복을 당할 것 같아서 두려워한다. 마르야는 셰메이카에게 임신했다고 밝힌다. 그러자 셰메이카는 마르야에게 남편에게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아이가 필요 없다고 덧붙인다. 마르야는 분에 넘쳐서 셰메이카를 때린다.

 

셰메이카가 마르야를 유혹하고 있다.

 

다음 장면은 셰메이카의 넓은 농장이다. 셰메이카는 그동안 부당하게 번 돈으로 농장을 하나 마련해 두었다. 마르야가 요람에 있는 아기를 어우르고 있다. 마르야로서는 이웃의 안야가 와서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때 저 멀리서 유하의 모습이 보인다. 유하는 마르야를 찾아서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급기야 셰메이카의 농장까지 온 것이다. 마르야는 처음에는 유하의 눈에 띠지 않게 숨어 있으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이제는 정말 셰메이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겠다고 다짐하고 유하와 함께 떠나려고 한다. 그러자 셰메이카의 어미니가 마르야에게 굳이 간다면 아이는 두고 가라고 강요한다. 그때 셰메이카가 러시아로부터 새로 데려온 여자와 함께 돌아온다. 아무것도 눈치를 채지 못한 셰메이카는 러시아 여자와 함께 즐겁게 춤을 춘다. 마르야가 그 틈에 걸음을 재촉하여 집에서 빠져 나간다. 다만, 아기는 데리고 나오지 못한다.

 

셰메이카의 유혹에 굴복한 마르야

 

[3막] 다시 유하의 농장이다. 마르야가 누더기를 걸친채 집안으로 들어선다. 셰메이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겨우 옛 집을 찾아온 것이다. 마르야가 시어머니가 그런 마르야를 보고 크게 나무란다. 나무라는 정도가 아니라 학대나 마찬가지로 가출했다가 돌아온 마르야를 비난한다. 잠시 후에 나타난 유하는 오히려 마르야를 크게 반긴다. 유하는 마르야가 강제로 끌려 갔다고 믿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 것을 따듯하게 맞이한다. 마르야는 남편 유하에게 셰메이카와 사는 동안에 아기가 태어났다고 털어 놓는다. 유하는 그렇다면 마르야가 낳은 아기이므로 어서 가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르야는 자기를 용서한 유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을 후회하지만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약 10분간에 걸친 간주곡이 연주되고 나면 장면은 다시 셰메이카의 고기잡이 오두막집이다. 유하와 마르야가 오두막집에서 셰메이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잠시후 사우나에 갔었던 셰메이카가 돌아온다. 셰메이카는 유하를 보자 바보같은 남편이라면서 조롱한다. 그 말을 들은 유하가 참지 못하고 셰메이카에게 덤벼든다. 유하는 셰메이카의 팔을 꺾고 발을 걷어 찬다. 그런 소동이 일어나자 옆 집에 있던 얀야가 나와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유하만 모르고 있는 사실을 소리친다. 마르야가 강제로 납치되어 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셰메이카를 따라 왔다는 사실이다. 그 소리를 듣고 너무나 충격을 받은 유하가 집 밖으로 뛰쳐나와서 근처에 있는 급류에 몸을 던진다.

 

마르야 역의 카밀라 닐룬드

        

오페라 '유하'의 음악은 대단히 강력하다. 주인공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유하의 수동적인 고통이 강렬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그가 마르야를 용서할 때의 음악과 그가 사실을 알아차리고 셰메이카를 상대로 싸움을 벌일 때의 음악은 매우 대조적이다. 셰메이카에 대한 마르야의 사랑과 셰메이카가 마르야를 외면할 때의 음악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마르야의 이웃 친구인 안냐의 음악은 서정적이어서 감동을 준다. 안야는 실상 셰메이카를 사랑하고 있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유하'의 음악을 굳이 평가하자면 야나체크의 긴장감과 치마노브스키의 풍부함이 어우러진 것이라고 할수 있다. 물론 메리칸토 자신의 독특한 음성을 도외시할수는 없다. 아무튼 어떤 평론가는 '유하야 말로 20세기에서 가장 위대한 오페라 중의 하나'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비록 '유하'의 오케스크라 음악이 야나체크의 '예누파' 또는 '카타 카바노바'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하지만 고도로 낭만적이고 라프소디와 같은 면도 있다. 주인공에 따라 특정 악기를 인용한 것도 흥미있는 일이다. 유하를 표현하는 음악은 금관악기와 저음의 목관악기가 사용되었다. 셰메이카를 표현하는 음악은 밝고 사실적이다. 그래서 타악기도 사영되고 있다. 마르야를 표현하는 음악은 간혹 솔로 바이올린과 플루트가 사용되었다.

 

셰메이카와 마르야(카밀라 닐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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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하'(Juha)

핀랜드의 작가 유하니 아호의 1911년도 소설인 '유하'를 바탕으로 핀랜드에서 1999년에 같은 제목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아키 카우리스매키가 감독했다. '유하'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으로 네번째이다. 오리지널 스토리는 18세기에 일어난 것으로 되어 있으나 감독인 카우리스매키는 1970년대로 세팅을 만들었다.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마르야는 나이 많은 유하와 결혼한 평범한 농촌여자이다. 이들에게는 아이가 없다. 이들은 매일을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느라고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마을 사람들은 마르야와 유하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어느날 유하의 집에 셰메이카라는 청년이 찾아온다.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나타난다. 그는 차가 고장이 나서 손을 보아야 하는데 날이 저물었으니 하룻밤만 신세를 지고 가겠다고 청한다. 셰메이카의 멋진 모습을 본 마르야는 어느새 도시에서의 환락적인 생활을 동경하기 시작한다. 유하가 셰메이카의 스포츠카를 고치고 있을 때에 방안에서는 셰메이카가 마르야를 한껏 유혹하고 있다. 셰메이카는 마르야에게 함께 도시로 가서 살자고 유혹한다. 마르야는 남편을 혼자 두고 떠날수 없다고 주저하다가 마침내 셰메이카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꿈을 가지고 셰메이카와 함께 도시로 떠난다. 그러나 마르야의 꿈은 얼마가지 못해서 악몽으로 변한다. 셰메이카가 마르야를 사창굴에 팔아 넘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