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프란치스코 알론소의 '라 칼레세라' - 56

정준극 2014. 1. 17. 13:56

라 칼레세라(La Calesera)

프란치스코 알론소(Francisco Alonso)의 3막 사르수엘라

 

프란치스코 알론소

 

사르수엘라(Zarzuella)는 스페인의 오페레타이다. 주로 민속적인 소재이며 음악은 재미나고 흥겹다. 스페인의 민속춤인 플라멘코는 빠질수 없는 내용이다. 사르수엘라의 노래는 쉬운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다. 대중적이며 민속적이다. 이처럼 대중적인 악센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본 블로구에서는 사르수엘라를 별도로 소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토로바의 '짧은 인생' 등은 사르수엘라이지만 오페라적인 요소가 다분하므로 소개했다. 아무튼 사르수엘라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세리아 또는 오페라 부파와는 성격이 다르므로 오페라/오페레타의 범주에 넣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뮤지컬이라고 하기도 어려우므로 일단은 오페라/오페레타의 범주에 넣어 설명코자 한다. 스페인과 스페인 문화의 영향을 받은 멕시코를 비롯해서 남미의 많은 나라에서는 사르수엘라가 전통적으로 대인기이다. 여러 작곡가들이 사르수엘라를 작곡했으며 사르수엘라만을 공연하는 그룹도 많이 있다. 세계적인 테너인 플라치도 도밍고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사르수엘라 멤버였고 청년 플라치도도 사르수엘라 가수로서 경력을 시작한 것을 보면 스페인 문화권에서 사르수엘라의 위치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마라비야(라 칼레세라)가 사랑스러운 노래를 부르고 있다.

                            

프란치스코 알론소(Francisco Alonso: 1887-1948)는 그라나다 출신으로 마드리드에서 활동했던 사르수엘라 작곡가이다. '라 칼레세라'는 그가 남긴 사르수엘라 중에서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라 칼레세라'는 1925년 12월 12일에 마드리드에서 초연되었다. 1925년이라고 하면 정치적으로 열병에 걸려 있던 시기였다. '라 칼레세라'는 혁명의 와중에서 도피자의 로맨스에 대한 내용이므로 마침 당시의 사회정치적 상황과 맞아 떨어져서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라 칼레세라'는 열정적인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원래 라 칼레세라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짧은 볼레로 스타일의 자켓을 말한다. 여주인공은 그 자켓을 즐겨 입었기 때문에 어느새 라 칼레세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시기는 1832년으로 되어 있다. 마드리드의 전체주의를 자유주의자들이 무너트리려고 하던 때였다. 말하자면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를 열망하여 혁명의 기운이 감돌던 시기였다. 대본은 에밀리오 가르시아 델 카스틸로와 루이스 마르티네즈 로만이 공동으로 썼다. 두 사람 모두 한다하는 사르수엘라 대본가들이었다. 프란치스코 알론소의 음악은 한마디로 말해서 스페인적인 색채가 짙은 것이다. 그런 중에도 안달루시아 지방의 음악적 향기가 다분히 배어 있는 작품이다. 멜로디는 감동적이며 열정적인 활기에 넘쳐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노래로서는 1막에서 마라비야의 노래인 세귀디야(Seguidillas)와 파스카예 데 로스 키스페로스(Pascalle de los chisperos)이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 마라비야(Maravillas: S) - 사르수엘라 극단장인 페드로 가르시아의 딸. 스타 싱거. 라 칼레세라.

- 엘레나(Elena: MS) - 알바르 후작부인. 귀족인 라파엘과 약혼설이 있는 여인.

- 라파엘(Rafael: Bar) - 마라비야가 사랑하고 있는 귀족 청년. 자유주의자.

- 강가리야(Gangarilla: T) - 극단의 코메디안. 피룰리의 남자친구. 자유주의를 지지.

- 피룰리(Piruli) - 극단의 코메디안. 강가리야의 여자친구. 티플레(만돌린과 같은 악기) 연주자.

- 칼라트라바(Calatrava: T) - 알바르 후작부인의 비서(마호르도모).

- 루이스 칸델라(Luis Candela: 배우) - 자유주의 반도의 우두머리.

- 엘 바호(El Bajo) - 벤조를 타는 사람. 기타 극단원들, 마을 사람들, 경찰들

 

엘레나 후작부인과 마라비야, 그리고 페드로 가르시아

 

[1막] 1832년 마드리드의 어떤 카페이다. 짧고도 밝은 전주곡이 끝나면 막이 오르면 페드로 가르시아의 극단이다. 단원들이 급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는 단장의 딸인 마라비야도 포함되어 있다. 마라비야는 극단의 스타 가수이다. 마라비야는 라 칼레세라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짧은 볼레로 자켓인 라 칼레세라를 항상 입고 있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마라비야는 아버지인 단장이 오기를 기다리며 '돈 타데오와 도나 카를로타'에 대한 사랑스럽고도 코믹한 스토리를 노래로 부른다.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던 단원들은 마라비야의 노래에 그나마 흥겨워서 앞에 나와서 춤을 추기도 한다. 밖에서는 결혼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그들은 만돌린으로 론다야(rondalla)라는 즐거운 음악을 연주하며 지나간다. 모두들 저절로 흥겨운 기분이다. 단장인 페드로 가르시아가 도착한다. 단원들이 어서 급여를 달라며 왁자지껄한다. 사람들은 조용하게 만드는 역할은 마라비야의 몫이다. 마라비야는 즉흥적으로 세귀디야를 부른다. Todos dicien que te quiero, Calesera 라는 노래이다. 마라비야의 흥겨운 노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경찰들이 극장 안으로 피해 온 라파엘과 엘레나를 찾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어릿광대인 강가리야(Gangarilla)가 정부가 백성들을 강압적으로 탄압하는데 대하여 거칠게 불만을 터트린다. 강가리야는 당국의 검열 때문에 다음번 공연이 금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마라비야는 라파엘의 안전이 더 걱정이다. 라파엘은 마라비야가 비밀스럽게 사랑하고 있는 청년이다. 하지만 라파엘은 그런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하고 있다. 라파엘은 귀족으로서 자유주의 사상을 가진 청년이다. 마라비야가 속이 상한 것은 강가리야가 어디서 들은 소문이라고 하면서 라파엘이 알바 후작부인(Marquesa de Albar)과 약혼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때 단원들은 카페의 한쪽 구석에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는 어떤 사람이 자기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누구인지 의아해 한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다름 아닌 자유주의 운동단체의 지도자로 유명한 루이스 칸델레스(Luis Candeles)인 것을 알게 된다. 루이스 칸달레스는 당국의 수배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잠시후 결혼행렬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카페로 들어선다. 단원들 중 일부는 결혼 축하패들이 건네주는 무료 술잔을 받아 마신다. 이번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나타난다. 알바르 후작부인인 엘레나가 라파엘을 기다리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후작부인은 충성스런 마호르도모인 칼라트라바(Calatrava)와 함께 들어선다. 마호르도모(majordomo)는 수행비서격인 사람이다. 후작부인인 엘레나는 카페에 아름다운 마라비야가 있는 것을 보고 라파엘을 사랑하고 있는 어떤 아가씨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 일이 있기 때문에 여인의 직감으로 마라비야가 바로 그 아가씨라는 생각을 한다. 엘레나는 마르비야에게 라파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경고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마라비야가 다름 아닌 전에 자기가 곤경에 처해 있을 때에 구해준 사람인 것을 알고는 라이발이라는 생각을 접어 두게 된다. 엘레나와 마라비야의 듀엣인 Usia es diamisela de marinaque 가 아름답다. 갑자기 밖에서 총 쏘는 소리가 들리더니 부상당한 라파엘이 비틀거리면서 카페 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놀란 엘레나가 얼른 달려가서 라파엘의 상처를 돌보아 준다. 라파엘과 엘레나는 사랑의 이중창을 부른다. 그 모습을 본 마라비야는 당황하고 속이 상해서 테르체토를 타면서 자기의 처지를 한탄하는 노래를 부른다. 라파엘은 인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는 이 때에 사랑에 굴복하여 마음을 뺏기고 있는 자기 자신을 비난하여 의연히 일어나서 자유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No hay bien mas hermoso que la libertad 이다. 잠시 밖으로 나가 있었던 칸델레스가 동지 한 사람과 함께 뛰어 들어와서는 단원들에게 당분간 반도들의 깃발을 감추어 달라고 부탁한다. 칸델레스는 단원들에게 때가 오면 그 깃발을 높이 올려 달라고 당부하고 나간다. 마라비야는 이들의 자유를 향한 외침에 감동하여서 반도들의 깃발을 크게 흔들어 보인다. 막이 내린다.

 

라 칼레세라 포스터

 

[2막] 1장은 테아트로 델 프린치페(Teatro del Principe)이다. 단원들이 공연을 연습하고 있다. 단원들은 봉기가 일어나는 것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강가리야와 피앙세인 피룰리가 무료함을 깨우기 위해 장난 섞인 듀엣을 부른다. 그때 마라비야가 들어와서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한다. 당국이 자유주의 반도들을 체포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라파엘과 엘레나는 자기와 함께 피신해서 지금 극장으로 데려왔으며 경찰들이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한다. 단원들은 급히 라파엘과 엘레나, 그리고 비서인 칼라트라바를 배우로 분장해서 숨긴다. 칼라트라바는 인기가수로 변장한 것이 마음에 들었던지 예전의 솜씨를 뽐내서 집시의 사랑 노래를 부른다. Salto de mi carabela 이다. 라파엘은 마라비야가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를 도와준 것을 감사한다. 그러다가 오래전부터 마라비야가 자기에게 따듯하게 대하여 주었던 것을 기억하고서 그제야 마라비야의 사랑을 깨닫는다. 라파엘과 마라비야는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고백하며 아름다운 사랑의 듀엣을 부른다. 잠시후 경찰들이 극장 안으로 들어선다. 공연에서는 예쁜 여자들이 경찰로 분장해서 나타나므로 보기에 사랑스럽다. 마라비야를 비롯한 단원들이 유명한 Pasacalle de los chisperos 라는 노래를 일부러 흥겹게 부른다. 경찰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이다. 경찰들이 돌아가려고 할때 어떤 단원 한 사람이 그만 실수로 무심코 도망자들이 여기에 있는데도 모르고 간다는 식의 얘기를 한다. 그 얘기를 들은 경찰들이 마스크를 쓴 배우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엘레나가 가면을 벗어야 할 때에 라파엘이 급히 앞으로 나와 자기가 도망자라면서 엘레나 대신 체포되어 감옥으로 끌려 간다. 그럴 때에 밖에서 자유의 노래가 크게 들린다. Libertad! Es el grito de la humanidad 이다.

 

라파엘과 마라비야

 

2장은 감옥소 안이 무대이다. 라파엘이 자기의 운명을 탄식하고 있다. 카르첼레라스(Carceleras)라고 하는 죄수의 노래이다. 코메디안인 강가리야가 간수로 변장해서 나타난다. 피룰리와 마라비야는 강가리야의 여동생들의 행세를 한다. 라파엘을 만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일이 복잡하게 되느라고 엘레나의 비서인 칼라트라바가 감옥에 잡혀온다. 도둑질을 했기 때문에 붙잡혀 온 것이다. 칼라트라바는 엘레나의 편지를 감옥에 갇혀 있는 라파엘에게 전달하기 위해 감옥 안으로 잠입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일부러 도둑질을 해서 경찰에게 붙잡힌후 감옥에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주인마님인 엘레나의 지시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칼라트라바가 감옥에 들어와서 함께 있게 된 사람은 라파엘이 아니라 자유주의 반도들의 지도자인 루이스 칸델레스였다. 한편, 간수로 변장한 강가리야는 진짜 간수를 수면제로 잠들게 하고 우여곡절 끝에 라파엘을 감옥에서 나오게 하여 함께 무사히 탈출한다.

 

카페에서의 흥겨운 노래와 춤

 

[3막] 프랑스로 가는 길에 있는 어떤 주막이 무대이다. 극단의 단원들은 길을 재촉하며 도망가기에 바쁘다. 너무 급히 가는 바람에 모두 지쳐 있다. 마침 길가에 주막이 있어서 모두 들어가서 목이라도 축이기로 한다. 잠시 피곤이 풀린 이들은 강가리야와 피룰리가 흥겨운 노래를 부르자 함께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잠시후에 감옥에서 도망한 루이스 칸델레스도 합류한다. 그런데 마라비야의 마음은 괴롭기만하다. 왜냐하면 라파엘이 엘레나와 함께 멀리 도망갈 계획이라고 얘기해 주었기 때문이다. 라파엘의 로만차가 Agua que rio agajo marcho 이다. 그러나 마라비야가 실제로 괴로운 것은 라파엘이 멀리 떠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경찰에 이들의 도망을 신고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있으면 경찰들이 들이 닥쳐서 도망자들을 체포할 것이다. 마라비야의 배신을 눈치 챈 칸델레스가 라파엘과 엘레나를 경찰이 들이닥치기 전에 떠나보내도록 하기 위해 자기의 가짜 여권을 라파엘에게 주고 자기가 라파엘의 여권을 갖는다. 경찰들이 나타나서 사람들의 여권을 확인한다. 말할 필요도 없이 칸델레스가 체포된다. 오케스트라는 그 동안의 사건들을 회상시켜주는 음악들을 연주한다. 마르비야는 이제 자기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서 한숨을 쉰다. 칸델레스가 마르비야에게 자기는 언제나 아름다운 칼레세라를 사랑해 왔다고 속삭인다. [후기: 혹시 스페인에, 더구나 마드리드에 갈 일이 있으면 사르수엘라극장을 반드시 한번 찾아가 보기 바랍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지요.]

 

사르수엘라는 화려하고 흥겹다. 라 칼레세라의 피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