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프란체스코 카발리의 '라 칼리스토' 58

정준극 2014. 1. 19. 21:11

라 칼리스토(La Calisto)

프란체스코 카발리(Francesco Cavalli)의 3막 오페라

바로크 코미디

 

프란체스코 카발리

 

롬바르디의 크레마 출신인 프란체스코 카발리(Francesco Cavalli: 1602-1676)는 바로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이다. 그는 35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처음 작곡한 오페라는 그가 37세 때인 1639년으로 '테티와 펠레오의 결혼'(Le nozze di Teti e di Peleo)라는 것이다. 베니스의 테아트로 산 카시아노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마지막 작품은 '마센치오'(Masenzio)라는 것으로 그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673년에 완성한 것이다. 이 작품은 그의 생전에 공연되지 못했다. 더구나 스코어가 분실되어서 현재로서는 어떤 작품인지 알수가 없다. 카발리는 주로 고대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삼아 오페라를 작곡했다. 대표적인 것이 '라 칼리스토'(La Calisto)이다. 오비드의 '변형'(Metamorphoses)에 나오는 아름다운 님프 '칼리스토'(Callisto)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아 이탈리아의 오페라 대본가 겸 오페라 흥행가인 조반니 파우스티니(Giovanni Faustini: 1615-1651)가 대본을 썼다. 조반니 파우스트니는 프란체스코 카발리와 콤비로서 카발리를 위해 여러 편의 오페라 대본을 썼다. '라 칼리스토'는 1651년 11월 28일 베니스의 테아트로 산타폴리나레(Teatro Sant'Apollinare)에서 초연되었다. 당시에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해서 사람들도 많이 오지 않았으며 겨우 11회의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스코어가 어디 갔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들어와서 스코아가 우연히 베니스의 마르치아나도서관에서 발견되었다. 그래서 근세에 들어와서는 리바이발 될수 있었다. 스코어를 처음으로 정리해서 출판한 사람은 영국의 지휘자인 레이몬드 레파트(Raymond Leppard)였다. 레파드는 글린드본 페스티발에서의 공연을 주선했다. 메조소프라노 자넷 베이커가 다이아나 역할을 맡은 공연이었다. 관중들은 새로운 바로크 오페라의 출현에 박수를 보냈다.

 

글린드본 공연. 린페아와 사티리노.

 

오비드의 '변형'에 의하면 칼리스토는 다이아나만을 섬기기로 한 님프이다. 그래서 칼리스토는 다이아나(아르테미스)의 님프로서 처녀로서 남아 있겠다고 서약한 입장이다. 주피터가 칼리스토를 어여삐 여겨 다이아나의 모습으로 변형되어서 접근한다. 칼리스토와 주피터의 레스비안적인 사랑이 전개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주노가 질투심에 불타서 칼리스토를 곰으로 만든다. 주피터는 곰이 된 칼리스토가 죽자 그를 하늘의 큰곰(Ursa Major) 별자리로 만들어 준다. 카발리는 이 신화를 바탕으로 해서 다른 이야기도 엮어 넣었다. 주피타거 칼리스토를 유혹하는 이야기 이외에 다이아나가 목동인 엔디미온에게 비밀스런 열정을 갖는 얘기를 추가한 것이다. 욕정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곁들여 넣었다는 것이다. 카발리는 아무리 욕정에 사로잡힌다고 하더라도 그 기본은 플라토닉한 사랑이라는 것을 내세웠다. 주피터가 칼리스토에게 영원이라는 비전을 보여준 것은 좋은 예이다. 한편, 주피터는 칼리스토에게 우주의 음악을 들을수 있도록 허락한다. 그것은 바로 신들의 섹스를 의미한다. 카발리는 '라 칼리스토'를 통해서 신들의 내면세계를 들여다 볼수 있게 했다.

 

다이아나로 변한 주피타(제우스)가 칼리스토를 유혹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레스비안적인 얘기는 고대 그리스 시대로부터 있었다. 옆에 화살통이 있는 것을 보면 사냥의 여신인 다이아나(아르테미스)인 것을 알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칼리스토는 아르카디아의 왕 리카온의 딸로서 님프이다. 그리스어로는 Kalliste 라고 한다.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칼리스토가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이었는지는 말 하지 않아도 알수 있는 일이다. 칼리스토는 주피터와 사랑하여 아들을 낳는다. 아르카스이다. 아르카스는 아르카디아 사람들의 조상이다. 그러므로 칼리스토는 아르카디아 사람들의 어머니이다. 아르카스는 어머니 칼리스토가 곰일 때에 태어났다. 칼리스토가 죽은 것은 주노가 다이아나(아르테미스)에게 부탁해서 은화살을 쏘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고 다른 하나는 아르카스가 죽였다는 얘기도 있지만 아르카스는 자기의 곰 어머니를 거의 죽일뻔 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때 곰으로 변한 칼리스토는 주피터 신만이 들어 갈수 있는 금지된 정원에서 방황하고 있었다고 한다. 주피터(제우스)는 주노가 칼리스토를 죽이자 이를 애석하게 여겨서 칼리스토를 하늘의 큰곰 자리(Ursa major)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들인 아르카스는 작은곰(Ursa minor) 자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뮌헨공연. 사티리노, 지오베, 실바노, 파네 등의 앙상블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라 나투라(La Natura: A), 에테르니타(L'Eternita: 영원: S), 데스티노(Il Destino: 운명: S), 칼리스토(Calisto: S), 지오베(Giove: 주피터: B), 디아나(Diana: 다이아나: S), 엔디미오네(Endimione: A), 주노네(Giunone: 주노: S), 린페아(Linfea: S), 사티리노(Satirino: S), 메르쿠리오(Mercurio: T), 파네(Pane: A), 실바노(Sylvano: B)

 

[1막] 세상은 신들과 인간과의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지오페(주피터)와 메르쿠리오(머큐리)는 이 세상이 종전처럼 평온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오베가 세상을 내려다보니 님프인 칼리스토가 마실 물이 부족한 것을 탄식하며 지오베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소리가 들린다. 지오베는 칼리스토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당장 샘물을 파서 마실 물을 마련해 주며 칼리스토에게 접근한다. 칼리스토는 지오베의 딸들 중의 하나인 다이아나에 속한 님프이다. 칼리스토는 처녀로서 죽을 것을 선언한바 있다. 칼리스토는 지오베가 접근해 오자 크게 모욕을 당한 것으로 생각하여 지오베를 거부한다. 메르쿠리오가 지오베에게 다이아나의 모습으로 변해서 칼리스토에게 접근해 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칼리스토는 같은 여자이지만 여자로 모습을 바꾼 지오베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같은 계획은 성공한다. 칼리스토는 당연히 지오베를 다이아나로 착각한다. 칼리스토는 자기가 숭배하는 다이아나이므로 다이아나가 원하는 대로 키스를 한다. 칼리스토는 다이아나(실은 주피터)와의 키스로 황홀한 기분을 맛 본다.

 

칼리스토. 뮌헨공연

 

엔디미오네(엔디미온)는 정숙하고 순결한 다이아니를 벌써부터 사랑하고 있다. 엔디미오네는 다이아나가 린페아를 비롯한 님프들과 나타나자 자기의 감정을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다이아나의 앞에 나와서 사랑을 고백한다. 그로말미암아 린페아의 분노를 산다. 다이아나도 실은 핸섬한 엔디메오네를 사모하고 있었지만 그런 사실을 다른 님프들에게 보이면 안되므로 엔디미오네를 일부러 차갑게 대한다. 잠시후 칼리스토가 다이아나가 있는 곳으로 온다. 칼리스토는 잠시 전에 다이아나와 키스를 나눈 것을 생각하고 다이아나에게 기쁨에 넘쳐서 다가가지만 다이아나는 칼리스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대한다. 다이아나는 정숙하고 순결해야 할 칼리스토가 바람이 들었다고 비난하면서 자기를 따르는 무리에서 쫓아낸다. 린페아는 자기도 실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고백한다. 작은 사티리노(어린 사티로스: 반신반인의 숲의 신)가 자기가 린페아의 걱정꺼리를 해결해 줄수 있다고 나선다. 사티르는 나무의 신인 실바노와 함께 목동의 신인 파네(판)의 마음이 달라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파네 역시 다이아나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사랑의 감정으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나와 칼리스토. 티치안.

 

[2막] 엔디미오네는 다이아나에게 더욱 가깝게 가고 싶지만 다이아나의 모습은 찾아 볼수 없다. 다이아나는 달이 되어 하늘 높이서 엔디미오네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러다가 다이아나는 더 이상 엔디미오네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서 땅으로 내려와서 잠들어 있는 엔디미오네에게 키스를 한다. 그러자 엔디미오네가 금방 깨어나서 자기 앞에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다이아나가 서 있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한다. 엔디미오네는 자가의 마음 속 열망을 달성한 것이다. 두 사람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던 사티리노는 여자의 정절은 믿을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오베의 질투심 많은 부인인 주노네(주노)는 남편 지오베가 갑자기 세상을 찾아 갔던 것은 단순히 전쟁으로 황폐해진 것들을 살펴보기 위함만이 아니라고 의심한다. 주노네는 분명히 무언가 있다고 생각해서 직접 세상에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세상에 내려온 주노네는 칼리스토를 만난다. 칼리스토는 주노네에게 다이아나가 처음에는 자기에게 무척 사랑스럽게 대하다가 나중에는 차갑게 대하였는데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남편 지오베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는 주노네는 당장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짐작한다. 주노네의 의심은 잠시후 지오베가 아직도 다이아나의 모습으로 메르쿠리오와 함께 등장해서 메르쿠리오에게 칼리스토와 다음번 만나는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장면을 보고 분명해 진다. 분노한 주노네는 라이발인 칼리스토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한다.

 

다이아나의 모습을 한 지오베와 칼리스토

                       

엔디미오네는 전날 밤, 다이아나가 세상에 내려와서 자기에게 키스를 한 것을 생각하고 마침 지오베를 만나자 지오베에게 정절과 순결의 여신인 다이아나가 사실 알고 보면 그다지 순결하지 않다는 얘기를 한다. 다이아나의 사랑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파네, 실바노, 사티리노는 엔디미오네가 자기들의 사랑의 걸림돌이 된다고 믿어서 엔디미오네를 붙잡아서 죽일 생각을 한다. 메르쿠리오는 지오베에게 이번의 다이아나 일은 지오베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불필요하게 연루되어서 곤경을 겪지 말고 어서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엔디미오네는 다이아나가 자기를 마음에 두지 않고 버렸다고 믿어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린페아는 그렇다면 엔디미오네를 새로운 애인으로 삼아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다이아나(지오베)와 칼리스토가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3막] 칼리스토는 다이아나(실은 지오베)와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기다리고 있다. 다이아나 대신에 주노네가 나타난다. 주노네는 분노의 여신들과 함께 나타나서 칼리스토를 곰으로 만든다. 주노네는 라이발인 칼리스토를 곰으로 만들어 놓으면 지오베가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오베는 칼리스토가 불쌍하게 희생 당한 것을 알고는 칼리스토를 신으로 만들어 주고자 한다. 하지만 아무리 지오베라고 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다시 말해서 칼리스토를 종전의 아름다운 님프로 되돌려 놓을수는 없다. 그래서 지오베는 칼리스토가 이 세상에서 곰으로서의 삶은 마치게 되면 그 때에 창공의 별이 되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한편, 진짜 다이아나는 파네와 실바노의 손으로부터 엔디미오네를 구출한다. 이 모습을 본 파네 등은 다이아나가 외형적으로는 정절의 여신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분명히 육감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이아나는 엔디미오네를 자기의 연인으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그를 산속에서 영원히 잠들도록 만든다. 한편, 지오베는 칼리스토에게 내세의 영광을 보여주기 위해 궁창을 포함한 모든 장엄한 것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칼리스토에게 우르사 마조르의 별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아직 그 시기는 오지 않는다. 칼리스토는 지오베와 작별을 고하고 곰으로서 세상으로 돌아온다.

 

주노네의 저주를 받아야 하는 칼리스토

 

프란체스코 카발리는 17세기 중반에 베니스에서 최고의 존경을 받은 작곡가였다. 당시 베니스의 음악계는 종교적인 음악과 대중적인 무대로 나누어져 있었다. 카발리는 두 파트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다. 실제로 당시 베니스는 유럽에서 음악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도시였다. 베니스의 산마르꼬 대성당은 당대의 위대한 작곡가들을 소속으로 하고 있었다. 안드레아와 조반니 가브리엘리,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그리고 카발리도 이에 속한다. 카발리는 몬테베르디가 가장 총애하는 제자였다. 카발리는 산마르꼬에서 수십년을 보냈다. 처음에는 소년 소프라노로 봉사하였으며 나중에는 오르가니스트와 작곡가로서 일했다. 카발리의 초기 작품들은 대체로 산마르꼬 대성당을 위해 작곡한 것들이다. 카발리는 1668년에 마침내 대성당의 음악감독(maestro di cappella)로 임명되었다. 카발리는 그 직책을 8년 후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유지하였다. 그러한 경력과는 별도로, 카발리는 1639년에 베니스의 대중극장을 위해 그의 첫번째 오페라를 발표하였다. 산마르꼬 대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된지 하루 후의 일이었다. '테티와 펠레오의 결혼'(Le nozze di Teti e di Peleo)이라는 오페라였다. 베니스의 테아트로 산 카시아노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대성당에서나 들을수 있는 종교적인 음악과는 사뭇 다른 대중적인 음악이었다.

 

산중에 영원히 잠들어 있어야 하는 엔디미오네

 

카발리가 첫 오페라를 발표하던 때로부터 약 30년 전에 몬테베르디가 만투아 공작궁에서 그의 첫 오페라인 '오르페오'를 발표한 일이 있다. 오페라의 역사에 있어서 첫 작품이라고 볼수 있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오페라는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부유한 귀족들이 여흥의 목적으로 오페라 작곡을 위촉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후, 카발리는 처음으로 대중들을 위한 오페라를 작곡했다. 사람들이 표를 사서 극장에 들어와서 오페라를 관람하는 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카발리는 베니스를 위해서 30편 이상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우울한 내용의 것도 있고 신화적인 드라마도 있으며 저속한 코미디도 있고 천박한 내용의 코미디도 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약간은 유치한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대단한 변혁이 아닐수 없었다. 1651년에 작곡한 '라 칼리스토'는 저속하기도 하고 천박하기도 하면 외설적이기도 한 내용이다. 하지만 마음을 끄는 음악과 신들이라는 간판을 앞세운 육감적인 대사들이어서 일반대중들로부터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카운터테너 플라비오. 린페아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