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소프라노

음성의 스트라디바리 아냐 하르테로스

정준극 2014. 1. 24. 21:54

아냐 하르테로스(Anja Harteros)

그리스계 독일의 프리마 돈나

 

아냐 하르테로스

 

그리스 출신의 오페라 프리마 돈나라고 하면 우선 마리아 칼라스를 생각하게 되고 또한 아그네스 발차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소프라노 아냐 하르테로스를 생각하게 된다. 독일 쾰른에서 동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는 버그노이슈타트(Bergneustadt)에서 1972년에 태어난 아냐 하르테로스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아버지가 그리스인이다. 어머니는 독일인이다. 굳이 아버지를 들먹이지 않더라고 그의 얼굴 모습을 보면 그리스 계통인 것을 쉽게 알수 있다. 그리스는 고대로부터 여신과 같은 반듯한 미모의 여성들을 많이 배출했다. 아냐 하르테로스도 누가 그리스인이 아니랄것 같아서인지 한마디로 시원하게 잘 생겼다. 그러니 오페라의 어떤 역할을 맡아도 우선 인물로 한 몫을 본다.  하지만 정말 경탄할 것은 그의 음성이다. 힘이 있고 분명하다. 어떤 음악평론가는 아냐의 음성에 대하여 Die Stradivari unter den Stimmen 라고 표현했다. 아마 베를린의 Theater unter den Linden 을 생각해서 그런 표현을 한 것 같다. 아무튼 세계 최고라는 의미이다. 아냐 하르테로스가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들을 보면 그런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백작부인(피가로의 결혼), 돈나 안나(돈 조반니), 휘오르딜리지(여자는 다 그래), 아멜리아(시몬 보카네그라), 비올레타(라 트라비아타), 에바(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미미(라 보엠), 엘레트라(이도메네오), 엘리자베스 드 발루아(돈 카를로), 엘리자베트(탄호이저) 등이다. 대체로 보면 아무래도 독일 오페라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수 있다.

 

엘리자베스 드 발루아

 

아냐 하르테로스는 어릴 때부터 클래시컬 음악과 노래부르기에서 남들보다 다른 재능을 보여주었다. 아냐는 14세 때인 1986년부터 버그노이슈타트 초등학교의 음악선생의 적극적인 권유에 따라 인근의 큰 도시인 굼머스바흐에 가서 성악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아냐는 1990년 처음으로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하였다. 비록 학교오페라였지만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을 맡았다. 아냐는 1991년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쾰른음대에 가서 성악을 전공하였다. 아냐는 1992년부터 쾰른 오페라의 지휘자이며 오페라 성악가들의 연습코치인 볼프강 카스토르프로부터 본격적인 음악교육을 받을수 있었다. 그리고 1992년에 스위스의 슈비츠 칸톤학교에서 첫 독창회를 가졌다. 볼프강 카스토르프는 아냐의 콘서트 여행을 함께 다니며 반주를 하였다. 1993년과 1994년에는 러시아와 미국을 각각 방문하여 연주회를 가졌다. 세계는 비로소 아냐 하르테로스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독일에 돌아온 그는 겔젠키르헨과 부퍼탈에서 활동하고 있는 쉴러극장의 고정 단원이 되었다. 1996년에는 본 오페라단의 멤버가 되었고 지금도 그렇다.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시몬(플라치도 도밍고)과 아멜리아(아냐 하르테로스)

                         

1999년 여름에 아냐 하르테로스는 BBC 카디프 세계성악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의 성악가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후로부터 세계의 오페라 극장들은 서둘러서 아냐 하르테로스를 초청하기 시작했다. 아냐는 암스테르담, 함부르크, 드레스덴,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비엔나, 뮌헨, 에딘버러 페스티발, 잘츠부르크 페스티발, 도코, 리옹, 뉴욕의 초청을 받아 오페라에 출연했고 콘서트를 가졌다. 2004-2005년 시즌에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오텔로'의 데스데모나를 맡은 것은 아냐 하르테로스로서 오페라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해 준 것이었다. 데스데모나는 대성공이었다. 안냐는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관중들이 주는 특별상을 받았다. 그후 아냐는 베르디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활슈타프'의 앨리스 포드와 '아라벨라'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레퍼토리의 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 오페라에서 이탈리아와 영국의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안목을 넓힌 것이다. 아냐는 ㅁ미국의 산디에고 오페라와 특별한 관련을 맺고 있다. 아냐는 산디에고에서 2004년에는 처음으로 비올레타를 맡았으며 2005년에는 '시몬 보카네그라'의 아말리아를, 2011년에는 '장미의 기사'의 마샬린을 맡았다.

 

돈 카를로스에서 요나스 카우프만(돈 카를로스)

 

2006년은 아냐 하르테로스에게 가장 바쁜 해였다. 아냐는 잘츠부르크에서 엘레트라(이도메네오)를 맡았고

이어 파리의 국립오페라에서 돈나 안나를, 드레스덴의 젬퍼오페라에서 데스데모나를, 뮌헨의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아바벨라와 백작부인과 휘오르딜리지, 비올레타를, 비엔나 슈타츠오퍼에서는 백작부인, 돈나 안나를 맡았다. 세계에서 아냐만큼 바쁜 프리마 돈나도 찾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아냐는 여러 유명 지휘자들과 함께 공연했다. 예를 들면 주빈 메타, 제임스 르바인, 예수스 로페스 코보스, 페터 슈나이더, 실뱅 캄브렐링, 인고 메츠마허, 마르쿠스 슈텐츠, 이보르 볼턴, 안드라스 쉬프, 슈테판 솔테츠 등이다. 2008년에 아냐 하르테로스는 오슬로의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 개관기념으로 공연된 '돈 카를로스'의 새로운 제작에서 엘리자베스 드 발루아를 맡았다. 그때에도 주빈 메타가 지휘를 맡았다. 아냐는 이 시대의 뛰어난 프리마 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