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레이날도 한의 '시불레트' - 63

정준극 2014. 1. 29. 07:26

시불레트(Ciboulette)

레이날도 한의 3막 오페레트

프랑스 전통 오페레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

 

레이날도 한

 

우리는 오페레트(오페레타)라고 하면 '박쥐' 또는 '비엔나 기질'(Wiener Blut)과 같은 비엔나 오페레타를 생각하게 되지만 실상 오페레트가 꽃을 피웠던 곳은 파리이다. 프랑스의 오페레트는 벨르 에포크에 절정을 구가하면서 화려한 발전을 이룩하였다. 수많은 오페레트 작곡가 중에서도 오펜바흐는 프랑스 오페레트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널리 높인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프랑스의 오페레트는 슬며시 자취를 감추었다. 더 이상 두드러진 새로운 프랑스 오페레트가 나오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뮤지컬의 대두때문이라고 한다. 뮤지컬이 판을 치는 바람에 오페레트를 찾는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무튼 프랑스 오페레트의 전통을 마지막으로 장식한 작품이 레이날도 한의 '시불레트'라고 한다. 레이날도 한(Reynaldo Hahn: 1874-1947)은 베네주엘라의 카라카스에서 태어났으나 나중에 프랑스로 귀화하여 프랑스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다. 레이날도 한은 주로 오페레트를 작곡했다. 레이날도 한은 25편 정도의 오페라, 오페레트, 발레 판토마임, 꽁트 리릭크 등을 작곡했다. 그는 '모차르트'라는 타이틀의 코미디 뮤지컬도 작곡했다. 그의 음악은 위트가 있고 멜로디가 아름다워서 사랑을 받았다.

 

시장에서

 

'시불레트'는 레이날도 한의 무대 작품 중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것이다. 1923년, 그가 49세라는 완성된 시기에 작곡한 것이다. 시불레트는 레잘레(Les Halles)의 시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가씨의 이름이다. 평범하고 힘든 생활에서 벗어나서 인기인이 되고 돈도 많이 벌어서 화려한 생활을 꿈꾸고 있는 아가씨이다. 그래서 콘치타 시불레로라는 가명으로 쇼비즈니스에 진출한다. 그리고 돈많은 멋쟁이 남친도 생긴다. 결론적으로 오페레트 '시불레트'는 1차 대전이후 현실도피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표현하였다. 그래서인지 당시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여기에 레이날도 한의 거절할수 없는 매력적인 음악이 담겨 있다. 단순한 음악적 소재를 미묘한 하모니의 마력적인 음악으로 바꾸어 놓은 작품이다. '시불레트'는 프랑스 오페레트의 대명사인 오펜바흐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나하는 것을 연상케하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대본은 로베르 드 플러(Robert de Flers)와 프랑시스 드 크루아세(Francis de Croisset)가 썼다. 초연은 1923년 4월 7일 파리의 테아트르 데 바리에테(Theatre des Varietes)에서였다. 다시 말하지만 '시불레트'는 레이날도 한의 작품 중에서 가장 우아하고 세련된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 오페레트의 마지막 걸작으로 간주되는 작품이다.

 

시장바닥에서 꿈을 키우는 시불레트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시불레트(S), 제노비(Zenobie: S), 마담 팽그레(Madame Pingret: B-Bar), 마담 그르뉘(Madame Grenu: S), 뒤빠르케(Dupartquet: Bar), 안토닌(Antonin: T), 로저(Roger: Bar), 올리비에 메트라(Olivier Metra: Bar) 꽁테스 드 카스틸리오네(Comtess de Castiglione: S). 이밖에 관리들, 귀부인들, 시장 노동자들, 농부들, 남자 구혼자들, 손님들 등등. 무대는 파리이며 시기는 1867년으로 못박혀 있다.

 

[1막] 첫 장면은 레잘레 시장에 있는 '담배피는 개' 주점 안이다. 안토닌이 제노비와 함께 들어선다. 안토닌은 돈 푼깨나 있는 귀족 집안의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건달 겸 한량이다. 제토비는 오페라 '라 보엠'에 나오는 뮤제타와 비슷한 여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의 여자로서 직장에 다녀 근근히 생활을 하고 있지만 눈은 높고 사치를 좋아해서 할수 없이 돈많은 건달과 어울려 다니며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도 하는 입장이다. 주점에 들어선 제노비는 사람이 다 그러건지 모르지만 하여튼 함께 온 안토닌은 제쳐두고 저 쪽에 있는 로저에게 마음이 끌린다. 핸섬하게 생긴 군인이다. 그런데 일반 병사가 아니라 대위이다. 제노비는 어물쩍 하면서 마침내 로저와 합류한다. 한참후 안토닌에게 돌아온 제노비는 이제 노골적으로 안토닌보고 가라고 말한다. 사태를 눈치 챈 안토닌은 '좋다, 간다.'라고 말하고 다만 지금까지 제노비가 쓴 비용은 모두 저 대위가 내는 조건이라고 말한다. 1막의 2장은 새벽에 레잘레 시장의 한복판이다. 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마차에서 야채들을 내려 놓느라고 바쁘다. 시불레트가 나타난다. 팽그레 노파가 시불레트에게 캬베츠 더미 속에서 발견된 남자와 결혼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리고 탬버린을 연주하면서 청혼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 붙인다. 시불레트는 그 말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시불레트는 안토닌을 만나서 제노비가 딴 남자에게로 떠난 것을 위로한다. 안토닌은 시불레트의 마차에 올라타서 잠시후 그대로 잠이 든다. 사람들이 마차에 안토닌이 잠들어 있는 줄 모르고 캬베츠를 싣는다.

 

제노비와 안토닌과 대위

 

[2막] 오버빌예에 있는 어떤 농가이다. 시불레트에게 구혼하기 위해 여덟 명의 남자들이 교회 앞의 광장에 모여 있다. 시불레트가 뒤파르케와 함께 등장한다. 시불레트는 구혼자들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으면서 뒤파르케와 여행에 대한 얘기만 즐겁게 나눈다. 안토닌이 캬베츠 마차 안에서 잠에서 깨어난다. 그는자기가 어떻게 해서 시골에 있는지 이상하게 생각한다. 남자들은 한량으로 소문난 안토닌이 갑자기 모습을 보이자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이어 제노비가 친구들과 함께 나타난다. 시불레트는 일단 안토닌을 농가의 지하실로 데려다 주고 잠시 숨어 있으라고 한다. 그리고 제노비를 만나서 사람이 그러면 되느냐고 따진다. 제노비는 즉각적으로 자기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말한다. 지하실에 있던 안토닌이 나와서 시불레트와 제노비가 말다툼 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시불레트에게 그러지 말라면서 나무란다. 시불레트는 안토닌을 위해서 그랬는데 오히려 비난을 받자 속이 상한다. 뒤파르케는 자기가 한때 로돌포라는 이름으로서 여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뒤파르케는 시불레트를 유명한 왈츠 작곡가인 올리비에 메트라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고 제안한다. 시불레트는 만일 자기가 위대한 예술가가 된다면 안토닌을 자기 발 아래에 꿀릴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불레트는 연예계에 진출하겠다고 하며 이름도 콘치타 시불레로라고 바꾼다.

 

시장에서

 

[3막] 올리비에 메트라의 스튜디오이다. 뒤파르케는 이제 제노비와 완전히 갈라선 안토닌을 데리고 나타난다. 안토닌은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안토닌은 예전에 시불레트에게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한다. 잠시후 시불레트가 새로운 의상을 입고 나타난다. 안토닌은 그가 시불레트인 것을 알아 보지 못하고 시불레트의 모습에 반하여서 사랑을 받아 달라고 말한다. 시불레트가 노래를 부르자 안토닌은 그만 그 노래에 취해서 시불레트의 팔에 안긴다. 두 사람은 드디어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치불레트와 안토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