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소녀(Der Tod und das Mädchen) - Death and the Maiden
알폰스 카를 츠비커(Allfons Karl Zwicker)의 오페라
알폰스 카를 츠비커
'죽음과 소녀'(Der Tod und das Mädchen)는 프란츠 슈베르트가 1817년에 작곡한 가곡의 제목이다. 독일의 시인인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Matthias Claudius)의 '죽음과 소녀'라는 시에 피아노 반주를 붙인 가곡이다. 슈베르트는 1824년에 이 가곡을 주제로 하여 같은 제목의 현악4중주곡을 완성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아르헨티나-칠레 작가인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 1942-)이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로부터 영감을 받어 같은 제목의 극본을 썼다. 그 극본을 바탕으로 스위스 출신의 작곡가인 알폰스 카를 츠비커(Alfons Karl Zwicker: 1952-)가 역시 같은 제목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2012년 8월에 스위스의 장크트 갈렌(St Gallen) 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콘스탄체 호수(브레겐츠 호수)와 아펜젤러란트 사이에 있는 장크트 갈렌은 작곡자인 알폰스 카를 츠비커가 태어난 곳이다.
눈을 가린채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파울리나
이 오페라의 주요 등장인물은 세명이다. 38세의 파울리나 살라스(Paulina Salas: MS), 50세 쯤되는 제라르도 에스코바르(Gerardo Escobar: Bar), 역시 50세 쯤되는 로베르토 미란다(Roberto Miranda: T)이다. 제라르드는 변호사이며 로베르토는 의사이다. 오페라의 시기는 현대이며 장소는 아무 곳이나 상관이 없다. 우선 칠레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장기간의 독재 정권에서 벗어나서 비로소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선 나라이면 된다. 파울리나 살라스는 꿈많은 소녀시절에 독재정권에 항거하여 정치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오래동안 감옥생활을 하다가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서자 석방된 여인이다. 파울리나는 자기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 온 변호사 제라르도 에스코바르와 결혼하여 겉으로는 행복한 생활을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감옥에 있을 때에 당했던 온갖 비인간적인 행태 때문에 괴로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남편인 제라르도는 파울리나가 감옥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파울리나는 감옥에 있을 때에 그를 잡아둔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성폭행을 당했다. 그 중에서도 사디스트인 의사가 주도적이었다. 그런데 파울리나는 그 의사의 목소리는 들었지만 얼굴을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언제나 컴컴하게 해놓고 성폭행을 했다. 다만, 한가지 특이한 것은 그 의사는 그럴 때마다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곡인 '죽음과 소녀'를 틀어 놓았다. 그래서 파울리나는 혹시라도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들을 기회가 있으면 과거의 죽고 싶었던 경험 때문에 정신이상이 생길 지경이다.
지하실에 갇혀 있는 로베르토
이야기는 지금부터 1년 전쯤으로 돌아간다. 파울리나는 이제 교외의 한적한 곳에서 남편 제라르도와 함께 살고 있다. 제라르도는 명망있는 변호사로서 새로 들어선 민주정부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일 때에 정치적으로 희생 당한 사람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어느날 제라르도는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갔다가 자동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도중에 자동차의 타이어가 플랫이 되었다. 마침 지나가던 어떤 신사가 차를 세우고 제라르도를 도와 타이어를 갈아주었다. 그 사람은 의사로서 이름은 로베르토 미란다라고 했다. 제라르도는 고마워서 로베르토에게 자기의 집이 멀지 않으니 잠시 차라도 한잔 하면서 쉬었다 가라고 부탁한다. 로베르토는 별로 바쁜 일도 없다면서 자기의 차는 한쪽에 세워두고 제라르도의 차를 타고 그의 집으로 온다.
3자 대면
파울리나는 남편과 함께 온 사람의 말하는 소리를 듣고서 갑자기 큰 충격을 받는다. 바로 감옥에 있을 때에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틀어놓고 자기를 성폭행했던 바로 그 의사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파울리나는 로베르토를 붙잡아 두었다가 재판에 넘겨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방심하고 있던 로베르토를 지하실의 방에 가두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문을 단단히 잠근다. 파울리나는 로베르토로부터 범죄행위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고자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 제라르도이다. 제라르도는 파울리나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로베르토와 같은 사회적 신분이 있는 점잖은 사람이 그런 일을 자행했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더구나 파울리나는 결혼한 후에 단 한마디도 감옥에서 무차별한 성폭행을 당했었다는 얘기를 한 일이 없기 때문에 파울리나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제라르도는 로베르토의 변호사가 되겠다고 자청한다. 변호사는 일단 피의자를 무죄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제라르도는 파울리나로부터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하여 자세히 듣고 기록한다. 제라르도는 만일 파울리나의 말이 사실이라면 변호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제라르도는 파울리나의 모든 설명이 너무 정확하기 때문에 점점 믿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로베르토로부터 자백을 받을 조항들을 정리해서 얘기를 들어볼 생각이다. 제라르도는 아내인 파울리나를 정신적 공황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고 싶어한다.
로베르토로부터 자백을 받고자 하는 제라르도
파울리나는 자기의 이야기를 전부 정리해서 기록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서류를 로베르토에게 보여주고 서명을 받을 생각이다. 그런 다음에는 재판에 회부하기만 하면 된다. 파울리나는 로베르토를 개인적으로 해칠 생각이 없다. 자백만 받으면 그의 집으로 돌아가도록 할 생각이다. 그래서 남편 제라르도에게 길가에 세워 놓은 로베르토의 차를 가져 오라고 말한다. 그래야 로베로트가 자기의 차를 타고 자기 집으로 갈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잠시 나가고 집에는 로베르토와 파울리나 단 두 사람만이 있게 된다. 파울리나는 로베르토가 뉘우치지 않고 죄가 없다고 주장하자 그에게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고 크게 비난한다. 그리고 막이 내린다. 전편을 통해서 과연 로베르토가 그렇게 비열하고 잔혹한 행위를 했는지 확실히 알기 어렵다. 반면에 혹시 파울리나가 과거의 망상에 얽매여서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소설에서도 그렇지만 오페라에서도 과연 누가 죄가 있고 누가 죄가 없는지가 분명치 않다. 츠비커는 이 오페라에서 가해자와 희생자와의 관계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스토리의 심층적인 감동을 서로 연결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파울리나를 학대하고 있는 로베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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