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콘라드 서세이의 '변형' - 71

정준극 2014. 2. 9. 15:36

변형(Transformations)

콘라드 서세이(Conrad Susa)의 2막 실내오페라

앤느 섹스턴의 자서전적 시집에서 스토리 가져와

 

콘라드 서세이. 2013년에 향년 78세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현대작곡가.

 

오페라 '변형'(Transforamtions)은 미국의 콘라드 서세이(Conrad Susa: 1935-2013)가 음악을 붙인 2막의 실내오페라이다. 대본은 작곡자 자신이 '변형'의 원작자인 시인 앤느 섹스턴(Anne Sexton: 1928-1974)과 협동하여 작성했다. 앤느 섹스턴의 '변형'은 1971년에 나온 시집이다. 주로 독일의 그림형제가 정리한 동화들을 시로 정리해서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앤느 섹스턴은1967년에 Live or Die라는 시집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뛰어난 시인이었다. 그러나 생애는 불행하여서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다가 46세의 나이로 자살하였다.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인 콘라드 서세이는 미네소타 오페라단으로부터 새로운 창작 오페라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평소 알고 지내던 앤느 섹스턴을 만나 그의 '변형'이라는 시집을 바탕으로 오페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미네소타 오페라단은 미국의 현대작곡가들에게 창작오페라를 위촉하여 공연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서세이는 오페라 '변형'을 '2막의 엔터테인멘트'라고 말했다. 초연은 1973년 5월 5일 미네소타의 시더 빌리지(Cedar Village)극장에서 있었다. 초연에는 물론 앤느 섹스턴이 참석하여 콘라드 서세이와 함께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앤느 섹스턴은 이듬해인 1974년에 세상을 하직하여서 더 이상 '변형'의 공연을 보지 못했다. 앤느 섹스턴은 매사추세츠 웨스턴에 있는 자택에서 어머니가 입던 낡은 모피 코트를 입고서 자살하였다. 오페라 '변형'은 2013년에 콘라드 서세이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를 추모하자는 의도와 함께 그의 작품을 재조명해 보자는 생각들이 있어서 2014년에 여러 곳에서 공연이 계획되어 있다. 더구나 일찍 세상을 떠난 앤느 섹스턴에 대한 추모의 생각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페라 '변형'이 미국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현대 오페라의 하나로서 각광을 받게 된 이유로는 실내오페라라는 점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출연인원은 8명이며 오케스트라 앙상블도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공연에 부담이 없어서 작은 규모의 오페라단, 또는 음악원이 즐겨 공연하게 되었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인 여류시인 앤느 섹스턴. 향년 46세로 자살하였다.

 

콘라드 서세이는  미국의 현대오페라를 이끌어 왔던 중추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생전에 다섯 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변형'은 그의 첫 작품이다. 그후 1975년에 '검은 강'(Black River), 1984년에 '돈 펠림플린의 사랑'(The Love of Don Perlimplin), 1994년에 '현명한 여인'(The Wise Woman), 그리고 같은 해에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수 있는 '위험한 밀회'(The Dangerous Liaison)를 남겼다. '위험한 밀회'는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데일에서 태어난 그는 카네기공대를 거쳐 줄리아드에서 윌리엄 베르그스만(William Bergsman)등에게서 본격적인 작곡 수업을 받았다. 사세이(또는 서사)는 모든 것을 너무나 빨리 습득하고 응용하는 재능이 있었다. 특히 대위법같은 어려운 작곡기법을 사용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PDQ Bch(재빠른 바흐: Pretty Damn Quickly Bach)라고 불렀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음악원 작곡과장을 맡고 있으며 산디에고 올드 글로브극장의 상주작곡가로 활동하였으며 이밖에도 여러 직함을 가지고 미국 작곡계를 위해 헌신했다.

 

앤느 섹스턴의 올터 에고(alter ego)

 

오페라 '변형'은 1978년에 PBC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전미에 방영되었다. 시간상 약간 단축한 버전이었다. 그후 미국 각지에서 리바이발이 계속되었다. 주요 리바이발은 1980년 스폴레토 페스티발, 1982년 아스펜 음악자(르네 플레밍이 앤느 섹스턴의 역할을 맡음), 1987년 뉴욕시의 뉴욕오페라레퍼토리극장, 1996년에 뉴욕의 현대오페라센터, 1997년에 세인트 루이스 오페라극장, 1999년과 2010년에 피바디음악원, 2006년에 샌프란시스코오페라, 2007년 메릴랜드대학교 오페라스튜디오, 2010년 줄리아드음악학교에서였다. 유럽에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영국에서는 1978년에 EMTC(영국음악극장단)이 '변형'을 처음 공연했고 이어 2006년에 아일랜드의 웩스포드 오페라 페스티발에서 공연되었다. 그때 아이리쉬 타임스가 주관하는 최우수오페라제작상을 받았다. 유럽 대륙에서의 첫 공연은 2006년 스위스 로잔느에서였다.

 

 

오리지널 미네소타 오페라의 무대는 정신병원이었다. 그후 다른 곳에서의 공연도 미네소타의 전철을 밟아서 대체로 정신병원을 무대로 삼았다. 그러나 2006년의 샌프란시스코 공연은 1970년대 미국 도시의 교외에 있는 주택가에서 아웃도어 파티가 열리는 것을 무대로 삼았다. 그런가하면 2007년 메릴랜드대학교 공연에서는 디스코 춤이 인기를 끌던 1970년대 미국의 나이트클럽으로 무대를 삼았다. 1980년에 샌프란시스코 스프링 오페라가 미술궁전(Palace of Fine Arts)에서 공연을 가졌을 때에는 목가적인 아르카디아 세팅이 마련된 것이었다. 오페라 '변형'은 2막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의 대부분은 그림형제의 동화에서 스토리를 가져온 것이다. 섹스턴과 서세이는 원작에 있는 16개의 스토리 중에서 아홉개를 선정하여 오페라의 소재로 삼았다. 다만, 첫번째 스토리인 '황금 열쇠'(The Gold Key)는 그림형제의 동화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다. 다만, 그림형제의 동화 중에 The Golden Key라는 것이 있어서 흡사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는 하다. 각 장면의 스토리는 흥미롭게도 서론이 있고 결론이 있다. 결론은 마치 음악에서 코다(Coda)와 같은 형식이다. 코다에서는 작가가 그 이야기의 특성이 어떤 것인지 자기의 관점을 얘기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작에서 첫번째 스토리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는 오페라에서도 '황금 열쇠' 다음으로 나온다. 그리고 원작에서 마지막 스토리인 '브라이아 로우스'도 오페라에서 마지막에 나오도록 배열했다. 이야기의 순서는 어떤 중년의 사람이 악몽을 꾸면서 점차 상처받기 쉬운 모습으로 변형되어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내용은 각 장면에 대한 평론가의 견해이다.

 

난장이들에게 붙잡힌 계모

 

오페라 '변형'에는 여덟 명의 성악가들과 여덟 명의 오케스트라 앙상블이 나온다. 노래 부르는 사람들은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도록 되어 있다. 소프라노 2명, 메조소프라노 1명, 테너 3명, 하이 바리톤 1명, 베이스 바리톤 1명이다. 소프라노 중에서 한 명은 앤느 섹스턴의 역할을 맡는다. 오케스트라는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콘트라베이스, 전자 하프시코드, 전지 피아노, 전지 첼레스테, 전지 오르간, 그리고 타악기 각 1명씩이다. '변형'의 음악 스타일은 전자음악이 주류가 되고 있다. 여기에  주로 1940년대와 1950년대 미국의 대중 음악, 댄스 리듬이 융합되어 나온다.

 

- 소프라노 1: 왕자, 처녀, 젊은 시절의 앤느 섹스턴, 백설 공주, 라푼첼, 앤드류의 여동생, 그레텔, 브라이아 로우스

- 소프라노 2: 앤느 섹스턴, 마녀, 백설 공주의 계모인 왕비, 숙모, 마더 고탈, 앤드류의 여동생, 브라이아 로우스

- 메조소프라노: 착한 요정, 거울, 백사, 말하는 여인, 황금 스프링, 도펠갱어, 어머니, 앤드류의 여동생, 내레이터, 마녀, 열두번째 요정

- 테너 1: 마법사, 하인, 동물, 난장이, 의심스러운 남자, 왕, 트루만 카포테, 룸펠스틸트스킨, 야채, 탑, 원더풀 음악가, 계모, 열세번째 요정

- 테너 2: 마법에 사용되는 물건, 동물, 난장이, 개, 우리에 갇힌 남자, 정원사, 아기, 야채, 탑, 사냥꾼, 조약돌, 새, 요정

- 테너 3: 왕자, 벌레, 다리위의 소년, 메신저, 여우, 헨젤

- 하이 바리톤: 왕, 동물, 난장이, 바보, 아이언 한스, 남편, 탑, 늑대, 빵, 요정, 아버지

- 베이스 바리톤: 이웃나라 왕, 사냥꾼, 난장이, 새, 우는 남자

 

백설공주와 난장이들

 

[1막] 1장. '황금 열쇠'(The Gold Key). 섹스턴 자신인 스피커가 성인 관중들에게 그들의 성이 아니라 이름(first name)을 하나하나 부른다. 섹스턴의 또 다른 자아는 중년의 마녀이다. 어린이들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없다. 스피커는 어떤 16세 소년의 이야기를 해주며 대답을 구한다. 스피커는 우리 각자가 바로 그 소년일수도 있다고 말한다. 소년은 결국 황금 열쇠를 발견해서 그림 동화집을 연다. 그림 동화집은 변형된 상태로 등장한다. '황금 열쇠'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어떤 가난한 소년이 나무를 하다가 눈 밑에서 황금 열쇠를 하나 발견한다. 마침 그 옆에는 쇠상자가 하나 있다. 그것으로 끝이다. 사람들은 소년이 과연 황금 열쇠로 쇠상자를 열었는지에 대한 여부와 열었다면 그 상자 안에는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하여 당연히 궁금해 한다. 하지만 누구도 어떻게 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그저 기다려 볼수 밖에 없다. 독일 헤센지방의 전래 동화에 비슷한 내용이 있다. 그림 형제는 아마 헤센지방의 전래 동화로부터 '황금 열쇠' 스토리를 인용하지 않았나 싶다. 닭 두마리가 모이를 찾다가 퇴비 더미 속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발견한다. 두 닭은 의논을 해서 결국 상자를 연다. 상자 안에는 빨간색 비단을 댄 짧은 모피 조각 하나가 나온다. 여기서 끝이다. 만일 모치 조각이 좀 더 길었다면 얘기도 좀 더 길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2장.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여기에서 백설공주는 허영심이 많고 변덕이 심한 여자로 나온다. 백설공주는 어리숙해서 난장이들이 보호해 주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이다. 그런 백설공주는 나중에 사악한 계모의 거울 이미지가 된다.

 

3장. '백사'(The White Snake). 섹스턴은 결혼이란 것을 일종의 '죽음과 같은 정체'라고 조롱한다. 섹스턴은 어떤 젊은 커플에 대하여 '두 사람은 상자 안에 갇혀 있는 셈이다. 상자는 푸른 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겉으로는 평화스럽게 보인다. 하나의 관과 같다. 그래도 두 사람은 나날을 행복하게 영원히 살았다.

 

4장. '아이언 한스'(Iron Hans). 우리에 갇혀 있는 아이언 한스가 마침내 탈출한다. 이것은 섹스턴 자신이 정신이상에 대한 사회적인 반대감정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것을 비유로 설명한 것이다.

 

5장. '룸펠스틸트스킨'(Rumpelstiltskin). 독일에서는 룸펠슈틸첸(Rumpelstilzchen)이라고 부른다. 귀찮고 시끄러운 작은 도깨비를 말한다. 섹스턴의 모성에 대한 냉소적인 견해가 담겨 있는 장면이다. 도깨비는 새로 태어난 다른 모든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국화(artichoke)처럼 못생겼다. 그런데도 왕비는 그를 진주와 같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왕비는 옛날에 물방앗간 집 딸이어떤 아가씨였다. 왕비는 주인공이고 승자이지만 룸펠스틸트스킨은 반대자이며 패자로 등장한다.

 

 

[2막] 6장. '라푼첼'(Rapunzel). 섹스턴은 마녀인 마더 고탈(Mother Gothal)을 라푼첼과 사랑하는 레스비안으로 설정한다. 젊은 아가씨인 라푼첼은 마더 고탈이 붙잡아서 감옥에 가둔 형편이다. 오페라에서는 마더 고탈과 라푼첼이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여인은 영원히 청춘이라네'라는 듀엣을 부른다. 일각에서는 마더 고탈이 정신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섹스턴의 대고모가 아니겠느냐는 견해이다.

 

7장. '대부 죽음'(Godfather Death). 죽음에 대한 욕구와 공포를 동시에 다루는 내용이다. 첫번째 구절에서는 죽음을 내세의 시작으로 보지 않고 성적인 욕구불만의 상태로 표현하고 있다.

 

8장. '원더풀 음악가'(The Wonderful Musician). 원더풀 음악가는 바이올린으로 동물들을 매혹시켜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고 모두 덫에 걸리도록 한다. 섹스턴은 여성의 성적인 반응을 그런 음악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음악의 악마적인 힘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성이 희생양이라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9장. '헨젤과 그레텔'(Hansel and Gretel).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은 해피 엔딩이라기 보다는 음침한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두 어린이는 이들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의해 여러번이나 깊은 숲속에 내버려진다. 그러다가 사람을 잡아 먹는 마녀에게 붙잡혀 죽게될 운명이었지만 오히려 마녀를 난로 속에 집어 넣어 죽이고 살아 나온다. 섹스턴은 이 이야기를 그림 형제의 원작대로 흡사하게 이끌어 나가지만 실은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첫 장면에서 어머니는 자기의 어린 아들을 아주 귀여워하면서도 먹어 치우겠다는 노래를 부른다. '마녀의 자장가'이다. 어머니의 사랑과 식인주의와의 융합은 어머니의 언어가 점점 조소적으로 변하면서 분명해 진다. '나는 깨물어 먹고 싶네, 나는 씹어 먹고 싶네. 너에게 알맞은 후라이 팬이 있다네. 다리부터 분질러야지, 마치 암탉처럼...'이것이 자장가의 내용이다.

 

10장. '브라이아 로우스'(Briar Rose). 이 장면은 그림 형제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변형이다. 색스턴은 동화에 나오는 브라이아 로우스의 어머니를 내레이션에서 삭제하고 이야기의 끝 부분을 상당히 변경하였다. 오리지널에는 왕자가 100년 동안 잠들어 있는 브라이아 로우스를 키스로서 깨운다. 그리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결혼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섹스턴의 대본에서는 브라이아 로우스가 깨어나자 마자 처음 내뱉는 소리가 '아빠, 아빠'로 만들었다. 그리고 브라이아 로우스는 나머지 평생동안 불면증에 시달린다. 브라이아 로우스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상 짧다. 대신에 섹스턴 자신의 자사전적인 이야기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 아버지로부터 받은 성적학대, 그리고 혼수상태의 경지에 빠져 들어가는 일들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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