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줄리(Miss Julie) - Fröken Julie(프뢰켄 율리)
네드 로렘(Ned Rorem)의 풀 오페라
원작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August Strindberg)의 '프뢰켄 율리'
미국의 작곡가 네드 로렘
스웨덴의 극작가, 소설가, 시인, 수필가, 화가인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August Strindberg: 1849-1912)는 자연주의 작품으로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대표작은 1988년에 발표한 '프뢰켄 율리'(Fröken Julie)이다. 영어 제목인 '미스 줄리'(Miss Julie)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희곡이다. 19세기 스웨덴의 사회상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신분상의 계층, 불륜의 사랑, 욕망, 남녀평등사상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 서로 작용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당시의 고정적인 사회적 관념으로 보면 비정상적일지 모르지만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사고방식이나 도덕성까지도 급격히 변천하지 않을수 없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작품이다. 아무튼 '미스 줄리'는 세계적으로 대단히 유명해져서 수없이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영화로도 여러번 만들어졌으며 오페라로도 만들어졌다. 오페라로는 지금까지 같은 내용으로 4편이나 나왔다. 그중에서 아무래도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미국의 네드 로렘(Ned Rorem: 1923-)이 작곡한 '미스 줄리'일 것이다. 인디애나주 리치몬드 출신인 네드 로렘은 현대작곡가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고전에 바탕을 둔 온건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그리고 그는 사람이 아주 점잖고 지성적으로 생겨서 더욱 존경심을 갖게 된다.
원작자인 스웨덴의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네드 로렘은 1976년에 퓰리처 음악상을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8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1951년에 첫 오페라인 단막의 '어린시절의 기적'(A Childhood Miracle)을 내놓은 이래 '도둑들'(The Rubbers: 1956), '미스 줄리'(1965), '히어링'(Hearing: 1966-76), '베르타'(Bertha: 1968), '자매들이 아닌 세 자매'(The Three Sisters Who Are Not Sisters: 1968), 장 드 라 폰테인의 시에 의한 다섯 편의 짧은 오페라(마이크로 오페라)인 '우화'(Fables: 1971), 그리고 '우리 마을'(Our Town: 2005)이다. 그 중에서 '미스 줄리'와 '우리 마을' 만이 풀 오페라이고 다른 것들은 대개 단막의 짧은 작품들이다.
줄리가 약혼자인 닐스에게 자기를 사랑한다면 구두에 입맞춤을 하라고 강요한다.
스트린드베리의 '미스 줄리'(프뢰켄 율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른 오페라들로서는 1973년에 이탈리아-노르웨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안토니오 비발로(Antonio Bibalo: 1922-2008)가 작곡한 '미스 줄리'가 있으며 1977년에는 영국의 작곡가 겸 지휘자인 윌렴 알윈(William Alwyn: 1905-1985)가 작곡한 '미스 줄리'가 있고 벨기에의 원로 작곡가인 필립 뵈스만스(Phillipe Boesmans: 1936-)가 작곡하여 2005년에 브뤼셀의 라 모네에서 초연을 가진 '율리'(Julie)가 있다. 안토니오 비발로의 '미스 줄리'는 독일에서 특히 대히트를 기록하여 160회의 공연을 가진바 있다. 안토니오 비발로는 세계적인 문호들의 작품을 오페라로 만들기를 즐겨했다. 1989년에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오페라로 만들었고 1981년에는 입센의 희곡인 '유령'(Ghosts)을 오페라로 만들었으며 1996년에는 테네시 윌렴스의 '유리 동물원'(The Glass Menagerie)를 오페라로 만들었다. 영국 노스앰튼 출신인 윌렴 알윈은 오페라라기 보다는 무대작품으로서 여러 편의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은 제임스 엘로이 플레커(James Elroy Eleckeer)의 희곡인 '돈 후안'(Don Juan)을 오페라로 만든 '후안'(Juan)이다. 벨기에의 현대작곡가인 필립 뵈스만은 지금까지 여섯 편의 오페라를 발표했다. 첫번째는 1983년의 '기예의 열정'(La Passion de Gilles)이며 다음이 아서 슈니츨러의 소설 La Ronde을 바탕으로 만든 '레이젠'(Reigen: 1993),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The Winter's Tale)을 바탕으로 한 '겨울이야기'(Wintermarchen: 1999), 2005년의 '줄리'(율리), 이어서 '브루고느의 공주 이본느'(Yvonne, princesse de Bourgogne: 2009), 그리고 몬테베르디의 '포페아의 대관식'(L'incornonazione di Poppea)의 음악을 현대 실내오케스트라를 위해 오케스트라 파트를 전면 개편한 '포페아와 네로네'(Poppea e Nerone: 2012)가 있다.
왼쪽으로부터 안토니오 비발로, 윌렴 알윈, 필립 뵈스만스
또 한가지 스트린드베리의 '미스 줄리'와 관련하여 덧붙이고자 하는 사항은 1995년에 영국의 극작가이며 코미디언인 패트릭 마버(Patrick Marber: 1964-)가 '아프터 미스 줄리'(After Miss Julie)라는 '미스 줄리'의 후편을 연극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지금까지 '미스 줄리'라는 제목으로 나온 영화는 세편이 있는데 첫째는 1951년도 스웨덴의 작품으로 아니타 뵈르크와 울프 팔메가 주연한 것이고 두번째는 1999년 영국과 미국의 합작으로 MGM에서 나온 것으로 샤프론 버로우스와 피터 뮬란이 주연한 것이며 세번째는 2013년이 리브 울만의 감독과 제시카 체이스틴(Jessica Chastain)과 콜린 화렐(Colin Farrell)이 주연한 것이다.
1999년도 영미합작인 영화 '미스 줄리' 포스터
2막 오페라인 '미스 줄리'의 대본은 스트린드베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미국의 작가인 켄워드 엘름스리(Kenward Elmslie: 1929-)가 썼다. '미스 줄리'는 뉴욕시티오페라가 네드 로렘에게 위촉한 것으로 1965년 11월 4일 뉴욕시티오페라에서 초연을 가졌다. 공연시간은 두 시간이었다. 초연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네드 로렘은 1978년에 스코어를 수정하고 내용도 1막으로 축소하였다. 공연시간은 90분이 되었다. 수정본의 초연은 그해에 뉴욕리릭오페라에서였다. 네드 로렘은 단막의 '미스 줄리'를 다시 약간 수정하여 1994년에 맨하탄음악학교에서 공연했다. 이 버전은 '잘 정리되었으며 설득력을 지닌 뮤지컬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백작의 딸인 25세의 미스 줄리(S)는 상류사회의 엄격한 속박에서 일탈코자 하는 여성이다. 존(John: B-Bar)는 30세로서 백작 집안의 시종이다. 미스 줄리와 애정도피 행각을 벌인다. 크리스틴(Christine: MS)는 28세로 백작 집안의 요리사이다. 존과 사랑하는 사이였다. 닐스(Niels: T)는 38세로 미스 줄리와 약혼한 사이였으나 미스 줄리의 오만한 방종이 싫어서 파혼한 사람이다. 실제로 연극이나 영화에는 등장하는 백작은 오페라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밖에 와일드캣 보이(Wildcat boty: S), 마굿간 소년(Stableboy: B), 젊은 커플(S & T), 하인들, 농부들, 파티의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백작집의 부엌. 줄리와 존(장)과 크리스틴
이야기의 시기는 1880년대이며 때는 하지축제의 이브이다. 장소는 스웨덴의 어느 시골에 있는 장원의 하인들 구역이다. 스웨덴에서 하지축제는 크리스마스나 부활절과 마찬가지로 아마 가장 뜻깊은 축제일 것이다. 6월의 하지 날이 축제의 날이다. 밤이 없고 낮만 계속되는 날이다. 하기야 스웨덴에서는 6월 쯤 되면 낮이 점점 길어져서 밤 10시가 되더라고 낮처럼 훤하다. 물론 스웨덴만 그런 것이 아니고 북구의 나라들이 모두 그렇다. 긴 겨울을 어렵게 지내야 하는 이 사람들로서는 짧은 여름의 하지야말로 특별한 날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축제에 동참한다. 마을의 광장에 하지 폴이라는 꽃이나 나무 잎으로 장식한 기둥을 세우고 그 주위를 빙빙 돌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젊은이들이 그동안 숨겨 두었던 사랑을 고백하고 밤새도록 즐기는 날도 바로 하지축제의 날이다. 바로 이 하지축제의 이브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백작의 저택이다. 주인공인 미스 줄리는 백작의 딸이다. 원작에는 25세로 되어 있으므로 나이가 들만큼 든 아가씨이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마음대로 컸는지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이다. 게다가 순진해야할 처녀로서 마치 남녀관계에 대하여 알 것은 다 알고 있다는 듯 행동하는 아가씨이다. 하지만 아주 예쁘게 생겨서 뭇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처지이다. 물론 신분도 높으므로 웬만한 청년으로서는 감히 쳐다 보지도 못할 처지이다. 줄리는 닐스라는 청년과 약혼을 했다. 이제 적당한 날만 잡으면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다. 닐스는 나이가 30세이다. 미혼의 청년으로서는 나이가 많은 셈이다. 닐스는 사람이 아주 점잖고 지성적이다. 마치 이 오페라를 작곡한 네드 로렘처럼 점잖고 지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줄리에게 함께 멀리 도망가자고 권유하는 장
이날 낮에 줄리는 닐스와 만나서 하지축제의 이브를 어떻게 지낼지 의논하려했다. 아마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갖는 하지축제의 이브이르모 보통 사람들처럼 멋있고 의미있게 지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스웨덴에서는 예전부터 젊은 남녀가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남자는 친구들과 함께 총각파티를 가지며 여자는 여자대로 친구들과 함께 처녀파티를 갖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놀기 좋아하는 청춘 남녀들이라면 의례 그런 행사를 갖는다. 총각파티나 처녀파티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각자 알아보도록 하고 다시 줄리와 닐스에게로 돌아가 보면, 줄리는 닐스가 결혼 후에도 자기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할지 어떨지를 테스트해 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닐스에게 자기가 채찍을 휘두를 테니 이리저리 뛰면서 피해보라고 한다. 마치 창녀의 집에서 가학변태성욕자인 남자에게 채찍을 휘두르고 복종토록 하는 양상이다. 닐스가 자기는 그런 놀이에 익숙치 않다고 하면서 거절한다. 그러자 줄리는 닐스에게 자기의 구두에 입맞춤을 하라고 요구한다. 그것도 그런 형식이다. 닐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에라, 이번 한번뿐이다'라고 생각하고 줄리의 구두에 입맞춤을 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이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겨웠던 것이다. 그래서 줄리에게 '지금 이게 무슨 짓이요. 아니, 나를 어떻게 보고 이런 치사하고 유치한 짓을 시킨단 말이요. 참으로 역겹소이다'라고 소리친다. 그 말을 들은 줄리는 닐스가 자기에게 복종하지 않는 것을 대단히 기분나쁘게 생각하여 당장 약혼을 취소하자고 말한다. 닐스도 마침 그런 말을 하려던 참이어서 그러자고 간단히 대답한다.
오히려 장에게 복종하겠다고 말하는 줄리
닐스와 헤어진 줄리는 저텍의 부엌으로 기보려고 한다. 부엌에는 최소한 자기에게 굽실거리면서 얘기를 받아줄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부엌에서는 쿡으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틴이 프라이팬으로 무언가 요리를 만들고 있다. 하인인 장(존)이 들어오면서 크리스틴에게 '오늘밤 줄리가 상당히 들떠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한다. 장은 마을의 어떤 헛간에서 우연히 줄리를 만나 함께 춤을 추고 오는 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장은 크리스틴에게 줄리가 닐스를 훈련시키려다가 제대로 되지 않자 약혼을 파기했다는 얘기를 해 준다. 크리스틴은 줄리가 파혼을 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아도 기분이 들떠서 제멋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에 줄리가 부엌으로 들어선다. 장이 줄리를 아주 상냥하고 예의바르게 맞이한다. 줄리가 장에게 다시 춤을 추러 가자고 요청한다. 장은 만일 줄리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고 그렇다고 함께 가자니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날수도 있어서 곤란하므로 잠시 주저한다. 그러다가 '에라. 오늘은 하지축제의 이브가 아니던가?'라며 줄리와 함께 춤을 추러 나간다. 혼자 남은 크리스틴은 부엌을 청소한다.
영화에서의 줄리. 메릴 스트립
잠시후 줄리와 장이 돌아온다. 두 사람은 무엇이 그렇게도 재미있는지 시시덕 거리며 웃고 난리도 아니다. 크리스틴은 부엌의 난로 옆에서 잠들어 있다. 장은 줄리의 명령에 의해 줄리의 구두에 입맞춤을 한다. 물론 약간 우쭐대면서 일부러 하는 행동이다. 줄리는 마치 꿈을 꾸듯 잠시 딴 생각을 한다. 자기의 신분이 하향되어 하인들처럼 되었다는 생각이다. 장도 잠시 딴 생각을 한다. 자기의 신분이 상승되어 백작의 딸과 함께 지내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 줄리는 장에게 지금까지 누구를 사랑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장은 실은 어릴때부터 줄리를 마음에 두고 혼자서 사모해 왔다고 털어 놓는다. 장은 백작의 저택 밖에 있는 어떤 황량한 들판의 집에서 자라났다고 말한다. 그의 오두막집 창문을 통해서 백작 저택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날 양파 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을 때에 눈을 들어 백작 저택의 정원을 바라보니 정원의 한 쪽에 있는 터키식 정자가 있는 것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고 한다. 장은 자기도 모르게 정자에게 매혹되어 정원을 가로질러 정자까지 들어가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잠시후 정자에 누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장은 급한대로 정자의 마루 바닥 밑에 있는 공간에 숨었다고 한다.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줄리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장은 줄리를 짝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은 줄리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나마 보기 위해 다음 주일에 교회를 갔다고 한다. 그렇게 한번만 다시 보고는 죽어버리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 죽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얘기다.
장이 줄리를 어렸을 때부터 사모해 왔고 짝사랑을 참기가 힘들어서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말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절망하는 줄리
줄리는 장의 말에 감동하여 호수로 함께 가자고 말한다. 호수로 함께 가자는 것은 함께 목욕을 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일수 있다. 하기야 밤이 없는 하지날이므로 사방이 어둡지는 않기 때문에 호수에 가더라도 걱정할 것은 없다. 하지만 장은 줄리에게 만일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인다면 자기야 상관 없지만 줄리의 명예가 손상될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한다. 갑자기 집 밖에서 사람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무슨 저속한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가만히 들어보니 줄리와 장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놀리는 내용이다. 장은 줄리에게 저런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면 더 놀리고 난리를 칠 것이니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말한다. 장은 그러면서 자기 방으로 가면 조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부엌 밖에서 계속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잠시후 줄리와 장이 부엌으로 돌아온다. 이들의 표정을 보니 두 사람이 장의 방에서 섹스를 한 것이 분명하다. 장은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와 줄리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제는 더 이상 이 저택에 머물러 있을수 없다고 결심한다. 장은 전부터 북부 이탈리아로 가서 호텔을 하나 경영하고 싶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줄리는 장에게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확실하게 밝혀 달라고 채근한다. 그러면서 이제 자기는 장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자 장은 갑자기 마치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줄리에게 냉정하자고 말한다. 줄리는 장에게 호텔을 열자면 돈이 필요할터인데 그 돈은 어디서 날 것이냐고 묻는다. 줄리는 자기는 현재 아무것도 상속 받은 것이 없으므로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말한다. 장은 그렇다면 자기의 계획은 물건너 갔다면서 비웃듯이 말한다. 장은 줄리가 백작의 딸이므로 돈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여 함께 멀리 도망갈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줄리는 신경질적으로 되면서 자기 등 뒤에서 자기를 비웃는 사람과는 살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은 줄리에게 아무런 동정심도 없다. 장은 줄리를 창녀라고 매몰차게 얘기한다. 그리고 아까 자기가 정원의 정자에서 줄리를 처음 보고 사모하는 심정이 되어 죽을 결심까지 했다는 얘기는 줄리에게 듣기 좋으라고 꾸며낸 얘기라고 말한다. 뜻밖에도 그런 소리를 들은 줄리는 마치 큰 방맹이로 한대 얻어 맞은 듯한 느낌이다. 그러면서 줄리는 자기가 장으로부터 그런 모욕을 당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의 잘못이므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줄리는 크리스틴에게도 함께 멀리 도망가자고 말하지만 크리스틴은 듣지 않는다.
장이 줄리에게 새로운 제안을 한다. 함께 멀리 도망가자는 것이다. 줄리는 먼저 장에게 자기의 과거 생활이 어떠했는지 들어보라고 말한다. 줄리의 어머니는 독립심이 강해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저택을 홀로 운영코자 했다. 결국 저택을 퇴락시키는 역할만 했다. 마침내 줄리의 아버지가 집안 운영을 책임맡았다. 어머니는 병에 걸려 누워 있기만 했다. 얼마후 저택에 알수 없는 불이 났다. 줄리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친구로부터 돈을 빌려서 장원을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이 말을 가로채면서 자기도 그 사건을 알고 있는데 불을 낸 사람은 다름 아니라 줄리의 어머니이며 돈을 빌려야 한다는 친구는 실은 줄리 어머니의 애인이라고 말한다. 줄리는 매사에 어머니 편이어서 결국 남자를 미워하면서 자랐다. 얼마후 줄리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장은 줄리의 장황한 설명에 대하여 지루하고 피곤하다면서 줄리도 무슨 병에 걸린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줄리는 장에게 자기가 이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해 달라고 간청한다. 장은 나중에 백작이 분명히 자기를 크게 책망할 것 같으므로 기왕에 그렇게 될바에는 줄리와 함께 도망가기로 결심한다. 줄리는 도망갈 준비를 하기 위해 부엌에서 나가 자기 방으로 간다.
영화 '미스 줄리'의 한 장면. 줄리와 장.
크리스틴이 들어온다. 크리스틴은 장에게 아침에 교회에서 만나기로 해 놓고 왜 여태까지 여기 있느냐고 묻는다. 오늘 아침 설교는 세례 요한이 헤롯에게 죽임을 당한데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장은 크리스틴에게 줄리와 함께 잤다고 고백한다. 크리스틴은 장의 그 말에 역겨움을 느끼고 이제는 더 이상 이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크리스틴은 장과 줄리가 함께 멀리 도망가기로 한 것을 알지 못한다. 갑자기 백작이 돌아온 소리가 들린다. 크리스틴은 집에서 나간다. 하지의 밝은 태양이 중천에 높이 떠 있다. 마치 하지축제 전날 밤에 일어났던 온갖 사악한 일들을 단숨에 씻어 버리려는 듯한 햇빛이다. 마침내 줄리가 나타난다. 여행복을 입었다. 그리고 손에는 작은 새장 하나를 들고 있다. 카나리아이다. 장은 줄리에게 카나리아 새장을 들고 떠날수는 없으니 버리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를 죽이겠다고 말한다. 결국 화가난 장이 새장에서 카나리아를 꺼내어 칼도마 위에 얹어 놓고 칼로 목을 내리쳐서 죽인다. 기가막힌 줄리가 '나도 죽여라!'라고 소리친다. 줄리는 칼도마 앞에 와서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줄리는 장의 목을 칼도마 위에 놓고 잘라버리고 싶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장의 피로 흔건히 고인 풀장에서 수영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줄리는 장과 함께 떠나지 않고 집에 남겠다고 말한다. 줄리는 아버지인 백작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생각이다. 그러면 백작은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서 아마 죽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부엌에서 장이 자기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죽겠다고 협박하는 줄리
마침 크리스틴이 돌아온다. 줄리는 크리스틴에게 제발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크리스틴이 거절한다. 절망한 줄리는 그런 중에도 하나의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셋이서 함께 도망가서 함께 호텔을 열고 장사를 한다는 아이디어이다. 크리스틴은 두 사람에게 죄를 참회하고 구원을 얻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중된 자가 처음이 된다는 말도 덧붙인다. 크리스틴은 밖으로 나가면서 마굿간에서 일하는 아이에게 두 사람이 멀리 떠나지 못하도록 마차를 준비 해주지 말라고 말하겠다고 한다. 줄리는 일이 제대로 안 풀리는 것 같자 장에게 당신이 나라고 하면 지금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줄리는 장의 가방에서 면도칼을 꺼내 들고 허공에 그으면서 '이렇게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벨이 두번 울린다.백작이 돌아와서 장을 찾는다는 벨소리이다. 줄리는 기진맥진하여 장에게 제발 자기를 도와 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불명예로부터 구원해 준다면 이제부터는 마치 말 잘듣는 개처럼 말을 잘 듣겠다고 약속한다. 장은 백작이 자기를 찾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줄리는 장에게 이제부터는 하인이 아니라 백작인 것처럼 행동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를 마치 최면술에 걸린 사람처럼 만들어 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장은 줄리의 귀에 입을 대고 아주 치명적인 지시를 한다. 줄리는 장에게 처음된 자가 은혜의 선물을 받게 되느냐고 묻는다. 장은 은혜를 약속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줄리가 나중된 자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줄리는 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간다. 또 다시 벨이 두번이나 울린다. 장이 줄리에게 죽을 것을 명령한다.
줄리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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