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세자르 쿠이의 '마테오 활코네' - 73

정준극 2014. 2. 12. 11:25

'마테오 활코네'(Mateo Falcone)

러시아 국민음악 5인조 중의 하나인 세자르 쿠이의 단막 오페라

 

세자르 쿠이

 

'마테오 활코네'(Mateo Falcone)는 세자르 쿠이(Cesar Cui: 1835-1918)의 단막 오페라이다. 원작은 프랑스의 프로스퍼 메리메(Prosper Merinee)이다. 프로스터 메리메는 저 유명한 '카르멘'(1845)의 원작자이다. 메리메의 1829년도 단편인 '마테오 활코네'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시인이며 극작가인 바실리 추코프스키(Vasily Zhukovsky)가 러시아국민음악파 5인조의 한 사람인 세사르 쿠이를 위한 오페라 대본(운문시)을 만들었다. 메리메의 원작에는 '코르시카식 방법'(Les moeurs de Corse: The Ways of Corsica)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코르시카의 어떤 아버지가 아들이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고 믿어서 불과 10여세 밖에 되지 않는 아들을 처형했다는 내용이다. 코르시카 사람들이 명예를 죽음보다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하나 밖에 없는 어린 아들이 가문의 명예르 손상했다고 해서 죽일 필요까찌 있겠느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킨 소설이다. 하지만 시사하는바는 크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는 교훈을 줄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도대체 범인을 숨겨준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것도 옳은 말이기는 하다. 그건 그렇고, 소설 '마테오 활코네'는 단편이지만 상당히 복잡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대체로 다섯가지 관점을 표현하고 있으며 최소한 네가지의 '삶의 방법'(오리지널 타이틀에서는 방법을 moeurs 라고 표기했다.)을 제시하고 있다. 메리메의 주제들은 배반과 명예, 야만적인 행동과 문명 생활, 복수와 준법, 관습과 도덕을 포함하고 있다.

 

마테오와 군인들

 

'마테오 활코네'는 1907년 12월 14일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단막이기 때문에 세자르 쿠이의 다른 오페라인 '만다린의 아들'(The Mandarin's Son)과 2본 동시공연이 되었다. '마테오 활코네'의 초연은 어쩐 일인지 실패로 돌아갔다. 아마도 스토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것 같다. 아무튼 그로부터 이 오페라는 러시아에서 스탠다드 레퍼토리의 리스트에 올라가지 못했다. 즉, 거의 다시 공연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공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저 이런 오페라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용이 교육적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교육적 내용인지에 대하여는 앞에서도 잠시 설명했듯이 논란이 많다. 그런 논란 때문에 리바이발이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단막이기 때문에 학교 오페라로서는 적당할지 모르지만 기성 오페라극장에서의 공연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사족이지만, '마테오 활코네'는 세사르 쿠이의 마지막 세편의 짧은 오페라 중의 하나이다. 다른 두 편은 '역병 시기의 잔치'(Feast in Time of Plague)와 '마드무아젤 피피'(Mademoiselle Fifi)이다.

 

포루트나토의 환심을 사고 있는 감바

 

'마테오 활코네' 텍스트는 세자르 쿠이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대사를 읽는 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여기에 슬라브적인 조금은 과장된 멜로디를 쉽게 붙일수 있도록 작성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알렉산더 다르고미츠스키가 '석상손님'에서 멜로디적인 레시타티브를 사용한 것과 흡사하다. 그래서인지 쿠이의 '마테오 활코네'에서는 넘버링에 의한 곡목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음악적 하일라이트는 목가적인 장면을 표현하는 듯한 오케스트라 파사지(악절)이다. 어찌보면 바르카롤레 스타일이다. 이와 함께 라틴 기도송과 같은 음악도 나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베 마리아를 부를 때이다. 아베 마리아는 쿠이의 예술 가곡을 연상케 한다. 등장인물은 간단하다. 아버지 마테오 활코네(Bar), 어머니 주세파(S), 이들의 아들인 포르투나토(A), 코르시카의 목수인 프레드릭(Bar), 밀수꾼인 자네토 산피에로(Gianetto Sanpiero: T), 마을 경비대장인 감바(Gamba: B), 그리고 몇 명의 병사들이 등장한다.

 

포르투나토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자네토

 

무대는 코르시카이며 시대는 1800년대이다. 어떤 자료에는 시대를 17세기라고 표현한 경우도 있다. 장소는 구체적으로 코르시카의 고원지대로서 코르테(Corte)와 마키스(Maquis)의 중간 지역이라고 되어 있다. 이 지역은 범법자들이 당국의 눈을 피해서 숨어 들어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48세의 마테오 활코네는 양을 키우는 목장을 가지고 있으며 딸 셋과 아들 하나를 두었다. 딸들은 모두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고 늦게 본 아들 포르투나토만이 함께 살고 있다. 마테오는 의리가 있고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포르투나토는 열 살의 어린아이이다. 어느날 오후에 아버지 마테오는 양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산으로 올라간다. 어머니인 주세파도 함께 간다. 아들 포르투나토만이 집에 남아 있다. 포르투나토는 가을 햇살 때문에 졸고 있다. 포르투나토는 졸면서 며칠 후에 마을로 내려가사 삼촌과 저녁을 먹을 것을 생각하여 기분이 좋다. 삼촌은 마을에 주둔하고 있는 경비대의 대장으로 마을에서는 그래도 행세깨나 하는 처지이다. 갑자기 가까이서 총소리가 들린다. 포르투나토의 집으로 통하는 언덕 길에 어떤 부상을 입은 사람이 나타난다. 다리에 총상을 입었는지 제대로 걷지 못한다. 그 사람은 포르투나토를 보더니 혹시 마테오 활코네의 아들이냐고 묻는다. 그는 마치 포르투나토의 아버지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자기 이름이 자네토 산피에로(Gianetto Sanpiero)라고 말하면서 포르투나토에게 잠시 숨겨 달라고 부탁한다. 포르투나토는 처음에는 자네토를 숨겨 주기를 거절한다. 아마 죄를 짓고 쫓기는 사람이 분명할 텐데 그런 사람을 숨겨주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네토가 은화 한 닢을 주겠다고 하자 그를 건초더미 속에 숨도록 한다.

 

아들의 목숨보다는 명예를 더 중요하게 여긴 마테오가 포르투나토를 죽이고자 한다.

 

잠시후 군인들이 나타난다. 여섯명이나 된다. 티오도로 감바(Tiodoro Gamba)라는 사람이 군인들을 지휘하고 있다. 감바는 포르투나토에게 '네가 마테오 활코네 씨의 아들이냐?'고 묻는다. 그도 마치 로르투나토의 아버지인 마테오 활코네를 잘 알고 있다는 식이다. 감바는 포르투나토를 사촌이라고 다정하게 부른다. 분명히 포르투나토의 아버지와 먼 친척이 되는 모양이다. 감바는 방금 전에 도망가고 있는 어떤 수상한 사람 하나를 보았느냐고 묻는다. 포르투나토는 감바의 질문에 어물어물 대답하며 안다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얘기를 하지 않는다. 감바는 포르투나토가 틀림 없이 밀수꾼 도망자와 무슨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감바는 포르투나토에게 제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때리겠다고 위협한다. 그렇지만 포르투나토는 자기가 마테오 활코네의 아들이라는 것만 얘기한다. 포르투나토는 감바가 자기를 때리면 아버지 마테오 활코네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므로 감히 자기를 때리지 못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마침내 감바는 포르투나토에게 반짝이는 에나멜 시계를 보여주며 도망자가 어디 있는지 말해주면 시계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감바는 시계를 포르투나토의 얼굴에 바짝 대면서 포르투나토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포르투나토의 표정은 분명히 갈등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어떻게 할까? 시계를 가지고 도망자가 건초더미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말할까? 그렇지 않으면 모른척 할까? 포르투나토는 고민을 한다. 그럴수록 감바는 시계를 포르투나토의 코앞에서 달랑거리면서 가지고 싶은 욕구를 더 자극한다. 포르투나토는 가쁜 숨만 내쉬며 정말로 어찌해야 할지 주저하고 있다. 시계는 포르투나토가 갖고 싶어하던 귀한 것이다. 그까짓 은전 한 닢과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포르투나토는 마침내 오른 손을 내밀어서 시계를 잡는다. 시계의 앞 면은 파란색이다. 케이스는 새로 만든 것 같다. 시계는 햇빛에 비쳐서 아름답게 반짝인다. 유혹은 너무나 컸다.

 

어머니 주세파가 아들을 처벌하려는 마테오에게 그러지 말라고 간청한다.

 

포르투나토는 뇌물을 받아 들고는 고개를 돌려 건초더미를 가르킨다. 군인들이 달려가서 건초더미 속에 숨어 있던 자네토를 찾아낸다. 자네토는 포르투나토에게 '네가 그럴줄을 몰랐다. 어디 두고 보자'라면서 저주한다.포르투나토는 자네토에게서 받은 은전 한 닢을 갖지 않겠다고 하면서 던져준다. 자네토는 순순히 군인들에게 손을 내밀어 밧줄로 묶도록 한다. 군인들은 비록 자네토가 군인 한 명을 죽이고 또 한 명은 부상을 입혔지만 그를 존중하여서 정중하게 대한다. 잠시후 마테오와 주세파가 집으로 돌아온다. 감바가 마테오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드리고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를 설명한다. 군인들이 감바를 데리고 떠난다. 감바로부터 얘기를 들은 마테오는 주세파에게 포르투나토가 자기 아들이 분명하냐고 화가나서 묻는다. 포르투나토는 그제야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마테오의 발 앞에 엎드려서 눈물을 흘리며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마테오는 포르투나토에게 자기를 따라서 저 언덕으로 가자고 말한다. 마테오와 포르투나토가 산 속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에 어머니 주세파는 집 안에서 성모상 앞에 꿇어 앉아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산꼭대기에 온 마테오는 아들 포르투나토에게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라고 말한다. 포르투나토가 기도를 마치자 마테오가 소총을 집어든다. 포르투나토가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만 마테오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마테오는 마침내 소총을 들어 어린 포르투나토를 쏜다. 마테오는 평소에 포르투나토를 집안의 희망이라고 말해왔다. 포르투나토라는 이름은 '행운아'라는 뜻이다. 포르투나토라는 이름은 마테오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마테오에게는 자식에 대한 사랑보다도 명예가 더 중요했다.

 

아들 포르투나토의 죽음을 애통해 하는 주세파

 

[만다린의 아들](The Mandarin's Son) - Syn mandarina

'마테오 활코네'의 초연에서 이 오페라와 함께 공연된 작품은 세사르 쿠이의 '만다린의 아들'이었다. 쿠이가 1859년에 작곡한 단막의 코믹 오페라이다. '만다린의 아들'은 쿠이가 '마테오 활코네'를 완성한 때로부터 거의 50년 전에 만든 것이다. '만다린의 아들'이 생페터스부르크에서 공연되고 있을 때에 프랑스의 다니엘 오버가 작곡한 Le cheval de bronze(청동말)도 모스크바에서 공연되고 있었다. 오버의 '청동말'은 '만다린의 아들'과 스토리도 비슷하고 무대 세팅도 비슷했지만 그렇다고 '만다린의 아들'이 '청동말'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 쿠이는 '만다린의 아들'을 자기의 신부인 말비나 밤버그(Mal'vina Bamberg)에게 헌정하였다. 쿠이와 말비나 밤버그는 그 전해에 결혼했다. '만다린의 아들'의 초연은 1859년 2월 22일 생페터스부르크에 있는 쿠이의 처남의 집에서 있었다. 피아노 반주만의 공연이었다.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가 만다린의 역할을 맡았고 쿠이의 부인인 말비나가 여관집 주인의 딸을 맡았다. 첫번째 일반인을 위한 공연은 1878년 12월 7일 생페터스부르크 예술가 클럽에서였다. 그후 '만다린의 아들'은 제정러시아에서 그나마 자주 공연된 오페라였다. 그러다가 쿠이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자취를 감추고 러시아의 레퍼토리에서 사라졌다. 최근에 리바이발 된 것은 1998년 모스크바의 포크로부스키 실내음악극장에서였다.

 

장소는 중국의 어떤 여관이며 시기는 어느 때든지 상관 없다. 그저 고대면 된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여관주인은 자기 딸 레디(Ledi)가 여관의 하인인 무리(Muri)와 좋아지내는 것을 알고 무리에게 나가라고 말한다. 레디가 나가지 말라고 간청하지만 무리는 사람은 떠날 때가 있으면 만날 때가 있는 법이라면서 레디와 아쉬운 작별을 한다. 한편, 나라의 고관인 만다린이 오래전에 잃은 아들을 찾아서 이 마을까지 온다. 두말 하면 잔소리이지만 여관에서 하인으로 있었던 무리가 만다린의 아들인 것으로 밝혀진다. 레디가 기뻐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