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정체를 밝힌 에우로파' - 74

정준극 2014. 2. 15. 11:33

정체를 밝힌 에우로파(Europa riconosciuta) - Europa Revealed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2막 오페라

 

안토니오 살리에리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 1750-1825)라고 하면 '아니, 그 사람! 모차르트를 시기하여서 모차르트를 죽게 만든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살리에리는 '아마데우스'라는 영화, 또는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단막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에서 볼수 있는것 처럼 모차르트를 시기하여서 은밀하게 독약을 먹여 죽였다고 의심을 받고 있지만 그건 별로 근거가 없는 얘기이며 그저 소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 편할 것이다. 기록상으로는 살리에리가 영화와는 달리 모차르트를 상당히 도와주었고 모차르트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유가족들을 돌보아 주기도 했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살리에리가 실제로 모차르트의 서거에 관련이 있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 얘기는 그것으로 그치고 살리에리를 오페라와 관련하여 다시 소개하자면 그는 실로 당대의 뛰어난 오페라 작곡가였다. 거의 40편에 이르는 오페라를 남겼다. 그중에서 '정체를 밝힌 에우로파'는 몇가지 면에서 오페라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작품이기에 소개코자 한다.

 

오리지널 제목이 Europa riconosciuta(에우로파 리코노스키우타)라고 되어 있는 것을 우리 말로 '정체를 밝힌 에우로파'라고 번역하였지만 이는 순전히 필자의 주관에 땨른 것이며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표명코자 한다. 또한 오페라 제목으로서 마땅치 않다는 생각임을 첨가코자 한다. 달리 번역할 말이 없어서 '정체를 밝힌 에우로파'라고 해보았을 뿐이다. 이 오페라가 근자에 관심을 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778년에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을 가진 이래 스코어가 사라지는 바람에 살리에리의 그런 오페라가 있었다는 것만 기록으로 알고 있었을 뿐이며 실제로 어떤 음악과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고 지냈다. 말하자면 '잃어버린 오페라'였다. 이 오페라의 라 스칼라 초연에는 작곡자인 살리에리가 직접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면서 오케스트라를 지휘도 했다고 알려졌다. 아무튼 1778년 8월 3일에 라 스칼라에서 공연되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그후로는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누구도 이 오페라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1년에 라 스칼라를 대대적으로 수리보수키로 결정이 되어 옛날 창고들은 물론 라 스칼라 도서실도 차제에 정리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라 스칼라 도서실의 케케묵은 옛날 서류더미 속에서 '정체를 밝힌 에우로파'의 스코어를 발견하였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음악학자들이 모여들어 조심스럽게 조사를 하였다. 2백 20여년 만에 햇빛을 보는 스코어였다. 2004년 12월의 리바이발은 TV로 생중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을 짧고 예술은 길다'는 값진 감동을 주었다. DVD로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오리지널 스코어는 필사본이기 때문에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잉크 색이 변질되고 변색된 부분도 있어서 제대로 알아보기가 어렵기도 했다. 게다가 종이가 해어져서 떨어져 나간 곳도 있었다. 라 스칼라 측은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복구 작업을 착수했다. 스토어 복원의 타겟은 라 스칼라의 보수공사가 완료되는 2004년으로 잡았다. 그리하여 여러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정체를 밝힌 에우로파'는 2004년에 완전 복구되었고 그해도 저물어 가는 12월 7일에 라 스칼라 재개관 기념으로 공연되었다.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했다. 2백 26년만의 리바이발이었다. 주요 출연진은 다섯명이다. 타이틀 롤인 에우로파(Europa)는 1778년 초연 때에 소프라노 마리아 발두치(Maria Balducci)가 맡아서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2004년 리바이발에서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재능있는 소프라노의 한 사람인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가 맡았다. 크레테 왕인 아스테리오(Asterio)는 초연 때에 카스트라토가 맡았으나 리바이발에서는 소프라노 제니아 퀴마이어(Genia Kuhmeier)가 맡았다. 그리고 에우로파와 약혼한 이세오(Isseo)왕자도 초연에서는 카스트라토가 맡았으나 리바이발에서는 당대의 메조소프라노 다니엘라 바르첼로나(Daniella Barcellona)가 맡았다. 에우로파의 조카인 세멜레(Semele)도 소프라노이다. 그러고보면 주요출연진 다섯 명 중에서 티르왕국의 왕관을 탐내고 있는 에지스토(Egisto)만이 테너이고 나머지는 모두 여성이었다. 그것도 흥미있는 일이다.

 

또 하나 이 오페라가 특별한 것은 오페라의 장르로 볼때 전통적인 오페라 세리아에 속한다고 볼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것 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페라 부파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것도 그런 인식을 갖게 해주는 일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전통적인 오페라 세리아에서는 살인을 해야 할 경우 관중들이 보는 무대 위에서는 하지 않았다. 일종의 예의였다. 그러나 이 오페라에서는 살인 장면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게 설정했다. 또한 오페라 세리아에서는 마지막 막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부분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오페라에서는 각 막을 마무리 할 때에 마치 전체적인 피날레처럼 상당히 확대강조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체를 나타낸 에우로파'는 그때까지의 전통적인 오페라 세리아에 도전하는 작품이라고 간주할수 있다. 주역들은 모두 자기의 성악적 영역 안에서 능력을 최대로 발휘해야 하는 역할들이다. 아리아들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호흡에 있어서도 충분해야 한다. 음을 도약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기교가 있어야 한다. 에우로파와 세멜레의 노래는 고음이 하이 C를 넘어서 하이 F 샤프까지 간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이나 나온다. 에우로파는 어떤 포인트에서 하이 G까지도 내야하는 경우가 있다. 성악가들이 자기의 능력을 과시해야 하는 오페라이다.

 

살리에리는 이탈리아 베니스공국의 수도인 베로나에서 남쪽으로 조금 가면 나오는 레냐뇨(Legnano)에서 태어나 뜻한바 있어서 16세의 청년으로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인 비엔나로 가서 작곡 공부를 하고 이어 요셉 2세 황제의 궁정에서 봉사하며 활동하다가 말년에는 치매에 걸려 비엔나의 어떤 정신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그리고 한마디 덧 붙인다면 그의 고향인 레냐뇨는 베르디의 오페라 '레냐뇨 전투'(La battaglia di Legnano)로 기억에 남는 장소이다. 살리에리는 오페라를 40편 가까이 남겼다. 살리에리의 오페라에서는 티르왕국의 공주로 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유럽이라는 단어는 바로 에우로파 여신의 영어식 표기이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에우로파는 페니키아의 공주로서 어느날 흰 황소로 모습을 바꾼 제우스에 의해 크레테 섬으로 납치되어 가며 그곳에서 제우스와 살면서 세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이들이 미노스, 라다만투스, 사르페돈이라는 것이다. 세 아들의 행적에 대하여 소개하자면 공연히 복잡하므로 이만 줄이고 다시 에우로파로 돌아가면 에우로파는 참으로 아름답게 생겨서 만인들의 사모를 받기에 충분하였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그의 이름을 따서 유럽이라는 단어를 만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보다도 신 중의 신이라고 하는 제우스와의 사이에 세 아들을 두어 모두 번성하였으니 이로 미루어 보아 에우로파(유럽)의 이름을 빌려온 것이 아니겠느냐는 짐작이 더 설득력이 있다. 오늘날 에우로파라는 이름은 더욱 승진하여서 목성, 즉 제우스(주피터)를 돌고 있는 네개의 달 중에서 가장 크고 밝은 달의 이름이 에우로파라고 붙인 것도 그런 맥락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페라에서는 에우로파를 티르(Tyre)의 공주라고 되어 있다. 물론 신화적인 스토리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티르는 오늘날  레바논 남부, 지중해에 면해 있는 항구도시이다. 고대 페니키아 시대로부터 무역의 중심지로서 항구도시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크게 번영을 누렸던 도시국가이다. 티르라는 말은 '바위'라는 뜻이라고 한다. 에우로파는 한때 제우스의 연인이었다. 신의 세계에서 인간사회로 내려온 에우로파는 자기의 정체를 그제서야 나타내고 인간들의 모든 분쟁이나 불화를 해결해준다. 그래서 오페라의 타이틀이 '정체를 나타낸 에우로파'가 된 것이다. 에우로파는 티르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에에게해에 있는 크레테 섬으로 납치되어 갔다고 하니 뱃길로 갔다면 그 먼 길을 어떻게 갔는지 도무지 이햐하기가 어렵다. 육로로 티르로부터 크레테까지 갔다고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나중에 카르타고의 여왕이 된 디도(Dido)도 티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아무튼 에우로파에 대한 신화는 흥미있는 내용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티르 궁전에서의 즐거운 시간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2막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티르 왕국의 에우로파 공주는 이세오 왕자와 약혼하고 곧 결혼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은 에우로파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크레테 왕 아스테리오가 티르 왕궁에 침입하여 에우로파를 납치해서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 바람에 파국을 맞는다. 티르의 왕으로서 에우로파의 아버지인 아제노레(Agenore)는 딸 에우로파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탐색해 보았으나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한다. 절망한 아제노라 왕은 자기는 이미 연로하므로 왕위를 에우로파 대신에 조카딸인 세멜레에게 전해주고자 한다. 다만, 한가지 조건을 내세운다. 세멜레는 이제로부터 티르 왕국에 처음 들어오는 다른 나라 사람을 죽이는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딸 에우로파가 다른 나라 사람에 의해 납치된 것에 대하여 복수를 한다는 것이다. 얼마후 아제노레는 세상을 떠난다. 에우로파를 납치했던 크레테 왕 아스테리오는 아제노레 왕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문을 듣자 아제노레 왕의 후계자로서 당연히 에우로파가 티르 왕국의 왕이 되어야 한다고 믿어서 에우로파를 정당하게 왕위에 앉히기 위해 에우로파와 함께 배를 타고 크레테를 떠나 티르로 향한다. 여기까지가 막이 오르기 전까지의 배경이다.

 

[1막] 1장은 티르 왕국의 어떤 해안이다. 아스테리오와 에우로파가 탄 배는 커다란 폭풍을 만나 돛이 꺽여 표류를 하다가 가까스로 티르 왕국의 어떤 해안에 도착한다. 난판선으로부터 에지스토와 그의 부인 에우로파, 그리고 아들들이 해변에 발을 디딘다. 그러나 이들은 에지스토가 저 멀리서 무장한 병사들을 대동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스테리오는 우선 에우로파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에우로파를 근처의 동굴에 급히 피신토록 했지만 자기 자신과 아들들과 부하들은 여유가 없어서 그만 에지스토의 병사들에게 붙잡힌다. 동굴에 숨어 있던 에우로파는 남편과 아이들이 붙잡히는 것을 보고 참을수가 없어서 동굴에서 뛰어나와 병사들이 다른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데려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에지스토와 병사들은 에우로파까지 붙잡아서 티르 궁전으로 데려간다. 2장은 세멜레의 거처이다. 이세오가 얼마 전에 일어난 키프리오트 반란을 성공적으로 진압하고 티르로 돌아온다. 이세오를 사랑하는 세멜레는 이세오와 결혼키로 결심한다. 현재 티르 왕국의 다음 왕위는 세상 떠난 아제노레 왕의 유언에 따라 세멜레에게 돌아갈 처지이다. 그러나 세멜레가 이세오와 결혼한다면 이세오가 티르의 왕이 될수 있다. 세멜레는 이같은 자기의 결심을 모두에게 선포하기 위해 에지스토에게 대의회를 소집해 달라고 요청한다. 세멜레는 대의회에서 자기가 결혼할 상대자의 이름을 밝힐 생각이다. 그러면 그가 다음번 티르의 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야심 많은 에지스토가 왕위를 차지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누구인지 라이발이 발표되면 그에게 도전할 생각이다.

 

세멜레와 이세오

 

3장은 개선의 장면이다. 키프리오트 반란을 진압하고 돌아온 이세오가 병사들과 함께 궁전의 대접견실에 들어선다. 세멜레가 이세오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이세오에게 티르 왕국의 왕관을 함께 쓰고 싶다고 말한다. 세멜레는 이세오에게 이제 대의회가 열릴 것이니 함께 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이세오는 세멜레의 간곡한 결혼요청을 거절한다. 왜냐하면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납치 당한 에우로파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멜레를 사랑하는데 자유스럽지 못한 입장이다. 4장은 대의회실이다. 의회의원들은 테미데 신에게 티르왕국의 장래를 위해 기도한다. 세멜레가 의원들에게 이제 새로운 왕을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한다. 그때 에지스토가 나서서 세멜레에게 전왕인 아제노레가 세멜레에게 남긴 부탁을 기억하라고 외친다.아제노레 왕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세멜레에게 티르 왕국에 처음 들어서는 외국인을 죽이는 남자와 결혼하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그것으로 납치된 에우로파의 복수를 대신하겠다는 얘기였다. 모든 의원들은 전왕인 아제노레의 말을 상기하고 세멜레에게 그런 남자와 결혼해야 할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러자 에지스토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해안에서 체포한 아스테리오를 데리고 들어오도록 한다. 티르 왕국에 발을 디뎌 놓은 첫 외국이기 때문이다. 쇠사슬에 묶인 아스테리오가 끌려 들어온다. 에지스토는 의원들에게 이 자를 자기가 죽이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래야 세멜레와 결혼할수 있고 그래야 티르의 왕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스테리오에게 정체가 무어냐고 묻지만 아스테리오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대의회는 아스테리오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함께 잡아온 여인을 심문하기로 한다. 대의회에 들어온 에우로파는 그제서야 자기가 오래 전에 납치된 에우로파 공주라고 밝히고 자기야 말로 티르 왕국의 다음 왕위를 물려 받을 정당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모두들 깜짝 놀란다. 누구보다도 에지스토가 자기의 계획이 틀어지게 되자 분노를 참지 못한다. 한편, 이세오는 사랑하던 에우로파와 뜻밖에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나타나자 혼란스러워서 어찌 할줄을 몰라한다. 세멜레는 결혼하여 티르 왕국의 왕위까지 물려줄 생각을 했던 이세오가 에우로파를 만나자 옛 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 같아 질투심이 생긴다.

 

아스테리오를 구출하기 위해 티르로 진격하는 크레타의 병사들

 

[2막] 1장은 감옥이다. 티르 왕국의 장군인 에지스토에게 체포된 크레테의 아스테리오는 감옥에 갇혀서 대의회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스테리오는 티르 왕국의 대의회가 전왕인 아제노레의 유언대로 자기를 티르 왕국에 들어온 첫번째 외국인으로 간주하여 죽이겠다고 결정할 것인지의 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한편, 에지스토는 자기가 결혼코자 하는 세멜레가 이세오를 사랑하고 있지만 이세오는 옛 사랑인 에우로파를 잊지 못하는 것 같자 이세오를 만나서 에우로파가 지금은 결혼해서 남편(아스테리오)도 있고 아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세오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이세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자 한다. 그래서 만일 이세오가 에우로파만을 마음에 두고 있다면 세멜레가 이세오를 아무리 좋아해도 이세오와 세멜레가 맺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에우로파가 나타나서 모두에게 자기의 가족들을 살려 달라고 간청한다. 에우로파는 이세오를 보고 아직도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다는 등의 얘기는 하지 않고 대신 자기는 한 사람의 부인과 아들의 어머니로서 충성을 다할 것이라는 얘기만 한다. 에우로파는 세멜레에게 자기의 가족들을 무사하게 해 주면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티르 왕국의 왕좌를 포기하겠다고 제한한다. 이어 에우로파는 이세오에게 더 이상 옛 사랑을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이미 잊은지가 오래라고 말한다. 에우로파는 이세오에게 세멜레와 결혼하여 티르의 왕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면서 땅에 앞드려 눈물을 흘린다.

 

2장은 티르의 궁전에 있는 어떤 개인 방이다. 세멜레는 에우로파에 대하여 겉잡을수 없는 질투를 느낀다. 가지가 사랑하고 있는 이세오가 아직도 에우로파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멜레는 이세오를 불러서 대의회가 결국은 크레테 왕 아스테리오를 처형하고 그와 결혼한 에우로파는 평생을 감옥에 가두도록 결정했다고 전한다. 이세오는 대의회의 그런 결정이 아마도 에우로파가 지금에 와서 티르의 왕좌를 요구할 것 같아서 내려진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이세오는 세멜레에게 에우로파가 이미 티르의 왕좌를 포기했음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에우로파를 감옥에 가두어 둘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세오는 내친 김에 세멜레에게 실은 에지스토가 반역을 획책하고 있으며 아울러 세멜레와 강제로라도 결혼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준다. 그 소리를 들은 세멜레는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세오에게 우선 아스테리오의 처형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한다. 이어 이세오에게 어서 형장으로 가서 아스테리오의 처형을 중지토록 하라고 말한다.

 

체포되는 에우로파와 아들

 

3장은 복수의 신을 모시어 놓은 신전이다. 티르의 병사들이 아스테리오를 선왕 아제노레의 무덤이 있는 곳에서 처형코자 하고 있다. 에지스토는 에우로파에게 기왕에 남편 아스테리오는 죽임을 당하겠지만 에우로파와 아들은 살아야 할 것이 아니냐면서 도망가겠다면 모른척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에우로파가 그같은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면서 남편과 함께 죽음을 택하겠다고 선언한다. 아스테리오는 에우로파에게 살기 위해서 에지스토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간청한다. 네메시의 사제들이 아스테리오를 희생제단으로 이끌고 간다. 그때 갑자기 크레타의 병사들이 나타나서 사제들이 아스테리오를 끌고 가는 것을 막는다. 이 병사들은 아스테리오와 함께 온 병사들이지만 대폭풍 때에 실종되었다가 티르에서 아스테리오를 처형한다는 소식을 듣고 은밀히 잠복하고 있었던것이다. 크레타의 병사들과 에지스토의 병사들 사이에 심각한 전투가 벌어진다. 이세오가 자기의 부하들을 데리고 나타나서 크레타 병사들의 편에 서서 에지스토에 대항하여 전투를 벌인다. 4장은 왕궁의 내정이 무대이다. 티르의 병사들이 패배하여서 왕궁으로 후퇴하여 들어온다. 그 뒤를 따라서 이세오와 크레타의 병사들이 몰려온다. 이세오와 에지스토가 접전을 벌인다. 이세오가 에지스토를 쓰러트린다. 에지스토가 마지막 기운을 다해서 이세오를 찌르고자 하지만 그것마저도 급히 나타난 세멜레에 의해 이루지 못한다. 티르의 백성들은 에우로파야 말로 선왕인 아제노레의 후계자라고 외치면서 에우로파를 티르의 새로운 왕으로 선포한다. 에우로파가 왕이 되자 세멜레는 무척 낙심한다. 그런 세멜레를 이세오가 위로하면서 에우로파는 왕위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5장은 궁전의 대접견실이다. 에우로파가 티르의 새로운 여왕으로서 대관식을 갖는다. 그러나 여왕으로서 에우로파가 제일 먼저 행한 일은 이세오와 세멜레가 결혼토록 하고 이들에게 티르의 왕위를 넘겨 주는 것이었다. 이세오와 세멜라가 기쁨으로 에우로파의 제안을 수락한다.

 

에지스토. 제레미 스벤든. 라 스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