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스트라타(Lysistrata) - 일명 '누드의 여신들'(The Nude Goddess)
마크 아다모(Mark Adamo)의 2막 오페라
코미디와 비련의 스토리가 균형을 이룬 사치스런 러브 스토리
마크 아다모
'전쟁 대신에 사랑을 합시다.'(Make Love, Not War)라는 반전 슬로간이 있다. 1960년대에 히피들이 주로 사용했던 슬로간이다. 그런데 이런 슬로간은 실은 1960년대보다 훨씬 이전에 벌써 나왔던 것이다. 그것도 19세기나 18세기가 아니라 2천년보다 훨씬 전의 일이다. 그리스의 극작가인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가 만들어 낸 슬로간이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당시에 아테나와 스파르타가 수십년에 걸쳐 끊임 없이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을 한탄하여서 이제 그만 싸웠으면 되었으니 전쟁을 끝내고 서로 사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의 연극을 통해서 '전쟁 대신에 사랑을 합시다.'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연극이 널리 인기를 끌면 무슨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윽고 아리스토파네스는 기원전 411년에 리시스트라타라는 이름의 주인공을 내세운 연극을 만들었다. 아테네의 여인인 리시스트라타는 전쟁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인 것을 한탄하고 무언가 새로운 시도로서 전쟁을 끝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리시스트라타의 기본 계획은 간단했다. 그리스 전역에서 귀족 여인들을 불러 모아서 이들에게 남편들이 전쟁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섹스를 하지 않도록 설득한다는 것이다.
복수의 세 자매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그런 내용의 연극이 드디어 공연되었다. 사람들은 '별 연극도 다 있다'면서 구경을 하러 오긴 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그런 연극이 얼마나 효과를 보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전쟁은 끝나지 않고 계속 질질 끌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이 연극의 극본을 완성한후 거의 20년이나 정치적 내용의 극본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아마도 자기의 정치극이 별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무튼 이 연극은 고대 그리스 이후로 다시는 등장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가 2천년이 지난 오늘날 '리시스트라타'(라이시스트라타)는 다시 빛을 보게되었다. 미국의 작곡가 마크 아다모(Mark Adamo: 1962-)에 의해서였다.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고 뉴저지에서 자란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마크 아다모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활동하기로 결심하고 첫 작품으로서 루이자 메이 앨콧(Louisa May Alcott)의 소설인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을 오페라로 만들어서 히트를 기록한바 있다. 오페라 '작은 아씨들'은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가 작곡을 위촉한 것으로 1998년과 2000년에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공연되었다. '작은 아씨들'로 성공을 거둔 휴스턴 그랜도 오페라는 마크 아다모에게 또 다른 오페라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결과는 마크 아다모가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파네스의 웃고 떠들고 즐기는 내용의 연극인 '리시스트라타'를 현대적 감각의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또 다른 제목으로는 '누드의 여신들'(The Nude Goddess)라고 했다. 거의 누드로 무대에 나오는 여신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제목을 붙인 것 같다. 2005년 3월 4일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이어 2006년에는 뉴욕 시티 오페라가 공연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013년에 공연되었다.
니코와 아테네의 여인들
마크 아다모의 오페라에서는 아리스토파네스의 라이시스트라를 간단히 리시아(라이시아: Lysia)라고 불렀다. 리시아는 평화주의자로서 헌신하지만 그만큼 질투가 많은 여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니키아스는 니코(Nico)라고 불렀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리시아(라이시아: 리시스트라타: 라이시스트라타: S) - 평화주의자
- 니코(니키아스: Nikias: Nico: T) - 아테네군의 장군
- 클레오니케(Kleonike: Cont) - 반전데모 주동자. 리시아의 친구. 평화주의자
- 미리네(Myrrhine: MS) - 리시아의 친구. 역시 평화주의자. 키네시아스의 여친
- 람피토(Lampito: Cont) - 스파르타의 장군 레오니다스의 부인
- 레오니다스(Leonidas: B-Bar) - 아테네의 적국 스파르타의 장군
- 키네시아스(Kinesias: Bar) - 아테네 군대의 장교. 미리네의 남친
- 산테/아프로디테(Xanthe/Aphrodite: S)
- 사포(Sappho: MS)
- 챠리토/티시포네(Charito/Tisiphone: S) - 복수의 세 자매 중 하나
- 디카/알렉토(Dika/Alecto: S) - 복수의 세 자매 중 하나
- 아레테/메기라(Arete/Megaera: MS) - 복수의 세 자매 중 하나
- 비온/첫째 노인(Bion/First Geezer: Bar)
- 필로/두번째 노인(Philip/Second Geezer: B-Bar)
- 마론/아레스(Maron/Ares: T)
- 알페우스(Alpheus: T)
니코와 여신들
[1막] 복수의 세 자매(Furies)가 관중들에게 이제부터 시작될 이야기의 주인공인 한 여인과 한 남자와 전쟁에 참가한 두 군대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 달라고 간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복수의 세 자매는 알렉토, 메기라, 티시포네이다. 복수의 세 자매가 사라지고 아테네 거리에는 여인들이 행진하여 지나간다. 반전 데모이다. 클레오니케가 데모의 앞장을 서고 있다. 클리오니케는 옆에 있는 미리네에게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이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조그만 땅 덩어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리시아(라이시아)가 창문을 통해 아래 거리에서 여인들이 행진하는 것을 바라본다. 리시아는 여인들에게 다른 곳에 가서 행진을 하던지 데모를 하라고 말한다.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맨날 데모만 한다고해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다. 리시아는 아테네의 장군인 니코를 개인적으로 만나기로 약속해 놓았다. 리시아는 아마 평화에 대하여 얘기를 할 생각이다. 클레오니케는 리시아가 자기들 시위여인들보고 다른 곳에나 가 보라고 하자 평소의 리시아 답지 않다며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리사아의 말대로 여인들을 인솔하여 다른 곳으로 간다.
두 나라가 전쟁을 중지하고 평화롭게 지내자고 주장하는 리시아
리시아와 니코는 사실상 연인 관계이다. 그러면서도 리시아는 니코를 만나 평화회담을 벌이겠다고 말해왔던 것이다. 리시아와 니코가 만난다. 리시아가 짐짓 니코를 유혹한다. 리시아는 니코에게 장군이라는 직책을 사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자기에게 더욱 헌신하겠느냐고 다짐한다. 아마 니코가 리시아에게 장군이고 뭐고 집어 치우고 리시아와 둘이서 행복하게 살겠다고 약속했던 모양이다. 니코는 리시아에게 어째서 그럴수가 없는지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자 리시아가 화를 벌컥 낸다. 남자가 그런 약속하나 지키지 못해서 어디다 쓰겠느냐는 얘기다. 니코가 그런 리시아의 마음을 돌려 보려고 아주 부드럽게 자기의 두 손으로 리시아의 두 눈을 가린다. 사랑을 하기 전의 제스추어이다. 리시아의 몸과 마음이 어느덧 뜨거워진다. 그때 군대의 나팔이 분다. 니코는 급히 군대로 돌아간다. 리시아는 속이 상해서 죽을 지경이다. 이번에는 리시아도 참지 못하고 니코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니코와 키네시아스
다음 장면에서는 니코의 군대가 전투를 준비한다. 미리네는 리시아에게 아크로폴리스 신전의 경비를 전투에 나가기 어려운 힘없는 병사들이 맡고 있다고 전해 준다. 아크로폴리스에는 아테네가 전쟁을 치루는데 필요한 자금과 무기들이 보관되어 있다. 리시아가 한가지 계략을 꾸민다. 다른 여인들에게 다음날 자기 집에서 만나자고 하고 헤어진다. 아침이 되었다. 아테네의 여인들이 리시아의 집에 가서 보니 스파르타의 여인들이 이미 와서 있어서 깜짝 놀란다. 적국의 여인들이 아니던가! 리시아는 천연덕스럽게 아테네의 여인들에게 스파르타 장군 레오니다스의 부인인 람피토를 소개한다. 리시아가 자기의 계획을 두 나라 여인들에게 설명한다. 여자들이 모두 아크로폴리스에 들어가서 진을 치고 있으며 남자들이 찾아오면 전쟁을 중지하고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한 집에 가서 부부관계를 할수 없다고 강력하게 나서자는 것이다. 처음에 아테네 여인들은 어떻게 그럴수 있느냐며 거부한다. 그러나 람피토가 스파르타 여인들은 그렇게 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하자 아테네 여인들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클레오니케는 아직도 미덥지가 않다. 리시아가 어떻게 니코에 대한 애정의 감정을 참고 견딜수 있는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리시아는 평소에도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기면 둘러대기가 일수였고 중요한 일에는 분명치 않게 처신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장면이 바뀌어 니코는 부하 장교인 키네시아스가 몹시 걱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묻는다. 아크로폴리스 신전이 여인들에 의해 완전 점령당했다는 것이다. 니코와 키네시아스는 부하 병사들을 이끌고 급히 아크로폴리스 신전으로 가 본다. 과연, 여인들이 신전에 바리케이트처럼 막아서 있다. 한쪽을 보니 스파르트 병사들도 이미 와서 있다. 적대 관계에 있는 두 군대가 한군데에 모여 있는 것이다. 이때 리시아가 몇몇 간부급 여인들과 함께 나타나서 두 나라 군대에게 평화가 없으면 섹스도 없다고 선언한다.
아크로폴리스 신전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장악하고 있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여인들
[2막]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다. 병사들은 걱정이 태산같다.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집에서 아내와 사랑도 나누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스파르타의 장군인 레오니다스가 아테네의 장군인 니코를 만나서 도대체 자기들이 왜 전쟁을 하고 있는지 이유부터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니코는 자기는 그저 명령을 수행할 뿐이라며 이유가 무언지 생각해 본 일이 없다고 대답한다. 니코는 원칙에 따라서 전투를 할 뿐이라고 덧 붙인다. 그러는데 아테네의 장교인 키네시아스는 여자 친구인 미리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군대를 몰래 빠져 나가 미리네를 만나러 간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여인들에게 평화계획을 설명하는 리시아
한편, 아크로폴리스를 점거하고 있는 여인들도 실은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러다가는 나중에 집에서 모두 쫓겨날 지경이며 더구나 사랑하는 남편들과 섹스를 하지 못하는 것도 참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그만 집어 치우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 군대에서 몰래 빠져 나온 키네시아스가 미리네를 발견하고 애정의 표현을 하며 함께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자고 유혹을 한다. 그 모습을 본 리시아가 미리네에게 절대로 마음이 흔들리면 안된다고 부추긴다. 키네시아스는 할수 없이 부대로 돌아간다. 군대에서는 병사들이 사령관인 니코에게 제발 무슨 방책을 강구해 달라고 간청한다. 이러다가는 못 살겠다는 것이다. 니코가 리시아를 만나 담판을 짓기로 한다. 드디어 두 사람이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정책이 잘못 되었다고 하면 말다툼을 벌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결국 두 사람은 개인적인 해결책을 마련한다. 니코가 군대를 그만두고 리시아에게 돌아오겠으니 리시아도 여인들의 반란을 그만 둔다는 약속이다. 리시아는 다른 여인들과 의논도 하지 않고 니코의 말대로 하겠다고 말한다. 니코가 부대로 떠난다.
미리네와 키네시아스의 사랑 놀이
클레오니케는 리시아가 니코와 만나서 약속한 것을 알지 못하고 다른 여인들과 함께 리시아야 말로 자기를 희생하며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여인이라고 높이 찬양한다. 여인들은 그런 의미에서 리시아의 이름을 리시아트라타로 바꾸어 부르기로 한다. 리시아트라트라는 말은 '전쟁을 끝낸 여인'이라는 뜻이다. 클레오니케가 리시아에게 한마디 격려의 말을 해 달라고 하자 리시아는 평소 답지 않게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 그때 두 나라 병사들이 등장한다. 여인들은 리시아의 머리에 면류관을 씌어준다. 리시아는 니코와 개인적인 약속을 하여 여인들의 배반했다고 털어 놓는다. 그러면서 이제 마음이 바뀌었느니 여인들은 절대로 물러서지 말라고 강조한다. 니코는 어리둥절하면서 리시아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 리시아는 두 나라 병사들에게 람피토를 소개한다. 람피토는 마치 평화의 여신과 같은 옷차림이다. 람피토의 몸에는 두 나라가 서로 다투는 영토에 대한 지도가 그려져 있다. 클레오니케가 아름다운 람피토를 앞장 세워서 두 나라 병사들에게 이제 분쟁을 끝내라고 종용한다. 스파리트의 레오니다스 장군이 아테네의 니코에게 평화를 제안한다. 니코는 레오니다스의 제안을 받아 들이지만 리시스트라타는 거절한다. 백성들은 마침내 평화가 온 것을 축하하려고 준비한다. 하지만 리시아트라타는 깊은 비탄에 빠져 있다. 코믹하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코믹한 오페라이며 별것 아닌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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