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부인(Madame Chrysanthème)
앙드레 메사저(André Messager)의 4막 코메디 리리크
푸치니의 '나비부인'의 모델
앙드레 메사저
'나비부인'(Madama Butterfly)이라는 오페라가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 '국화부인'이라는 오페라도 있어서 흥미를 끈다. 나비와 국화, 무언가 연관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두 오페라의 내용은 거의 같다. 개항시기에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일어났던 일들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나비부인'의 남자 주인공은 미국 해군장교인데 '국화부인'의 남자 주인공은 프랑스 해군장교라는 것이다. 푸치니가 작곡한 '나비부인'에 대해서는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내용을 다 알고 있다. 미국 해군장교 핑커튼이 일본 나가사키에 잠시 주둔하는 사이에 객기가 발동하였는지, 또는 원래부터 호색한이었는지, 또는 정말로 초초상이라는 15세 소녀를 좋아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현지처로 생각해서 결혼식까지 올리고 살다가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초초상은 아이까지 낳았다는 것이며 그로부터 3년 후에 핑커튼이 나가사키에 다시 왔는데 이번에는 미국에서 결혼한 케이트라는 부인까지 대동하고 왔으며 나가사키에 온 목적은 초초상이 낳은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가서 기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가막힌 초초상은 결국 아들 돌로레를 일본에서 힘들게 기르느니 보다는 미국으로 보내어 잘 먹고 잘 지내도록 하기로 결심하고 자기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얘기이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바탕으로 해서 뮤지컬 '미스 사이곤'이 나온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1904년 2월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초연은 대실패였다.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가 제일 큰 문제여서 실패였지만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푸치니는 음악과 대본의 상당부분을 수정하여 그해 5월에 이탈리아의 브레스키아에서 다시 공연하였으며 이번에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의 원작은 존 루터 롱이라고 하는 사람이 쓴 '나비부인'이라는 소설이다. 존 루터 롱은 그의 누이인 제니 코렐이 미국 선교사의 부인으로 일본에서 지낼 때에 실제로 보았던 이야기를 자기에게 해주어서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의 제목은 '나비부인: 일본의 비극'(Madame Butterfly: A Tragedy in Japan)이었다. 푸치니는 어느 때에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연극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오페라로 만들기로 결심했으며 결과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 오페라의 하나가 되었다.
'국화부인'의 실제 주인공이라고 여겨지는 프랑스 해군장교 피에르 로티.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푸치니는 물론 존 루터 롱의 소설로부터도 영향을 받았지만 실은 프랑스의 피에르 로티(Pierre Loti: 1850-1923)라는 사람이 쓴 소설 '국화부인'(Madame Chrysanthème)으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아서 '나비부인'을 작곡했다고 한다. '국화부인'은 프랑스 해군의 장교였던 피에르 로티가 일본에서 지내면서 실제로 경험했던 이야기를 반자서전적으로 쓴 글이다. 피에르 로티는 나가사키에 주둔하면서 현지 게이샤와 임시 결혼해서 살다가 본국으로 돌아온 일이 있다. 로티의 '국화부인'은 1887년에 처음 발간되었다.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초판 이후 5년 동안에 25판을 인쇄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오리지널은 프랑스어로 되어 있으나 다른 나라의 언어로도 번역되었다. 로티의 소설에는 단순히 일본 게이샤와의 임시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만 있을 뿐이 아니라 당시 일본의 문화와 전통, 관습에 대한 이야기까지 세밀하게 적혀 있어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일본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왼쪽 이브, 오른쪽 피에르, 그리고 기코상(마담 크리상템: 국화부인). 1885년.
작곡가이며 지휘자이고 피아니스트 겸 오르가니스트인 안드레 메사저(André Messager: 1853-1929)는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경력을 수립하기 전에 몇 편의 발레곡과 연극을 위한 극음악을 작곡하였다. 발레곡으로서는 1890년의 '라 바소슈'(La Basoche)가 유명하며 극음악으로서는 폴 들레어(Paul Delair)의 희곡 '헬렌'(Hélène: 1891)에 대한 극음악이 있다. 메사저는 '국화부인'을 작곡하고나서 오페라 코미크 극장의 레옹 카르발로에게 공연하여 줄것을 요청했으나 그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공연을 거절했다. 그래서 포르트 생 마르탱 옆에 있는 르네상스극장(Theatre de la Renaissance)에서 1893년 1월 21일에 겨우 초연을 가질수가 있었다. 초연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당시는 푸치니의 '나비부인'이 나오기 전이므로 메사저의 '국화부인'이 일본에 대한 호기심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이다. 이어 1901년에는 몬테 칼로에서 공연되었다. 이때에 타이틀 롤은 당대의 소프라노인 메리 가든(Mary Garden)이 맡았다. 뉴욕 초연은 1920년이었다. 그때에는 푸치니의 '나비부인'이 이미 미국에서 놀라운 반응을 얻고 있을 때였다. '나비부인'의 뉴욕 초연은 1906년이었으며 이때 핀커튼은 전설적인 테너 엔리코 카루소가, 초초상은 전설적인 소프라노 제랄딘 화라가 맡았었다. '국화부인'의 1920년도 뉴욕 초연에서는 일본의 선구자적 소프라노인 미우라 타마키(Miura Tamaki: 三浦 環)가 맡아서 화제가 되었었다. '나비부인'으로 유명했던 미우리 타마키가 '국화부인'도 맡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가사키의 '나비부인의 집'(실은 글로우브 가든)에 세워져 있는 일본 최초의 세계적 소프라노인 미우라 타마키의 기념상. 미우라 타마키는 나비부인으로도 유명했지만 1920년 뉴욕에서의 '국화부인' 초연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기록을 남겼다. 미우라 타마키의 기념상에는 오페라 '나비부인'에 나오는 초초상과 핀커튼의 아들인 돌로레(슬픔)도 포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국화부인'의 스토리와 '나비부인'의 스토리는 비슷하다. 메사저의 '국화부인'은 '나비부인'에 비하여 주인공들의 순수한 사랑에 더욱 초점을 두었다. '국화부인'의 대본은 프랑스의 극작가이며 오페라 대본가인 조르즈 하르트만(Georges Hartmann: 1843-1900)과 알렉산드르 앙드레(Alexandre André)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조르즈 하르트만은 마스네를 위해서 '에로디아드'와 '베르테르'의 대본을 썼으며 이밖에 레이날도 한(Reynaldo Hahn) 등을 위해서도 오페라 대본을 썼다. '국화부인'에도 훌륭한 아리아들이 있다. 기코상(국화부인)의 아리아인 Le jour sous le soleil béni...와 L'air des cigals 이다. '국화부인'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은 '나비부인'의 배역들.
- 기코상(국화부인: Madame Chrysanthème: S) - 나가사키의 게이샤 [초초상]
- 피에르(Pierre: T) - 프랑스 해군장교 [미국 해군장교 핑커튼]
- 이브(Yves: Bar) - 피에르의 친구. 프랑스 해군장교 [ 핑커튼의 친구 샤플레스, 나가사키 주재 미국 영사]
- 무슈 강가루(M Kangarou: T) - 중매장이 [중매장이 고로]
- 무슈 쉬크르(M Sucre: B) - 기코상의 양부 (나비부인에는 나오지 않는다)
- 마담 프륀(Mme Prune: Cont) - 기코상의 양모 (나비부인에는 나오지 않는다)
- 오유키(Oyouki: S) - 기코상의 친구 [초초상의 하녀 스즈키]
이밖에 촌장, 1등 항해사 르네, 2등 항해사 샤를르, 마담 프레이스, 마담 종퀴유, 마담 깡파뉠르 등이 나온다.
[프롤로그] 오케스트라 도입부 연주가 끝나면 막이 오르고 프랑스 함선의 갑판이다. 피에르와 이브가 난간에 기대어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피에르는 일본에 가서 일본 여인을 데리고 살 것을 기대하며 노래를 부른다. 이브가 피에르에게 사랑이나 결혼을 가볍게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조언을 한다. 그래도 피에르는 새로운 모험에 들뜬 기분이다. 다른 사람들도 일본에 가서는 임시처를 데리고 살았다는 것을 생각한다. 잠시후 팡파레가 울리면서 함선이 일본의 나가사키 항구에 도착함을 알린다. 당시에는 나가사키만이 외국인에게 개항되어 있었다.
[1막] 프랑스 함선이 나가사키 항구에 정박하자 일본의 장사꾼들이 배에 뛰어 올라와 물건들을 사라고 소란을 핀다. 이어 게이샤들이 배에 올라와서 춤을 추며 은근히 자기들을 선택해 달라는 눈짓을 보낸다. 피에르는 여러 게이샤 중에서 한 여인에게 당장 마음을 빼앗긴다. 국화라는 이름의 기코상이다. 에도에서 태어난 기코상은 어릴 때에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아 게이샤가 되었고 지금은 나가사키에서 지내고 있다. 기코상도 피에르에게 호감을 가진다. 잘만하면 임시 현지처가 되어 몇 년 동안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코상이 피에르에게 자기의 이름을 가르쳐 주려고 할 때에 중매장이로 유명한 강가루가 나타난다. 눈치 빠른 강가루는 피에르와 기코상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아 채고 얼른 기코상의 양부모를 데려와서 피에르에게 소개한다. 말하자면 약식 상견례이다. 이어 결혼계약서를 작성한다. 계약이 맺어지자 그때서야 강가루는 피에르에게 신부의 이름이 기코(국화)상이라고 밝힌다. 피에르는 국화라는 이름이 이국적이어서 기코상에게 더욱 호감을 갖는다.
[2막] 오케스트라 전주곡이 끝나고 막이 오르면 기코상의 어머니인 마담 프륀이 부처님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 장면이다. 제발 자기 딸 기코상과 피에르가 행복하게 살도록 해 달라는 기원이다. 다른 쪽 방에서는 피에르와 기코상이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다. 신혼의 달콤함이 배어 있다. 이윽고 아침이 밝아 기코상이 일어난다. 기코상은 집 주위를 꽃으로 장식하며 행복한 모습이다. 이어 일어난 피에르도 기코상에 대한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기코상은 피에르가 어린애 같다고 하면서 웃음으로 대꾸한다. 행복한 커플이다. 잠시후 피에르의 동료들과 기코상의 친구들이 찾아와서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한 축하를 한다. 기코상의 친구인 오유키는 프랑스 민요풍의 노래를 불러 피에르를 기쁘게 해 준다.
[3막] 오수에바 절의 앞 마당이 무대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기코상도 노래를 부른다. 앞으로 프랑스에 가서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브는 피에르에게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기코상을 책임져야 할 것이 아니냐고 따지듯 묻는다. 피에르는 현지처이므로 그저 잠시동안 쾌락을 위해 함께 살고 있는 것인데 심각하게 생각할 일이 무엇이냐면서 가볍게 생각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어느덧 말다툼으로 커진다. 피에르는 이브가 기코상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은근히 질투가 난다. 그러면서 이브에게 남의 일에 너무 간섭하지 말라고 하면서 화를 낸다. 절의 스님들이 찬가를 부르고 행진하는 것으로 막이 내려진다.
[4막] 기코상과 오유키상은 저 멀리서 노래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피에르가 감정이 격해서 들어온다. 해외 파견의 임무가 끝나고 귀국하라는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피에르와 이브는 서로의 감정을 씻어버리고 화해한다. 이브도 브리타니의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날수 있게 되어 기쁘다. 함선에서 대포 소리가 들리고 피에르와 이브는 드디어 프랑스로 돌아가고자 하나. 기코상이 이브에게 편지 한 통을 주며 바다에 나가면 그 편지를 피에르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에필로그] 무대는 프롤로그에서 처럼 프랑스 함선의 갑판이다. 피에르가 기코상이 보낸 편지를 읽는다. 비록 피에르와 헤어질 때에 웃음을 보였지만 피에르가 프랑스에 돌아간 후에는 저 멀리 일본에서 그를 사랑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는 내용이다.
피에르 로티의 임시현지처였던 기코상(국화부인). 188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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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로티의 원작 줄거리]
'국화부인'은 4부 5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장편 소설이다. 소설은 피에르 로티의 견지에서 기술한 것이기 때문에 기코상에 대하여 그다지 순수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피에르가 중국으로 부임하라는 본국의 명령에 따라 나가사키를 떠나게 되어 마지막으로 기코상을 만나 작별을 하는데 기코상은 슬프다는 기색은 하나도 없고 피에르가 계약에 따라 준 은전들을 세어 보면서 오히려 기뻐하고 있다고 되어 있는 것이다.
1부: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인 피에르가 나오지 않으며 대신 내레이터(Narrator: 해설자)라고 표현되어 있다. 소설은 일본으로 가는 프랑스 함선의 갑판에서 두 장교인 내레이터와 이브가 얘기를 나누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장교 중의 한 사람인 내레이터는 일본에 가게 되어 들떠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일본에 가서 검은 머리에 비록 고양이 눈을 가진 아가씨이지만 인형처럼 귀엽고 깜찍한 여자를 만나 임시로 결혼해서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동안 현지처로서 재미를 보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레이터는 동료 장교인 이브에게 '작은' 아내를 갖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동료 장교인 이브는 그런 내레이터에게 사랑이나 결혼을 장난으로 여기면 나중에 큰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충고를 하지만 실은 그도 은근히 이국적인 '인형 부인'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이브는 결혼을 해서 브리타니에 아내를 두고 일본 근무에 오게 되었다. 드디어 프랑스 함선인 '승리호'(Triomphante)는 일본에 도착하여 나가사키 항구에 정박한다. 곧이어 이름난 중매장이인 강가루가 여러 명의 게이샤들을 데리고 나타나서 프랑스 해군 장교들에게 임시처로 삼을 여인을 선정하라고 말한다. 내레이터는 정말 인형과 같은 어린 여자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그런 여자가 보이지 않아서 대신 나이가 좀 들은 여자를 선택한다. 나이는 들었지만 품행은 단정하고 조숙해서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중매장이인 강가루는 신부만 주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신혼부부가 살 집과 가구와 집안 일을 도와줄 사람들까지도 주선해 준다. 드디어 내레이터와 일본 여인이 결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은 부부로서 선언된다. 그런데 내레이터는 자기와 결혼한 일본 여인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가 지금까지 다른 나라를 다니면서 데리고 살았던 현지처들과 비교할 때 별로 매력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러다가 그런 그의 생각이 바뀐다. 프랑스 독립기념일에 내레이터가 살고 있는 집에서 파티가 열릴 때 그 일본 여인이 보여준 민첩하고 상냥하며 남의 마음을 읽고 미리 준비해 주는 그런 태도 때문에 생각이 바뀐 것이다. 내레이터는 자기와 결혼한 일본 여인을 장난감과 같은 '인형부인'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인간으로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2부: 일본에 와서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편의상 임시로 현지처를 갖는 습관이 있었다. 마치 장난감처럼 가지고 살다가 떠나면 그만이었다. 특히 해군 장교들이 그랬다. 내레이터도 그런 생각이었다. 적당히 생활비 주어서 먹고 살게 해주면 고분고분한 일본 여성을 데리고 살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차 그런 생각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장난감 인형부인을 인간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고 그 장난감이 다른 남자와 좋아 지내는 것을 보면 질투가 난 것이다. 내레이터의 경우에는 기코상이 남들이 보기에도 지나치게 이브와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서 질투가 났다. 내레이터는 처음에 이브가 기코상에게 호감을 갖고 친절하게 대하자 그것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좋아했다. 그러다가 기코상이 이브의 친절에 보답하려는 기미가 보이자 가장 절친한 친구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런 마음이 조금 발전하여서 내레이터는 점점 기코상에 대한 관심이 흩으러진다. 그러더니 얼마 후부터는 함선에서 무슨 수리를 할 일이 있어서 집에서 머물지 않고 함선에서 며칠을 머물게 되면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부: 어느날 이브가 내레이터의 집에 와서 하룻밤 머물게 된 일이 생긴다. 내레이터는 이브를 마루에서 자도록 한다. 그러나 이브는 모기 때문에 도무지 잠을 자지 못한다. 침실에서 자고 있던 내레이터와 기코상이 이브를 방으로 들어와서 모기장 안에서 함께 자자고 권유한다. 내레이터는 별생각 없이 기코상의 베개를 이브의 옆에 놓는다. 기코상이 얼른 자기의 베개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이브의 옆에는 내레이터의 베개를 놓는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내레이터는 기코상에 대하여 크게 염려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또는 함선에 가서 지내는 날이 많았다. 내레이터는 점점 일본식 습관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4부: 내레이터의 함선이 다른 나라로 이동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돈다. 내레이터는 마침내 이브가 기코상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담판 짓고자 한다. 어느날 밤, 내레이터는 이브에게 우리 두 사람이 나가사키를 떠나게 되면 아마 이브가 자기보다 기코상을 더욱 보고 싶어 할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기코상과 결혼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결혼이라는 것이 임시조치일 뿐이므로 기코상을 자기의 부인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이어 누구든지 기코상과 다시 결혼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이브가 기코상에 대하여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안다고 말한다. 그러자 이브는 내레이터에게 '무슨 소리냐? 기코상은 자네의 부인이 아닌가?'라고 잘라 말한다. 내레이터는 이브의 말을 믿고 그 문제는 더 이상 논란하지 않기로 한다. 그때 프랑스 함선을 중국으로 출발시키라는 명령이 전달된다. 북경만에 정박하라는 명령이었다. 내레이터는 함선이 출항하기 직전에 자기가 얼마나 일본화 되었는지를 느낀다. 그렇다고해서 기코상과 헤어지는 것이 슬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코상보다 더 나이가 들었지만 여인다운 면모가 물씬 풍기는 마담 프륀과 로맨스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소설에서 마담 프륀은 내레이터가 빌려 살고 있는 집의 주인으로 나온다. 아무튼 내레이터가 기코상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려고 찾아가자 기코상은 내레이터가 계약에 의해서 지불한 은전들을 세어보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기코상은 남편이던 내레이터가 떠나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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