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한 농부(Die Bauer ein Schelm: The Cunning Peasant) - 셀마 세들라크(Selma sedlák)
안토닌 드보르작의 2막 민속오페라
스메타나의 '팔린 신부'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모델
안토닌 드보르작. 무언가 못마땅하다는 표정
'신세계교향곡'으로 유명한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 1841-1904)은 오페라에 대하여 대단한 애착을 가져서 생애 중에 10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첫 작품은 영국의 알프레드 대왕의 영웅적 생애를 그린 '알프레드'(Alfred)였다. 드보르작의 오페라 중에서 유일하게 독일어 대본의 작품이다. 이 오페라는 드보르작의 생전에는 공연되지 못하였다가 1936년에 올로무츠에서 초연되었다. 드보르작의 가장 대표적인 오페라는 '루살카'(Rusalka)이다. 이 오페라에서 주인공인 루살카의 아리아인 '달에게 부치는 노래'(Měsíčku na nebi hlubokém: Song to the Moon)는 너무나 유명한 아리아이다. 어쨋든 드보르작은 교향곡이나 협주곡의 작곡가라기 보다는 오페라 작곡가로 더 존경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의 오페라에는 체코를 사랑하는 애국적인 감상이 포함되어 있다. 드보르작은 1904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오페라야 말로 국가를 위해서 가장 적합한 형태의 음악이다'라고 선언했다. 애국적인 내용의 오페라에는 대체적으로 적군의 침략 장면이 나오고 이를 무찌르는 영웅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장면을 무대에 표현하려면 무대의 규모와 출연인원이 많은 그랜드 오페라가 적격이다. 드보르작의 다른 오페라들인 '반다'(Vanda), '자코뱅'(The Kacobin), '아르미다'(Armida), '디미트리'(Dimitrii) 등은 마이에르베르 스타일의 그랜도 오페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보르작은 마이에르베르의 그랜드 오페라 스타일을 선호하였다. 드보르작은 말년에 바그너에 대하여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역시 바그너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디미트리'에서 그런 점을 찾아 볼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드보르작은 체코의 민속음악에 대하여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국민오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해서 나온 작품 중의 하나가 '교활한 농부'이다. 한편, 드보르작은 '히아와타'(Hiawatha)를 미완성으로 남겼는데 여기에 사용했던 음악을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의 2악장에 사용했다고 한다.
훌륭한 오페라가 나오기 위해서는 훌륭한 대본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음악이 뛰어나더라도 대본이 뒤따르지 못하면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다. 뛰어난 작곡가들이 대거 활동하던 시기가 있는 것처럼 뛰어난 대본가들이 대거 활동하던 특별한 시기가 있다. 체코에서 드보르작이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려던 시기에는 불행하게도 뛰어난 대본가가 부족한 때였다. '교활한 농부'의 음악은 체코의 민속음악을 적절히 사용한 아름답고 명랑한 것이지만 대본에 있어서는 요세프 오타카르 베셀리(Josef Otakar Vesely)의 대본이 그다지 적당치는 않았다. 물론 재능있는 대본이기는 하지만 전에 나왔던 대본을 재탕하는 경우가 많아서 민망스러웠다. 예를 들면 예니크(Jenik)와 바클라브(Václav)는 스메타나의 '팔린 신부'에 나오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팔린 신부'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시골 배경을 그대로 사용한 점에서도 발견할수 있다. 그리고 스토리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활한 농부'는 제2의 '팔린 신부'이며 체코판 '피가로의 결혼'이라고 볼수 있다. '교활한 농부'는 1877년에 완성되었다. 드보르작이 그 즈음에 완성한 작품으로서는 '성모애상'(Stabat Mater), 피아노 협주곡, 슬라브 무곡 등이 있다.
드보르작은 '교활한 농부'에서 체코의 민속적인 정취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무곡과 행진곡 들을 사용했다. 폴카, 왈츠, 수제즈카(sousedská), 마추르(mazur) 등이다. 그렇지만 물론 전반적인 음악은 드보르작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교활한 농부'는 대작은 아니다. 2막으로 구성된 비교적 짧은 작품이다. 그래서 앙상블 오페라라는 별명을 듣고 있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시도해 보는 즐거운 오페라가 되었다. 전반적으로 서정적인 분위기이다. 여기에 왕자과 공주가 등장하므로 동화적인 분위기도 연출된다. 어떤 평론가는 '교활한 농부'가 음악적인 스타일로 볼 때 지나치게 교향적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2막의 발레 음악은 교향적 스케르쪼로서 더 어울린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역시 해피엔딩의 코믹한 작품이다.
1918년 프라하 공연에서의 등장 인물들. 공주, 예니크, 베투스카. 무슨 공주가 저런지!
'교활한 농부'는 1878년 프라하에서 초연되었다. 드레스덴에서는 1882년에 공연되었다. 독일에서 공연된 세번째 체코 오페라였다. 중요한 것은 '교활한 농부'가 오페라 작곡가로서 드보르작의 첫번째 성공작이라는 것이다. 1883년에는 함부르크에서, 1885년에는 비엔나에서 공연되었다. 비엔나 공연은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체코에서는 계속 인기를 끌며 공연되었다. 1887년 '자코뱅' 이후에는 '자코뱅'의 그늘에 가려서 점차 잊혀져 갔다. 그러다가 1950년대에 들어와서 리바이발되었고 이어 간헐적이지만 모습을 보였다. 2014년에는 보스턴에서 공연되었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왕자(Prince: Bar) - 공주의 남편
- 공주(Princess: S) - 왕자의 부인
- 장(Jean: T) - 왕자의 시종. 공주의 시녀인 베르타와 좋아하는 사이
- 베르타(Berta: S) - 공주의 시녀. 왕자의 시종인 장과 좋아하는 사이
- 예니크(Jenik: T) - 가난한 시골 청년. 베투스카와 사랑하는 사이
- 마르틴(Martin: B) - 부자 농부. 베투스카의 아버지.
- 베투스카(Betuska: S) - 부자 농부 마르틴의 딸. 예니크와 사랑하는 사이
- 바클라브(Vaclav: T) - 또 다른 부자 농부의 아들. 마르틴이 딸 베투스카와 결혼시키고자 하는 남자
- 베루나(Veruna: Cont) - 마을 부녀회장. 베투스카를 도와주는 노련한 여인
[1막] 왕궁의 정원이 무대이다. 마을 처녀들이 5월 축제를 찬양하고 이 축제가 사랑을 가져오기를 노래한다(Zavital do kraje, zavital maj). 그러나 부자 농부 마르틴의 아름다운 딸인 베투스카는 우울하다. 마을 처녀들이 베투스카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래를 부르며 이제 왕자가 나타나면 베투스카의 가랑이 이루어 지도록 허락할 것이라고 얘기해 준다. 가난한 청년인 예니크가 나타나서 베투스카에게 어째서 우울하냐고 묻는다. 베투스카는 아버지가 가난한 청년과의 결혼은 절대로 안되며 부자와 결혼하라고 하기 때문에 우울하고 슬프다고 대답한다. 서로 사랑하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 부등켜 안으며 하나님이 자기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도와 주리라는 희망을 갖는다(Usta moje, milacku). 예니크가 떠나자 베투스카의 아버지인 마르틴, 마을의 부녀회장인 베루나, 그리고 마을의 또 다른 부자 농부인 바클라브가 등장한다. 우선 베투스카의 아버지인 마르틴은 딸 베투스카에게 예니크와 같은 가난뱅이 뜨내기 룸펜과 어울릴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마르틴의 마음 속에는 베투스카에게 부자 남편을 얻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베투스카는 예니크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마을의 부녀회장인 베루나가 베투스카의 말을 지지한다. 물론 베투스카의 아버지인 마르틴은 두 여자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바클라브가 베투스카에게 만일 자기와 결혼해 주겠다고 한마디만 해 준다면 이런 저런 선물들을 주겠다고 말한다. 베투스카가 당연히 바클라브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자 베투스카의 아버지인 마르틴이 베투스카에게 대단히 화를 낸다(Dobra, jgi tedy k nemu). 마을 처녀들이 와서 베투스카를 데려간다. 꽃다발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왕자가 오면 베투스카각 왕자에게 꽃다발을 주기로 되어 있다. 마르틴과 바클라브는 '자. 이제 무얼 하면 되나?'라며 얘기를 나눈다. 바클라브는 마을 전체가 자기를 조롱하고 비웃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겁이 난나고 말한다. 마르틴은 '마을 사람들이 누구인가? 보헤미아의 농부들이라네. 그 사람들은 노래를 불러도 함께 부른다네'(Jsme cesti sedlaci)라고 말하며 바클라브를 위로한다. 마르틴과 바클라브는 기껏 꾀를 낸다는 것이 예니크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사다리를 치우고 그 자리에 널판지를 연결하여 물동이를 올려 놓았다가 예니크가 사다리인줄 알고 밟으면 물동이가 넘어져서 물세례를 흠뻑 받도록 하며 땅 바닥에 떨어지면 달려가서 두들겨 준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이런 음모를 마을 부녀회장인 베루나가 듣고서 예니크와 베투스카에게 그런 음모가 있다는 알려 주고자 한다.
드디어 왕자와 공주가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사람들 모두 왕자와 공주를 환영한다. 베투스카가 마을 사람들을 대표해서 왕자에게 꽃다발을 준다. 왕자와 시종인 장은 베투스카를 보고 정말 아름답게 생겨서 놀란다. 시종인 장이 베투스카에게 접근해서 수작을 부리려고 하자 공주의 시녀인 베르타가 질투가 나서 장을 보고 무어라고 불평을 한다. 잠시후 마르틴과 바클라브가 왕자에게 다가와서 바클라브와 베투스카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때에는 백성들의 결혼도 왕자인지 뭔지의 허락을 받아야만 했던 것 같다. 왕자는 보아하니 아름다운 베투스카가 나이 많고 그저 그렇게 생긴 바클라브와 결혼할 것 같지 않아서 이들에게 우선 베투스카를 만나서 베투스카의 생각이 어떤지를 물어보겠다고 대답한다. 왕자는 베투스카에게 그날 밤에 혼자서 자기가 묵고 있는 여름별장으로 오면 그때 얘기를 나누겠다고 말하며 잘만하면 예니크에게 토지를 주어 농사를 짓게 하고 베투스카와의 결혼도 허락하겠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베투스카는 기쁜 심정에서 '예 오늘 밤에 여름 별장으로 왕자님을 찾아가겠나이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노련한 부녀회장인 베루나는 왕자가 예쁜 베투스카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베투스카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해 준다. 한편, 저쪽에서 왕자의 하인인 장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베투스카에게 사다리를 베투스카의 창문에 걸쳐 놓으면 나중에 자기가 찾아가겠다고 말한다. 베루나는 장에게 만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그 위에는 널판지에 물동이가 놓여 있어서 물세례를 받을 것이므로 아예 베투스카의 창문으로 올라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라고 말해 준다. 그때 공주의 시녀인 베르타가 나타나서 장을 데리고 간다. 베루나는 베르타와 베투스카에게 사다리 위에 물동이가 있다는 얘기를 해 준다. 베루나는 공주에게 오늘 밤에 왕자가 베투스카를 혼자서 여름별장으로 오라고 했다는 얘기를 해주고 베투스카 대신에 여름별장으로 가면 좋겠다고 말한다. 공주는 남편인 왕자의 속셈을 알고 베투스카처럼 분장해서 여름별장으로 가서 왕자를 만나기로 한다. 공주는 왕자가 자기를 베투스카가로 생각하고 좋아한다면 왕자에게 철석 뺨을 한대 갈길 생각이다.
[2막] 봄축제가 열리고 있다. 모두들 흥겹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맥주를 마신다. 메이폴에 올라가는 경기가 있자 어떤 청년이 올라가서 우승을 한다. 왕자가 나타나서 이제 봄축제를 마무리하겠으며 마을 사람들에게 소원이 있으면 얘기해 보라고 말한다. 마을 청년들은 베투스카와 결혼하고 싶다는 소원을 말한다. 어떤 사람은 남을 비난하는 얘기를 하다가 꾸지람을 듣는다. 베투스카는 왕자에게 예니크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다(Kez mi jiz zavita blazena chvile). 밤이 되어 예니크와 베투스카는 서로 잘자라고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Rozlucme se, drahy, rozlucme se). 베투스카는 예니크에게 왕자가 자기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예니크는 이 참에 둘이서 멀리 도망가서 살자고 말한다.
밤이 되어 마르틴은 몰동이가 제 자리에 있는지를 점검한다. 바클라브는 어쩐지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다. 베루나는 공주와 베르타를 베투스카처럼 꾸민 후에 공주는 왕자의 여름 별장으로 보내고 베르타는 베투스카의 방으로 보낸다. 마침내 여름 별장에서 베투스카(실은 공주)를 만난 왕자는 자기가 얼마나 공주에게 지쳐 있고 따분한지 모른다고 말한다. 왕자는 그러면서 오늘밤에 자기와 함께 있어 주면 토지 문서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공주는 왕자의 손에 있는 토지 문서를 빼앗은 후에 자기의 정체를 내보인다. 왕자가 깜짝 놀라서 있을 때에 공주가 왕자의 뺨을 철석 때린다. 한편, 장은 베투스카의 창문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그러나 창문에는 베르타가 기다리고 있다. 놀란 장이 우물쭈물 하고 있을 때에 물동이가 떨어져서 물세례를 받는다. 마르틴과 바클라브는 장을 예니크로 생각해서 달려가서 흠씬 두들겨 준다. 공주와 베르타는 왕자와 장으로부터 잘못 했다는 말을 단단히 받는다. 왕자와 장은 마르틴이 그런 예쁜 딸을 두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하며 오히려 마르틴을 비난한다. 모든 것을 뉘우친 왕자는 마르틴에게 베투스카와 예니크가 서로 사랑하니 결혼토록 하라고 지시한다. 마르틴이 바클라브에게 미안해서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자 바클라브는 '걱정마세요. 내가요 돈 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적당한 여자를 아내로 맞아 들일수 있지요'라고 말한다. 왕자가 크게 선심을 써서 예니크에게 토지 문서를 준다. 마을 사람들 모두 왕자와 공주의 은덕을 높이 찬양한다.
'교활한 농부'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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