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브레트 딘의 '블리스' - 99

정준극 2014. 4. 26. 22:32

블리스(Bliss)

피터 케리의 동명 소설을 호주의 브레트 딘(Brett Dean)이 3막의 오페라로 제작

이 시대의 어느 때나 있을 수 있는 삶과 죽음의 패러디

 

브레트 딘

 

'블리스'(Bliss)는 호주의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인 브레트 딘(Brett Dean: 1961-)이 작곡하고 아만다 홀든(Amanda Holden)이 대본을 쓴 3막의 오페라이다. 오페라 '블리스'는 호주의 저명한 작가인 피터 캐리(Peter Carey: 1943-)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피터 캐리의 '블리스'는 1985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일이 있다. 오페라 '블리스'는 2010년 3월 12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되었다. 이어 그해에 에딘버러 페스티발에서 리바이발되었으며 2010-2011 시즌에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도 공연되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느닷없이 함부르크에서 두번째로 공연되었던 것은 처음에 이 오페라를 브레트 딘과 아만다 홀든에게 재작을 의뢰했던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의 음악감독인 시몬 영(Simone Young)이 오페라가 작곡되고 있는 중에 직장을 함부르크 슈타츠오퍼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몬 영의 후임으로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어의 음악감독인 된 리챠드 히칵스도 이 오페라를 적극 지원했지만 그도 불행하게 오페라가 첫 공연을 가지기 전인 2008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 후임인 닐 암필드라는 사람이 제작을 주관했다. 브레트 딘이 작곡을 시작해서 완성하기 까지는 6년 이상이 걸렸다. 브레트 딘은 2004년에 Moments of Bliss 라는 제목으로 오케스트라 악보를 만들어서 멜본에서 연주회를 가진 일이 있다.

 

화학제품의 판매와 관련하여 경찰의 추궁을 받고 있는 해리

 

브레트 딘은 주인공인 해리 조이의 역할을 특별히 바리톤 피터 콜맨 라이트(Peter Coleman-Wright)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 제목은 '블리스'(축복)이라고 되어 있지만 현대인의 일반적인 가치관으로서는 무엇 때문에 그런 제목이 붙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가 있다. 다만, 각자의 행복에 대한 가치관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삼은 것 같다. '블리스'의 시기는 1980년대이며 장소는 호주의 브리스베인이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해리 조이(Harry Joy: Bar): 주인공으로 광고회사의 간부(Managing Director)

- 베티(Betty: Dramatic S): 그의 부인

- 하니 비(Honey B: S): 그의 애인

- 엘렉스 듀발(Alex Duval: Bar): 그의 친구 겸 직장 동료

- 데이빗(David: T): 그의 아들

- 루시(Lucy: S): 그의 딸

- 조니 데이비스(Johnny Davis: High T): 그의 직장 직원. 베티의 애인

- 데스 목사(Reverend Des: B-Bar): 병원 원목. 경찰관, 정신병원의 간호부 역할도 함께 함

- 알도(Aldo: T): 식당의 이탈리아 웨이터. 해리 조이의 사업 고객 겸 친구인 나이젤 클룬스의 역할도 함께 맡음

- 미세스 달턴(Mrs Dalton: MS): 정신병원의 매니저

 

- 이밖에 정신병원 간호원, 정신병원 의사, 경찰관, 베티의 의사, 이웃 사람들,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사람들, 서커스 단원들, 정신병원 입원환자들, 정신병원 직원들 등이 출연한다. 오프 스테이지에서 혼성 합창단은 '지옥'의 역할이다. 테너와 베이스 몇명으로 구성된 회사 간부급의 합창도 있다.

 

해리는 하니 비와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

 

해리 조이는 광고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성공한 기업인이다. 해리의 회사는 어떤 화학제품을 판매해서 큰 이익을 본다. 그 제품의 부작용으로 암환자들이 발생하는 것은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해리는 악덕 기업인이다. 해리는 호주에서도 살기 좋다는 아열대성의 브리스베인에 살고 있다. 해리는 넓은 저택에서 야심적인 부인인 베티(소설에서는 베티나), 아들 데이빗, 딸 루시가 함께 부족함 없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해리 조이는 갑자기 심장마비로 정확히 9분 동안 죽어 있다가 심장소생 조치를 받고 다행히 살아난다. 소설은 유명한 구절인 'Harry Joy was to die three times...'로 시작한다. 세번이나 죽었어야 했다는 얘기이다. 해리 조이는 9분 동안 죽어 있었던 경험을 한 후에 생에 대한 견해와 자세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는 죽어 있는 동안 지옥에 있었다고 믿는다. 그는 죽었다가 살아난 후에 회사에 나갔더니 동료인 알렉스가 해리에게 이제부터는 '선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 겸 충고를 한다. 해리는 점심을 먹으러 단골 식당에 간다. 갑자기 서커스 패들이 식당 안으로 밀려 들어와서 왁자지껄한다. 이들의 등장은 무대를 보다 화려하고 생동감 있게 만드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실감을 갖게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해리의 초연실주의적인 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소설에서는 해리가 식당에서 나와 보니 자기 차 위에 코끼리가 앉아 있었다는 식으로 되어 있다.

 

 

정신병원에서 알렉스와 해리가 서로 자기가 해리라고 하면서 싱갱이를 하고 있다.

 

밤늦게 집에 돌아온 해리는 식구들에게 소란을 끼치기 싫어서 사다리를 타고 위층의 자기 방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소설에서는 나무를 타고 올라간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무심코 부인이 쓰는 방을 들여다보니 베티가 어떤 남자와, 정확히 말하면 해리의 회사 직원이며 해리의 동료인 조니와 침대에서 섹스를 하고 있다. 해리는 다른 방의 창문을 통해서 더 기가막힌 장면을 본다. 딸 루시와 아들 데이빗이 섹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루시는 공산주의자이고 아들 데이빗은 마약 딜러이다. 루시는 데이빗으로부터 마약을 건네 받는 조건으로 몸을 제공한 것이다. 소설에서는 마리화나로 되어 있지만 오페라에서는 코카인으로 되어 있다. 해리는 도저히 집안으로 들어 갈수가 없어서 호텔로 간다. 해리는 호텔 방에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선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택할지는 결정하지 못하다가 몸을 파는 여인들을 돕자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콜 걸들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콜 걸을 한사람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하니 비(Honey B(ee): 소설에서는 하니 바바라)가 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하니 비는 히피로서 숲속에서 꿀벌을 키우는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하니 비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으며 원래의 이름은 하니 바바라이다. 그리고 하니 비는 범신론자이다. 하니 비는 여분의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섹스에 갈급한 남자들을 도와주기 위해 파트 타임으로 몸을 파는 일을 한다. 해리는 하니 비와 지내면서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하니 비의 도움을 받아 좋은 사람,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해리에게 있어서 하니 비는 오시리스에게 있어서 이시스와 마찬가지라고 말 할수 있다. 한편, 해리의 가족들은 데이빗의 주도 아래에 해리가 정신병에 걸렸다고 신고해서 해리를 정신병원에 집어 넣기로 한다. 소설에서는 베티와 조니가 공동으로 해리를 정신병원에 집어 넣기로 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가족들은 우연히 호텔에 들른 알렉스 듀발이 술을 진탕마시어서 인사불성이 되자 그를 해리로 착각하여서 정신병원에 연락한다. 정신병원의 직원들이 호텔에 와서 알렉스를 무조건 붙잡아서 차에 실어 간다.

 

고독한 해리

 

3막은 정신병원이 무대이다. 원장인 미세스 달턴이 모든를 장악하고 휘두르는 정신병원이다. 알렉스는 해리로 인정을 받아 온 것이 오히려 행복하다. 평소에 사장이 되고 싶었는데 정신병원에서나마 사장 대우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해리가 나타나는 바람에 곤난해 진다. 해리는 가족들에 의해 다시 신고가 되어 붙잡혀 온 것이다. 베티는 그 기회를 이용해서 해리의 회사 경영권을 장악한다. 그러면서 해리에게 자기는 실제로 광고에 뛰어난 재능이 있기 때문에 회사를 금명간에 뉴욕에서 제일가는 광고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얼마후 베티는 암 진단을 받는다. 베티는 회사 간부들에게 회사를 뉴욕 최고의 회사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지 죽기로 결심한다. 베티는 휘발유 한 통을 가지고 이사회에 참석해서 불을 붙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베티의 죽음을 전해 들은 해리는 숲 속으로 가서 하니 비를 만난다. 해리는 숲에서 나무를 심으며 새생활을 시작한다. 오페라의 마지막 대사는 a life in hell can still aspire to bliss(지옥에서의 삶도 축복을 갈망할수 있다)이다. 해리와 하니 비는 행복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소설에서는 해리와 하니 비가 지옥의 권세를 이기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고 그의 자녀들이 낙원을 상속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해리는 진실로 구원을 얻기 위해서 두번째로 죽어야 한다. 소설의 첫 머리에는 해리가 세번 죽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마지막 세번째의 죽음은 진짜로 수명이 다하여 죽는 것이다. 아무튼 별 오페라가 다 있다.

 

정신병원에서 해방을 갈구하는 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