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아울리스 살리넨의 '레드 라인' - 105

정준극 2014. 5. 8. 18:42

레드 라인(Red Line) - Punainen viiva

아울리스 살리넨의 2막 비극오페라

핀랜드 독립의 기폭제 역할

 

아울리스 살리넨

 

아울리스 살리넨(Aulis Saliinen: 1935-)은 장 시벨리우스 이후 핀랜드에서 가장 뛰어난 작곡가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지금까지 6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 중에서 대표작은 '레드 라인'(붉은 선)이다. 이 오페라의 대본은 핀랜드의 저명 작가인 일마리 키안토(Ilmari Kianto: 1874-1970)가 1909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자 자신이 썼다. '레드 라인'(푸나이넨 비바)은 1978년 11월 30일 헬싱키의 핀랜드국립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되어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원작과 오페라의 시기는 1907년으로 설정되어 있다. 1907년은 핀랜드가 독립을 위ㅐ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결정하는 선거가 있었던 해이다. 1907년은 핀랜드 역사의 분수령이라고 말할수 있는 해였다. 1907년의 선거는 1917년, 1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핀랜드의 독립을 이끌어 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울리스 살리넨은 '레드 라인'을 '냉혹하고 참담한 오페라'라고 규정하였다. 얼마나 참혹한 내용의 작품인지 짐작케 한다. 오페라를 분류하는데 있어서 비극적 오페라(tragic opera)라는 용어는 있지만 '냉혹한 오페라'(grim opera)라는 것은 없지만 아울리스 살리넨이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오페라의 내용이 당시의 비참하고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곤경을 극복하였기에 오늘날 핀랜드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사회보장국가가 되었으며 선진대열에 들어선 나라가 되었다.

 

'레드 라인'이 초연된 헬싱키의 핀랜드국립오페라

 

'레드 라인'은 핀랜드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초연 이후 핀랜드의 여러 지역에서 공연되었지만 핀랜드 이외의 지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공연되었다. 물론 1900년대 초반에는 핀랜드에서만 공연되었으나 1979년에 런던의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공연되었고 1983년에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되었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토피(Topi: Bar)

- 리카(Riika: S)

- 푼타르패애(Puntarpää: T)

- 시마나 아리파이니(Simana Arhippani: B)

- 젊은 목사(Young Priest: B-Bar)

- 교구 목사(Vicar: T)

 

이밖에 토피의 이웃들로서 카이사(Kaisa: A), 유시(Jussi: B), 티나(Tiina: S)가 등장하며 구두장이 라파나(Raappana: spoken), 그의 부인인 쿠닐라(Kunilla: spoken),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어린이들이 나온다. 시기는 앞서 소개한 대로 1907년이며 장소는 핀랜드의 카이누 지방에 있는 마을로서 토피와 그의 가족들이 소작을 하고 있는 곳이다.

 

[1막] 1장. 늦가을이다. 가까운 어디선가에서 곰이 짖는 소리가 들린다. 곰은 냉혹한 자연의 위협을 상징한다. 곰이 울부짖는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안을 의미한다. 그 불안은 결국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에 의하면 곰은 핀랜드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소련을 말한다고 한다. 핀랜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이다. 곰은 마을에 들어와서 양을 물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그나마 몇 안되는 양이 또 줄어들어서 화가나고 걱정이다. 조그만 땅덩어리를 붙여서 소작을 하고 있는 토피가 저 놈의 곰을 잡아 죽이겠다고 다짐하자 아내인 리카가 당신이 무슨 재주로 힘센 곰을 당할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두 사람의 언쟁은 한동안 계속된다. 결국 두 사람은 그놈의 가난이 무엇인지 집안에는 양식이 바닥이 나서 어른이고 아이고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이렇게까지 된 사정을 원망하는 것으로 언쟁을 끝낸다. 가장인 토피는 금명간에 사정이 변해서 잘 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2장은 토피가 꿈을 꾸는 장면이다. 집안에 먹을 것이 바닥이 나자 토피는 마을로 내려가서 사람들에게 아이들이 굶고 있으니 제발 도와 달라고 간청한다. 그때 교구 목사가 지나가다가 토피를 보고 교회에 제대로 출석도 하지 않으면서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닌다고 꾸짖는다. 토피는 교구 목사에게 이제부터는 교회에 빠지지 않고 다니겠다고 말한다. 물론 토피 자신도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토피는 겨우 먹을 것을 좀 얻어서 바삐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토피의 아이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허기에 지쳐서 그만 죽어 있다. 아이들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랜 토피가 잠에서 깨어난다. 실은 리카가 '토피, 토피'라고 부르면서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토피를 깨웠던 것이다. 토피는 꿈이 두려워서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그동안 잡아 둔 새 몇마리를 챙겨서 바구니에 넣고 마을로 내려간다. 곡식과 교환하기 위해서이다. 리카는 남편을 잠에서 깨울 때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지 않고 '토피 토피'라면서 이름을 부른 것을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

 

3장은 카렐리아에서 온 행상인 시마나 아리파이니가 나타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시마나는 아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말하며 노래를 불러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그러나 아이들이 '우리는 왜 가난하게 살아야 하나요?'라든지 '하나님은 하루 세끼씩 밥을 거르지 않고 잡수시나요?'와 같은 질문을 하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때 곡식을 구하러 갔던 토피가 돌아온다. 이웃의 구두장이인 라파나의 부인인 쿠닐라도 토피가 곡식을 구해 온 것을 알고 냄새나 맡으려고 찾아온다. 토피는 쿠닐라에게 마을에서 줏어온 사회주의 신문을 좀 읽어 달라고 부탁한다. 쿠닐라가 앞으로 얼마 안 있으면 선거가 있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읽어 준다. 토피를 비롯하여 시마나 등이 선거가 무엇인지, 왜 하는지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다. 이들은 선거가 자기들을 고생과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번 선거의 중요성에 대해서 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4장은 그로부터 얼마후 새해를 맞이한 때이다. 어떤 정치꾼이 마을 광장에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일장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말이 정치인이지 실은 사람들은 선동하는 일이 주업무이다. 어떤 젊은 목사가 그 정치꾼의 말을 가로 막으며 사람들에게 저 사람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말라고 말한다. 그런 일 때문에 정치꾼의 연설이 잠시 중단이 된다. 젊은 목사는 단상에 올라가서 사회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자유, 평등, 박애에 대하여 얘기한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점차 이번 선거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한다.

 

[2막] 5장은 주현절의 전야인 '열두번째 밤'이다. 1월 5일의 밤이다. 이웃 사람들이 토피와 리카와 함께 '열두번째 밤'을 축하하는 모임을 갖는다. 리카가 생각난듯 사회주의자들이 발간한 작은 책자를 읽는다. 모두 투표에 참가해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토피는 평생을 삽과 호미만을 쥐고 살았기 때문에 투표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은근히 걱정이다. 투표 용지에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제대로 할수 있는지를 두고 걱정이다. 사람들이 투표용지에는 붉은 선(레드 라인)만을 그리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찬성한다는 표시라는 것이다. 토피는 그 말의 뜻을 잘 모르지만 그렇다고 자세하게 물어볼 처지도 아니어서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다. 얘기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는 것으로 초점이 맞추어 진다. 선거 후에 이 나라, 이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이냐는 궁금증이다. 그때 밖에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곰이 양을 잡아가려고 온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말 곰이 왔을까라며 감을 잡지 못한다.

 

곰에게 죽임을 당한 남편 토피를 보고 두려움과 함께 절망하는 리카

                  

6장은 3월 15일이다. 선거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 자유당 시절에 3.15에 선거가 있어서 부정선거 규탄이 뒤따랐고 결국 대통령이 하야하는 미증유의 사태로까지 발전되었는데 핀랜드에서도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1907년의 3월 15일이 선거날이다. 투표장 앞에서는 젊은 목사와 그를 지지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사회주의자들간에 심상치 않은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서로 치고 받지는 않지만 원수처럼 바라보며 간혹 무어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선거관리하는 사람들이 투표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검사한다. 토피와 리카도 투표장 안으로 들어간다. 7장은 어느 늦은 봄날이다. 토피는 농사를 짓지 않는 시절에 돈이라도 벌기 위해 벌목장에 가서 일하고 있다. 집에 있는 리카는 집 앞에 싸인 눈을 매일 치우면서 남편 토피가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벌목장에 갔던 남편이 돌아오는데 집 앞의 눈이라도 치워서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리카는 지난번 선거로 누가 무슨 자리에 뽑히는지는 모르지만 제발 생활이 좀 나아 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리카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기다리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영샹실조로 병에 걸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 이웃에 살고 있는 카이사는 아이들이 아픈 것이 모두 하늘의 벌을 받아서라고 말한다. 리카는 하늘이 벌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병에 걸렸다고 하는데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며칠후 과연 토피가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때에는 불행하게도 아이들이 모두 죽은 후였다. 교구 목사는 비용을 싸게 해서 아이들을 땅에 파묻어 주겠다고 제안한다. 따로 따로 관이 필요없고 관 하나에 아이들을 넣으면 되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든다는 설명이다.

 

[에필로그] 선거에서 일반 대중이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사회주의가 승리한 것이다. 선거에서 이긴 사람들은 백성들에게 옷과 식량을 주겠으며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토피와 리카에게는 너무 늦은 소식이다. 아이들이 이미 먹지 못해서 병에 걸려 죽었는데 지금 와서 옷도 주고 양식도 주며 병도 고쳐 주겠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생각이다. 밖에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곰이 나타났다는 표시이다. 토피는 연장을 들고 곰을 잡으로 나간다. 리카는 토피가 나간지도 한참이나 되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자 무섭지만 토피를 찾으러 밖으로 나간다. 리카는 저쪽 숲에서 곰을 당하지 못하고 죽어 있는 토피를 발견한다. 리카는 너무나 두럽고 놀라서 토피의 주검 위에 엎드려 슬피 운다. 토피의 목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 나온다. 붉은 피는 마치 투표소에서 붉은 선을 그었던 것처럼 보인다.

 

'레드 라인' 기념우표

 

198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공연에서의 무대는 대단히 상징적이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무대 위에 설치한 통나무 더미는 소작인들의 오두막집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붉은 문은 사회주의 선동자들의 도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죽음이 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곰은 끊임 없는 불안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아울리스 살리넨은 현대 작곡가이지만 고전에 더욱 치중하는 작곡가로서 '레드 라인'에서는 필랜드의 민속음악을 자주 사용하여 국민적 오페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어떤 경우에는 민속음악이 전통적인 것, 보수적인 것을 의미하고 현대적인 음악은 혁명적인 것을 의미하도록 사용되기도 했다. 어떤 평론가는 살리넨의 음악이 대단히 우아하고 뛰어난 테크닉으로 작곡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4장과 6장의 음악은 높은 찬사를 받아 마땅한 것이라고 내세웠다. 또 다른 평론가는 이 오페라를 '냉혹한 오페라'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도 전체적으로 낮은 키의 음악이 지배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레드 라인' 포스터. 고생에 찌든 토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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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자 아울리스 살리넨(Aulis Salli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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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살미(Salmi)에서 태어났다. 아울리스 살리넨은 현존하는 핀랜드 작곡가 중에서 가장 높은 명성과 존경을 얻고 있는 사람이다. 오늘날까지 거의 50년을 작곡활동을 해온 것도 그가 존경받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그는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공부했고 핀랜드의 유명한 현악4중주단인 크로노스 쿼텟을 위해 작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6편의 오페라, 8편의 교향곡, 바이올린-첼로-플륫-혼-잉글리쉬 혼을 위한 협주곡을 작곡했으며 실내악도 여러 곡을 작곡했다. 그는 1978년에 오페라 Ratsumies(The Horseman: 기수)로서 북구음악상(Nordic Council Music Prize)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세련되고 아름다우며 여기에 20세기 스타일의 음악을 용접한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의 오페라는 다음과 같다. 그의 첫 오페라인 '기사'와 두번째인 '레드 라인'은 핀랜드 국민들로부터 대단한 사랑을 받은 것이다. 더구나 이들 오페라가 억압받고 있는 핀랜드의 자주독립을 고취한 것이며 아울러 사회적으로 평등과 박애사상을 주입하는 것이어서 더구나 사랑을 받았다.

 

핀랜드의 국민 작곡가인 아울리스 살리넨

 

○ Ratsumies(기사: 1974) ○ Punainen viiva(레드 라인: 1978) ○ Kuningas lähtee Ranskaan(왕께서 프랑스로 떠나시다: 1983) ○ Kullervo(쿨레르보: 1988) ○ Palatsi(궁전: 1993) ○ King Lear(리어 왕: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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