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로리 레이트맨의 '주홍글씨' - 103

정준극 2014. 5. 2. 10:10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나다니엘 호손 원작을 로리 레이트맨이 오페라로 작곡

실레지아 출신의 발터 담로슈도 같은 제목의 오페라 작곡

 

로리 레이트맨

 

'주홍글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매사추세츠 출신의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의 소설이다. '주홍글씨'는 영화로도 여러번 만들어 졌지만 연극으로도 만들어졌고 오페라로도 만들어졌다. 최근의 오페라는 미국의 중견 여류 작곡가인 로리 레이트맨(Lori Laitman: 1955-)이 작곡한 '주홍글씨'이다. 로리 레이트맨은 오페라 '주홍글씨'를 2008년에 센트랄 아카서스 대학교의 의뢰로 작곡했다. '주홍글씨'는 그해 이 대학교에서 초연을 가졌으며 오페라 콜로라도의 설립 30주년을 기념하여 2013년에 덴버에서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준비가 부족하여서 2016년에 무대공연될 예정으로 있다. 오페라 콜로라도의 공연에서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 소프라노인 엘리자베스 퍼트랄(Elizabeth Futral)이 헤스터의 역할을 맡기로 되어 있다. 오페라 '주홍글씨'의 대본은 미국의 저명한 시인인 데이빗 메이슨(David Mason)이 맡았다.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는 1862-63년에 매사추세츠의 살렘에서 있었던 저 유명한 살렘 마녀 재판(Salem Witch Trial)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한마디 덧 붙이자면 나다니엘 호손의 할아버지가 살렘 마녀 재판의 판사였다는 것이다. 그때 19명이 여인이 마녀의 누명을 쓰고 판결을 받아 교수형에 처해졌고 1명은 고문을 견디지 못해서 죽었으며 5명은 감방에서 고생하다가 죽었다. 나다니엘 호손은 자기 할아버지가 살렘 마녀 재판을 주관했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 원래 자기 집안의 이름이 하손(Hathorne)인데 여기에 W를 덧붙여서 Hawthorne 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이다.

 

헤스터 역의 엘리자베스 퍼트랄. 노우스 캐롤라이나주 존스턴 카운티 출신이다.

 

 

'주홍글씨'는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어서 로리 레이트맨의 오페라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두 명의 작곡가에 의해 '주홍글씨'가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하나는 1862년 실레지아의 브레슬라우에서 태어났으나 1871년 미국으로 이민와서 활동하다가 1950년 우리나라에서 6. 25 전쟁이 일어나던 해에 향년 88세로 세상을 떠난 발터 담로슈(Walter Damrosch)의 '주홍글씨'로서 일찍이 1895년 1월에 카네기 홀에서 발췌곡들을 가지고 처음 선을 보였고 이듬해인 1896년 2월에 보스턴에서 정식으로 초연된 작품이다. 보스턴 초연에는 작가인 챨스 엘리옷 노턴, 시인이며 여성운동가인 줄리아 워드 호우, 그리고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인 넬리 멜바 등이 참석했었다. 발터 담로슈는 1912년에 코믹오페라/뮤지컬인 '평화의 비둘기'(The Dove of Peace)를 발표했고 1913년에는 그랜드 오페라인 '시라노'(Cyrano)를 발표한바 있다. 또 하나의 "주홍글씨'는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프레드릭 크롤(Fredric Kroll: 1945-)이 작곡하여 1981년 플로리다에서 초연을 가진 것이다. 프레드릭 크롤은 미국 출신이지만 독일계여서 1969년부터는 독일에서 거주하여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프레드릭 크롤의 '주홍글씨'는 1999년 11월에 비엔나에서도 공연되어 관심을 끌었다. 이상 두 편의 오페라 이외에도 락 오페라인 '주홍글씨'도 있다. 마크 가버너(Mark Governor)가 음악과 대본을 함께 맡은 작품으로 셰임(shAme)이라는 제목이다. 처음 공연 때에는 카트리나 렌크(Katrina Lenk)가 헤스터의 역할을 맡아서 인기를 끌었다.

 

 

발터 담로슈(월터 담로슈)와 마크 가버너(오른쪽)

 

주요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발터 담로슈의 오페라에서는 헤스터의 딸인 펄(Pearl)이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소설에서는 헤스터가 딤스데일 목사가 죽은 후에 혼자서 고독하게 지내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오페라에서는 독약을 마시고 딤스데일 목사의 뒤를 따라 죽는 것으로 되어 있다.

 

- 헤스터 프라인(Hester Prynne: S) - 젊은 청교도 여인

- 아서 딤스데일 목사(Rev. Arthur Dimmesdale: T) - 설교를 잘하여서 설득력이 있는 젊은 목사

- 로저 칠링워스(Roger Chillingworth: Bar) - 헤스터의 남편

- 존 윌슨 목사(Rev. John Wilson: Bar) - 존경 받는 노목사님

- 벨링엄 주지사(Governor Bellingham: B) - 보스턴 주지사

- 브라케트(Brackett: B) - 간수

 

스토리는 다 아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략하게 다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장소는 초창기의 보스턴이다. 젊은 청교도 여인인 헤스터 프라인은 간통을 했다고 비난을 받아 간통(Adultery)의 첫 글자인 A 를 수놓아서 가슴에 달고 다녀야 했다. 헤스터는 교수형을 선고 받지는 않았지만 교수대에 올라가서 간통 선고를 받으려고 할 때에 오래 전에 인디안들에게 잡혀갔기 때문에 죽은 것으로 생각되는 헤스터의 남편 칠링워스가 인디안 마을에서 탈출하여 돌아와서 교수대 위에 서 있는 여인이 자기 부인인 것을 알게 된다. 칠링워스는 헤스터가 낳은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헤스터를 닥달하지만 헤스터는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헤스터가 그 아이를 기를수 있도록 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기르지 못하도록 하는지를 두고 논란을 벌이지만 결론을 얻지 못한다. 그러는 중에 칠링워스는 마을 회관의 한쪽에 있는 딤스데일 목사가 얼굴이 창백해 진 것을 보고 의구심을 갖는다. 젊은 딤스데일 목사는 그때까지 헤스터의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숨기고 지냈다. 그날 늦은 밤에 딤스데일 목사는 마을에서 마녀라고 알려진 여인을 우연히 만난다. 마녀는 목사로서 어찌 그런 불륜을 저지를수 있느냐며 딤스데일을 비난하고 조롱한다. 이같은 조롱에 영향을 받은 딤스데일은 마침내 자기의 죄책감을 극복하고 헤스터와의 과거에 대하여 내적으로 갈등하던 일도 죄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딤스데일은 헤스터와 숲속에서 만나 멀리 도망가서 살자는 의논을 한다. 두 사람은 구태의연하고 고답적인 것을 피해서 신세계로 왔는데 신세계에서도 자유의 속박을 받으며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딤스데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쪽에 무겁게 자리 잡고 있는 죄악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 마침내 딤스데일은 선거를 축하하는 모임에서 사람들 앞에 나서서 자기의 죄를 고백한다. 그리고 자기도 옷 속에 A 라는 글자를 달고 다닌다고 밝힌다. 딤스데일은 고백을 마치고 나서 너무 심적으로 큰 일을 해냈다고 생각했는지 그 자리에 쓰러져 죽는다. 오페라는 원작 소설에 비하여 내용이 약간 다른 부분도 있다.

 

피날레에서 딤스데일 목사님이 모든 사실을 밝히는 장면. 연극

 

'주홍글씨'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서 월터 담로슈(발터 담로슈)가 작곡한 오페라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헤스터는 교수대로 끌려온다. 교수형을 처하려는 것이 아니라 간통을 했다고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주기 위해서이다. 헤스터는 A 라고 쓴 헌겊을 가슴에 달고 다녀야  한다. 헤스터는 집에서 주홍색으로 크게 A 라고 쓰고 금실로 수놓은 헌겊을 만들어서 가슴에 붙이고 있다. 오히려 우아한 분위기의 글씨이다. 헤스터는 딸 펄(Pearl)을 데리고 있다. 진주라는 뜻의 이름이다. 사람들은 교수대에 올라선 헤스터에게 누가 아이 아버지냐는 질문을 집요하게 받는다. 하지만 헤스터는 입을 다물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 헤스터는 둘러서 있는 사람들 중에 암스테르담에서 온 남편 로저 칠링워스가 있는 것을 알아본다. 헤스터는 아무 말도 없이 감방으로 돌아간다. 남편 칠링워스는 감방에 있는 헤스터를 찾아간다. 칠링워스는 아이의 아버지인지 밝혀 내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사람의 마음 속으로부터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내겠다고 덧붙여 말한다. 칠링워스는 오히려 헤스터에게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하지 말아달라고까지 부탁한다.

 

얼마후 헤스터는 감방에서 석방되어 나온다. 헤스터와 딸 펄은 사람들의 내왕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곳에서 지낸다. 집 주위에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서 마치 또 하나의 감옥과 같은 곳이다. 헤스터는 마을에서 잘 사는 집들로부터 자수 일감을 받아서 돈을 벌어 근근히 산다. 하지만 헤스터는 시간이 내어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아 주는 일도 한다. 펄은 자라면서 성격이 온순하지 않는다. 어떤 때는 엄마인 헤스터의 말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한편, 남편인 로저 칠링워스는 의사로서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칠링워스는 사람들이 자기를 존경하자 젊은 목사님인 딤스데일이 묵고 있는 하숙집으로 들어가서 함께 지낸다. 딤스데일 목사님은 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칠링워스는 마침내 아이의 아버지가 다름아닌 딤스데일 목사님인 것을 알아낸다. 그로부터 칠링워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딤스데일 목사님을 마치 고문이나 하듯 괴롭히고자 한다. 어느날 밤, 딤스데일 목사님은 비밀을 숨기고 지내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워서 자기도 모르게 전에 헤스터가 사람들 앞에서 온갖 모욕을 당했던 바로 그 교수대로 간다. 딤스데일 목사님은 마치 온 동리 사람들이 교수대 둘레에 서서 자기의 가슴에 붙어 있는 A 라는 글자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때 헤스터와 딸 펄이 나타난다. 딤스데일 목사님은 헤스터에게 그 자리에 서 있고 교수대로 올라오지 말라고 말한다. 자기 혼자만이 모욕을 당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펄도 모든 것을 눈치 챈것 같다. 펄은 딤스데일 목사님에게 내알 정오까지 그 자리에 서 있으라고 요구한다. 사람들이 몰려와서 딤스데일 목사님의 고백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밤하늘에선 운석이 빛을 내고 흘러간다. 교수대 위에는 딤스데일, 헤스터, 펄의 세 사람이 서 있다. 그 모습을 칠링워스가 한 구석에서 쳐다보고 있다. 딤스데일은 헤스터에게 칠링워스가 두렵다고 말한다. 헤스터는 칠링워스가 딤스데일을 천천히 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헤스터는 딤스데일 목사님을 도와주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몇주일이 지난다. 헤스터는 칠링워스가 숲에서 약초를 캐고 있는 것을 본다. 헤스터는 칠링워스에게 그가 자기의 남편이었다는 사실을 딤스데일 목사님에게 밝히겠다고 말한다. 필링워스는 그것이 신의 섭리하면 그렇게 하라고 대꾸한다. 헤스터는 펄을 데리고 숲으로 가서 딤스데일을 기다린다. 지난날 헤스터가 딤스데일 목사님을 은밀히 만나던 장소이다. 얼마후 딤스데일 목사님이 숲에 나타난다. 헤스터를 생각해서 그 장소에 온 것이다. 헤스터와 펄을 본 딤스데일 목사님은 깜짝 놀란다. 딤스데일 목사님은 누군가는 자기의 비밀을 알고 히애해 주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딤스데일 목사님과 헤스터는 마침내 멀리 도망가서 살기로 합의한다. 마을로 돌아오는 딤스데일 목사님은 그 어느때보다도 활기에 넘쳐 있다.

 

영화 '주홍글씨'에서 펄을 안고 있는 헤스터가 교수대에서 사람들의 조롱을 받고 있다.

 

헤스터는 세 식구를 모두 태워 줄수 있는 배를 구한다. 배는 딤스데일 목사님이 선거일 기념설교를 하는 다음날 떠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딤스데일 목사님이 설교를 하는 그날, 칠링워스가 배의 선장을 만나서 자기도 태워 달라고 설득하여 그렇게 하도록 허락을 받는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헤스터는 이 딜렘마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다. 딤스데일 목사님이 선거일 기념설교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준 설교였다. 그런데 설교를 마친 딤스데일 목사님이 갑자기 광장에 있는 교수대로 올라간다.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히 몰려 든다. 딤스데일 목사님은 헤스터와 펄에게 교수대로 올라오라고 요청한다. 칠링워스가 딤스데일 목사님의 행동을 막으려고 하지만 소용이 없다. 딤스데일 목사님은 오히려 칠링워스를 보고 웃으면서 아무리해도 이길수 없다고 말한다. 헤스터와 펄이 교수대 위로 올라와서 딤스데일 목사님의 옆에 선다. 딤스데일 목사님은 군중들에게 자기도 헤스터와 마찬가지로 죄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7년전에 이 자리의 헤스터 옆에 서 있어야 했다고 말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웃옷을 찢어서 가슴에 붙인 A 글씨를 보여준다. 그런 후에 딤스데일 목사님은 그 자리에 쓰러져 숨을 거둔다. 헤스터와 펄은 당분간 마을을 떠난다. 몇년후 헤스터가 돌아온다. 펄에 대한 소식은 아무도 듣지 못한다. 결혼해서 자녀들을 두고 유럽에서 산다는 소문이 있다. 헤스터는 죽는 날까지 옷에 붙인 주홍글씨를 떼어내지 않고 지낸다. 세월이 흘러 헤스터가 세상을 떠나자 그를 아는 사람들이 그를 킹스 채플(King's Chapel)의 딤스데일 목사님 묘지 옆에 묻는다.

 

딤스데일 목사님과 헤스터와 펄. 한쪽에는 늙은 칠링워스의 모습이 보인다. 헤스터는 유럽에서 나이 많은 남자와 어쩔수 결혼하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가 칠링워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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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원작 소설의 내용은 어떠한지 소개한다. 소설은 배경을 설명하는 긴 서언으로 시작한다. 어떻게해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매사추세츠주 살렘 세관의 조사관이던 어떤 사람이 세관사무소의 다락방에서 여러 옛날 서류와 문서들을 발견했는데 그 중에 한뭉치의 문서는 A 라고 주홍색으로 쓴 글씨가 적혀 있고 가장자리는 금박으로 수놓은 헌겊에 싸여 있었다. 아마 옛날에 조사관으로 근무했던 사람이 써놓은 원고같았다. 현재로부터 약 2백년 전에 이곳 마을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자세히 적어 놓은 문서였다. 현재의 조사관은 소설에서 해설자(내레이터)로 나온다. 해설자는 세관을 퇴직하고나서 그 원고에 적혀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 '주홍글씨'이다.

 

이야기는 17세기 보스턴에서 시작한다. 당시 보스턴은 청교도들의 정착지였다. 헤스터 프라인이라고 하는 젊은 여인이 아기를 안고 감옥에서 마을 광장으로 끌려 나온다. 헤스터의 가슴에는 A 라는 주홍글씨가 적혀 있는 헌겁이 붙어 있다. 군중 속에 있던 어떤 남자가 어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에게 저 여자는 간통죄를 저질러서 처벌을 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는 헤스터의 남편으로 학자이다. 헤스터의 남편은 헤스터를 먼저 미국으로 보내가 나중에 따라가겠다고 했지만 보스턴에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헤스터의 남편이 바다에서 실종되었다고 얘기했다. 헤스터는 남편을 기다리는 중에 어떤 남자와 스캔들을 일으켜서 아이까지 낳는다. 사람들은 헤스터가 낳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궁금하지만 헤스터는 입을 열지 않는다. 헤스터는 간통죄로 고발되어 감옥에 갇혀 있다가 사람들의 앞에서 공공연하게 모욕을 당한 후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헤스터는 가슴에 A 라는 글자를 붙이고 살아야 한다는 벌을 받는다. A 라는 글자는 간통(Adultery)라는 단어의 첫 글자이다. 그 글자를 붙이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말할수 없는 모욕이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감수한다.

 

1995년도 영화 '주홍글씨'. 헤스터 역에 데미 무어. 딤스데일 목사님 역에 게리 올드맨

 

헤스터의 남편은 어떻게 미국에 왔는지는 모르지만 미국에 와서 의사로서 행세하며 사람들을 치료해 준다. 그리고 이름도 로저 칠링워스라고 바꾸었다. 헤스터 사건을 알게된 칠링워스는 헤스터에게 복수하기 위해 보스턴에 집을 얻어 산다. 그는 어느날 아무도 몰래 헤스터를 만난다. 그러면서 자기의 정체를 밝힌다. 칠링워스는 헤스터에게 자기의 정체를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로부터 몇년의 세월이 흐른다. 헤스터는 수놓는 일을 하면서 근근히 먹고 산다. 딸 펄은 어엿한 소녀로 성장한다. 하지만 펄은 고집에 세고 제멋대로이며 장난이 심한 아이가 된다. 헤스터와 펄은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아 보스턴 외곽의 어떤 작은 오두막집에서 산다. 마을 관리들은 펄이 헤스터와 같은 죄인과 함께 살면 안된다고 하면서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고 여러번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딤스데일 목사님이 중간에서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는 바람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딤스데일 목사님은 비록 나이는 젊지만 설교를 잘하여서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딤스데일 목사님은 어떤 심리적인 절망감 때문인지 남이 알지 못하는 심장병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칠링워스가 목사님의 심장병을 고치겠다고 자원해서 나선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목사님과 가깝게 되어 종내에는 목사님의 거처가 있는 집으로 옮기며 치료를 위해 어느 때라도 목사님의 방을 찾아가도 되게 된다. 칠링워스는 아무래도 목사님의 병과 체스터의 비밀과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칠링워스는 은밀한 중에 목사님의 심중을 떠 보아서 비밀을 알아내고자 한다. 어느날 오후 목사님이 잠이 들어 있을 때 칠링워스는 목사님의 가슴에 문신과 같은 마크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소설에는 어떤 마크인지 설명이 없다). 그 마크를 본 순간, 칠링워스는 자기가 의심하고 있던 사항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마을의 장로들이 헤스터가 펄을 기르면 안된다고 주장하자 헤스터가 이에 항의하는 장면. 그림

 

딤스데일 목사님의 마음의 병은 점점 깊어만 간다. 그는 마음의 병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자기를 학대하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낸다. 한편, 헤스터는 비록 어렵게 살고 있지만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도와주기를 즐겨하며 아무리 사람들이 비웃고 조롱해도 상관하지 않고 기도의 생활을 한다. 그런 헤스터에 대하여 사람들은 점차 마음을 주기 시작한다. 어느날 밤, 헤스터와 펄이 어떤 불쌍한 노인의 임종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광장의 교수대에 딤스데일 목사님이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본다. 펄은 이제 일곱살이다. 목사님은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하여 스스로 벌을 받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헤스터가 올라가서 목사님을 말린다. 세사람은 어느새 서로 손을 꼭 붙잡는다. 펄이 딤스데일 목사님에게 아버지가 분명하니 다음날 사람들 앞에서 그 사실을 밝혀 달라고 요구한다. 딤스데일 목사님은 아직 그렇게는 하지 못하겠다고 거절한다. 밤하늘에서 운석이 A 라는 글자를 그리며 떨어진다. 헤스터는 목사님의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헤스터는 목사님을 위해서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헤스터는 칠링워스를 찾아가서 목사님에 대한 치료를 맡고 있으니 목사님이 자학하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칠링워스는 그것은 자기의 일이 아니므로 그럴수 없다고 거절한다.

 

헤스터는 칠링워스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다. 칠링워스는 혹시라도 헤스터가 딤스데일 목사님에게 자기의 정체를 밝힐 것 같아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 칠링워스가 딤스데일 목사님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헤스터는 딤스데일 목사님을 숲에서 몰래 만나 아무래도 여기서는 살수 없으니 유럽으로 가서 세 식구가 오손도손 살자고 간청한다. 딤스데일 목사님이 마침내 그렇게 하자고 동의한다.  헤스터와 목사님은 사흘 안에 보스턴을 떠나는 배를 타기로 한다. 두 사람은 이제야 해방된다는 느낌을 갖는다. 헤스터는 가슴에 붙이고 다니는 주홍글씨를 떼어내고 모자 속에 감추었던 머리칼도 풀어 내린다. 근처에서 놀고 있던 펄이 돌아와서 헤스터를 보고도 누군지 모를 정도이다.

 

영화 '주홍글시'에서 헤스터(데미 무어)를 찾아온 필링워스(로버트 뒤발)

                       

내일이면 배가 떠나는 날이다. 딤스데일 목사님은 선거로 공휴일인 그날 사람들 앞에서 설교를 한다. 아마 그가 지금까지 이 마을에서 했던 설교 중에서 가장 훌륭한 설교일 것이다. 사람들은 딤스데일 목사님의 설교에 많은 감동을 받는다. 한편, 헤스터는 칠링워스가 내일 떠나는 바로 그 배에 타려고 예약해 놓은 사실을 알아내고 놀란다. 그렇지만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헤스터는 딤스데일 목사님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설교를 마치고 교회 밖으로 나온 딤스데일 목사님은 광장의 교수대 앞에 헤스터와 펄이 서 있는 모습을 본다. 딤스데일 목사님은 무슨 충동을 받았는지 갑자기 헤스터와 펄을 데리고 교수대 위에 올라가서 사람들에게 자기의 가슴을 열어 보이며 자기도 주홍글씨를 새겨 넣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쓰러져 숨을 거둔다. 그런 그에게 펄이 다가가서 키스를 한다. 칠링워스는 딤스데일 목사님을 오래오래 괴롭히려고 계획했으나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무척 당황한다. 칠링워스는 딤스데일 목사님이 자기에게 복수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1년쯤 지나서 칠링워스도 죽는다. 헤스터와 펄은 보스턴을 떠난다. 그후로 아무도 두 모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또 몇년이 흐른다. 헤스터가 혼자서 보스턴으로 돌아온다. 아직도 주홍글씨를 가슴에 붙이고 있다. 헤스터는 그가 전에 살던 오두막집에 살면서 수를 놓아 돈을 벌어 남을 도와주는 생활을 한다. 헤스터는 가끔씩 펄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펄은 유럽의 어떤 귀족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미고 잘 살고 있다. 헤스터가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은 그를 딤스데일 목사님의 묘지 옆에 묻는다. 하지만 묘비는 두 사람에게 하나로서 공동이다. 묘비에는 다만 A 라는 글씨만 적혀 있다.

 

'주홍글씨'의 마지막 장면. 딤스데일 목사님이 헤스터와 펄이 있는데서 자기의 가슴을 열어 보이며 A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도 간통을 저지른 죄인임을 밝히는 장면이다. 곧이어 딤스데일 목사님은 쓰러져 숨을 거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