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브리튼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 110

정준극 2014. 5. 23. 20:10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

벤자민 브리튼의 2막 오페라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Der Tod in Venedig)이 원작

 

베니스의 해변에서 폴란드인 가족들과 폰 아셴바흐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은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 1913-1976)의 2막 오페라이다. 브리튼은 14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첫 작품은 1945년에 쓴 '피터 그라임스'(Peter Grimes)이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브리튼의 마지막 오페라로서 1973년에 완성되었다. 원작은 독일의 토마스 만(Thomas Mann)의 '베니스에서의 죽음'(Der Tod in Venedig)이다. 이를 웰스 출신의 평론가이며 오페라 대본가인 마이패니 파이퍼(Myfanwy Piper: 1911-1977)가 오페라를 위한 영어 대본으로 만들었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1973년 6월 16일 알드버러 부근의 스네이프 몰팅스(Snape Maltings)에서 초연되었다. 브리튼의 음악은 어찌보면 신랄하면서도 비통한 면이 있다. 주인공의 하나인 소년 타지오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아무 대화도 하지 않는 댄서로 설정했다. 오페라에서 주인공이 아무런 노래도 부르지 않는 다는 것은 특이한 설정이다. 그런데 타지오의 춤이나 행동은 가멜란처럼 생긴 악기가 반주하도록 되어 있다. 가멜란은 인도네시아의 타악기로서 무언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느낌의 음향을 내는 악기이다. 그래서 타지오의 존재를 더구나 환상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 오페라의 음악은 어떤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고 직접적이며 감동적이다. 그리고 이해하기가 쉽다.

 

여객선을 타고 베니스로 가는 아셴바흐

 

브리튼이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작곡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부터였다. 그러나 그 전부터 이 소설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언젠가는 오페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브리튼은 잘 아는대로 테너 피터 피어스와 마치 인생의 반려자처럼 상당기간 동안 함께 지냈다. 사람들은 브리튼과 피어스가 동성연애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동성연애가 무슨 소리냐? 두 사람은 그저 친구로서 각별하게 지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것이 맞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브리튼과 피어스의 관계는 일반적인 친구사이보다는 한층 격상된 것이 틀림 없다. 그런데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도 따지고 보면 두 남자의 동성연애적인 스토리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한 사람은 나이가 많은 중년을 지난 사람이고 상대방은 10대의 소년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그래서 브리튼으로서도 이 소설에 아주 특별한 관심을 갖고 오페라로 만들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대본가인  파이퍼 여사가 브리튼에게 '아, 주저할 것이 무엇이 있어요. 제가 대본을 책임질 테니까 오페라로 만들어 보세요'라고 강권하였고 아울러 토마스 만의 아들인 골로 만(Golo Mann)도 브리튼을 만나서 '그렇게 해보세요'라며 간청했다. 브리튼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작정하고 이 오페라의 작곡에 들어갔다.

 

그런데 미국의 워너 브러더스사가 1971년에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영화로 만들어냈다. 폰 아셰바흐의 역할을 다크 보가드가 맡은 영화였다. 영화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브리튼에게 영화를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영화가 오페라의 작곡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영화를 본 브리튼의 친구들은 소년 타지오와 중년의 폰 아셴바흐의 관계가 지나치게 센티멘탈하고 심지어는 외설적이기까지 하다면서 브리튼의 오페라는 저런 방향으로 나아가사는 안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무튼 브리튼은 영화 때문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타지오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까지도 모두 노래는 물론 대화도 하지 않는 댄서들로 캐스팅했다. 그래서 타지오는 물론이고 그의 어머니와 두 딸들과 타지오의 친구인 야스키우를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댄서들로 설정했다.

 

아셴바흐 역의 존 그레이엄.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구스타브 폰 아셴바흐(Gustav von Aschenbach: T) - 작가, 여행가, 중년의 신사 겸 나이 많은 곤돌라 사공, 호텔 매니저의 역할도 맡는다.

- 호텔 이발사(Bar) - 연극배우들의 팀장, 디오니서스의 음성의 역할도 맡는다.

- 폴란드인 어머니(댄서, 묵음)/그의 아들 타지오(Tadzio: 댄서, 묵음)/그의 두 딸(댄서, 묵음)/타지오의 친구 자스키우(Jaschiu: 댄서, 묵음)

- 아폴로의 음성(카운터 테너)

- 호텔 포터(T)/호텔 웨이터(Bar)/뱃사공(Bar)

- 러시아인 아버지(B)/러시아인 어머니(S)/독일인 어머니(MS)

- 딸기 장사(S)/레이스 장사(S)/신문팔이(S)/유리공(T)/영국인 서기(Bar)/배우 1(T)/배우 2(MS)/보모(S)/가이드(Bar)

- 이밖에 여행객들, 일꾼들, 댄서들

 

시기는 1911년이며 장소는 독일의 뮌헨과 이탈리아의 베니스이다.

[1막] 1장 (뮌헨). 저명한 독일의 소설가인 구스타브 폰 아셴바흐는 피곤하다. 요즘들이서 문학적인 인스피레이션이 점차 줄어드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그런 걱정 때문에 탄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어느날 그는 뮌헨 교외를 산책하다가 어느 공동묘지에 들어선다. 그는 아주 낯선 이국 땅에 들어온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가 어떤 여행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여행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여행자처럼 보인다. 아셴바흐는 순간적으로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 남쪽으로 가기로 작정한다. 여행을 가면 어쩐지 문학적 상상력이 새로워 질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2장 (베니스행 여객선) 아셴바흐는 여객선을 타고 베니스로 가기로 한다. 여객선에는 한 무리의 떠들석한 젊은이들이 함께 타고 있다. 이들의 리더는 나이는 많이 들었는데 젊은이처럼 행세하는 어떤 사람이다. 아셴바흐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저런 젊은척 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가는지 이해할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었으면 나이든 행세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셴바흐는 젊은이들이 천박하다고 느낀다. 여객선 자체도 천박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셴바흐는 기분이 상해서 베니스에 도착한다.

 

3장 (베니스 탐방) 아셴바흐는 베니스를 찬찬히 관찰하기 위해서 곤돌라를 탄다. 베니스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이 돌과 결혼한 곳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열정이 이성과 혼합되어 있는 곳이라는 생각도 한다. 아셴바흐는 스키아보네(Schiavone)에 가볼 생각이다. 그런데 나이 많은 곤돌라 사공이 리도 쪽으로 배를 젓는다. 그 곤돌라 사공은 '어느 누구도 내가 어디를 가는지 잔소리할 수 없다.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간다.'라고 중얼거린다. 아셴바흐는 그 소리가 듣기 싫었다. 그래서 곤돌라 사공과 말다툼을 하지만 곤돌라 사공의 고집이 여간 아니다. 아셴바흐는 할수 없이 곤돌라 사공이 가자는 대로 가기로 한다. 그래서 리도 섬에 도착한다.

 

4장 (저녁의 호텔) 아셴바흐는 호텔을 정하고 체크 인한다. 호텔 매니저가 직접 방을 안내해 준다. 말이 많은 지배인이다. 그의 말만 듣고 있으면 방이 마음에 들지 않을수 없다. 아셴바흐는 저녁 때가 되어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 간다. 별별 사람들이 다 모여 든다. 아셴바흐는 그 중에서 어떤 소년에게 눈길이 간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타지오라고 하는 폴란드 소년이다. 타지오는 참으로 눈길을 끄는 매력적인 소년이다. 아셴바흐는 타지오가 그리스의 영혼을 타고 났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그리스의 조각을 보는 듯 완벽한 모습이다. 우아함을 느낄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어찌보면 부자연스러운 점도 보인다. 아셴바흐는 자기의 그런 생각이 아무 필요도 없는 공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생각은 자유이고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은 자유인의 특권이라는 생각도 한다.

 

호텔 지배인과 아셰바흐

 

5장 (해변에서) 아셴바흐는 해변의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그러다가 타지오가 모래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본다. 어린아이처럼 순진하다. 마치 신화에 나오는 푸토와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셴바흐는 타지오가 참으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또 다시 해 본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되지만 타지오에게도 결점이 있다. 러시아 사람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이다. 하기야 타지오가 폴란드 사람인 것을 생각하면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니다. 아셴바흐는 타지오도 역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완벽함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셴바흐는 사람에게 결점이 있다는 것은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리도 해변에서의 아셴바흐

 

6장 (잘못된 떠남) 아셴바흐는 베니스로 나가서 거리를 걸어보기로 한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기분이 상해진다. 코너마다 거지들이 손을 내밀거나 행상인들이 물건을 사라고 졸라대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리에는 쓰레기가 함부로 뒹굴고 있고 냄새도 심하다.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낭만적으로만 생각되었던 베니스의 운하의 물이 닭이나 오리의 배설물 냄새로 짓눌려 있다는 것이다. 아셴바흐는 그림과 같은 베니스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 때문에 도저히 참을수가 없을 정도가 된다. 아셴바흐는 베니스가 역겨워서 당장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셴바흐는 호텔로 돌아와서 매니저에게 사정상 떠나야겠다고 말한다. 매니저는 유감이라면서 호들갑을 떤다. 그때 타지오가 해변에 나갔다가 돌아온다. 아셴바흐는 타지오를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역시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기차역에 도착해서 알아보니까 아셴바흐의 짐들이 이미 다른 기차에 실려서 가고 있다. 아셴바흐는 어쩔수 없이 호텔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호텔로 돌아가서 짐이 다시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일로 인하여 아셴바흐는 무척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타지오를 다시 볼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호텔에 돌아온 아셴바흐는 로비에 타지오가 있는 것을 목격한다. 아셴바흐는 베니스를 떠나는 것이 어째서 마음에 께름직한 것인지 그제서야 깨닫는다.

 

타지오와 친구들의 운동경기

 

7장 (아폴로 경기) 이제 아셴바흐는 리도 해변의 의자에 앉아서 이글거리는 태양을 다시 바라본다. 저 쪽에서는 타지오가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고 있다. 아셴바흐는 타지오와 친구들이 어울려 노는 것을 보고 페드라, 히야힌투스, 아폴로의 모습들을 연상한다. 아셴바흐의 그런 생각을 합창이 대신 표현한다. 소년들은 달리기도 하고 넓이 뛰기도 하며 서로 붙잡고 레슬링도 한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 경기를 보는 듯하다. 타지오가 종합적으로 우승을 차지한다. 아셴바흐는 그런 타지오로부터 청춘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물론 느낌에 한정된 사항이다. 아셴바흐는 타지오를 직접 만나서 게임에 우승한 것을 축하할 생각이다. 그래서 타지오가 자기 앞을 지나갈 때에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이상하게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말을 하지 못한다. 아셴바흐는 그때서야 자기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는다. 타지오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지오가 우승을 차지한다.

 

[2막] 아셴바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해변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생각은 온통 타지오에게 향해 있다. 아셴바흐는 타지오에 대한 자기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기로 결심한다. 아음의 한쪽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외침이 들리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순결하다느니 고귀하다느니 하는 소리가 들인다. 그러면서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소리,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소리가 들린다.

 

8장 (호텔 이발소) 아셴바흐는 호텔 이발소에서 이발사로부터 지금 베니스에는 이상한 질병이 돌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아셴바흐가 무슨 질병이냐고 되묻지만 이발사는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니라면서 실은 자기도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

 

9장 (추적) 아셴바흐는 어디 좀 갔다가 배를 타고서 돌아오는데 물에서 역겨운 살균제 냄새를 맡는다. 배에서 내린 아셴바흐는 사람들이 웅기중기 모여서 벽보를 읽는 모습을 본다. 가까이 가서 읽어보니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각자 조심하라는 당국의 지시문이다. 사람들은 질병은 무슨 질병이냐면서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아셴바흐는 독일 신문을 보고서 베니스의 질병이 심각한 수준일수 있다는 내용을 알게 된다. 독일 신문은 베니스에 콜레라가 만연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기사를 게재하였다. 아셴바흐는 폴란드 가족들이 콜레라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하기를 바란다. 만일 그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장이라도 떠날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타지오를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는 걱정이 생긴다. 아셴바흐는 폴란드 식구들이 어디를 가는지 슬며시 따라가 보기로 한다. 폴란드 식구들은 성마르꼬 성당으로 간다. 아셴바흐가 멀치감치에서 따라 간다. 폴란드 식구들은 성당에서 나와서 곤돌라를 잡아 타고 호텔로 돌아간다. 아셴바흐도 곤돌라를 잡아 타고 호텔로 간다. 아셴바흐는 폴란드 식구들을 추적하면서 일종의 흥분을 느낀다. 아셴바흐는 이제 타지오와의 사랑을 위해서 더 이상 두려워 할 것도 없고 무기력하게 있지도 않겠다고 다짐한다.

 

곤돌라를 타고 리도로 가는 아셴바흐

 

10장 (순회 극단) 저녁 식사들을 마친후에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사람들은 테라스에 모여 순회 극단의 간단한 연극 공연을 본다. 아셴바흐는 극단의 리더에게 '당신들은 여러 곳을 다녀본 일이 있으니 혹시 콜레라에 대하여 들은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리더는 우선 콜레라라고 하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손을 내젓는다. 아셴바흐는 독일 신문이 너무 지나치게 불안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해 본다. 연극이 끝나자 투숙객들이 박수를 친다. 그런데 아셴바흐가 보니까 타지오는 연극에 대하여 별로 흥미가 없는 듯이 보인다. 배우들의 익살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리지만 타지오는 웃지 않는다. 아셴바흐는 순진함으로 웃음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가 하면 타지오가 자기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가이드를 해 달라고 암시한다고 생각한다.

 

신문의 내용을 폴란드 식구들에게 얘기해주려다가 그만두는 아셴바흐

 

11장 (여행사) 여행사에서 나온 젊은 영국인 직원이 호텔 투숙객들의 귀국 항공편들을 주선하느라고 진땀을 빼고 있다. 사람들이 거의 모두 돌아가고 영국인 직원은 이제 책상을 거두고자 한다. 아셴바흐가 그 직원에게 베니스에 역병이 돌지도 모른다는데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묻는다. 영국인 직원은 아시아 콜레라가 목전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아셴바흐에게 도시가 봉쇄되기 전에 어서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인 여행사 직원과 대화하는 아셴바흐

 

12장 (진주 부인) 아셴바흐는 콜레라에 대해서 타지오의 어머니에게 알려주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아셴바흐는 타지오의 어머니를 진주 부인이라고 부른다. 진주 목걸이를 멋있게 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셴바흐는 폴란드 식구들이 혹시라도 위험에 처하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어서 떠나라고 얘기해 주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자니 쉽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얘기해 주지 않은 것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해변을 산책한다. '만일 모두 죽고 우리 두 사람만 살아 남는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해본다.

 

13장 (꿈) 아셴바흐는 아폴로와 디오니서스에 대한 꿈을 꾼다. 아폴로와 디오니서스는 이성과 아름다움-혼돈과 희열을 두고 서로 열띤 논쟁을 벌인다. 아폴로의 주장이 디오니서스를 압도한다. 아폴로는 디오느서스가 거칠게 춤을 추도록 놓아두고 떠난다. 아셴바흐가 꿈에서 깨어나서 자기가 그동안 얼마나 지성적인 엄격함에 붙잡혀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아셴바흐는 구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후회하지 말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셴바흐는 그러는 것이 신들의 의지에 부응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이 타지오를 쓰러트리자 걱정하는 아셴바흐

 

14장 (텅빈 해변) 아셴바흐는 해변에서 타지오와 그의 친구들이 별로 의미도 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 그들은 얼마 있다가 가버린다. 해변이 텅비어 있다.

15장 (호텔 이발소) 아셴바흐는 이발사에게 마음대로 멋있게 이발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발사는 아셴바흐에게 화장을 해주고 머리도 젊게 염색해 준다. 아셴바흐는 잠시뿐이지만 젊음을 되찾은 느낌이다.

16장 (마지막 베니스 방문) 아셴바흐는 베니스로 가는 곤돌라를 잡아 탄다. 아셴바흐는 멀리 보이는 베니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아셴바흐는 얼마 전에 베니스로 가는 여객선에서 보았던 젊은이들의 리더인 나이많은 멋쟁이를 생각한다. 아셴바흐는 그 나이많은 멋쟁이를 경멸했었다. 이제는 자기가 그 꼴이라는 생각을 한다. 베니스에 내린 아셴바흐는 바로 저 앞에 폴란드 식구들이 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 아셴바흐는 정신없이 그들을 쫓아간다. 타지오가 그런 그를 목격하고 식구들에게서 떨어져서 아셴바흐를 기다린다. 아셴바흐는 타지오가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어쩐 일인지 고개를 돌리고 눈길을 피한다. 그러자 타지오는 자기 식구들과 합류해서 그대로 가버린다. 또 다시 혼자가 된 아셴바흐는 길에서 행상으로부터 딸기를 산다. 그런데 사고 보니 딸기가 너무 익어서 무르다. 그는 피곤하고 지쳐서 길가에 주저 앉는다. 그리고는 '내가 이게 무슨 짓인가?'라는 자책감을 갖는다. 그는 노철학자인 소크라테스와 소년 페드루스와의 대화를 생각한다. 독설적인 대화이다. 위험스런 관계에 대한 대화이다.

 

성마르꼬 성당에 들어간 폴란드 식구들과 그들을 따라 들어간 아셴바흐

 

17장 (떠남) 호텔 매니저와 포터가 마지막 투숙객들의 떠남을 주선하고 있다. 그 중에는 폴란드 식구들도 포함되어 있다. 아셴바흐가 호텔 매니저에게 이들의 출발 시간이 몇시냐고 묻는다. 아직 시간이 상당히 남아 있다. 아셴바흐는 해변으로 나가서 의자에 앉는다. 마침 해변에서는 타지오와 친구들이 전처럼 놀고 있다. 타지오의 친구인 자스쿠이도 함께 있다. 타지오와 자스쿠이의 놀이는 점차 격렬해진다. 자스쿠이가 타지오의 얼굴을 모래 바닥에 처 박는다. 그 모습을 본 아셴바흐가 얼른 가서 타지오를 일으키려고 하지만 기운이 부족해서 힘을 쓰지 못한다. 자스쿠이와 다른 아이들은 얼른 도망간다. 타지오와 아셴바흐만이 드넓은 비치에 남아 있다. 타지오가 자기를 부축하고 있는 노인이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 같다. 하지만 아셴바흐는 기운이 없어서 그냥 자기 의자로 돌아가서 풀썩 주저 앉는다. 타지오는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닷가를 걷고 있다.

 

해변의 의자에 앉은 채로 숨을 거둔 아셴바흐. 타지오는 자기의 길을 간다.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

● 대규모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Peter Grimes: 1945), 빌리 버드(Billy Budd: 1951), 글로리아나(Gloriana: 1953),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1960),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 1973)

● 소규모 실내 오페라: 루크레치나의 능욕(The Rape of Lucretia: 1946), 알버트 헤링(Albert Herring: 1947), 꼬마 굴뚝청소부(The Little Sweep: 1949), 턴 오브 더 스크류(The Turn of the Screw: 1954)

● 교회 오페라: 컬류 리버(Curlew River: 1964), 불타는 용광로(The Burning Fiery Furnace: 1966), 탕자(The Prodigal SonL 1968)

● 학교 오페라: 황금 허영(The Golden Vanity)

● TV 오페라: 오웬 윈그레이브(Owen Wingrave: 1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