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베른트 알로이스 침머만의 '병사들' - 111

정준극 2014. 5. 26. 19:55

병사들(Die Soldaten) - The Soldiers

베른트 알로이스 침머만의 유일한 오페라

20세기 독일의 대표적인 오페라

 

베른트 알로이스 침머만

 

침머만의 오페라 '병사들'(Die Soldaten)은 20세기 독일 오페라에서 알반 베르크의 '룰루'이후 가장 중요하다고 간주되고 있는 작품이다. '병사들'은 전위음악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병렬주의 또는 후기모더니즘 음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저 침머만의 현대 오페라이다. 침머만의 '병사들'은 12음기법과 뮤지컬 쿼테이션(Musical quotation)을 포함하는 폭 넓은 작곡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병사들'은 베르크, 바흐, 모차르트, 드빗시, 단테, 도스토에프스키, 아이스킬루스(Aeschylus), 제임스 조이스, 에즈라 파운드, 블라디미르 마야코브스키, 그리고 중세 가톨릭 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작곡된 오페라이다. 베른트 알로이스 침머만(Bernd Alois Zimmermann)은 1918년 쾰른 인근의 블리스하임(Bliesheim)에서 태어나서 1970년 쾨니히스도르프에서 세상을 떠난 독일의 작곡가이다. 그는 프러시아제국과 1차 대전, 나치의 제3제국과 2차 대전, 그리고 종전후 분단 독일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근대 역사와 함께 생애를 보냈다. '병사들'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가 독일 군대에서 보낸 경험과 관계가 있다. 침머만은 2차 대전 중에 군대에 복무하느라고 쾰른음악대학의 학업에도 많은 지장을 받았다. 침머만은 '병사들'을 1957년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당시 침머만은 쾰른음악대학의 라디오, 영화, 무대음악과장으로서 작곡 교수였다. 쾰른음악대학은 침머만이 '병사들'의 작곡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듬해인 1958년에 정식으로 침머만에게 작곡을 위촉했다.

 

사랑과 즐거운 인생에 부풀어 있던 마리

 

'병사들'은 독일 질풍노도 시기의 작가인 야콥 미하엘 라인홀트 렌츠(Jakob Michael Reinhold Lenz: 1751-1792)가 1776년에 발표한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삼은 작품으로 오페라 대본은 침머만 자신이 썼다. 침머만은 전후인 1950년대 중반에 오페라를 작곡할 생각으로 있었다. 처음에 그가 마음에 둔 것은 벤 존슨의 '볼포네'(Volpone)였다. 그러나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중도에 대본을 쓰는 것을 포기하고 야콥 렌츠의 '병사들'에 관심을 기울였다. 야콥 렌츠의 '병사들'을 바탕으로 하여서는 독일의 만프레드 구얼리트(Manfred Gurlitt: 1890-1972)가 1930년에 같은 명칭의 오페라를 만든 것이 있지만 침머만은 그것은 그것이라고 생각하고 새로 현대적인 오페라를 만들고 싶어했다. 침머만은 1960년에 '병사들'의 작곡을 완료했다. 하지만 오리지널 지시대로 한다면 도저히 공연하기가 어렵다고 하여 음악과 대본을 수정하였고 그 수정본이 1965년 2월 15일, 쾰른대학교에서 초연되었다. 지휘는 미하엘 길렌(Michael Gielen)이 맡았다. 침머만은 그의 첫 오페라이지 유일한 오페라인 '병사들'을 오스트리아 그라츠 출신의 지휘자인 한스 로스바우드(Hans Rosbaud: 1895-1962)에게 헌정하였다. 한스 로수바우드는 현대음악에 대한 인식이 생소하던 시기에 현대음악의 전파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존경을 받았다. 예를 들어 그는 1954년에 아놀드 쇤버르크의 '모세와 아론'(Moses und Aron)의 초연을 지휘했다. 이때 그는 초연의 날로부터 불과 8일 전에 난해하기 이를데 없는 '모세와 아론'의 스코어를 받아보고 전체 음악을 모두 소화하여 지휘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병사들'은 사랑에 빠진 순수한 소녀가 어떻게 해서 비참한 창녀가 되고 나중에는 거지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결국 인간성이라고는 찾아 볼수 없는 군인들이 그 소녀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병사들'은 근본적으로 정직하고 평범한 보통 사람이 어떤 예기치 않은 상황과 자기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다른 사람들의 강압적인 힘에 의해서 어떻게 파괴될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병사들'은 사회비판과 계급투쟁을 다룬 드라마이다. 거의 모든 전후의 세대들은 그런 가치관의 변화와 혼돈속에서 미래의 방향을 개척해야 했다. '병사들'은 전후 세대에게 주는 미래 세대에 대한 일종의 비유적인 교훈이다. 침머만은 대본을 씀에 있어서 원작의 내용을 4막으로 압축하였다. 그러나 그가 기본적으로 압축하여 넣은 것은 군국주의 문화에 대한 증오이다. 그는 특히 2차 대전에서 군인들이 보여주었던 말할수 없는 잔혹행위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무대는 복합적인 다단계 콜라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콜라주가 동시에 보여지도록 했다. 오리지널 개념은 12개의 장면으로 표현되도록 했다. 각 장면은 자체적인 기악 앙상블을 갖도록 했다. 게다가 멀티 미디어 시설들을 무대에서 여러 층으로 설치해 놓고 이들이 동시에 작동되도록 해놓았다. 멀티 미디어로서는 비디오와 전자 테이프가 융합되도록 했다. 멀티 미디어는 재즈, 클래식 음악, 각종 언어, 댄스, 판토마임, 서커스 등이 복합도도록 했다. '병사들'에는 40명에 이르는 주연급 출연진이 등장한다. 대규모이다. 오페라의 제목은 '병사들'이지만 초점은 병사들에게 있지 않고 마리(Marie)에게 맞추어져 있다. 마리는 젊은 여성이다. 부패하고 이기적인 군인들의 손에 의해 어쩔수 없이 타락해 지는 여인이다. 그리하여 사랑에 배반당한 소녀가 마침내는 창녀로 타락하고 나중에는 거지가 되어야 하는 비참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침머만이 '병사들'의 스코어를 완성해서 쾰른 오페라에 제시하자 쾰른 오페라는 이 작품이 공연하기에 기술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거절했다. 침머만은 관중들을 둘러싸는 12개의 개벌적인 무대를 만들어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한다는 계획을 제시했었다. 그리고 음악에 있어서도 연주하기가 불가능한 부분들도 지적되었다. 그래서 침머만은 1963-64년에 상당부분의 드라마틱한 규모를 축소하고 일부 과격한 장면도 삭제해서 비교적 간소한 버전을 만들었다. 그래서 가까스로 초연을 가질수가 있었다. 미국에서 '병사들'이 처음 공연된 것은 1982년 보스턴에서였다. 미국의 저명한 여성 오페라 지휘자이며 임프레사리오인 사라 콜드웰이 지휘를 맡아서 화제를 모았던 공연이었다. 뉴욕 시티 오페라가 공연한 것은 1991년이었다. 영국 초연은 ENO에 의해 1996년이었다. 영국에서 처음 공연된 것은 1972년 에딘버러 페스티발에서였지만 이때에는 도이치 오퍼 암 라인(Deutsche Oper am Rhein)이 공연했기 때문에 영국 오페라단에 의한 공연이 아니었다. 침머만은 '병사들'을 통해서 개별적인 장면들을 동시에 진행시키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괴물과 같은 전쟁의 비인간적인 영향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마리를 설득하는 베제너

 

오페라 '병사들'은 대단히 복잡하고 이례적인 음악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전통적인 무대에 의한 연출이 아니라 현대적인 복잡한 무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여러 극장들이 이 오페라를 공연하겠다고 도전한다. 무언가 있는 모양이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가서 잠이나 잘 텐데 다른 사람들은 신기해서 눈을 크게 뜨고 관람하는 모양이다. '병사들'에는 16명의 노래하는 역할들과 10명의 대사만 말하는 스피킹 역할들이 나온다. 오케스트라는 무려 100명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특이한 악기가 등장하며 타악기에도 여러 특별한 것들이 나온다. 몇가지 특별 타악기들을 보면 소방울, 강철봉, 파이프종, 철도, 채찍, 글로켄슈필 등이다. 기르고 통나무북, 귀로, 마라카스, 바이브레이션 파이프, 사일로폰, 마림바, 비브라폰, 기타, 첼레스타, 하프시코드, 오르간도 필요하다. 전체는 4막으로 되어 있지만 1막이 5장, 2막이 3장, 3막이 5장, 4막이 3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전체 16장이나 되는 복잡한 무대이다. 게다가 어떤 장면에서는 몇개의 장면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마치 70mm 영화를 나누어 감상해야 하는 듯하다. 예를 들면 2막 2장과 4막의 전부이다. 멀티미디어의 활용도 크게 확대된다. 영화 스크린은 세곳에 설치되며 무대 위에 프로젝터들과 테이프 녹음기들, 그리고 여러 그룹의 라우드 스피커들이 놓여지게 된다. 이런 기계들을 통해서 군대가 행진하는 소리,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 비명소리 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침머만은 여러 시기의 음악을 인용하는 재능도 보여주었다. 커피 하우스의 장면에서는 재즈 리듬이 나오는가 하면 바흐의 '마태수난곡'에서 합창곡도 나오고 민요가 나오는가 하면 일반 성가에서 가져온 '디에스 이라에'(Dies Irae)의 선율도 나온다. 이런 곡들은 대체로 긴장감을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인용되었다. 오페라 '병사들'은 독특하고 복잡한 오페라이다. 무대도 그렇지만 보는 데에도 독특하고 복잡하다.

 

링컨 센터에서의 무대

 

무대는 프랑스의 리유(Lille)와 프랑스에 속한 플랑드르의 아르멘티에르(Armentieres) 인근지역이다. 시기는 침머만이 정한 바에 따르면 '어제, 오늘, 내일'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전체 4막으로 1막의 시작 전에는 전주곡이 있고 2막에는 중간에 간주곡(인터메쪼)가 있으며 3막에는 역시 간주곡 형식으로 로만차가 있다. 각 막은 각각의 장(신)으로 구성되는데 각 장의 넘버링은 1막부터 4막까지 연속 넘버링이 될수도 있고 각 막별로 넘버링이 될수 있다. 각 장의 스코어에는 음악형태가 어떤 것인지 소개되어 있다. 무대는 프랑스이지만 대본을 독일어로 되어 있다. 음악적으로 '병사들'은 여러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음악적 표현에 있어서는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Wozzeck)와도 특별한 연관성이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병사들'의 여주인공 이름과 '보체크'의 여주인공의 이름이 모두 마리(Marie)로서 같다는 점이다.

 

- 베제너(Wesener: B) - 리유의 상인

- 마리(Marie: S) - 베제너의 딸

- 샬로테(Charlotte: MS) - 베제너의 딸, 마리의 여동생

- 베제너의 늙은 어머니(Cont)

- 스톨치우스(Stolzius: Bar) - 아르멘티에레의 비단상인

- 스톨치우스의 어머니(Cont)

- 오브리스트(Obrist: B) - 대령, 슈판하임 백작

- 데포르트(Desportes: T) - 프랑스의 귀족

- 오디 대위(Captain Haudy: Bar), 메리 대위(Captain Mary: Bar), 피르첼 대위(Captain Pirzel: high T)

- 아이젠하르트 신부(Padre Eisenhardt: Bar) - 군종신부

- 라 로슈 백작부인(Gräfin de la Roche: MS)

- 이밖에 라 로슈 백작부인의 아들, 라 로슈 백작부인의 하인, 세명의 젊은 장교들, 데포르트의 사냥터직이, 안달루시아 출신의 웨이트리스, 커피 하우스 주인인 마담 루, 공무원들, 장교들, 대위들, 군속들

 

집단의 위력

 

[1막] 전주곡이 있은후 1장 (스트로페: Strophe)이 시작된다. 스트로페는 무대에서 합창단이나 무용단이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말한다. 마리는 아버지 베제너와 함께 아르멘티에레에서 리유로 이사를 왔다. 마리의 아버지 베제너는 비단과 같은 고급 상품을 취급하는 상인으로서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마리는 아르멘티에레에 있을 때에 스톨리우스라는 청년을 사랑하여 결혼할 약속까지 했으나 리유로 이사오는 바람에 헤어져야 했다. 스톨치우스도 옷감을 파는 상인이지만 마리의 아버지 베제너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마리는 약혼자 스톨치우스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리유에 와서 잘 정착했다는 얘기와 스톨치우스를 사랑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마리의 동생인 샬로트는 뜨개질을 하고 있다. 샬로테의 아리아가 Herz, kleines Ding, uns zu quälen 이다. 샬로테는 언니 마리가 별 볼일 없는 스톨치우스만 매달려 있다고 하면서 은근히 조롱한다. 마리가 참을수 없어서 샬로테와 말다툼을 한다.

 

2장 (챠코나 1: Ciacona I). 챠코나는 바로크 음악에서 많이 사용하던 기법으로 잛은 하모니를 반복해서 연주하는 형식이다. 스톨치우스는 사랑하는 마리가 아르멘티에레로 떠난 이후에 상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마리에게서 온 편지를 보여주자 편지를 읽고나서 기운을 차린다. 마리의 마음이 변함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리와 샬로테가 서로의 입장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3장(리체르카리1: Ricercari I). 리체르카레는 자유형식의 기악곡을 말한다. 데포르트는 에노(Hainaut) 출신의 귀족으로 프랑스 군에 복무하고 있는 사람이다. 데포르트는 고급 옷감을 취급하는 베제너의 단골 손님이다. 그래서 데포르트와 베제너는 가깝게 지낸다. 데포르트가 베제너의 큰 딸인 마리에게 구혼을 한다. 마리도 그런 데포르트가 싫지는 않은 눈치이다. 마리가 데포르트와 함께 극장에 구경간다고 하니까 아버지 베제너가 안된다고 반대한다. 평민 여자가 귀족 남자와 함께 다니면 남들이 보기에 귀족의 체면이 손상될 것이므로 그러지 말라는 것이었다.

 

4장 (토카타 1: Toccata I). 토카타는 화려하고 급속하게 연주하는 전주곡이다. 주로 건반악기를 위한 것이지만 오케스트라가 연주할수도 있다. 아르멘티에레의 군대 참호이다. 장교들 몇 명이 교구 신부인 아이젠하르트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장교들 중의 하나인 오디 대위는 설교보다 코미디 연극이 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아이젠슈타트는 코미디는 병사들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센스를 무디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사기를 떨어트리는 것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병사들이 얼마나 많은 젊은 여인들을 비참하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강조한다. 오디 대위가 그말을 맞받아서 '한번 창녀는 영원한 창녀다'라고 말한다. 아이젠하르트는 '아니올시다. 만일 창녀가 되도록 강요당하지 않았으면 절대로 창녀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대꾸한다.

 

5장 (녹투르노1: Nocturno I). 야상곡 스타일의 음악이다. 마리의 아버지인 베제너는 마리에게 데포르트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딸이 귀족과 결혼하는 것이 싫지는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 스톨치우스와 같은 성실한 청년을 포기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리는 먹구름이 몰려오자 바로 자기의 신세가 먹구름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 속에 딜렘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마치 도메니코 치마로사의 '비밀결혼'(Il matrimonio segreto)의 줄거리와 비슷하다.

 

마리는 '병사들의 소녀'가 된다.

 

[2막] 1장 (토카타 2: Toccata II). 장교들이 마담 루의 카페에 모여 앉아서 정치얘기를 하다가 심심했던지 스톨이추스에 대한 얘기도 한다. 그러다가 철학자들 처럼 심각한 얘기도 나눈다. 그러다가 대령과 아이젠하르트 신부가 자리를 뜨자 분위기는 갑자기 바뀌어 재즈풍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안달루시아에서 온 웨이트레스가 주도해서 론도 아 라 마르셰(행진곡 스타일의 론도 춤곡)를 춘다. O Angst! Tausendfach Leben...Götter wir sind!(오 두려움! 천겹의 삶...우리는 신들이다)라는 노래를 부른다. 다섯번의 쿠플레(couplet)가 있은 후에 대령과 신부가 오디 대위와 함게 돌아오자 춤은 중단된다. 쿠블레는 주제 사이에 끼는 에피소드 스타일의 음악이다. 잠시후 스톨치우스가 카페에 들어선다. 장교들은 마리가 데포르트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다는 넌즈시 빗대어서 얘기한다. 마치 스톨치우스가 들으라는 듯! 과연! 스톨치우스가 화가 나서 소동을 벌인다.  그후에 인터메쪼(간주곡)가 연주된다.

 

2장 (카프리치오, 합창과 챠코나 2: Capriccio, Corale e Ciacona II). 마리는 스톨치우스로부터 경멸과 비난에 가득찬 편지를 받는다. 마리가 눈물을 떨구면서 편지를 읽고 있을 때 데포르트가 들어선다. 데포르트는 사정을 알고나자 마리에게 당장 답장을 보내되 그런 몰인정한 사람에게는 아주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것 밖에 다른 약이 없으니 그렇게 쓰라고 말한다. 마리는 데포르트가 스톨치우스를 신랄하게 비난하자 그나마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아 데포르트에게 웃음을 살짝 보인다. 데포르트가 마리의 마음을 잡은 것 같다. 바로 옆 방에서는 마리의 할머니, 즉 베제너의 늙은 어머니가 Rösel aus Hennegay(헤네가이로부터의 장미)라는 민요를 부른다. 이 노래의 가사 중에는 Som day your cross will come to you(언젠가는 자기의 십자가를 짊어지게 되리)라는 것이 있다. 어찌 보면 각자의 장래를 예견하는 듯한 내용이다. 무대는 칸막이로 된 세 개의 장소로 갈라진다. 한쪽 칸에서는 마리와 데포르트가 마치 사랑놀이라도 하는듯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다. 다른 한쪽 칸에서는 스톨치우스가 자기의 어머니와 함께 나타나 있다. 스톨치우스의 어머니는 아들 스톨치우스에게 마리를 병사들의 창녀라고 비난하면서 약혼을 없던 일로 하라고 설득하지만 스톨치우스는 귀담아 듣지 않는다. 스톨치우스는 오히려 마리를 옹호하며 나쁜 사람은 데포르트이므로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3막] 1장 (론디노: Rondino). 아이젠하르트 신부와 피르첼 대위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피르첼 대위는 괴이한 행동을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게 모두 군대생활이 단조롭고 무미건조하기 때문에 생기는 행동이다. 두 사람은 데포르트와 가깝게 지내는 친구인 메리 대위가 아르멘티에레에서 리유로 전속된다는 얘기도 나눈다.

 

군대에서 개인은 없다. 개인은 희생되어야만 한다.

 

2장 (영상: Rappresentazione). 스톨치우스는 마리와 한발자국이라도 더 가깝게 있으려고 장교들의 당번병(배트맨)이 되겠다며 자원입대키로 한다. 스톨치우스는 리유로 전속되는 메리 대위에게 자기의 결심을 얘기한다.

 

3장 (리체르카리 2: Ricercari II). 데포르트가 마리를 떠났다. 마리는 메리 대위가 보내는 선물들을 받기 시작한다. 동생인 샬로테가 그러한 마리에게 '병사들의 소녀'(Soldier's girl)라는 별명을 붙여 준다. 마리는 동생 샬로테에게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메리 대위와 가깝게 지내는 것은 데포르트에 대한 소식을 듣기 위해서라고 해명한다. 어느날 메리 대위가 마리와 샬로테 자매를 드라이브에 초청한다. 그러나 마리와 샬로테는 스톨치우스가 장교들의 당번병으로 입대했다는 것은 꿈에도 알지 못하고 있다. 이어 로만차(Romanza)가 연주된다. 3막의 간주곡이다. 혹은 판토마임으로 대체될수도 있다.

 

4장 (야상곡 2: Nocturno II). 라 로슈 백작부인이 아들에게 그가 마리에게 행한 철 없는 짓을 꾸중하고 있다. 백작부인은 아들에게 리유를 떠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마리를 다른 병사들이 집적거리는 것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백작부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마리를 자기 집으로 데려와서 동무 삼아서 함께 지내며 일도 도와주는 사람으로 삼겠다고 말한다.

 

백작부인이 마리에게 함께 지내자고 설득하지만 마리는 데포르트에 대한 미련으로 백작부인의 제안을 거절한다.

 

5장 (은유: Tropi). 백작부인은 마리를 만나기 위해 마리의 집으로 간다. 백작부인은 샬로테가 함께 있는 방에서 마리에게 자기 집으로 들어와서 지내는 것이 더렵혀진 명예를 씻어낼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백작부인, 마리, 샬로테의 트리오가 Ach, ihr Wünsche junger Jahre(아, 젊은 시절의 희망)이다.

 

[4막] 1장 (토카타 3: Toccata III). 마리는 백작부인의 제안을 거절한다. 데포르트와의 연락을 새롭게 가지려면 백작부인에게 얽매어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마리의 생활은 그야말로 악몽 그자체가 된다. 데포르트와 연락이 되어 만나게 되었지만 데포르트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그는 마리를 자기의 사냥터지기에게 보살피라고 맡기고 자기는 나름대로의 생활을 보낸다. 그런데 그 사냥터지기라는 사람이 잔혹하기가 이를데 없는 사람이다. 그는 마리를 수없이 성폭행한다. 결국 마리는 견디다 못해서 사냥터지기의 집을 뛰쳐나와 그저 정처없이 방황한다. 그런 마리를 백작부인, 백작부인의 젊은 아들, 마리의 아버지인 베제너, 마리의 동생인 샬로테, 그리고 피르첼 대위와 아이젠하르트 신부가 모두 나서서 찾아다닌다.

 

방황하는 마리. 누가 마리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자기 자신의 책임인가?

 

2장 (챠코나 3: Ciacona III). 메리 대위와 데포르트가 부대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메리 대위의 당번병인 스톨치우스가 이들의 저녁 식사 시중을 들고 있다. 스톨치우스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마리가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된다. 스톨치우스는 마리가 그렇게 된 것이 모두 데포르트의 책임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데포르트가 먹을 수프에 독을 집어 넣어 죽이기로 한다. 스톨치우스는 오래 전에 데포르트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바 있고 이제 그것을 실현할 생각인 것이다. 스톨치우스는 데포르트가 수프를 먹은 것을 확인하고서 죽어가고 있는 데포르트에게 자기가 바로 마리의 약혼자였다고 밝힌다. 그리고 결국 데포르트를 독살했으므로 자기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을 알고 그도 독이 들어 있는 수프를 먹는다. 스톨치우스도 죽는다.

 

3장 (야상곡 3: Nocturno III). 아이젠하르트 신부가 Pater noster(우리들의 아버지시여)를 노래한다. 죄많은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구원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제 마리는 거리의 거지가 되어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며 죽지못해 살고 있다. 마리가 어떤 남자에게 적선을 해 달라고 구걸한다. 그 남자는 다름아닌 자기 아버지 베제너이다. 베제너는 구걸하는 거지가 자기 딸 마리인줄을 모른다. 그러나 베제너는 행방도 모르고 생사도 모르는 딸이 불현듯 생각나서 거지에게 돈을 쥐어 준다. 이어서 베제너는 끝없이 이어지는 병사들의 행렬을 본다. 마치 노예가 된 듯한 병사들이다. 어떤 병사들은 이미 전사한 병사들이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장교들도 있다. 베제너는 이들의 행렬에 자기도 모르가 합류한다. 행렬은 지옥의 모습으로 변한다. 한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성폭행 당한다. 개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은 집단에 의해 능욕을 당한다. 이 경우에 그 집단은 군대의 힘이다.

  

끝없는 병사들의 행렬. 이어지는 성폭행. 이것은 바로 군대의 힘 때문이다.

 

침머만은 '병사들'을 한 개인의 운명이 중심에 있는 사회비판적 드라마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주인공이 도저히 도피할수 없는 주어진 상황으로 인하여 한 인간의 운명이 미리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스토리를 보면 부유한 상인의 딸인 마리가 어떤 병사의 유혹을 받은후 약혼자를 버리고 떠난다. 약혼자는 마리를 유혹한 이 양심없는 인간을 독살하여 복수한다. 그로 인하여 결국은 마리의 사회생활을 파국으로 끌고가며 나아가 거리에서 방황하는 인생으로 만든다. 침머민의 작품은 병사들 때문에 당면해야 하는 딜렘마와 심리적인 트라우마와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볼수 있다.

 

마리와 백작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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