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콜롱브(La Colombe) - The Dove(비둘기)
샤를르 구노의 유일한 오페라 코미크
장 들 라 퐁텐의 Le Faucon(송골매)가 원작
드디어 사랑을 다짐하는 호레이스와 실비
'파우스트'와 '로미오와 줄리에트'로 유명한 샤를르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는 12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첫번째가 33세 때에 완성한 '사포'(Sapho)이고 마지막이 30년 후인 63세 때에 작곡한 '자모라의 공물'(La Tribut de Zamora)이라는 것이다. 열두편의 오페라 중에서 중간인 여섯번째 오페라가 구노의 유일한 코믹 오페라(오페라 코미크)인 '라 콜롱브'(La Colombe)이다. 오페라의 제목으로 동물의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는 '나이팅게일' 또는 '황금 닭' '교활한 작은 암여우' 정도로 극히 드믄데 구노의 이 오페라는 비둘기를 제목으로 삼았다. 비둘기라는 제목의 오페라라고 하니까 반전평화운동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먼 음식에 대한 내용이다. '라 콜롱브'의 대본은 '파우스트'와 '로미오와 줄리에트'의 대본을 공동으로 작성했던 쥘르 바르비에(Jules Barbier: 1825-1901)와 미셀 캬레(Michel Carré: 1821-1872)가 역시 공동으로 작성했다. 쥘르 비르비에는 자크 오펜바흐를 위해 '호프만의 이야기'의 대본을 쓴 사람이다. 미셀 캬레는 비제의 '진주잡이'의 대본을 외진 코르몽이라는 사람과 공동으로 완성한바 있다. '라 콜롱브'는 프랑스의 시인 장 들 라 퐁테느(Jean de la Fontaine)의 '송골매'(Le Faucon)를 바탕으로 삼았다. 구노가 '라 콜롱브' 바로 직전에 완성한 오페라인 '필레옹과 바우시스'(Philémon et Baucis)도 바르비에와 캬레의 공동 대본이었으며 역시 들 라 퐁테느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었다.
실비를 사모하는 호레이스
'라 콜롱브'는 2막이지만 1860년 8월 3일에 독일 바덴 바덴의 시립극장(테아터 데어 슈타트)에서 처음 공연을 가질 때에는 단막이었다. 1866년 6월 7일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공연될 때에 2막으로 수정하였고 음악도 추가로 보충하였다. 원래 바덴 바덴 시립극장의 에두아르 베나제(Edouard Bénazet) 극장장은 구노에게 1859년 여름 시즌을 위해 오페라 한편을 작곡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것이 '필레몽과 바우시스'였다. 그런데 그해 6월쯤해서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가 악화되어서 만일 '필레몽과 바우시스'를 독일에서 공연했다가는 혹시 독일 관중들로부터 반감을 살 것같아서 예방적인 차원에서 8월로 예정되었던 '필레몽과 바우시스'의 바덴 바덴 공연을 취소했다. 그래서 '필레몽과 바우시스'는 이듬해인 1860년 2월에 파리의 테아트르 리리크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구노는 베나제 극장장에게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1860년 여름쯤해서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가 그렇게 나쁘게 되지 않았다. 구노는 바덴 바덴의 1860년도 여름 시즌을 위해 오페라를 만들겠다고 재차 약속을 하고 급히 서둘러서 단 2주만에 '라 콜롱브'를 완성했다. 그래서 그해 8월에 바덴 바덴에서 첫 공연을 가질수 있었다. 이런 일들이 뭐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설명하는 바이다. 곁들여 말하자면, '라 콜롱브'는 바덴 바덴 극장장인 베나제에게 헌정한 오페라이다. 베나제의 후손들은 이를 대단한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문제의 비둘기는 구이요리를 만들지 않아서 다행으로 생각하는 실비와 호레이스
'라 콜롱브'는 바덴 바덴에서 상당한 호응을 받았지만 몇 년후 수정본이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에서 공연될 때에는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30회 공연도 기록하지 못하고 막을 내려야 했다. 당시에는 히트를 기록한 오페라라고 하면 수백회까지도 공연이 계속되었음을 생각해 볼 때 약소한 공연기록이 아닐수 없었다. 그러나 '라 콜롱브'는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꾸준한 환영을 받았다. 1867년에는 브뤼셀에서, 1868년에는 스톡홀름에서, 1870년에는 런던에서 인기리에 공연되었다. 이어 1873년에는 코펜하겐과 프라하에서, 그리고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는 1912년에 공연되었다. 1923년 몬테 칼로에서 공연될 때에는 당시 24세의 청년인 프랑시스 풀랑크(Francis Poulenc)가 대화체의 대사들을 음악 반주가 있는 레시타티브로 바꾸었다. '라 콜롱브'에서 남자 하인인 마제(Mazet)는 전통적으로 두가종(dugazon) 소프라노가 맡는다. 바지역할이다. 백작부인의 비서로 나오는 장(Jean)은 베스인데 부엌의 과거 영광을 찬미하는 아리아 Le grand art de la cuisine은 오늘날에도 콘서트 아리아로서 자주 등장하는 곡이다.
마제가 호레이스에게 사람이 좀 적극적이 되어 보라고 말하자 잔소리 말라고 말하는 호레이스
등장인물들은 비교적 간단하다.
- 실비(Sylvie: S) - 부유한 백작부인
- 호레이스(Horace: T) - 귀족이지만 가난한 청년. 백작부인을 사랑하고 있다.
- 마제(Mazet: S) - 호레이스에게 충성봉사하는 하인
- 메트르 장(Maitre Jean: B) - 백작부인의 비서(majordomo) 겸 집사장
장소는 이탈리아의 플로렌스이다. 부유한 백작부인인 실비는 사회적으로 라이발인 어떤 여인이 데리고 있는 앵무새가 어찌나 영악스럽게 구는지 질투가 날 지경이다. 실비는 자기도 그런 새가 한마리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자기를 숭배하고 있는 젊은 청년이 호레이스가 비둘기 한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그 비둘기가 아주 영리하고 말도 잘 듣는다는 얘기를 듣고 그 비둘기를 얻어 가지려고 호레이스를 찾아간다. 호레이스는 그런줄도 모르고 사모하는 실비가 자기를 찾아오자 대접할 것이 없어서 걱정하다가 애지중지하는 비둘기이지만 그것이라도 잡아서 요리를 만들어서 대접할 생각이다. 원작에는 비둘기가 곤경을 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오페라에서는 비둘기가 해피엔딩을 마지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어렵게 살고 있는 호레이스이지만 실비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풍요롭다.
[1막] 플로렌스 외곽의 시골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이다. 젊은 귀족이지만 재산이 없는 호레이스와 그에게 충실한 하인 마제가 살고 있는 집이다. 아침이다. 하인 마제가 주인님이 총애하는 비둘기를 찬양하는 노래로서 아침을 마지한다. 그렇게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려는데 백작부인의 비서 겸 집사장인 장이 갑자기 들이 닥친다. 아름다운 백작부인인 실비는 호레이스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저택에서 살고 있다. 장은 주인마님인 백작부인의 요청으로 호레이스의 비둘기를 사러 왔다고 말한다. 하인인 마제는 그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놀라서 쓰러질 지경이 된다. 아니, 백작부인께서 무슨 할 일이 그렇게도 없다고 가난한 집에서 기르고 있는 비둘기를 사겠다고 집사까지 보냈단 말인가? 그러다가 마제는 호레이스가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그 비둘기가 얼마나 영리한지 심부름을 아주 잘한다는 생각을 하며 그런 비둘기를 다른 사람에게 판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튼 하인 마제는 큰 소리로 주인인 호레이스를 부른다. 호레이스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않으려다가 백작부인의 비서인 장이 백작부인의 부탁이라고 하자 마음이 움직인다. 호레이스는 지혜를 동원해서 장에게 귀중한 비둘기를 매매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므로 바라건대 백작부인이 직접 오시어서 흥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백작부인과 가까워지려는 마음에서이다.
실비가 지금 먹은 새구이가 무엇이냐고 놀라서 묻는다.
실비는 호레이스의 그같은 제안을 듣고 마음에 내키지 않아 한다. 명색이 백작부인인데 비둘기 한마리 때문에 저 가난한 호레이스의 오두막집을 찾아가서 사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 영리한 비둘기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저 건방진 친구인 아민트(Amynte)의 앵무새를 끽 소리도 못하게 눌러 버릴 것이니! 드디어 실비는 호레이스의 오두막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호레이스는 마침 외출 중이어서 기다리기고 한다. 실비는 궁극적인 목적이 비둘기를 사는 것이므로 이를 위해 여성의로서의 매력을 흠씬 발휘해서 호레이스의 마음을 꼼짝 못하게 만들기로 작정한다. 얼마후 호레이스로가 돌아온다. 호레이스 자기가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백작부인이 자기를 찾아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런 호레이스에게 백작부인은 애교를 떨면서 대단한 친밀함을 보인다. 호레이스는 백작부인과 가능한한 오래 같이 있고 싶다. 그래서 백작부인에게 제발 저녁을 드시고 가시라고 말한다. 백작부인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다.
호레이스를 찾아온 실비
[2막] 백작부인이 호레이스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간다고 하니까 비서인 장도 남아서 음식 준비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장이 부르는 아리아가 저 유명한 Le grand art de la cuisine(요리의 위대한 예술)이다. 하인 마제는 음식재료를 사러 간다. 그런데 빈손으로 돌아온다. 가게 주인이 호레이스에게 더 이상 외상을 주지 않겠다고 호통을 쳤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마제와 장은 이런 음식, 저런 요리를 열거하면서 대단히 장황스런 대화를 나눈다. 재료가 없기 때문에 만들지도 못할 음식들을 입으로만 만들겠다고 떠들어 대는 것이다. 결국 마제와 장은 마지막 수단으로 비둘기를 잡아서 요리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호레이스가 비둘기를 애지중지하고 있다.
실비는 이제 호레이스와의 대화를 통해서 호레이스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감을 잡는다. 드디어 두 사람
은 시간이 되어 식탁에 앉아 저녁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실비는 호레이스에게 어떤 음식이 나오느냐고 묻는다. 그때 마제가 구운 새 요리를 들고 온다. 이게 무슨 새인가? 모두들 궁금해 한다. 호레이스와 실비는 분명히 그 비둘기를 잡아서 구이를 한 것으로 생각하며 놀란다. 아,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요리가 다름 아니라 아민트의 앵무새로 만든 것이라는 것이다. 아침에 아민트의 앵무새가 호레이스의 집으로 도망왔기에 붙잡아 두었다가 구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비는 그 새구이 요리가 비둘기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하면서 그 비둘기로 인하여 호레이스와의 사랑이 연결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드디어 실비가 호레이스의 마음을 받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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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르 구노의 오페라 일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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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pho(사포: 1851) ○ Le Nonne Sanglante(피묻은 수녀: 1854) ○ Le Medicin Malgre Lui(벼락의사: 1858) ○ Faust(파우스트: 1859) ○ Philémon et Baucis(필레몽과 바우시스: 1860) ○ La Colombe(라 콜롱브: 비둘기: 1860) ○ La Reine de Saba(사바의 여왕: 1862) ○ Mireille(미레이유: 1864) ○ Roméo et Juliette(로미오와 줄리에트: 1867) ○ Cing-Mars(생마르: 1877) ○ Polyeucte(폴리유트: 1878) ○ La Tribut de Zamora(자모라의 공물: 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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