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피터 리버슨의 '게사르 왕' - 121

정준극 2014. 7. 8. 06:39

게사르 왕(King Gesar)

피터 리버슨의 캠프화이어 오페라

 

미국의 피터 리버슨. '아쇼카의 왕'으로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작곡가이다.

 

'게사르 왕'(King Gesar)은 피터 리버슨(Peter Lieberson: 1946-2011)의 두번째 오페라이다. 리버슨은 이 오페라를 '캠프화이어 오페라'라고 불렀다. 마치 별이 빛나는 밤에 야외에서 캠프화이어를 하면서 공연하는 것과 같은 오페라이기 때문에 '캠프화이어 오페라'라고 불렀던 것이다. '캠프화이어 오페라'는 오페라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르의 시도라고 볼수 있다. 일찍이 영국에서는 시장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는 일이 빈번했으며 독일에서도 공장이든 상가이든 관객을 찾아 공연한 일이 많았다. 독일에서 한때 유행했던 차이트오퍼(Zeitoper)도 그런 범주에 속하는 오페라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원에서 마치 캠프화이어를 하는 듯한 분위기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물론 사정상 규모가 큰 오페라는 공연하기 힘들다. 하지만 오페라는 오페라이다. 관중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간다는 기본개념에 의한 오페라이다.

 

오페라 '게사르 왕'은 2013년 9월 미국의 롱비치의 해리 브릿지 메모리얼 파크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활활 타오르는 캠프화이어를 지펴놓고 공연을 하지는 않았지만 공원의 자연 속에 무대를 설치해 놓고 밤에 공연했기 때문에 '캠프화이어 오페라'라는 말이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게사르 왕'은 모노드라마이다. 모노드라마는 주인공 한사람을 위한 오페라이다. 그래서 대체로 주인공 한 사람만 출연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합창단이나 군중들이 배경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게사르 왕'에서는 주인공인 게사르 왕 이외에도 해설자 2명, 댄서 2명이 출연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게사르 왕'을 음악을 곁들인 모노드라마라고 내세우기도 했다.

 

캠프화이어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 리버슨의 모노오페라 '게사르 왕'의 야외공연 장면. 2013년 9월 남가주 롱비치.

 

도대체 게사르 왕은 누구인가? 게사르 왕은 티벳의 전설적인 영웅이다. 너무나 유명한 영웅이기 때문에 티벳 사람으로서 게사르 왕이 누군지 모른다면 말이 안된다. 게사르 왕에 대한 이야기는 대서사시로 작성되어 있다. 그 이야기를 적어 놓은 책은 세계에서 가장 긴 이야기책이라고 한다. 게사르 왕에 대한 서사시는 티벳의 전설, 민담, 민요, 격언집 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말하자면 고대 티벳 문화의 최고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게사르 왕에 대한 서사시는 실로 수세기를 거치면서 완성되어왔다. 게사르 왕에 대한 서사시는 마치 백과사전과 같은 걸작으로 고대 티벳 사회의 역사와 문화와 종교가 모두 반영되어 있다. 게사르 왕 서사시는 도대 티벳 사회가 배경이다. 마치 자연재해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것 처럼 부족간의 전쟁이 끊임이 없던 시기이다. 악한 마귀들이나 사악한 정령들이 도처에 나타나서 백성들을 죽이고 약탈하여 대재난을 주던 시기이다. 몇몇 선한 신들은 백성들을 고통에서 구원하기 위해 개사르를 지상으로 보내어 악한 마귀들을 패배시키도록 한다. 그리하여 게사르 왕 서사시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며 수많은 전쟁이 벌어지는 대서사시가 된다. 그러면서 대서사시는 고대 티벳 사회의 발전과정을 연혁적으로 그리고 문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리하여 작은 부족들이 서로 합치고 작은 왕국들이 서로 합쳐서 마침내 티벳이라는 왕국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서사시는 티벳 백성들의 염원인 안정된 사회와 행복한 생활, 그리고 평화적인 통일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리버슨의 첫 오페라인 '아쇼카의 꿈'(Ashoka's Dream: 1991)과  마찬가지로 '게사르 왕'도 계몽 군주의 생애를 다룬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티벳의 대서사시인 '게사르 왕'은 세계에서 가장 긴 이야기이다. 그동안 수많은 책자, TV 시리즈 등으로 게사르 왕에 대한 전설이 사람들에게 전파되었지만 이 그림처럼 탕카(Tang-Ka)기법으로 그린 그림으로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게사르 왕 서사시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전체 서사시는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천국, 악마를 복종시킴, 지옥이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게사르 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에는 다음 세 구절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늘의 주인께서 게사르를 이 세상으로 보내셨다. 게사르는 마귀들과 여러 전투를 하였다. 게사르는 지옥에서도 승리를 이룩하였다"이다. 오늘날 '게사르 왕 서사시'는 살아 있는 역사서로서 존경을 받고 있다. 그것은 모든 지식의 근원이며 동기이고 우리라 살아가는 힘을 얻는 원천이라고 말한다. 이 서사시는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을 때에 빛을 밝혀주는 버터 램프와 같은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인간 행동, 특히 도덕의 척도로서 사용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기독교의 성서와 같은 역할이다.

 

게사르와 마네네

 

서사시인 '게사르 왕'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지만 오페라 '게사르 왕'은 일곱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파트 1] 인간들은 자신들이 저지를 죄과로 인하여 말할수 없는 고통 속에서 지낸다. 사악한 마귀들과 정령들이 인간들을 괴롭히고 있다. 마귀들은 인간들을 노예로 삼아서 마음대로 의 목숨을 마치 자기들의 노리개처럼 여긴다. 인간들은 하늘의 신들에게 이같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간구한다. 그 간구가 게사르와 하늘의 신들에게 전달된다. 하늘의 신들은 게사르에게 인간 세상에 내려가서 인간들의 위해 싸워 달라고 부탁한다. [파트 2] 하늘의 게사르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다. [파트 3] 게사르는 사막에서 어머니와 함께 성장한다. [파트 4] 링 왕국에서 말달리기 경기가 열린다. 게사르가 정체를 가리고  마법의 말인 키앙 고 카르카르의 도움을 받아  말달리기 경기에 나가서 마침내 우승을 차지 한다. 그의 우승은 계몽사회와 평화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게사르의 삼촌인 토동도 게사르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토동은 왕이 되려는 욕심이 있지만 말달리기 경기에서 우승한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정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게사르가 링 왕국의 왕이 되는 것을 돕는다. [파트 5] 게사르에게 현자 마네네가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게사르에게 본래 그가 하늘에서 이 세상으로 보내어졌을 때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다. 그리고는 어서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재촉한다. [파트 6] 게사르는 티르트카스와의 전투에서 크게 승리한다. [파트 7] 게사르는 백성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일깨워 주고 아울러 비전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이어 게사르는 이 세상을 떠난다.

 

게사르와 마네네와 댄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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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리버슨(Peter Lieb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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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리버슨은 1946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유명한 발레리나이며 안무가인 베라 초리나(Vera Zorina)이며 아버지는 콜럼비아 레코드의 사장인 고다드 리버슨이었다. 리버슨은 콜럼비아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이어 그는 1976년에 뉴욕을 떠나 콜로라드의 불더로 갔다. 여기에서 티베트 바이라야나 불교의 고승인 트룽파를 만나 종교와 철학에 대한 공부를 계속했다. 이로부터 리버슨은 티벳 불교는 물론 인도 불교에 대하여도 깊은 연구를 하였다. 리버슨은 콜로라도의 불더에서 트룽파의 제자인 엘렌 키어니를 만나 결혼했다. 리버슨과 부인은 스승인 트룽파의 요청에 따라 보스턴으로 가서 명상 및 문화 프로그램인 샴발라(Shambhala) 훈련 과정의 공동 책임자로 일하였다. 리버슨은 매사추세츠 월섬에 있는 브란데이스대학교를 다녀 마침내 철학박사 학위를받았다.  그는 1984년부터 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까지 하바드대학교에서 가르쳤다. 이어 노바 스코샤의 할리팍스에 있는 국제 샴발라 훈련센터의 책임자가 되었다. 그는 1994년부터 다른 업무는 한편으로 밀어두고 오로지 작곡에만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는 1977년에 산타페에서 그의 첫 오페라인 '아쇼카의 꿈'의 제작을 관계하였다. 두번째 부인인 메조소프라노 로레인 헌트(Lorraine Hunt)를 만난 것은 이 때였다. 리버슨은 첫번째 부인인 엘렌 키어니와의 이혼이 1999년에야 마무리 되어 로레인 헌트와 정식으로 결혼하였다. 리버슨은 로레인 헌트를 위해 연가곡인 '릴케 노래들'(Rilke Songs)와 '네루다 노래들'(Neruda Songs)를 작곡했다. '네루다 노래들'은 로스안젤레스 필하모닉과 보스턴 심포니가 공동으로 위촉한 작품으로 초연은 2005년 5월에 있었다. 로레인 헌트 리버슨이 초연의 노래를 불렀음은 물론이다. 로레인 헌트 리버슨은 2006년에 향년 52세로 뉴멕시코의 산타페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후 리버슨은 림포마(림프종) 진단을 받아 병마와 싸우다가 2011년 뉴멕시코의 산타페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 안장되었다.

 

메조소프라노 로레인 헌트 리버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