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쇤버그의 '피에로 루네어' - 122

정준극 2014. 7. 9. 15:28

피에로 루네어(Pierro Lunaire)

또는 Moonstruck Pierro(감상에 빠진 피에로) 또는 Pierro in the Moonlight(달빛 아래의 피에로)

아놀트 쇤베르크(아놀드 쇤버그)의 3 파트의 멜로드라마

 

'피에로 루네어' 파트 1의 3번 댄디(Der Dandy)의 장면

 

멜로드라마(Melodrama)라는 것도 오페라의 장르에 속한다고 본다. 원래 멜로드라마는 18-19세기에 드라마를 공연할 때에 액션을 뒷받침 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또는 노래로 반주를 하는 것을 말한다. 20세기 최고의 작곡가인 아놀드 쇤버그(Arnold Schoenberg: 유럽에서 활동할 때에는 아놀트 쇤베르크)가 '피에로 루네어'(Pierro Lunaire)라는 멜로드라마를 만들었다. 벨기에의 인기 시인인 알베르 지로(Albert Giraud)의 '일곱의 세번 곱하기 시'(Three Times Seven Poems)로부터 스토리를 가져온 멜로드라마이다. 그래서 오리지널 타이틀은 Deimal seiben Gedichte aus Albert Girauds 'Pierrot lunaire' 이지만 그것을 간단히 '피에로 루네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알베르 지로의 시중에서 독일의 오토 에리시 하르트레벤(Otto Erich Hartleben)이 21편을 골라 독일어로 번역한 것을 쇤버그가 멜로드라마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초연은 1912년 10월 16일 베를린의 코랄리온 잘(Choralion-Saal)에서였다. 초연의 무대에서 여배우인 알베르티네 체메(Albertine Zehme: 1857-946) 한 사람만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었다. 전체 공연시간은 35분에서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무조음악의 멜로드라마라는 점에서 대단한 관심을 끈 작품이다.

 

'피에로 루네어'의 초연기념. 왼쪽으로부터 세번째가 아놀드 쇤베르크, 가운에 여성이 여배우인 알베르티네 체메.

 

'피에로 루네어'에서 해설자는 시를 슈프레헤슈팀메(Sprechstimme) 스타일로 낭송했다. 슈프레헤슈팀메라는 것은 글자그대로라면 연설하듯 말하는 것을 말하지만 연설하듯 말하는 것과 노래부르는 것이 교차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같은 스타일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자주 사용되었는데 아마 가장 처음 소개된 작품은 엥겔버트 훔퍼딩크의 '임금님의 아이들'(Königskinder: 1897: Children of the King)일 것이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쇤버그의 '피에로 루네어'이다. 슈프레헤슈팀메는 슈프레헤게장(Sprechgesang: Speech-singing)이라고도 부른다. 쇤버그는 전에도 대사체의 텍스트와 악기 반주를 복합하여 사용한 일이 있으며 이를 멜로드라마라고 불렀다. 예를 들면 대규모 칸타타인 게레 리더(Guerre-Lieder)에서 슈프레헤게장 스타일을 사용하였다. '피에로 루네어'는 무조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12음 기법을 도입한 것은 아니다. 12음 기법은 그로부터 8년이나 지나서야 개발된 기법이다.

 

에딘버러 페스티발에서의 무대

 

쇤버그에게 이 작품을 부탁한 사람은 여베우 알베르티네 체메였다. 소프라노로서도 별로 손색이 없었던 체메는 쇤버그에게 알베르 지로의 시를 사용해서 피아노와 성악을 위한 작품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체메는 자기의 살롱에서 시낭송 모임을 자주 열었다. 시를 낭송할 때에는 주로 피아노가 반주를 하도록 했으며 앙상블이 동원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체메야 말로 멜로드라마의 선구자라고 볼수 있다. 쇤버그는 '피에로 루네어'를 1912년 3월부터 작곡에 착수해서 7월에 완성했다. 다만, 피아노 반주로 만들지 않고 플류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의 앙상블 반주로 만들었다. 완성은 7월에 되었지만 초연을 위한 리허설 기간이 상당히 필요했다. 무려 40회의 리허설을 가졌다. 그리하여 그해 10월에 베를린에서 초연을 가질수 있었다. 반응은 혼합된 것이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안톤 베베른에 따르면 관중들 중 일부가 공연 중에 휘파람을 불고 웃고 떠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공연이 끝나자 '참으로 절대적인 성공'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떤 평론가들은 텍스트 중에 신성모독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는 것을 지적하고 좋지 않게 얘기했다. 이에 대하여 쇤버그는 '만일 이 작품이 뮤지컬이었다면 아무도 비난의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뮤지컬이었다면 사람들이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을 것이다. 대본에는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초연 이후 이 작품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여러 장소에서 공연되었다. 바다 건너 뉴욕에서 처음 공연된 것은 1923년 클러(Klaw) 극장에서였다. 조지 거슈인과 칼 루글스(Carl Ruggles)가 구경 왔었다.

 

피에로 루네어

 

'피에로 루네어'는 각각 일곱개의 시로 편성된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첫번째 파트에서는 피에로가 사랑, 섹스, 종교에 대하여 노래한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폭력, 범죄, 신성모독에 대하여 노래한다. 세번째 파트에서는 과거라는 망령들이 그를 따라 다니는 중에 고향인 베르가모로 돌아오는 내용이다. 세 파르틀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파트 1

1. Mondestrunken(Moondrunk)(달빛에 취함)

2. Columbine(어릿광대)

3. Der Dandy(멋쟁이)

4. Eine blasse Wascherin(An Ethereal Washerwoman)(빨래하는 여인)

5. Valse de Chopin(쇼팽의 왈츠)

6. Madonna(마돈나)

7. Der kranke Mond(병든 달)

 

○ 파트 2

1. Nacht(Passacaglia)(밤)

2. Gebet an Pierrot(피에로를 위한 기도)

3. Raub(도둑)

4. Rote Messe(붉은 미사)

5. Galgenlied(Gallows Song)(교수대의 노래)

6. Enthauptung(Beheading)(참수)

7. Die Kreuze(십자가)

 

○ 파트 3

1. Heimweh(향수병)

2. Gemeinheit!(야비함)

3. Parodie(흉내)

4. Der Mondfleck(달의 점들)

5. Serenade(세레나데)

6. Heimfahrt(Barcarole)(귀향)

7. O Alter Duft(오 옛날의 향기여)

 

쇤버그는 잘 아는대로 수비학(數秘學: Numerology)에 대하여 절대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 13을 극도로 기피하고 7을 선호하였다. 예를 들면, 그의 오페라인 '모세와 아론'(Moses und Aron)의 경우에 원래는 Aron 을 Aaron 이라고 써야 하지만 그러면 글자의 합계가 13이 되기 때문에 Aron 이라고 쓰기로 한 것이다. 쇤버그는 '피에로 루네어'에서 각 파트가 7 항목으로 구성되도록 했다. 그리고 앙상블도 지휘자를 포함헤서 7명이 되도록 했다. 악보에서는 7음계의 모티프를 주로 사용하였다. 이 오페라의 작품번호는 7의 3배인 21번이다. 또한 전체 텍스트는 21개의 시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1912년 3월 12일에 초연을 가졌다.

 

음악적으로 '피에로 루네어'는 다양한 클래시컬한 형태와 테크닉을 구사한 작품이다. 예를 들면, 카논(canon), 푸가(fugue), 론도, 파스칼리아 수법을 사용하였으며 또한 대위법도 자유스럽게 사용했다. 그러나 노래부르는 사람은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슈프레헤게장 스타일의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하여 시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 주었다. 일반적으로 공연형태로 보았을 때 '피에로 루네어'는 독일 캬바레 스타일에 가깝다고 말 할수 있다. '피에로 루네어'는 여러 비유를 포함하고 있는 작품이다. 예를 들어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노래를 부르는 솔로이스트가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피에로는 영웅이 되기도 했다가 바보가 되기도 한다. 피에로는 극중의 드라마에서 연기를 한다. 캬바레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슈프레헤게장으로 시를 낭송하기도 한다. 그리고 피에로는 여자가 남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1인칭 인물이 되기도 하고 3인칭 인물이 되기도 한다. 이 작품의 가장 핵심되는 메시지는 아마 파트 1의 여섯 번째 항목인 '마돈나'일 것이다. 이 항목에서 피에로를 구원할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예수라고 노래 부른다. 그런데 예수는 죽은 사람으로 표현된다. 파트 2의 '병든 달'(Der kranke Mond)에서 피에로는 짧은 슬픔의 시기가 지난 후에 더욱 타락해 진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기의 죄로 인하여 파트 2의 마지막 항목인 '십자가'에서 십자가에 달린다. 파트 3에서 피에로는 구속받을 것으로 희망하여서 과거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한다. 이 때의 스타일은 이탈리아의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스타일이다. 그러나 결국은 구속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없이 끝을 맺는다.

 

'피에로 루네어'에서는 앙상블 연주자가 배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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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드/루네어(Orlando/Lun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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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루네어'라는 작품이 있다. 1719년도 헨델의 오페라 '올란도'와 1912년도 쇤버그의 '피에로 루네어'를 혼합하여 만든 작품이다.  바로크 오페라와 20세기의 코메디아 델 아르테(commedia del arte)의 합성인 것이다. '올란도'는 크리스챤 황제인 샬레마뉴와 아프라키의 사라센 왕인 아그라만테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을 시기의 이야기이다. 샬레마뉴 대제의 가장 용감한 기사인 올란도는 샬레마뉴 대제를 보호하는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고 이교도 공주인 안젤리카를 사랑의 얻기 위해 자기의 본분을 잊고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피에로 루네어'는 벨기에의 시인 알베르 지로의 '미친 피에로'(Pierro lunaire: Moonstruck Pierro) 중에서 21편의 시를 바탕으로 만든 멜로드라마이다. '헨델의 '올란도'는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고전이며 쇤버그의 '피에로 루네어'는 슈프레헤슈팀메(슈프레헤게장)와 챔버 앙상블을 사용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이 2013년 9월 캐나다의 오페라 에라티카(Opera Erratica)가 토론토 서부의 공장지대에 있는 어떤 창고에서 처음 공연되어 관심을 끌었다.

 

올란도와 메도로가 안젤리카(드레스 스탠드)를 두고 삼각관계를 펼치고 있다.

 

'올란도/루네어'의 이야기 전개는 오히려 단순하다. 두 팀의 3각 관계를 그린 것이다. '올란도'에서는 기사 올란도가 안젤리카를 사랑하지만 안젤리카는 메도로를 사랑한다. '피에르 루네어'에서는 피에로, 콜롬비네, 할게퀸이 서로 3각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로맨스이다. 헨델의 오페라에서 여러 부분을 가져오고 쇤버그의 작품에서도 여러 파트를 가져와서 혼합했으므로 어찌보면 '올란도/루네어'는 파스티셰(pastiche)라고 볼수 있다. 이렇듯 정식 오페라단이 아닌 단체가 정식 극장이 아니라 창고 또는 야외를 사용해서 공연하는 오페라를 '지하세계 오페라'(Underground Opera)라고 불렀다.

 

피에로와 콜롬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