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The Gadfly)
러시아의 안토니오 스파다베키아의 오페라
미국의 여류작곡가 겸 소설가인 에텔 릴리안 보이니치 원작
미국의 작가 겸 작곡가인 에텔 릴리안 보이니치와 러시아의 이탈리아계 작곡가 안토니오 스파다베키아
'등에'는 소나 말에 꾀는 쇠파리를 말한다. 순수 우리말이다. 주로 말에 달라 붙어서 깨물거나 귀찮게 하기 때문에 '등에'를 영어로 horsefly 또는 botfly 라고도 한다. 비유적으로는 계속 잔소리를 해 대거나 헐뜯는 말을 해서 성가시게 만드는 사람 또는 그런 행동을 말한다. 세상에 별별 제목의 오페라가 다 있지만 제목이 '등에'인 오페라도 있다. 오페라 '등에'(The Gadfly: Ovod)는 오데싸 출신의 이탈리아계 러시아 작곡가인 안토니오 스파다베키아(Antonio Spadavecchia: 1907-1988)가 1958년에 만든 작품이다. 원작은 미국의 작가 겸 작곡가인 에텔 릴리안 보이니치(Ethel Lilian Voynich: 1864-1960)의 소설 '등에'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에텔 릴리안 보이니치의 '등에'는 1897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판된 소설이지만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특히 공산 구소련과 동독, 중국, 그리고 북한에서까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북한에서는 북한대학생들의 필독서로까지 이름나 있었던 소설이다. 소설 '등에'는 1955년에 구소련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을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해서 더 유명해진 작품이다. 쇼스타코비치가 이 영화를 위해 작곡한 음악 중에서 '로망스'는 실로 그 애잔한 아름다움으로 지금까지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대단한 사랑을 받고 있다. 쇼스타코비치의 '로망스'는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에 나오는 명상곡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소설 '등에'를 바탕으로 하여서는 구소련에서 일찍이 1928년에 미하일 추코프(Mikhail Zhikov: 1901-1960)라는 지휘자 겸 작곡가가 역시 오페라로 만든 것이 있다. 한편, 1960년에는 구소련의 크릴 몰차노프(Kirill Molchanov: 1922-1982)라는 작곡가가 이탈리아의 반파치스트 작가인 바스코 프라톨리니(Vasco Ppratolini: 1913-1991)의 소설 '델 코르노 스트리트'(Del Corno Street)를 바탕으로 같은 제목의 오페라를 만든 것이 있다. 프라톨리니의 소설도 실은 '등에'를 참고로 삼은 것이다. 이렇듯 러시아에서는 다른 나라의 스토리를 배경으로 삼아 러시아혁명과 관련된 오페라를 만든 경우가 더러 있어서 관심을 끌고 있는데 아무래도 안토니오 스파다베키아의 '등에'가 국제적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 '등에'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러시아가 처음 발견한 금성에 있는 분화구를 '등에'(아보드)라고 이름지었다니 사실로도 알수 있다. 그리고 1970년에 소련 천문학자인 타마라 미하일로브나 스미르노바가 발견한 소행성은 명칭을 '2032 에텔'이라고 붙였는데 이는 '등에'의 작가인 에텔 릴리안 보이니치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참고로, 러시아에서 '등에'를 바탕으로 삼아 만들어진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으로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소개한다. '등에'를 바탕으로 하여서는 여러 편의 극본이 만들어졌고 영화로도 여러번 제작되었다.
- 1923년. 프라츠드니크 크로비(Prazdnik krovi). 프롤로그와 6막의 멜로드마라.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I. Prokofiev)의 오페라. 러시아어 대본
- 1928년. '등에'(Avod). 미하일 추코프(Mikhail Zhukov)의 오페라. 러시아어 대본
- 1930년. '등에'(Avod). 4막의 오페라. A. 치크스(A. Ziks). 러시아어 대본
- 1958년. '등에'(Avod). 4막 7장의 안토니오 스파다베키아의 오페라. 러시아어 대본
- 1967년. '등에'(Avod). A 체르노프(A. Chernov)의 발레
- 1982년. '리바레스'(Rivares). 술칸 친차드제(Sulkhan Tsintsadze)의 발레. 영화로도 제작됨.
- 1983년. '등에'(Avod). 락 뮤지컬. A. 콜커 작곡(러시아어 대본)
소설 '등에'는 기본적으로 혁명이란 무엇인가, 혁명주의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등에'의 배경 무대은 1840년대의 북부 이탈리아이다. 당시 북부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 1840년대라고 하면 저 유명한 유럽의 1848년 혁명이 일어났던 시기이다. 그러므로 1840년대라고 하면 각지에서 봉기와 그로 인한 소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때이다. 오스트리아가 지배하던 북부 이탈리아에서도 왕정을 몰아내고 공화제를 수립하자는 혁명운동이 고개를 쳐 들고 있던 때였다. 주인공 아서 버튼(Arthur Burton)은 청년들이 주도하는 혁명운동의 멤버로서 지배세력에 대한 반항을 상징한다. 아서는 작품의 제목인 '등에'를 상징한다. 아서는 구체적으로 비극적인 로맨틱 영웅을 대변하고 있다. 아서는 자기를 버린 세상에서 현실로 돌아와서 자기의 진정한 위치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고자 노력한다. 그리하여 현실을 주름잡고 있는 불의에 대항하여 투쟁한다. 또 다른 주인공인 몬타넬리 신부(Padre Montanelli)와 아서가 사랑하고 있는 젬마(Gemma)는 주인공인 아서와의 비극적인 관계를 통해서 여러 형태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등에'는 신앙과 환멸과 혁명, 그리고 로망스와 영웅주의를 다룬 작품이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이 배경으로 나오는 것은 이 작품의 순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텔 릴리안 보이노치가 '등에'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하여는 에피소드가 구구하다. 그중에서 역사학자인 로빈 브루스 로카트가 내세우고 있는 견해가 상당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에텔은 1895년에 런던에서 시드니 레일리(Sidney Reilly)라는 사람을 만난다. 시드니 레일리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탐험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영국 비밀정보국(Secret Intelligence Service)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다. 당시에 에텔 릴리안 보이니티는 영국 문학계에서 두드러진 존재이기도 했지만 영국에 있는 러시아 이민사회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아무튼 그리하여 세일리와 보이니치는 급작히 가까워져서 연인관계로 발전하였으며 얼마 후에는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는 사이가 되었다. 레일리는 보이니치를 온 영혼을 다 바쳐서 사랑했다고 한다. 이때 레일리는 보이니치에게 그가 러시아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경험하였던 색다른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보이니치는 그 얘기들을 정리해서 2년 후인 1897년에 미국에서 '등에'라는 소설을 펴냈다. 소설의 주인공인 아서 버튼은 말할 나위도 없이 시드니 레일리의 청년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그나저나 1980년대에 영국의 TV 시리즈로 Reilly, Ace of Spies 라는 것이 있었다. 이 시리즈에 사용된 주제가는 바로 쇼스타코비치의 로망스였다.
여기에서 시간도 있고 하니 에텔 릴리안 보이니치에 대하여 좀 더 소개코자 한다. 에텔 릴리안 보이니치는 사회운동가, 소설가, 번역가, 작곡가이다. 1864년 5월 11일 아일랜드의 코르크 카운티에서 태어났다. 결혼전 이름은 에텔 릴리안 불(Ethel Lilian Boole)이었다. 아버지인 조지 불은 저명한 수학자였다. 그는 여러 수학적 이론들을 수립하였다. 이를 '불 이론'Boole Logic)이라고 부른다. '불 이론'은 여러 현대적 기술발전에 응용되었다. 예를 들면 디지탈 레코딩이나 인터넷에 기술에 사용되었다. 어머니인 메리 불도 뛰어난 수학자였다. 그러면서 작가이기도 했다. 메리 불의 '수학교육서'는 특별히 어린이들의 수학교육에 이정표가 되는 중요한 책이다. 에텔 릴리안 불은 다섯 딸 중의 망내였다. 에텔 릴리안은 태어나던 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퀸스 칼리지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면서 딸 다섯을 양육하였다. 에텔 릴리안의 부모는 높은 수준의 교양과 학식을 지녔지만 가난에서 헤어나지는 못했다. 어머니 메리 불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어떻게 해서든지 가족들을 부양코자 노력했지만 도무지 방법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입이라도 하나 덜기 위해서 어린 에텔 릴리안을 영국 랭카셔에 살고 있는 삼촌 집으로 보냈다. 에텔 릴리안이 삼촌인 챨스 불의 집에서 얼마나 학대를 받으며 지냈는지는 에텔 릴리안의 1901년도 소설 '잭 레이몬드'(Jack Raymond)에 잘 표현되어 있다.
에텔 릴리안은 18세가 되던 해에 베를린으로 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고 아예 베를린 음대(Hochschule fur die Musik)에 입했다. 어릴때부터 좋아하던 음악을 완성해보고 싶은 욕망에서였다. 에텔 릴리안은 베를린에서 1882-85년간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했다. 그러던중 새로이 혁명문학과 정치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어 결국 음악보다는 문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에텔 릴리안은 특히 제정러시아의 짜르 치하에서 정치범들이 고초를 겪고 있는데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에텔 릴리안은 직접 제정러시아로 가서 이들과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1887년에 생페터스부르크로 갔다. 그는 생페터스부르크에서 영어와 음악을 가르치면서 생활하면서 시간이 나는대로 정치범들과 노동자 농민들을 위한 활동을 했다. 그는 그렇게 2년을 제정러시아에서 보낸후에 런던으로 돌아왔다. 그는 런던에서 폴란드 애국지사인 빌프레드 미하엘 보이니치를 만나 사랑하게 되어 동거하면서 함께 혁명활동을 했다. 보이니치는 러시아에서 수배한 인물이었다. 두 사람은 1902년에 결혼했다. 그리하여 이름도 에텔 릴리안 보이니치가 되었다.
에텔 릴리안은 이 기간 동안에 작가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고 창작활동 이외에도 러시아 문학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다. 그가 처음으로 러시아 문학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것은 1893년 '가르신 이야기'(Stories from Garshin)이며 이어 1895년에는 '러시아 유모어'와 '니힐리즘'을 번역했다. 에텔 릴리안 보이니치의 대표작인 '등에'는 나중에 러시아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고 이 영화에 들어가는 음악을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했다는 것은 이미 설명한바 있다. 에텔 릴리안은 작가이지만 원래 음악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작곡에도 계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1911년에 마리온 스코트가 창설한 '여성작곡가협회'의 회원이 되어 활동했다. 에텔 릴리안은 마리온 스코트와의 친분으로 러시아의 전쟁시인인 이보르 구르네이(Ivor Gurney)와 가깝게 지낼수 있었다. 구르네이는 에텔 릴리안의 문학과 음악 창작활동에 있어서 무시할수 없는 영향을 주었다. 에텔은 1920년경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세상 떠날 때까지 살았다. 미국에 도착한 그는 이번에는 작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종교음악과 기악곡들을 여러편 작곡했다. 예를 들면 종교음악으로 '바빌론' '예루살렘' 등이 있다. 미국에 있는 중에 1930년 3월에 남편 윌프레드 보이니치가 호흡기 장애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 남편 보이니치는 뉴욕에서 유명한 서적상이었다. 에텔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남편의 비서였던 앤느 닐과 친구로서 맨하튼에서 13년을 함께 살았다. 에텔은 남편을 여의고 나서도 소설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1945년에 내놓은 '신발을 벗어라'(Put Off Thy Shoes)였다. 그 이후의 생활은 인세를 충분히 받아서 편안하게 지냈다. 특히 '등에'의 인세는 국제적으로 상당한 금액이어서 편안하게 살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그보다도 '등에'로 인하여 작가로서의 명성을 크게 높혔으며 특히 소련에서는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부각되기도 했다. 에텔은 1960년에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났다.
소설 '등에'의 대강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국인으로 가톨릭 신자인 아서 버튼(Arthur Burton)은 가톨릭 사제가 되기 위해서 이탈리아로 신학공부를 하러 떠난다. 그러나 그가 이탈리아에서 발견한 것은 극단적인 아이디어들이었다. 예를 들면 가톨릭주의(가톨릭의 교리, 주의, 의식 등)를 거부하는 것, 자기의 죽음을 멋있게 보이게 하는 것 등이다. 결국 그는 가톨릭 교회와 맞지 않는다고 믿어서 이탈리아를 떠난다. 그는 가톨릭 신앙을떠나 있으면서 말할수 없는 어려움을 당한다. 사회의 모든 부조리가 그를 고통 속에 몰아 넣었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새로운 혁명적 열정을 마음에 품은채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는 저널리스트가 되어서 '등에'라는 필명으로 자기의 극단적인 아이디어들을 찬란한 풍자로 엮어서 발표한다. 많은 사람들이 '등에'라는 이름의 저널리스트가 쓴 사회혁명적인 시론을 읽고서 동조한다. 시당국은 '등에'라는 이름의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사회의 기본가치관을 흔든다고 생각해서 그를 체포코자한다. 그러는 중에 버튼의 애인인 젬마(Gemma)와 버튼이 믿고 의지하는 몬타넬리(Montanelli) 신부는 버튼에게 여러 형태의 사랑을 보여준다. 종교적인 사랑, 로맨틱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이다. (몬타넬리 신부는 실상 버튼의 생부이지만 비밀이다.) 버튼은 지금까지 그가 생각하고 있던 혁명적인 감정과 종교적인 사상으로 인해서 번민한다. 얼마후 버튼은 마침내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총살형을 당한다. 몬타넬리 신부도 그의 신앙과 온전한 정신을 잃고서 죽는다. 결국 소설은 '등에'와 예수 그리스도를 어느 정도까지 비유할수 있는지 논난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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