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샤브리에의 '마지못해 왕이 된 사람' - 132

정준극 2014. 8. 21. 10:54

마지못해 왕이 된 사람(Le roi malgré lui)

King in Spite of Himself 또는 The Reluctant King(마지못해 왕 노릇을 하는 사람)

에마뉘엘 샤브리에의 3막 오페라 코미크

 

에마뉘엘 샤브리에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인 에마뉘엘 샤브리에(Emmanuel Chabrier: 1841-1894)의 오페라 '마지못해 왕이 된 사람'(Le roi malgré lui)이 최근 프랑스를 중심으로 리바이발 되어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어의 말그레(malgré)는 '자기의 의사를 무시하고' '...에도 불구하고' '...을 무릅쓰고' '마지못해' 등등의 뜻이 있는 단어이다. 그래서 Le roi malgré lui는 우리 말로 정확히 번역하기가 어려워서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마지못해 왕이 된 사람'이라고 했으나 더 좋은 표현이 생각나면 바꾸고자 한다. 3막의 오페라 코미크인 이 오페라는 샤브리에가 1887년에 완성한 작품으로 대본은 오페라 대본가로 유명한 에밀 드 나자크(Emile de Najac: 1828-1889) 백작과 역시 유명한 대본가인 폴 부라니(Paul Burani: 1846-1901)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이 오페라는 1887년 5월 18일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에서 초연을 가진 이래 상당한 사랑을 받았으나 아직까지는 스탠다드 레퍼토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샤브리에는 생전에 오페라, 오페라 부프, 오페레트, 오페레트 부프, 오페라 코미크, 드라마 리리크 등 12편에 이르는 여러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 '마지못해 왕이 된 사람'은 오페라 코미크의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다. 샤브리에의 작품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은 그가 시대의 유행에 너무 앞서서 작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못해 왕이 된 사람'만 하더라도 만일 몇 십년만 나중에 발표되었더라면 대단한 인기를 끌수 있었을 터인데 너무 일찍 나왔기 때문에 아직까지 스탠다드 레퍼토리에 올라 있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튼 이 오페라의 낭만적인 음악은 나중에 뱅생 댕디(Vincent d'Indy: 1851-1941), 모리스 라벨,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등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샤브리에의 대표적인 오페라로서는 Fisch-Ton-Kan(피쉬 톤 칸: 1875), L'étoile(별: 1875), Une éducation manquée(교육 부족: 1879), Gwendoline(그웬돌랭: 1886), Le roi malgré lui(1887), Briséis(브리세이: 1897) 등이 있다.

 

랑지스와 민카

 

샤브리에는 평소에 오펜바흐의 Le roi Carotte(홍당무 왕)와 같은 그랜드 판타지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친구인 빅토랭 드 종시에르(Victorin de Joncières)에게 그런 배경에 맞는 재미난 이갸기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종시에르는 샤브리에에게 1836년에 만들어진 보드빌인 Le roi malgré lui(우연히 왕이 된 사람)의 대본을 보냈다. 이와 함께 종시에르는 샤브리에를 오페라 코미크의 감독인 레옹 카발로(Léon Carvalho)에 소개하고 만일 오페라를 만들면 공연해 줄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결과는 오케이였다. 나중에 샤브리에는 이 오페라를 종시에르의 부인에게 헌정하였다. '마지못해 왕이 된 사람'은 초연을 가진 후 두번 더 공연되고 더 이상 오페라 코미크에서 공연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1887년 5월 25일에 극장에 불이 났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풀 스코어와 오케스트라 파트 악보는 모두 안전했다. 샤브리에의 오페라가 초연 이후 무슨 사정으로 중도하자한 경우는 또 있다. '그웬돌랭'(Gwendoline)은 극장이 파산되는 바람에 겨우 초연을 가진 후에 막을 내렸다. '우연히 왕이 된 사람'의 독일 초연은 1890년 3월 칼스루에에서였다. 독일에서는 이 오페라가 상당한 인기를 차지해서 칼스루에 이후 바덴, 드레스덴, 쾰른 등지에서 연속으로 공연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왕이 된 사람'은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다.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은 41년 후인 1929년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에서였다. 알베르 캬레가 대본을 고쳐 썼다. 음악도 다른 사람이 조금 손을 보았다. 오페라 코미크에서의 리바이발은 대성공이었다. 무려 50회의 공연이 있었다. 그후 브뤼셀, 함부르크에서도 공연되었다. 1931년에는 프라하에서 공연되었다. 마르세이유에서의 첫 공연은 전쟁 중인 1942년이었다. 이듬해인 1943년에는 리옹에서 공연되었다. 오페라 드 리옹은 2004년에 '마지못해 왕이 된 사람'을 다시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는 2009년에 리바이발 공연을 가졌다. 가장 최근의 공연은 2012년 웩스포드 오페라 페스티발에서였다. 샤브리에의 '마지못해 왕이 된 사람'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음악이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프리텔리, 알렉시나, 랑지스, 라스키

 

'마지못해 왕이 된 사람'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앙리 드 발루아(Henri de Valoiis: Bar): 폴란드 왕

- 콩트 드 낭지스(Comte de Nangis: T): 앙리의 친구

- 민카(Minka: S): 라스키의 노예 소녀

- 알렉시나(Alexina: S): 프리텔리 공작부인, 라스키의 조카

- 프리텔리 공작(Duc de Fritelli: B): 이탈리아의 귀족, 알렉시나의 남편, 왕의 관방장관

- 바실(Basile: T): 여관집 주인

- 리앙쿠르(Liancourt: T): 프랑스 귀족

- 델뵈프(d'Elboeuf: T): 프랑스 귀족

- 모지롱(Maugiron: Bar): 프랑스 귀족

- 콩트 드 카일루스(Comte de Caylus: Bar): 프랑스 귀족

- 마르키 드 비예키에(Marquis de Villequier: B): 프랑스 귀족

이밖에 군인들, 여섯 명의 노예 소녀, 시동, 프랑스 귀족들, 폴란드 귀족들, 농민들, 하인들, 주민들 등

 

앙리와 랑지스

 

[1막] 시기는 1574년, 장소는 폴란트 크라코브 외곽에 있는 어떤 성이다. 크라코브에서는 폴란드 귀족들이 프랑스의 앙리 드 발루아를 폴란드의 왕으로 선출키로 되어 있다. 앙리는 프랑스 발루아 왕조의 사람이지만 폴란드 혈통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리했다. 앙리는 크라코브 외곽에 있는 어떤 성에서 자기의 정체를 감춘채 프랑스에서 온 귀족들과 함께 크라코브에서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앙리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잘 알고 있으므로 대관식만 치루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프랑스에서 온 다른 귀족들은 혹시나하는 심정에서 크라코브로부터의 최종 소식을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후 앙리의 친구인 낭지스가 크라코브로부터 돌아온다. 낭지스는 폴란드 왕 선출에 있어서 앙리를 적극 지지토록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미리 크라코브에 갔었다. 그런데 폴란드의 일반 백성들은 앙리에 대하여 대체로 호의적이지만 알베르 라스키 백작이 이끄는 일단의 폴란드 귀족들은 앙리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폴란드의 왕위 계승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오스트리아 공작을 지지하고 있다. 앙리의 측근들은 모두 앙리를 적극 지지하지만 그런 중에도 앙리의 시종장인 프리텔리 공작은 은밀하게 라스키 백작의 편에서 앙리가 폴란드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프리텔리 공작은 베니스 출신으로 폴란드에 와서 지내고 있는 사람인데 일부러 앙리의 시종장이 된 사람이다. 그러므로 프리텔리는 겉으로는 앙리를 지지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라스키 백작의 동조자이다. 

 

 

앙리의 친구인 낭지스는 라스키 백작이 앙리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낭지스는 앙리의 시종장인 프리텔리도 폴란드에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혹시 라스키 백작과 연계되어 있지나 않나라는 생각에 의심을 하지만 프리텔리는 그런 낭지스에게 라스키 백작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앙리는 앞으로 폴란드 왕이 될 사람이 그러면 안되는데 시간만 있으면 고향 프랑스에 돌아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말하자면 향수병에 걸려도 단단히 걸린 것이다. 이날도 앙리가 프랑스에 대한 향수심을 말하자 옆에 있던 프리텔리는 앙리에게 프랑스와 폴란드는 서로 다른 점이 많아서 프랑스 사람으로서는 폴란드에 와서 지내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해 준다. 프리텔리는 그런 내용의 얘기를 코믹하게 노래로 부른다. 프리텔리의 속셈은 앙리에게 은근히 폴란드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심어 주자는 것이다. 한편, 낭지스는 다른 프랑스 귀족들에게 자기가 앙리를 위한 군대를 양성하기 위해 잠시 다른 곳에 가 있는 동안에 민카라고 하는 어떤 아름다운 처녀를 알게 되어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해 준다. 그런데 민카는 프랑스에 대하여 적대적인 라스키 백작 집의 하녀이다. 호랑이도 제말 하면 나온다더니 그때 민카가 나타난다. 랑지스가 민카를 보고 반색을 하자 민카는 랑지스가 보고 싶어서 찾아 온 것이 아니라 잠시 다른 일이 있어서 온 것이라며 일부러 무관심하게 대한다. 랑지스는 민카가 자기를 더 이상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받아 들인다. 그러자 민카는 랑지스를 오히려 나무라면서 제발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민카는 랑지스에게 지금은 사람들이 많으니 그날 밤 늦게 다시 찾아오겠다 말한다. 그때 앙리가 도착한다. 랑지스는 얼른 민카를 뒷 방에 가서 숨도록 한다.

 

 

향수병에 걸린 앙리는 또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다는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서 폴란드의 왕이 되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말한다. 낭지스는 그런 앙리에게 '무슨 말씀이냐? 그래도 폴란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지 않느냐?'면서 얼마 전에 앙리가 베니스에 갔을 때 그곳에서 폴란드의 어떤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의 추억을 만든 일이 있으므로 그 얘기를 하는 것이다. 앙리도 그 때의 화려했던 추억을 회상하며 잠시나마 즐거움에 빠져 있었는데 프리텔리가 들어오는 바람에 중단된다. 그보다도 앙리가 놀랜 것은 베니스의 그 여인이 다름아니라 프리텔리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프리텔리도 베니스에서 자기 부인과 놀아났던 사람이 앙리인 것을 눈치 채고서는 전보다 더 확고하게 앙리를 폴란드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프리텔리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부인인 알렉시나가 들어와서 앙리가 크라코브로 떠날 준비가 다 되었다고 전한다. 프리텔리가 할 일은 앙리가 크라코브로 가는 도중에 그를 납치하는 일이다. 그 후의 일들은 라스키 백작이 부하들과 함께 알아서 할 것으로 알고 있다. 앙리를 납치하는 일에 프리텔리 부부가 가담하게 된것이다.

 

 

모두들 떠나자 뒷 방에 숨어 있던 민카가 그제서야 나온다. 민카는 뜻밖에도 앙리와 부딪친다. 민카는 새로 폴란드의 왕이 된 앙리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앙리가 어째서 뒷 방에 숨어 있었느냐고 묻자 아무 생각도 없이 실은 낭지스를 사랑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런데 왕에게 해를 입히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라도 낭지스가 연루되어 고생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한다. 이어 민카는 프리텔리도 연루된 것 같다고 말한다. 앙리는 베니스에서의 애인이었던 여인이 프리텔리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프리텔리도 왕을 제거코자하는 음모에 가담하고 있다면 무언가 프리텔리의 부인과 잘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속으로 기뻐한다. 민카가 방에서 나가자 앙리는 프리텔리를 오라고 부른다. 프리텔리는 앙리가 이미 음모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자기가 알고 있는 대로의 사정을 털어 놓는다. 앙리는 그러지 않아도 폴란드 왕을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 음모가 성공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가능하다면 자기도 그 음모에 가담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프리텔리는 앙리를 반대파의 리더인 라스키 백작에게 소개한다. 다만, 앙리를 낭지스 백작이라고 속여서 소개한다. 라스키는 앙리를 만나 본 일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낭지스 백작으로 안다. 이윽고 트럼펫이 울리고 프랑스 귀족들과 궁정 사람들이 모여든다. 낭지스의 역할을 해야 하는 앙리는 진짜 낭지스가 나타나면 곤란하므로 부하 병사들을 시켜서 낭지스를 체포하여 감옥에 가둔다. 프리텔리는 앙리를 낭지스 백작이라고 부르며 자기 부인인 알렉시나에게 소개한다. 알렉시나는 낭지스 백작이라고 소개 받은 사람이 얼마전 베니스에서 만나 섬싱을 가졌던 프랑스 신사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1막의 막이 내릴 때에 갇혀 있던 낭지스는 창문을 통해서 뛰어내려 탈출한다.

 

 

[2막] 라스키 백작의 저택에서 열리는 무도회이다. 라스키 백작은 무도회를 통해서 동지들과 앙리 축출에 따른 세부 계획을 의논할 생각이다. 무도회가 끝날 때 쯤해서 프리텔리 공작과 부인이 들어온다. 이들은 라스키 백작에게 새로운 동지라고 하면서 낭지스 백작을 소개한다. 실은 앙리가 변장한 것이다. 앙리인 낭지스는 사람들에게 자기는 이제 더 이상 앙리의 친구가 아니며 오히여 원수이며 적이라고 말한다. 앙리는 시종장인 프리텔리와 잠시 함께 있을 때에 얘기를 나누다가 프리텔리의 부인인 알렉시나가 베니스의 바로 그 여인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고 깜짝 놀란다.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침 민카가 한 무리의 여자 노예들과 함께 나타나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바람에 중단된다. 이어서 밖에서 진짜 낭지스가 무어라고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낭지스는 갇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나와서 저렇게 떠드는지 알수 없다. 낭지스와 사랑하는 사이인 민카는 낭지스의 친구라고 하는 앙리가 진짜 왕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왕을 반대하는 음모자가 된 것으로 믿고 있다. 그래서 민카는 어서 낭지스를 만나 앙리가 배반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자 하려는데 앙리가 그런 눈치를 채고 프리텔리에게 민카를 잡아서 뒷방에 가두어 두라고 지시한다.

 

 

잠시후 알렉시나가 나타난다. 앙리는 베니스를 생각해서 알렉시나와 둘이서만 있고 싶어한다. 그래서 일부러 프리텔리는 다른 곳으로 심부름을 시켜 내보낸다. 앙리를 만난 알렉시나는 처음에는 앙리가 베니스에서 말도 없이 떠난 것을 생각하고 무척 화를 내지만 앙리가 부드럽게 접근하자 마음이 풀린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어느덧 베니스에서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두 사람의 사랑의 불길은 프리텔리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중단된다. 프리텔리는 라스키 백작을 비롯한 폴란드 귀족들과 함께 나타나서 앙리가 음모에 가담하는 서약을 받고자 한다. 앙리는 라스키 백작에게 새로 왕이 된 사람이 대관식을 치루지 못하도록 붙잡아 둘 자신이 있다고 말해서 그들을 안심시킨다. 그러면서 새로 왕이 된 사람이 잠시후면 이곳에 나타날 것이므로 기다려 보라고 덧 붙인다. 앙리는 밖에 잠시 나가서 변장을 고치고 진짜 앙리로서 모습을 타나낼 생각이다. 모두들 나가고 방에는 앙리와 민카만이 남는다. 앙리는 민카에게 진짜 낭지스가 잠시 후 이곳으로 올 것이라고 말해 준다. 민카가 잠시 방 밖으로 나가서 낭지스를 기다리는 중에 앙리는 재빨리 창문을 통해서 빠져 나가고자 한다. 하지만 경비병에게 당장 붙잡힌다. 민카를 비롯한 사람들은 창문을 통해 도망가려던 사람이 진짜 왕인 앙리라고 믿어서 놀랍고 두려워서 앙리를 왕에 대한 예우로서 대한다. 낭지스는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하여 있는 중에 앙리가 낭지스에게 왕의 역할을 맡아 하라고 지시하자 그제서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짐작한다. 앙리는 낭지스에게 사람들이 자기에게 폴란드를 떠나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말한다. 라스키는 동지들에게 아무래도 앙리 왕을 프랑스로 쫓아버리기 보다는 바로 그날 밤에 죽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그 소리에 놀랍고 두려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러면 누가 새로운 왕을 죽이느냐를 가지고 제비를 뽑는다. 앙리가 뽑힌다. 그때 민카가 들어와서 낭지스를 도망가게 해주었다고 밝힌다. 사람들은 민카가 풀어준 낭지스를 진짜 왕으로 생각해서 분개한다. 폴란드 귀족들과 함께 남아 있던 앙리는 그들에게 새로운 왕을 틀림없이 축출하겠다고 약속한다.

 

 

[3막] 크라코브와 폴란드 국경 중간 쯤에 있는 어떤 여관이 무대이다. 잘 아는 사실이지만 유럽의 여관은 마을의 주점을 겸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관주인인 바실과 종업원들이 폴란드의 새로운 왕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프리텔리가 도착해서 폴란드의 새로운 왕은 프랑스의 앙리가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대공이라고 전한다. 바실은 누가 왕이 되든지 자기에게는 똑 같은 일이라고 대꾸한다. 왕의 일행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도착하자 바실과 종업원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대공 만세'를 외친다. 오스트리아의 대공이 새로운 왕이라는 전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 어떤 젊은이가 들어서면서 역시 '대공 만세'를 외친다. 앙리이다. 크라코브로부터 도망가고 있는 중이다. 프리텔리는 앙리가 오스트리아 대공을 찬양하는 것을 도무지 이상하게 생각한다. 앙리는 여관집 주인인 바실에게 자기의 이름이 낭지스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새로운 왕보다 앞서서 이곳으로 보내졌다고 설명한다. 앙리는 당장이라도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로 가고 싶지만 마을의 마차들이 모두 새로운 왕이 오는 것을 환형하기 위해 동원되어 나가서 없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마을에 머물러 있을수 밖에 없다. 그러자 여관집 주인인 바실은 앙리를 위해 작은 마차 한대와 당나귀를 준비해 주고 어떤 하녀로 하여금 폴란드 국경으로 가는길을 안내하라고 시킨다.

 

 

그때 밖에서 마차 한대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앙리는 얼른 몸을 숨긴다. 알렉시나이다. 남편인 프리텔리를 찾으러 온 것이다. 알렉시나는 프리텔리에게 폴란드 왕을 축출코자 하는 음모가 사전에 발각되어 급히 오스트리아 대공을 만나 오스트리아로 돌아가도록 조치했다고 말하고 이젠 어쩔수 없이 앙리 왕의 편에 서있을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 말은 들은 프리텔리는 기분이 좋지 않다. 왜냐하면 자기 부인이 앙리와 베니스에서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마당에 앙리가 폴란드의 왕이 된다면 알렉시나와의 관계를 계속할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었다. 프리텔리는 그 일을 가지고 알렉시나와 심하게 말다툼을 벌인다. 프리텔리는 알렉시나에게 '그대가 사랑한다는 그 낭지스라는 사람은 왕을 살해한 후에 어디론가 종적을 감출 것'이라면서 공연히 헛물 켜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한 때에 민카가 도착한다. 알렉시나는 민카에게 왕의 운명에 대하여 설명해 줄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각각 자기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운명에 대하여 걱정하는 내용의 듀엣을 부른다. 마침내 알렉시나는 민카에게 왕(낭지스)가 살해되었다는 얘기를 해 준다. 충격을 받은 민카가 쓰러진다. 그때 바실이 들어와서 자기가 하녀 한명에게 국경으로 가는 길을 안내토록 했던 낭지스라는 청년이 국경으로 가지 않고 새로운 왕의 대관식을 보겠다면서 크라코브의 대성당으로 갔다는 얘기를 한다. 알렉시나는 마침내 랑지스를 만나서 그에 대한 자기의 굳은 생각을 전달코자 한다.

 

 

민카는 사랑하는 낭지스가 살해된 것으로 믿어서 낭지스의 죽음을 애통해 하는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클라이막스에 이를 때에 놀랍게도 낭지스가 나타난다. 낭지스는 민카에게 자기가 절대로 혼령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시켜주자 민카는 기뻐서 낭지스와 함께 사랑의 듀엣을 부른다. 민카는 낭지스에게 알렉시나가 왕이 죽은 줄로 알고 있다고 말해준다. 낭지스는 진짜 왕인 앙리가 살해 당한 것이라고 믿어서 민카를 억지로 데리고 앙리의 시신이나마 찾으러 나간다. 잠시후 하녀의 복장을 한 알렉시나가 들어온다. 알렉시나는 마침 그 자리에 있는 앙리를 만난다. 프리텔리는 하녀가 알렉시나인줄 알지 못하고 하녀에게 낭지스와 함께 어서 속히 대관식이 열리는 곳으로 가보라고 재촉한다. 프리텔리는 왕이 죽었다면 자기의 라이발이 제거된 것으로 생각하여 마음이 흡족한 상태이다. 그러나 그같은 흡족함도 잠시 뿐이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랑지스와 함께 보낸 하녀가 실은 알렉시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리텔리는 두 사람을 따라잡기 위해 바삐 나간다. 민카는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몰라서 의아해 하고 있었는데 낭지스가 누가 진짜 왕인지를 설명해 주자 그때서야 모든 상황을 알아 차리고 놀란다. 잠시후 앙리가 돌아온다. 앙리는 결국 폴란드의 왕이 되는 것을 수락했다. 앙리는 시종들과 병사들과 귀족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대관식장을 향해 걸어간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

오페라에서 새로운 폴란드 왕으로 선출된 앙리 드 발루아(1511-1589)는 앙리 2세와 메디치의 캐서린 사이에서 태어난 셋째 아들이다. 앙리 드 발루아는 폴란드의 시기스문드 2세가 세상을 떠나자 폴란드-리투라이나 연방의 왕으로 선출되었다. 앙리는 폴란드 왕으로 대관식을 가진지 5개월 후에 그의 형인 샤를르 9세가 세상을 떠나자 비밀리에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로 돌아왔다. 앙리는 형의 뒤를 이어 1575년 2월 13일에 프랑스 왕으로 렝의 대성당에서 대관식을 가졌다. 그후 앙리는 폴란드로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알베르 라스키는 앙리가 잠시 동안이지만 폴란드 왕으로 있을 때에 궁정신하였다. 알렉산드르 뒤마 페레는 그의 소설 La Reine Margot에서 앙리 드 발루아가 폴란드의 크라코브에서 대관식을 가졌지만 왕으로 있는 동안 행복하지를 못했다고 썼다. 그런 역사적인 배경이 있지만 샤브리에는 오페라를 만들면서 이러한 16세기의 배경을 고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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